구토 문예출판사 세계문학 (문예 세계문학선) 17
장 폴 사르트르 지음, 방곤 옮김 / 문예출판사 / 1999년 9월
평점 :
장바구니담기


실존주의의 바이블이란 말답게 읽어내기 어려웠다.

최선의 방법은 그날그날 일어난 일들을 적어두는 것이다. 뚜렷하게 관찰하기 위하여 일기를 적을 것. 아무리 하찮게 보이는 일이라도, 그 뉘앙스며 사소한 사실들을 놓치지 말 것. 특히 그것들을 분류할 것. 내가 이 테이블, 저 거리, 저 사람들, 나의 담뱃갑을 어떻게 보는가를 써야만 한다. 왜냐하면 변한 것은 바로 ‘그것‘이기 때문이다.
그 변화의 범위와 성질을 정확하게 결정지을 필요가 있다.  - P11

사람이 자기의 얼굴을 이해하는 것은 불가능한 게 아닐까? 아니면 내가 나의 얼굴을알 수 없는 것은 내가 고독한 사람이기 때문일까? 남과 교제하고있는 사람들은 거울 속에서 사람들 눈에 띄는 자기의 모습을 찾아내는 것을 배운다. 나는 친구가 없다. 나의 살이 그렇게도 적나라한 것은 그 때문일까? 마치 -그렇다. 마치 인간에게서 떠난 자연이라고나 할까.
- P40

나는 미래를 ‘본다‘ - 미래는 거기에, 길 위에 놓여 있어, 현재보다약간 희미할락 말락 할 뿐이다. 미래가 실현되어야 할 필요가 있을까? 실현되어보았자 무엇이 더 보태질 것인가? 노파는 약간 절름거리면서, 또박또박 걸으면서 멀어진다. 그 노파는 선다. 목도리에서삐쭉 솟은 흰 머리칼을 잡아당긴다. 노파는 걷는다. 그 노파는 저기에 있었는데, 지금은 여기에 있다・・・・・・ 나는 내가 현재에 있는지 미래에 있는지 알 수 없어졌다. 나는 그 노파의 동작을 보고 있는 것일까? 그 노파의 동작을 ‘예견하고 있는 것일까? 이제 나는 미래와 현재를 구별할 수 없게 되었다. 그러나 현재는 계속된다. 조금씩 실현되고 있다. 노파는 쓸쓸한 거리를 전진한다. 커다란 남자 신발을 옮기고 있다. 이것이 바로 시간이란 것이다. 순수한 시간이다. 그것은서서히 인간 존재에게로 다가온다. 그것은 기다려지고, 그리고 그것이 닥쳐오면 사람들은 답답해진다. 왜냐하면 그것이 오래 전부터 거기에 있었다는 것을 알기 때문이다.  - P64

내 생각은 이렇다. 가장 평범한 사건이 모험이 되기 위해서는, 우리는 그것을 남에게 이야기하기 시작하는 것만으로 충분하다. 그것이 바로 사람이 속고 있는 점이다. 한 인간, 늘 이야기를 하는 자이며, 자기의 이야기와 타인의 이야기에 둘러싸여서 살고 있다. 그는 이야기를 통해서 그에게 일어나는 모든 일을 본다. 또 그는 마치 남에게 이야기나 하는 것처럼 자신의 삶을 살려고 애쓴다. - P79

그 모험의 감정은 확실히 사건으로부터 생겨나지는 않는다. 그것은 증명됐다. 모험이란 차라리 순간순간이 서로 얽히는 그 방법에서생긴다. 아마도 그렇다고 생각된다. 즉 갑자기 우리는 시간이 흐르는것, 즉 한순간이 다른 순간에 인도되며, 그 순간이 또 다른 순간에 그런 식으로 인도되는 것을 느낀다. 그리고 매 순간이 사라지고, 그것을 붙잡아두는 게 어리석다는 것을 느끼게 된다. 그래서 우리는 매순간 ‘속‘에 들어 있는 것 같아 보이는 사건에서 이 특징의 원인을 찾는다. 다시 말하면, 형식에 관련된 것을 내용에 연관시켜버리는 것이다. 요컨대 시간의 흐름이라는 것에 대해 사람들은 많은 말을 하지만그것을 보지는 못한다. 사람들은 어떤 여자를 보고 그 여자가 늙었다고 생각한다. 그러나 그 여자가 늙는 것을 보지는 못한다. 그러나어떤 순간에 그 여자가 늙는 것을 보는 것 같고, 또 그 여자와 더불어자기도 늙는 것을 느끼는 것 같다. 이것이 모험의 감정이다. - P110

나의 생각. 그것은 ‘나‘다. 그래서 나는 멈출 수가 없다. 나는 생각하는 고로 존재한다. 그리고 나는 생각하기를 단념할 수 없다.
지금 이 순간조차도 그것은 무서운 일이다-내가 존재한다면 그것은 존재하기를 내가 두려워하고 있기 때문‘이다. 내가 갈망하고있는 저 무(無)로부터나 자신을 끄집어내는 것이 바로 나, ‘나‘다.
존재하는 데 대한 증오, 싫증, 그것이 ‘나를 존재하게 하는 방법이며, 존재 속에 나를 밀어넣는 방법인 것이다. 생각은 현기증처럼 내뒤에서 생겨나고, 나는 그것이 내 머리 뒤에서 생기는 것을 느낀다.
만약 내가 양보하면 그것은 앞으로 내 두 눈 사이로 오려고 한다-다만 나는 언제나 양보한다. 생각이 커지고 커진다. 그리하여 거기나를 충만케 하고 나의 존재를 새롭게 하는 무한한 것이 있다.
- P187

"우리는 여기에 있고 우리라는 귀중한 존재를 유지하기 위해서 먹거나 마시고 있지만, 존재하는 데는 어떠한 이유도 전혀 없다고 생각한 겁니다." - P209

이것이, 이 눈부시게 자명한 일이, 그래 바로 그 ‘구토‘란 말이냐?
나는 얼마나 머리를 썩였던가. 나는 그것에 관해서 그렇게도 많이 썼다. 나는 지금 알고 있다. 나는 존재한다- 세계는 존재한다 그리하여 나는 세계가 존재한다는 것을 안다. 그뿐이다. 그래도 나에게는마찬가지이다. 모든 것이 매한가지라는 것은 이상한 일이다. 무서운일이다. 그것은 내가 물수제비를 뜨려고 했던 바로 그날부터이다. 나는 조약돌을 던지려고 했다. 나는 그 돌을 바라보았다. 모든 것이 시작된 것은 바로 그때이다. 나는 그들이 존재하고 있다는 것을 느꼈다. 그 다음에 다른 "구토"가 생겼다. 때때로 물건들이 손안에 존재하기 시작한다. - P230

‘부조리‘라는 말이 지금 나의 펜 아래에서 태어난다. 조금 전에..
공원에 있었을 때 나는 그 말을 찾아내지 못했다. 그렇다고 그 말을찾지도 않았다. 말이 필요 없었다. 나는 말없이 사물을 가지고 사물에 대해서 생각하고 있었다. 부조리, 그것은 나의 머릿속에서 생겨난 하나의 관념도 아니고, 어렴풋한 목소리도 아니었다. 그것은 나의발밑에서 죽은 기다란 뱀, 저 나무의 뱀이었다. 뱀이랄까, 손톱이랄까, 또는 매의 발톱이랄까, 아무 상관은 없다. 그리고 전혀 정확한 정의를 내리지 않고, 나는 ‘존재‘의 열쇠를, 저 ‘구토‘의 열쇠를 그리고나 자신의 생활의 열쇠를 발견했다는 것을 알았다. 사실, 내가 이어서 파악할 수 있었던 모든 것은 이 근본적인 부조리로 귀착한다.
- P241

본질적인것, 그것은 우연이다. 원래 존재는 필연이 아니라는 말이다. 존재란단순히 ‘거기에 있다‘는 것뿐이다. 존재하는 것이 나타나서 만나도록 자신을 내맡긴다. 그러나 결코 그것을 ‘연역‘ 할 수는 없다. 내가보기에 그것을 이해한 사람들이 있다. 다만 그들은 필연적이며 자기원인이 됨직한 것을 발명함으로써, 이 우연성을 극복하려고 했던 것이다. 그런데 어떠한 필연적 존재도 존재를 설명할 수 없다. 우연성은 가장이나 지워버릴 수 있는 외관이 아니라 절대이다. 그러므로 완전한 무상인 것이다. 모든것이 무상이다.  - P245

나의 온 생활은 내 뒤에 있다. 나의 생활의 전체를 본다. 나를 여기까지 끌고 온 그 형태와 그 느린 동작을 본다. 거기에 대해서는 할말이 거의 없다. 그들은 내 돈을 전부 빼앗아 간 한 판의 노름이었다.
그뿐이다. 내가 엄숙하게 부빌에 들어온 지 3년이 된다. 나는 첫 판에서 졌다. 두 번째 다시 걸었으나 역시 졌다. 나는 노름에서 진 것이다. 동시에 나는 사람이 늘 진다는 사실을 알았다. 이긴다고 생각하는 놈은 개자식들뿐이다. 이제, 나는 안니처럼 하겠다. 나는 연명하련다. 먹고 자고, 자고 먹고, 나무들처럼, 물탕처럼, 전차의 붉은 의자처럼, 천천히 고요하게 존재하련다. - P292

‘이제 나는 그들에게 아무 빚도 없다. 나는 여기에 있는 누구에게도 빛이 없다. 곧 역부 회관의 여주인에게 작별 인사를 하러 가야겠다. 나는 자유다.
- P299


댓글(0) 먼댓글(0) 좋아요(11)
좋아요
북마크하기찜하기 thankstoThanksTo