나는 잠깐 설웁다 문학동네 시인선 90
허은실 지음 / 문학동네 / 2017년 1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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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마

타인의 손에 이마를 맡기고 있을 때
나는 조금 선량해지는 것 같아
너의 양쪽 손으로 이어진
이마와 이마의 아득한 뒤편을
나는 눈을 감고 걸어가보았다.

이마의 크기가
손바닥의 크기와 비슷한 이유를
알 것 같았다.

가난한 나의 이마가 부끄러워
뺨 대신 이마를 가리고 웃곤 했는데

세밑의 흰 밤이었다.
어둡게 앓다가 문득 일어나
벙어리처럼 울었다.

내가 오른팔을 이마에 얹고
누워 있었기 때문이었다.
단지 그 자세 때문이었다.
- P5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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