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소리와 분노 (무선) ㅣ 문학동네 세계문학전집 103
윌리엄 포크너 지음, 공진호 옮김 / 문학동네 / 2013년 1월
평점 :
겁을 먹고 시작한 책은 생각보다 읽는 재미가 있었다.
벤과 퀜틴 챕터를 잘 넘긴다면 생각보다 잘 읽히고 감정이입도 된다.
커튼에 창틀 그림자가 보이니 일곱시에서 여덟시 사이일 것이며 시계 소리를 듣고 있는 나는 또다시 시간 안에 있는 것이다. 시계는 할아버지 것이었으며 아버지가 그것을 내게 주며 말하기를 내 너에게 모든 희망과 욕망의 능묘를 주니 네가 이것을 사용해 인간의 모든 경험이 결국은 부조리함을 알 것이며, 이는 네 개인적인 필요에 맞되 네 할아버지나 할아버지의 아버지에게 그랬던 것보다 나을 바 없을 것 같은생각이 드니 마음이 아프구나. 내 너에게 이것을 주는 건 시간을 기억하라 함이 아니라, 이따금 잠시라도 시간을 잊으라는 것이요. 시간을정복하려고 인생 전부를 들이지 않도록 하기 위함이다. 그것은 시간과의 싸움에서 이긴 사람은 없기 때문이다. 싸움이 성립조차 안 된다. 그전쟁터는 인간의 우매와 절망을 드러낼 뿐, 승리는 철학자들과 바보들의 망상이다. - P102
아버지가 말했다 인간은 자기 불행의 총합이다. 언젠가는 불행도 지칠거라고 생각하겠지만 시간이 네 불행이야. 허공을 가로지르는 보이지 않는 전신에 앉아 있는 갈매기가 질질 끌리는 듯했다. 좌절의 상징을 영원으로 가져간다고 하자. 그러면 날개야 더 크겠지만 아버지가말하기를 다만 누가 하프를 연주할 줄 알겠니." - P140
이렇게 산소가 희박하고 열망으로 가득한 날들이, 서글프고 향수 어린 친숙한 무언가가 느껴지는 날들이. 아버지는 인간은 자신이 경험하는 기후의 총합이라고했다. 인간은 기타 이런저런 것들의 총합이야. 불순한 속성들로 이루어진 하나의 문제야. 이 문제는 끈덕지게 변함없는 무(無)로 이끌리는데, 이 무는 흙과 욕망의 교착상태야. - P166
그림자들 속으로, 그림자들 위에 앉은 가벼운 먼지 같은 지나간 슬픈 세대들의 발소리가 메아리치는 속으로 구부러져 올라가는 계단이 있을 뿐이었다. 내 걸음이 그 그림자들을 깨웠으며 그 먼지들은 다시 가볍게내려앉았다. - P228
아버지가사람이란 다 자기 미덕의 결정권자니라 그러나 다른 사람이 네 행복을규정하지 않도록 해 하기에 내가 잠깐 동안이에요 하자 아버지가 존재의 과거형은 가장 슬픈 말이야 세상에 그보다 슬픈 말은 없단다 절망도 시간이 흘러가야 있을 수 있지 시간조차 그 존재가 과거가 되지 않으면 시간이 아니니까 - P237
일순간 벤은 전적인 단절감에 휩싸이며 울부짖었다. 울부짖음에 울부짖음이 더해지며 그의 목소리는 더욱 커졌다. 숨을 쉴 틈도 두지 않았다. 거기에는 경악 이상의 감정이 담겨 있었다. 그것은 공포였다. 충격이었다. 눈이 없고 혀가 없는 고통이었다. 그것은 오로지 소리였다. - P419
모더니즘 문학은 전통과의 단절을 의미했다. "서술의 연속성을 해체하고 인물 묘사의 전범에서 이탈했으며, ‘의식의 흐름‘과 색다른 혁신적서술 양식을 도입함으로써 전통적인 서술의 구문과 통일성을 무시했다. "3) 이것은 당시를 특징짓는 "허무와 무질서의 광대한 파노라마)에 나름의 질서를 부여하려는 시도였다. 이 과정에서 제임스 조이스와버지니아 울프, 윌리엄 포크너, 마르셀 프루스트, 거트루드 스타인 등모더니즘 작가들은 과거에서 현재와 미래를 찾았다. 그들은 서술로 과거의 기억을 불러들이지만, 그것은 그들이 경험하는 현재가 반영된 기억이다. <해설> - P422
벤지의 정신연령은 채 세 살도 되지않는다." 벤지는 언어를 사용하는 것이 아니다. 벤지가 세상을 경험하는 순간 포크너가 그의 머릿속을 들여다보고, 그 안에서 밀려다니는 ‘영상‘을 포착한 것이라고 생각해야 한다. 그래서 "벤지의 서술은 거의전적으로 시각적, 영상적이다.18" 언어가 발달하기 전의 어떤 원시적상태를 최대한 표현할 수 있는 언어의 형식을 상상하여 서술한 것으로생각해야 한다. "소설은 현실계를 묘사한다기보다는 있을 법한 이야기를 창조하고 독자로 하여금 그것을 ‘믿도록 설득한다."19) 그러기 위해서 포크너는 비정상적인 ‘백의 언어‘를 창조해 서술한다. 그리고 독자는 그것이 벤지의 언어라고 믿는 것이다. <해설> - P426
이제 퀜틴 섹션으로 들어가보자. "벤지의 고립이 물리적, 감각적인것이라면, 퀜틴의 고립은 추상적인 것"이다. 겉으로 보기에는 정상적으로 보일지 몰라도 퀜틴의 내면세계는 고립되어 있고 비이성적이다. 그는 세상이 어때야 한다는 기대감과 실제 경험 사이의 괴리감에절망한다. ‘근친‘의 경험을 말, 또는 언어로 강제하지만, 이 시도에 실패하자 자기가 원하지 않은 상황에서 벗어나려 죽음을 선택한다. " 퀜틴의 절망적인, 끊임없는 상념은 벤지의 신음, 울부짖음이 언어로 표현된 것이다. <해설> - P431
내일, 또 내일, 그리고 또 내일이 매일 이렇게 꾸물꾸물 기록되는 시간의 마지막 순간까지 기어갈 것이며 우리의 모든 지난날들은 바보들에게 흙으로 되돌아가는 길을 밝혔다. 꺼지는구나, 꺼지는구나. 잠시뿐인 촛불이! 인생은 엑스트라의 그림자, 서투른 배우. 무대에 올라 뽐내며 걷고 안달하다가는 더이상 들리지 않지. 그것은 백치가 떠드는 이야기, 소리와 분노로 가득하고 아무런 의미가 없다. <멕베스 중> - P435
포크너에게 "현재는 혼돈된 소음 또는 소리, 그리고 지나간 미래"다. 그의 세계관은 "달리는 오픈카에 앉아 뒤를 돌아보는 것에 비유될수 있다. 무형의 그림자, 깜박이는 빛, 빛의 희미한 떨림, 빛의 파편들이 양쪽 시야에 들어오지만 그게 무엇인지는 그 모든 것들이 뒤로 밀려난 다음, 어느 정도 원근감이 생긴 뒤에서 나무가 되고, 사람이 되는것이다"퀜틴에게 ‘현재‘는 존재하지 않고 과거만 있을 뿐이다. 현재는 과거가 되어서야 모습을 드러내고 존재하기 시작한다. "나는 존재했다 나는 존재하지 않았다 존재하지 않았다면 그것은 존재가 아니었다 <해설> - P43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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