페소아에 대해 이야기하려면 ‘이명‘에 대해 언급하지 않을 수 없다. 페소아는 어린 시절부터 가공의 인물들을 창조했다. 최초로 이명을 쓴 것은 여섯 살 무렵이라고 스스로 밝힌 바있다. 고등학교 시절에는 이미 여러 인물을 창조해내 그들의 일상을 메모하거나 그들의이름으로 편지를 쓰기도 했다. 페소아는 여러 문학적 인물들을 창조해내 그들 각각의 인생을 설계했다. 가장 대표적인 이명 삼인방이 알베르투 카에이루, 알바루 드 캄푸스, 리카르두 레이스이다(대표 이명을 제외한 나머지는 "불안의 책』에 등장한 수아르스처럼 준이명‘이거나 ‘이명‘의 개념을 고안하기 전에 탄생한 전 이명‘으로 볼 수 있다). 그는 자신의 이름뿐만 아니라 이명들의이름으로도 많은 작품을 남겼다. 심지어 연인이었던 오펠리아에게 이명의 이름으로 편지를 보내기도 했다. 그만큼 이명이라는 개념은 그의 삶과 문학에 깊숙이 침투해 있었다. 페소아는 평생에 걸쳐 대표 이명 삼인방을 비롯해 문체와 정체성이 서로 다른, 70여 명이 넘는 문학적 캐릭터들을 만들어내며 왕성하게 창작 활동을 펼쳤다.

"여행은 무엇이고, 무슨 소용이 있을까? 모든 석양은 그저 석양일 뿐인데 그것을 보러 콘스탄티노플까지 갈 필요는 없다. 여행을하면 자유를 느낄 수 있다고? 나는 리스본을 떠나 벤피카 Benfica(리스 본 근처의 외곽 도시)에만 가도 자유를 느낀다. 리스본을 떠나 중국까지 간 어느 누구보다 강렬하게 자유를 누릴 수 있다. 내 안에 자유가없다면 세상 어디에 가도 자유로울 수 없기 때문이다."(『불안의 책』,텍스트 13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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