몰락하는 자 (무선) 문학동네 세계문학전집 78
토마스 베른하르트 지음, 박인원 옮김 / 문학동네 / 2011년 8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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피아노의 대가가 되길 원했지만 글렌 굴드와의 만남으로 좌절하고 그 좌절에서 헤어나오지 못했던 베르트하이머에 대한 회상과 작중 글쓴이의 성찰이 끝없이 이어진다.

베르트하이머는 자립심이 없었어, 난 생각했다. 여러 가지면에서 나보다 감수성이 더 예민했지만 그게 바로 그의 가장 큰 맹점이 되었지, 결국은 가짜 감정만 품게 되었고 정말로 몰락하는 자가 되고 말았지, 난 생각했다. 그 친구는 자기가 중요하게 여기는 것을 글렌한테서 베낄 용기가 없어서 내 모든 걸 베껐지만 그에게 전혀 도움이 안 됐지, 나한테 베낀 것 중에서 그에게 도움이 될 만한 건 하나도없다고 내가 거듭 지적했는데도 그 친구는 그 사실을 직시하려 하지않았지, 난 생각했다. 상인이 되었더라면, 그러니까 부모가 확립해놓은 제국의 운영자가 되었더라면 더 행복하게 살았을 텐데, 그가 말했던 행복을 누렸을 텐데, 하지만 그런 결정을 내리는 데 필요한 용기조차 그에게는 없었고, 내가 자주 얘기했던 작은 후퇴도 그는 결코 받아들이려 하지 않았지, 그 친구는 예술가이길 바랐지, 인생의 예술가가되는 것만으로는 만족을 못 했어, 곰곰이 생각해보면 우리에게 진정한 행복을 안겨주는 건 인생의 예술가라는 단어인데 말이야. 난 생각했다. 결국 그 친구는 자신의 실패와 사랑에 빠졌어, 아니 실패에 홀딱 빠져버렸지, 실패하기를 끝까지 고집했어, 그는 자기가 불행하다는 사실 때문에 불행했지만, 자고 일어났는데 불행이 사라졌거나 찰나의 순간에 불행을 빼앗겼더라면 더욱더 불행해졌을 거야, 그것만보더라도 그는 진정으로 불행했던 게 아니야, 불행을 통해서 불행과함께 행복했다는 증거지, 불행 속에 깊이 빠져 있기 때문에 행복한 사람들도 많잖아, 그렇다면 베르트하이머도 자기 불행을 항상 의식했고자기 불행을 만끽할 수 있었으므로 사실은 행복했을지도 몰라, 라고난 속으로 중얼거렸다.  - P101

우리는 머리로는 다른 사람들을 이해하지만 실제로는 다른 사람들을 참아내지 못하고, 어쩔 수 없이 그들을 상대하며 자기 입장에서만 그들을 대하지, 난 생각했다. 하지만 자기 입장에서만 그들을 바라봐서는안 되고 모든 각도에서 바라보고 대해야 하는 거야, 사람들을 대할때, 아무런 선입견이 없다고 말할 수 있어야 하는데 실제로는 그렇게못 하지, 난 생각했다.  - P12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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