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금까지 흔히 접해왔던 정체성에 관한논의는 ‘나는 누구인가에 대한 것이 아니라 ‘나는 무엇인가에 대한 것들입니다.
많은 사람들이 그토록 중요하게 여겼던 정체성이란 어쩌면 ‘역할‘의 다른 이름인지도 모릅니다. 어찌 보면 심리학은 정체성이라는 단어를 만들어놓음으로써 인간을 ‘역할‘을 수행하는 기능적생물체로 전락시키는 데 크게 기여(?)했다고 할 수 있습니다.
물론 우리는 ‘역할‘의 총합체가 아닙니다. 역할은 우리가 이런저런 기능을 수행하는 데 지침을 주는 합의된 사회적 관습일 뿐,한 인간을 실존적으로 설명하지는 못합니다.
자, 중요한 얘기는 이제부터입니다. 결론부터 말하자면 우리는 정체성이라고 하는 이 역활을 다 벗어버린 뒤에야 겨우‘나는 누구인가?‘라는 답을 찾을 수 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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