보살 (김사인)

그냥 그 곁에만 있으믄 배도 안 고프고, 몇 날을 나도 힘도 안 들고, 잠도 안 오고 팔다리도 개뿐허요. 그저 좋아 자꾸 콧노래가 난다요. 숟가락 건네주다 손만 한번 닿아도 온몸이 다 짜르르허요. 잘 있는 신발이라도 다시 놓아주고 싶고, 양말도 한번 더 빨아놓고 싶고, 흐트러진 뒷머리칼 몇 올도 바로 해주고 싶어 애가 씌인다요.
거기가 고개를 숙이고만 가도, 뭔 일이 있는가 가슴이 철렁허요. 좀 웃는가 싶으먼, 세상이 봄날같이 환해져라우. 그길로 그만 죽어도 좋은 것 같어져라우. 남들 모르게 밥도 허고 빨래도 허고 절도 함시러. 이렇게 곁에서 한세월 지났으믄 혀라우.



˝되도록이면 숙성한 와인같이 성숙해지기. 나 자신과 잘 지낼 수록 연인과도 더 깊이 잘 지낸다. 서로에게 좀 더 가까이 갈수록 자신이 누구인지 알게 된다. 살아서 서로에게 해줄 선물과 숙제가 있다. 자신의 마음에 귀를 기울이고 그와 이어진 빛과 공기, 바람 속에서 마음 다한 사랑을 나누고 쓰거나 달거나 늘 감사하면서 주어진 일을 마주한다. 삶은 괴로움이 아니다. 괴로움 속에서도 더 배우고, 더 깨닫고 잘 알아야 할 것들이 있다. 사랑과 행복을 넘치도록 즐겨 누리는 것이다. (신현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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