소립자 열린책들 세계문학 34
미셸 우엘벡 지음, 이세욱 옮김 / 열린책들 / 2009년 11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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몇번이나 포기하고 싶었던 책이다.
브뤼노의 과한 성생활을 읽는다는 것은.
하지만 꾸역꾸역 읽었다.
마지막 남는 감정은 쓸쓸하다.
많이.

개인주의에서 자유와 자아의식이 생기고, 나오ᆢ 남을 구별하려는 욕구와 남보다 우월해지려는 욕구가 생겨.
멋진 신세계 에 묘사된 것과 같은 합리적인 사회에서는 서로 우월해지려고 다투는 것이 완화될 수 있어. 공간을 지배하려는 욕구의 은유인 경제적 경쟁은 부유하면서도 경제의 흐름이 통제되는 사회에서는 더 존재할 이유가 없어. 또 생식을 통해 시간을 지배하려는 욕구의 은유인 성적인 경쟁은 섹스와 생식의 분리가 완전하게 실현된 사회에서는 더 존재할 이유가 없어. 하지만 헉슬리는 합리주의만 생각했을 뿐 개인주의를 고려하지 않았어. 그는 섹스가 생식으로부터 분리되고 나면 쾌락의 원리로서 존속하기보다 자기 도취적인 차별화의원리로서 존속한다는 것을 이해하지 못했어. 부유해지려는 욕구에대해서도 사정은 마찬가지야. 스웨덴식 사회 민주주의 모델은 자유주의 모델을 이겨본 적이 없어. 또 그 모델은 성적인 영역에서는 실험된 적이 없어. 그 까닭이 무엇이겠어? 근대 과학이 야기한 형이상학적 돌연변이가 개인주의와 허영과 증오와 욕망을 낳기 때문이야. 욕망은 그 자체로 고통과 증오와 불행의 원천이야. 불교나 기독교의 성현들뿐만 아니라 철학자라고 불릴 만한 사람들 모두가 그것을 깨닫고 사람들에게 가르쳤어. 플라톤에서 푸리에를 거쳐 헉슬리에 이르는 유토피아주의자들의 해결책은 욕망의 직접적인 만족을 도모함으로써 욕망과 그에 따른 고통을 소멸시키자는 거야. 반면에 섹스와 광고가 판치는 우리 사회는 욕망의 충족을 개인적인 영역에 묶어 두면서 욕망을 어마어마한 규모로 발전시키는 데에 몰두하고 있어. 사회가 잘 돌아가기 위해서는 경쟁이 지속되어야 하고, 경쟁이 지속되기위해서는 욕망이 증가하고 확대되어야 하는 거지. 그 욕망이 인간의삶을 황폐하게 만들고 있어. - P174

브뤼노를 한낱 개인으로만 바라볼 수 있을까? 그의 기관들이 썩어가는 것은 그의 몫이다. 또한 그는 개인적으로 육체적인 쇠퇴를 겪고죽음을 맞게 될 것이다. 하지만 그의 쾌락주의적 인생관이나 그의 의식과 욕망을 구조화하는 역장(場)은 그의 세대 전체에 속한다. 어떤 실험을 위해 장비를 설치하고, 하나 또는 여러 개의 관측 가능한물리량을 선택하면, 하나의 원자 시스템에 일정한 운동 입자적인운동이든 파동적인 운동이든 을 부여할 수 있다. 마찬가지로 브뤼노는 한낱 개인으로 보일 수도 있지만, 다른 관점에서 보면 어떤 역사적 흐름의 수동적인 요소일 뿐이다. 동기, 욕망, 가치관 등 어떤 점에서 보더라도 그는 동시대인들과 전혀 다를 게 없다.
- P192

그대는 행복을 주기 위해 태어난 아이었기에
누구든 원하기만 하면 마음의 보물을 내밀었다.
다른 생명들을 위해, 자기와 인연을 맺은 어린것들을 위해
자기 목숨을 버릴 수도 있었으리라.

언제나 한결같던 사랑의 꿈은
아이의 고고지성을 통해
핏줄의 인연을 통해
어떤 자취를 남길 수도 있었으리라.

시간 속에 공간 속에,
자국을 새길 수도 있었으리라.

영원히 거룩해진 육신 안에,
산들 속에 바람 속에
강물에 하늘에흔적을 남길 수도 있었으리라.

그대는 지금 여기.
빈사자의 침상에 누워 있다.
코마 속에서 이토록 평온하게
그리고 변함없이 사랑을 품은 채로,

우리 몸은 싸늘해질 것이고,
그저 풀밭 속에 있게 되리라.
나의 아나벨,
개인적인 존재의 허무함이란 그런 거겠지.

우리는 인간의 형상으로는
별로 사랑하지 않았어.
아마도 태양과 우리 무덤에 내리는 비가,
바람과 서리가
우리의 고통에 종지부를 찍어 주겠지.
- P307

「나는 여전히 무신론자이지만, 여기 사람들이 가톨릭 신자가 되는까닭을 이해합니다. 이 고장에는 아주 특별한 점이 있어요. 모든 것이끊임없이 진동하고 있지요. 목초지의 풀이건 호수의 표면이건 모두가 신의 존재를 나타내고 있는 것처럼 보여요. 이곳의 햇빛은 움직임이 많으면서도 부드럽습니다. 끊임없이 변화하는 물질처럼 말입니다. 보면 아시겠지만, 여기는 하늘도 살아 있습니다.」 - P31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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