포르노그라피아 민음사 세계문학전집 102
비톨트 곰브로비치 지음, 임미경 옮김 / 민음사 / 2004년 5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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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런 독특한 소설이라니.
찝찝하지만 계속 읽어가게 하는 힘은 뭘까.
어른들의 욕망에 이끌려 다니는 것 같지만 아이들은 다 알고 있었다.

우리, 나이가 너무 들어버린 우리에게는 이것이 그들에게 색정적으로 접근할 수 있는 유일한 방법이었다.………. 그러니 그들을 이 죄악으로 밀어 넣어야 한다! 그들이 우리와 더불어 죄악에 몸을 담그게 되면, 그때는 기대할 수 있다. 우리와 그들이 뒤섞이게 되리라고. 그들과 우리가 한 몸이 되는 것이다! 이런 이치를 나는 이해했다. 또한 이 죄악으로 인해 그들이 추악해지는 게 아니라는 걸, 그들의 젊음, 그 싱싱함은, 비록 죄의 빛깔을 띠게 될지라도, 우리의 시든 손에 이끌려 타락으로 인도될지라도, 그리하여 우리와 뒤섞여 혼탁해질지라도, 그 죄악으로 인해 오히려 더욱 풍요하고 충만해지리라는 것도 나는알고 있었다. 아무렴! 나는 알고 있었다! 온순하게 말 잘듣는, 그저 귀엽기만 한 젊음 따위가 무슨 재미가 있는가!
중요한 건 그런 젊음을 재료로 또 다른 젊음. 우리 어른들과 비극적으로 얽힌 젊음을 제조해 내는 일이었다.
열광! 이런 생각으로 나는 열광했다. 어떻게 그렇지 않을 수 있겠는가? 나는 이미 온갖 아름다움과는 무관한, 반짝이는 유혹의 그물을 쳐보는 일 따윈 엄두도 내지 못할 나이였다. 매력 없는, 누군가를 매혹하기란 어려운, 자연의 본성과는 거리가 먼 나이..... 아, 비록 감탄할 능력은 여전히 갖고 있다 해도, 나는 모르지 않았다. 내 감탄은 더 이상 누군가를 감탄하게 할 수 없다는 사실을...
이제 내게 허용된 삶이란 두들겨 맞은 개, 비루먹은 개 꼴로 살아가는 삶 그 이상도 아니었다. 바로 이런 나이에, 성적 타락의 대가로라도 새삼 자신을 꽃피울 기회, 젊음으로 돌아갈 기회가 온다면, 추함이 여전히 아름다움에 의해 이용되고 흡수될 가능성이 보인다면, 그렇다면.... 이건 모드 장애물들을 무용지물로 만드는, 저항할 수 없는 유회이었다! 그렇지, 열광, 아니 그보다는 광기, 숨이 막혀오는.....

- P18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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