등대로 열린책들 세계문학 212
버지니아 울프 지음, 최애리 옮김 / 열린책들 / 2013년 6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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울프의 자전적 소설이라고 한다.
유년시절의 부모의 삶을 건너
한 사람으로써, 여자로써 새롭게 인생을 시작하는 이야기.

하필 인간관계의 불완전함을떠올리는 것이 고통스러운 바로 그 순간, 가장 완전한 관계라 할지라도 흠이 있으며 남편을 사랑하면서도 진실에 대한본능 때문에 남편에 대해 내릴 수밖에 없는 비판적 시각을견뎌 내지 못한다는 사실을 상기하는 순간, 그녀 자신이 여지없이 무가치하며 그런 거짓말들과 과장들로 인해 자신의역할을 제대로 하지 못하고 있다는 느낌에 고통스러운 순간,행복감에 뒤이어 그처럼 무참히 애태우는 순간, 카마이클 씨가 노란 슬리퍼를 끌며 지나갔다. 
- P56

그녀가 베풀고 도우려는 것이 모두 허영이라는 느낌이었다. 그녀가 그토록 본능적으로 남을 돕고 베풀려하는것은 자신의 만족을 위해서일까? 사람들이 〈오 램지 부인!친애하는 램지 부인…… 아무렴 램지 부인이지!) 하고 말하며 그녀를 필요로 하고 그녀를 찾고 그녀를 칭송하게 하려는 것일까? 그녀가 내심 원하는 것은 바로 그런 것이 아닐까? 그래서 카마이클 씨가 방금 그랬듯이 그녀로부터 몸을사리고 또 어느 구석에 가서 마냥 글자 맞추기 놀이라도 하려는지 멀어져 가자, 본능적으로 무시당했다는 느낌이 들었을 뿐 아니라 자기 마음속 어딘가에 있는 용렬함을, 인간관계라는 것이 얼마나 흠이 많고 경멸할 만하며 기껏해야 자기본위인가를 깨닫지 않을 수 없었던 것이다.  - P59

다만 그녀는 삶을 ㅡ길지 않은 시간이 눈앞에 나타났다ㅡ 자기가 살아온 50년을 생각했다. 삶은 그렇게 그녀앞에 놓여 있었다. 삶이란, 하고 그녀는 생각했지만, 생각을끝까지 밀고 나갈 수가 없었다. 그저 흘긋 바라볼 뿐이었다.
삶이 거기 있다는 것은 분명히 감지할 수 있었지만, 그 느낌은 확실히 실감되면서도 자기만의 것이라 자식들과도 남편과도 나눌 수 없는 것이었다. 한편으로는 삶과, 다른 한편으로는 그녀 사이에, 모종의 거래가 진행 중이었고, 그 거래에서 그녀는 삶을, 삶은 그녀를 줄곧 서로 이기려 들었다. 때로는 대화를 하기도 했고(그녀가 혼자 앉아 있을 때면), 때로는 감동적인 화해의 장면들도 있었다고 기억하지만, 대개는, 묘하게도, 자신이 삶이라 부르는 그것이 끔찍하고 적대적이고 틈만 보이면 공격을 해올 것처념 느껴진다는 것을 인정하지 않을 수 없었다.
- P83

그렇다면 왜 이 일을 하는가? 그녀는 이리저리 가벼운 붓질이 지나간 캔버스를 바라보았다. 그것은 어느하인들의 침실에나 걸릴지도 몰랐다. 어쩌면 둘둘 말려서소파 밑에 처넣어질지도 알 수 없는 일이었다. 그렇다면 이런 그림을 그리는 것이 무슨 소용인가? 여자는 그림도 못 그리고 창조할 수도 없다고 말하는 음성이 들려왔다. 얼마간시간이 흐르면 경험이 마음속에 자리 잡아 본래 누가 그런말을 했는지도 알지 못한 채 같은 말을 반복하게 되는 저습관적인 급류 속에 사로잡힌 듯했다.
- P209

아, 죽은 사람들은! 하고 그녀는 중얼거렸다. 애석하게 여기면서도 차츰 한옆으로 밀쳐 두게 되지. 심지어 약간 얕보게도 되고, 어쨌든 산 사람들에게 달려 있으니까. 램지 부인도 빛이 바래고 사라져 버렸다는 생각이 들었다. 우리는 그녀가 바라던 바를 무시해 버릴 수도 있고, 그녀의 편협한 구식 관념들을 뜯어고칠 수도 있어. 점점 더 멀어져 가는걸, 세월의 복도 저편에서 하필 생뚱맞게 떠오르는것은 결혼을 해요. 결혼을! 하고 (바깥 정원에서 새들이 지저귀기 시작하는 이른 아침에 아주 꼿꼿이 앉아서) 말하던부인의 모습이었다. 그런데 이제 그녀에게 이렇게 말할 수도있을 것이다. 당신이 바라던 바와는 전혀 딴판이 되었어요.
그래도 그들은 그렇게 사는 게 행복하답니다. 저도 이렇게사는 게 행복해요. 산다는 게 완전히 달라졌어요. 그렇게 생각하자 부인의 전 존재가, 그녀의 아름다움마저도, 잠시 먼지투성이 퇴물이 되어 버리는 듯했다.  - P22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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