빈방의 빛 : 시인이 말하는 호퍼
마크 스트랜드 지음, 박상미 옮김 / 한길사 / 2016년 8월
평점 :
품절


˝ 시간을 둘러싼 질문들

시간을 둘러싼 질문들- 우리는 시간 속에서 무엇을 하고 있고, 시간은 우리에게 무엇을 하는가?- 은 호퍼가 그의 그림에 어두움을 얼마나 가두어놓는지 또는 적어도 제한하고 있는지의 문제 안에 존재하는 것 같다. 호퍼의 그림에서는 기다림이 흔하고, 사람들은 아무런 할 일도 없는 것처럼 보인다. 배역을 상실한 등장인물처럼. 이제 기다림의 공간 속에 홀로 갇힌 존재들이다. 그들에겐 특별히 가야 할 곳도, 미래도 없다.˝


˝ 호퍼의 그림 속 침묵

호퍼의 그림은 무척 낯익은 장면들이지만, 볼수록 낯설고 심지어는 완전히 생소한 장면처럼 느껴진다. 사람들은 공간 속을 들여다본다. 그들은 마치 다른 세상에 있는 것 같은데 그림이 말해주지 않는, 우리로서는 추측만이 가능한 어떤 비밀스러운 일에 정신이 팔려 있는 듯하다. 우리는 이름을 알 수 없는 공연을 보고 있는 관객이 된 듯한 기분이 든다. 무언가 숨겨진 것의 존재감, 확실히 있긴 하지만 드러나지 않는 것의 존재감을 느낄 수 있다. 홀로 있음에 어떤 형태를 부여함으로써, 침범하지 않고 목격할 수 있는 공간을 만듦으로써 말이다.˝

아주 단순하고 평범하게 보이던 그림들이 어떤 이야기들을 품고 있고, 어떤 두려움도 느껴지고 불안하고 그리움을 느끼게하는 호퍼의 그림들은 이전에 내가 보아오던 그림들을 뛰어넘는 것이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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