슬픔이 없는 십오 초 문학과지성 시인선 346
심보선 지음 / 문학과지성사 / 2008년 4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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작가의 성격이 느껴지는 시집

사랑이란 그런 것이다.
먹다 만 흰죽이 밥이 되고 밥은 도로 쌀이 되어
하루하루가 풍년인데
일 년 내내 허기 가시지 않는
이상한 나라에 이상한 기근 같은 것이다
우리의 오랜 기담(奇談)은 이제 여기서 끝이 난다
-식후에 이별하다 중



현재는 다만 꽃의 나날 꽃의 나날은
꽃이 피고 지는 시간이어서 슬프다
고양이가 꽃잎을 냠냠 뜯어먹고 있다.
여자가 카모밀 차를 홀짝거리고 있다.
고요하고 평화로운 듯도 하다.
나는 길 가운데 우두커니 서 있다.
남자가 울면서 자전거를 타고 지나간다.
궁극적으로 넘어질 운명의 인간이다.
현기증이 만발하는 머릿속 꿈 동산
이제 막 슬픔 없이 십오 초 정도가 지났다.
어디로든 발걸음을 옮겨야 하겠으나
어디로든 끝간에는 사라지는 길이다

-슬픔이 없는 십오 초 중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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