알렉시.은총의 일격 (무선) 문학동네 세계문학전집 151
마르그리트 유르스나르 지음, 윤진 옮김 / 문학동네 / 2017년 3월
평점 :
장바구니담기


1929년에 출판된 이책은 결코 드러낼 수 없었던 동성애로 힘들었던 남성의 시선으로 아주 담담하게 이야기를 들려준다.
쉽게 받아들일 수 없어 결혼도 하고 아이도 가지지만 결국은 자기 길을 갈 수 밖에 없었던 심정을 절절하게 느끼게 한다.

삶은 그냥 삶이오. 삶은 우리가 가진 단 하나의 좋은 것이고, 우리에게 주어진 단 하나의 저주요 우리는 사는 거요 모니크, 우리는 각자 자기만의 특별하고 유일한 삶을,우리가 아무것도 손댈 수 없는 과거 전체에 의해 결정된 삶, 아주 작은것으로도 미래 전체를 결정지을 수 있는 삶을 사는 거요. 자기의 삶 오로지 그 자신만의 것인, 두 번 있지 않을 스스로 온전히 이해했는지 단한 순간도 확신하지 못하는 삶 말이오. 삶 전체에 관한 이 말들은 삶의매 순간에 대해서도 똑같소, 타인은 그저 우리가 있고 움직이고 말하는 것을 볼 뿐이오. 우리의 삶을 볼 수 있는 것은 우리 자신뿐이지. 그런데 이상하게도 우리는 우리의 삶을 보고, 우리의 삶이 이러저러하다는 데 놀라면서도 그 삶을 바꾸지는 못한다. 우리의 삶을 심판할 때 조차 우리는 여전히 그 삶속에 속해 있소. 삶을 향한 찬양도 비난도 삶의 일부인 거요. 삶은 언제나 삶을 비출 뿐이오. 다른 것은 아무것도 없으니까. 우리 각자에게 세상은 오로지 우리의 삶에 와 닿을 때에만 존재하는 거요.

- P33

우리는 우리가 살아온 장소에 너무도 많은 끈으로 묶여 있기 때문에 그곳을 떠나면 우리 자신을 떠나는 것이 쉬워지리라 생각하게 되나보오. - P57

그 순간 나는 더이상 아무 말도 할 수 없으리라는 걸, 내 말을 듣고난 후 어머니 얼굴에 번질 표정을 감내할 수 없으리라는 걸 절감했소.
새 등잔의 옅은 불빛이 나로 하여금 돌이킬 수 없는 쓸데없는 과오를저지르지 않도록 막아준 셈이지. 속내를 털어놓는다는 건, 그대여, 다른 사람의 삶을 단순하게 만들어주겠다는 목적을 위해서가 아니라면언제나 해로운 일이라오. - P58

낮 동안 거리에서 마주치는 사람들은 명확한, 아마도 타당한 이유를 가지고 목표를향해 가는 것처럼 보이지만, 밤이 되면 모두 꿈속에서 걷고 있는 것 같다오 내 눈에 그들은, 나와 마찬가지로, 꿈속에 등장하는 인물처럼 흐릿한 형상이었소. 어쩌면 삶 전체가 악몽이 아닌지, 지쳐 진 빠지게 하는 끝없이 이어지는 악몽이 아닌지도 알 수 없었소.  - P63

타인 안에 있는 것 중에서우리의 감정을 흔드는 것들 역시 삶이 빌려준 것에 지나지 않지. 지금나는 영혼도 육신과 똑같이 늙는다는 것을, 훌륭한 사람들에게도 영혼은 한 계절 동안만 꽃을 피운다는 것을, 젊음이 그렇듯이 그것은 하루살이 같은 짧은 기적일 뿐임을 절감하오. 그러니 그대여, 그저 흘러버리는 것에 의지해봐야 무슨 소용이 있게소. - P65

이전에 난당신에게 삶이 저항할 수밖에 없는 경솔한 약속을 했소. 이제 더없이겸허하게, 당신을 떠나는 것에 대해서가 아니라 그토록 오랫동안 곁에있었던 것에 대해서, 당신에게 사죄하다. - P113


댓글(0) 먼댓글(0) 좋아요(22)
좋아요
북마크하기찜하기 thankstoThanksTo