나 개 있음에 감사하오 - 개와 함께한 시간에 대하여, 아침달 댕댕이 시집
유계영 외 19명 지음 / 아침달 / 2019년 6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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개와 함께한다는 건 나 아닌 한 생을 돌보는 것. 태어남부터 사라짐까지한 존재의 반짝임이 나에게 스며드는 것. 어떤 순간에도 귀엽고 믿음직한개는 말한다. 네가 누구든 너를 사랑하는 건 너무나 쉬운 일이야. 까만코로, 따뜻한 이마로, 폭신한 발바닥과 안아 들기 적당한 무게로, 조그만짖음으로………… 더 큰 사랑을 들려준다. 우리 인간이 듣지 못한다 해도.
<남지은> - P43

개는 모른다
모르는 개는 안다


개는 모른다. 이 장난감 안에 든 간식을 어떻게 꺼낼 수 있는지.
그러나 개는 안다. 곧 그 간식을 먹게 되리라는 것을.

개는 안다. 오늘 낮 당신의 외출은 개를 위한 일이 아니라는 것을.(알면서도 그 난리)
그러나 개는 모른다. 당신의 외출이 개의 간식을 만든다는 것을.

개는 모른다. 바깥이란 온통 개가 모르는 것들로 이루어져 있다는것을.
그러나 개는 안다. 그렇기에 바깥이 흥미롭다는 것을.

개는 모른다. 당신이 오늘 왜 슬픈지.
그러나 개는 안다. 당신이 슬프다는 것을.

개는 모른다. 당신이 아는 많은 것들을.
그러나 개는 안다. 당신이 모르는 많은 것들을

개는 안다. 당신이 개를 얼마나 사랑하는지.
그러나 개는 모른다. 당신이 개를 얼마나 사랑했는지. - P94

"너에게 어떤 흠이 있다고 하더라도, 어떤 결함이 있고, 어떤 실패를겪었다고 하더라도, 그래도 괜찮아. 그래도 너를 사랑해. 그래도 네가소중해."
개를 키우다 보면 개에게서 종종 이런 말을 듣는 기분이 든다. 내가 어떤사람이라서가 아니라 단지 나여서 사랑받을 수 있다는 것, 가늠할 수없는 환대라는 게 있다는 것을 개는 알게 해준다. 나도 그런 마음으로여름이를 사랑한다. 사랑을 주고받는 일이 이렇게 복잡함 없이 간결하고확실할 수 있다니. 정말 놀라운 일. 개와 함께 살다 보면 가능한 일.
<안미옥> - P117

우리는 슬픔 말고 맛과 사랑과 유머


너 나한테 간식 얼마나 줄 수 있어? 하루 한 번 공원 데려갈 수 있어고소한 발 냄새 마련돼 있어? 손 달라고 조르지 않을 수 있어? 침대는내가 차지할 건데 바닥에서 잘 수 있어? 내가 싼 똥 니가 치울 수 있어흙탕물 허락할 수 있어? 짭짤한 뺨 어디 맛볼 수 있어? 벽지 뜯게 해를수 있어? 착하고 말 잘 듣는 보호자 될 수 있어? 멀리 최대한 멀리던져줄 수 있어? 나처럼 크게 짖을 수 있어? 거기 그래 거기 쉬지 않고쓰다듬어줄 수 있어? 헤어질 때 울지 않을 자신 있어? 끝까지 웃을 수있어? 기억해줄 수 있어?


개는 단 한 번을 묻지 않고 즐겁기를 원하고
너를 시로 쓴다면 무엇을 쓸 수 있을까
너는 웃기는 강아지인데 나는 시인도 아니면서 왜 슬프고 서늘한문장만 떠오를까

개가 공을 던져주길 원하는 방향은 아마 이곳이었을 것이다. - P14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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