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마도 자코토 역시 세상에 ‘바보들‘이 있다는 것을 부인하지 않았을 것이다. 다만, 그가 내린 ‘바보‘의 규정은 남들과 다르다. 바보는 능력이 없는 자가 아니다. 바보는 다만 욕구가 멈추어버린 자들‘, ‘의지가 꺾인 자들‘이다. 의지가 꺾인 곳에서 지능은 발휘되지않는다. 불평등의 현실을 본래 주어진 것으로 받아들일 때, 또 현실사회에서 우월한 자들이 실제로 자신보다 우월한 자들이라고 생각해버릴 때, 우리는 정말 ‘바보‘가 되고 만다. 그러니까 ‘바보‘는 자신의 부족함을 아는 겸손한 사람이 아니라, 현실적 차별을 그대로 인정하고 심리적으로 수긍하기 위해 자기 능력을 부인하고 자신을무시하는 사람이다.

 반드시 알아야 할 지식을 자기 것으로 만들려고 하는 그런 호기심이 아니라 자기가 자신으로부터 멀어지는 것을 허용해주는 그런 호기심 말이다. 지식의 습득만을 보장해주고 인식 주체로 하여금 길을 잃고 방황하도록 도와주지 않는 그런 지식욕이란 무슨 필요가 있을까. 우리 인생에는 성찰과 관찰을 계속하기 위해서 자기가 현재 생각하는 것과 다르게 생각할 수도 있으며, 자기가 지금 보고 있는 것과 다르게 지각할 수도 있다‘는 의문이 반드시 필요한 순간이있다. … 그렇다면 철학(철학적 행동)이란 도대체 무엇일까. … 그것은 자기가 이미 알고 있는 걸 정당화시키는 게 아니라 어떻게, 그리고 어디까지 우리가  이미 알고 있는 것과 다르게 생각할 수 있는 가를 알아내려는 노력, 바로 그것이 아닐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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