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구만큼 슬펐다고 한다 문학동네 시인선 96
신철규 지음 / 문학동네 / 2017년 7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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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 사람이 엎드려서 울고 있다

눈물이 땅속으로 스며드는 것을 막으려고
흐르는 눈물을 두 손으로 받고 있다.

문득 뒤돌아보는 자의 얼굴이 하얗게 굳어갈 때
바닥 모를 슬픔이 눈부셔서 온몸이 허물어질 때

어떤 눈물은 너무 무거워서 엎드려 울 수밖에 없다

<눈물의 중력 중> - P25

거짓말로 피라미드를 쌓고
거짓말로 하늘의 별을 따고,
거짓말로 너를 우주로 날려보낸다.

꽃은 단 한 번의 외도도 없이 지고
유성은 면도날처럼 깨끗한 직선을 그리며지상으로돌진한다.
어둠의 한가운데서 피어나 어둠의 가장자리로 진다

너의 눈 속에서 유성이 떨어지고
너의 몸은 식은 운석처럼 무겁다.

유성이 떨어지는 동안 우리의 입맞춤도 사막 어딘가히겠지
타오르고 남은 것은
구멍이 숭숭 뚫린 검은 심장

<밤은 부드러워 중> - P64

입김으로 뜨거운 음식을 식힐 수도 있고
누군가의 언 손을 녹일 수도 있다.

눈물 속에 한 사람을 수몰시킬 수도 있고
눈물 한 방울이 그를 얼어붙게 할 수도 있다.

당신은 시계 방향으로,
나는 시계 반대방향으로 커피잔을 젓는다
맞물린 톱니바퀴처럼 우리는 마지막까지 서로를 포기하지 못했다.
점점, 단단한 눈뭉치가 되어갔다
입김과 눈물로 만든

유리창 너머에서 한 쌍의 연인이 서로에게 눈가루를 뿌리고 눈을 뭉쳐 던진다.
양팔을 펴고 눈밭을 달린다.

<유빙 중> - P6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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