우리가 진실하고 절실한 감정을 부정할 때, 그것이 몸에 어떤 결과를 초래하는지를 중점적으로 다루려고 한다.
불안과 의무감으로 이루어진 병적인 애착‥‥이는 진실한 사랑이라고 할 수 없는 겉모습, 곧 허상에 지나지 않는다. ‥‥ 도덕을 대신하여 그 대가를 치르는 것이 바로 몸이다.-9-10쪽
도덕의 요구와는 관계없이 자신의 진실한 감정을 인정해야만, 자기 자신과 자녀에게 진실로 도움이 될 수 있고, 자기기만의 사슬을 끊을 수 있다고 생각한다.-17쪽
우리 편을 들어주는 동반자가 필요한 것이다.-19쪽
용서가 치료를 낳은 적은 결코 없다.-21-22 쪽
자기 자신의 삶과 분열된 진실‥‥결국 질병으로 이 분열의 대가를 치렀다.-27쪽
정신적 질병의 진행과정에서 유전적인 요소들은 지극히 사소한 역할밖에 하지 못한다는 사실을 논리정연하게 입증하고 있다.-28쪽
도덕은 우리에게 무엇을 하고, 무엇을 하지 말라고 지시할 수는 있지만, 어떻게 느끼라고 지시할 수는 없다.-37-38쪽
과거에 부모나 조부모, 또는 부모와 같은 존재들에게 고통을 받았어도, 그들에게 고마움을 느끼는 것을 지극히 당연하게 여기기 때문이다. 우리는 이를 '도덕'으로 규정한다. 그리고 이러한 도덕의 요구에 눌려 우리의 진정한 감정과 순수한 욕구들을 은폐한다. 중병, 때 이른 죽음, 자살은 강제로 규범에 복종한 논리적 결과들이다. 우리가 도덕이라고 일컫는 이 규범이 실제로는 진정한 삶을 질식시킬 수도 있다,우리의 의식이 이러한 규범을 용납하고, 그것을 삶 그 자체보다 더 높이 받들 때는 항상 그렇게 될 위험이 있다. 이는 세계 어디서든 나타나는 현상이다. 그러나 몸은 의식과 보조를 맞추지 못한다. 그렇기 때문에 질병이라는 언어를 통해 말을 건네는 것이다. 하지만 어린 시절에 자신의 진정한 감정을 부정했다는 사실을 간파하지 못한 사람은 이 몸의 언어를 좀처럼 이해하지 못한다. -65-66쪽
모세의 십계명 중에는 오늘날에도 유효한 것들이 많다. 그러나 '네 번째 계명'은 심리학의 여러 법칙과 모순을 이룬다. '사랑하라'는 강요가 엄청난 피해를 입힐 수 있다는 사실을 인정하지 않기 때문이다. 어린 시절에 사랑을 받은 사람들은 굳이 계명에 따르려 하지 않더라도 부모를 사랑하게 된다. 계명에 복종하는 것으로는 절대 사랑을 낳을 수 없다.-66쪽
이 작가들에게 공통적으로 나타나는 현상은, 그들이 '네 번째 계명'에 충실했으며 자기들에게 무거운 고통을 안겨준 부모를 평생 존경했다는 것이다. 그들은 진실, 곧 자신에게 충실하고 싶은 욕구, 솔직하게 대화를 나누고 싶은 욕구, 이해하고 이해받고 싶은 욕구를 부모를 위해 희생했다. 부모에게 사랑받고, 더 이상 거절당하지 않으려는 희망 아래 이 모든 것을 희생한 것이다, 그들이 작품 속에 표현한 진실은 분열된 진실이다. '네 번째 계명'의 무게에 눌려 부정의 감옥에 갇힌 채, 그들은 사랑받고 싶은 욕구를 그렇게 간직하고 있었다.-81쪽
매 맞고 고통을 당하고 모욕을 겪으면서 '간접 보호자'의 도움을 받아본 적이 없는 어린이들은, 일반적으로 부모와 같은 존재들이 저지르는 잔인함을 대단히 너그럽게 받아들이는 태도를 발전시킨다. 또한 학대받는 아이의 고통에 대해 노골적으로 무관심한 태도를 드러낸다. 자기 자신이 한때 그렇게 학대 받는 아이였다는 사실에 대해 절대로 알려고 하지 않는다. 결국 그런 무관심한 태도 때문에 그들은 진실에 대해 눈을 뜨지 못한다. ‥‥ 그들은 어려서부터 진정한 감정을 억압하고 부정하는 법을 배우 수밖에 없었다. 자신의 감정이 아니라, 오로지 부모, 교사 그리고 교회의 권위자들의 지시에 자신을 맡기는 법을 배울 수밖에 없었던 것이다.-96쪽
어른이 된다는 것은, 진실을 거부하지 않으며, 억압했던 고통을 자기 안에서 느끼고, 몸이 감정적으로 알고 있는 과거를 정신적으로도 받아들여 더 이상 억압하지 말고 통합해야 한다는 것을 의미한다. 그 이후에 부모에 대한 관계가 유지될 수 있을지 없을지는 주어진 상황에 따라 달라진다. 하지만 이때 반드시 해야 할 일이 있다. 사람들은 사랑이라고 하지만 결코 사랑이 아닌, 지금 마음속에 내면화되어 있는 어린 시절의 부모에 대한 애착, 곧 사람을 병들게 하는 애착에서 벗어나야 한다. 이 애착은 감사와 연민, 기대, 부정, 환상, 복종, 불안, 처벌에 대한 두려움과 같은 다양한 요소들로 구성되어 있다.-100-101쪽
그가 살인자가 된 것은 욕구를 억압했기 때문이다. 다시 말하면 무의식 속에서 어머니에게 느낀 모든 부정적인 감정, 곧 치명적인 행동을 저지르도록 충동한 모든 부정적인 감정을 분리시켰기 때문이다.-149쪽
어린 시절 그들에겐 절실한 감정을 드러내는 것도, 이를 경험하는 것도 용인되지 않았다. 하지만 그들은 훗날 그것을 그리워했다. 그리고 심리요법을 통해 많은 사람들이 억압된 감정을 찾아내어 이를 경험하는 데 성공할 수 있었다. 그렇게 되면 이 감정은, 그들이 자신의 과거를 통해서 이해할 수 있고, 더 이상 두려워할 필요가 없는 의식 속의 감정으로 바뀌게 된다.-150-151쪽
알코올은 유쾌한 기분을 유지하는 데 도움을 준다. 알코올보다 더 강한 마약으로는 훨씬 더 효과적으로 유쾌한 기분을 느낄 수 있다. 하지만 이런 감정은 진실하지 못하고 몸의 진실한 감정과 연결되어 있지 않기 때문에, 그 효과가 한시적일 수밖에 없다. 어린 시절이 남긴 구멍을 메우기 위해서는 갈수록 더 많은 양을 필요로 하게 된다.-151쪽
약물의 강제력에 종속될 경우, 이는 치명적인 결과를 불러올 수 있다. 그것이 진정한 감정과 느낌에 이르는 길을 봉쇄하기 때문이다. ‥‥ 카프카와 다른 사람들에게서 글쓰기나 그림 그리기와 같은 창조적인 활동도 일정기간 동안에는 생존에 도움을 줄 수 있다는 것을 확인했다. 그러나 자신의 과거에 대해 아는 것을 두려워할 때는, 그런 활동을 해도 한 인간이 어린 시절에 받은 학대 때문에 잃어버린, 자기 본연의 삶의 근원에 이르는 길을 밝혀내지는 못한다.-158쪽
중독증의 초석은 십중팔구 인생의 초기에 놓여진다. 거식증과 음식장애도 마찬가지다. 이는 몸이 옛날 이른 어린 시절에 자기에게 뭔가 절실하게 '필요한' 것이 있었음을 분명하게 드러내고 있는 현상이다. 하지만 감정이 차단되어 있으면 몸의 메시지는 오해를 받는다. 그렇게 되면 어린 아이가 처해 있던 곤란한 상황이 오늘의 어려운 상황으로 잘못 등록된다. 그러므로 현재에 그것을 극복하려는 모든 시도는 실패도 돌아갈 수밖에 없는데, 오늘날의 우리는 그 당시와는 다른 욕구를 가지고 있기 때문이다.-159-160쪽
충동이 반복되지 않게 하려면, 우리의 진실, 그 진실 전체를 남김 없이 인정하기만 하면 된다. 부모가 우리에게 어떤 행동을 했는지 되도록 정확하게 알게 되면, 우리가 부모의 잘못을 되풀이할 위험은 사라진다. 진실을 인정하지 않으면 우리는 자동적으로 이를 되풀이하게 될 것이다. 또 어른이 되어 평화로운 가운데 자신의 인생을 살아가기 위해서는, 우리를 학대한 부모에 대한 유아적인 애착을 해소할 수 있어야 하고, 또 반드시 그래야 한다는 생각에 대해서도 크게 반발할 것이다. 우리는 어린 아이의 혼란에서 벗어나야 한다. 이 혼란의 근원은 과거에 우리가 부모의 학대를 너그럽게 대하고, 거기에서 의미를 끌어내려고 했던 노력에 있다. 우리는 성인으로서 더이상 그런 노력을 하지 않아도 된다. 그리고 심리요법을 통해 도덕이 어떤 식으로 상처의 치료를 어렵게 하는지 이해하는 법을 터득할 수도 있다.-167쪽
성인이 되는 길은 자기가 받은 잔인한 대우를 용서하는 데 있는 것이 아니라, 그 진실을 인식하고 매 맞던 아이에 대한 동정심을 키우는 데 있다. 그 길은 학대가 성인의 삶 전체에 어떤 장애가 되는지, 얼마나 많은 삶의 가능성을 파괴하는지, 이러한 재앙 가운데 얼마나 많은 것이 다음 세대에 전가되는지를 깨닫는 데 있다. 이러한 비극적 인식에 도달하려면 우리는 학대하는 부모의 좋은 면과 나쁜 면을 비교하여 상쇄하는 행동을 중단해야 한다. 그렇지 않으면 사물에 대한 이해에는 서로 차이가 있을 수 있다는 전제 아래, 다시 연민에 빠지고 잔혹한 처우를 부정하게 되기 때문이다.-170-171쪽
자신의 진실을 인정하게 된 데 힘입어 그녀는 새롭고 창조적인 삶을 영위할 수 있었다. (중략) 감정을 조작하는 기법은 대게 자신의 감정을 더 강하게 부정하는 결과를 낳는다. (중략) 인위적으로 산출된 긍정적인 감정은 단기간밖에 지속되지 않는다. 그뿐만이 아니다. 그런 감정은 우리를 어린 아이의 상태에 머물게 한다. (중략) 부정적인 감정의 현실적인 원인을 서둘러 제거하는 것이 아니라 발견해내려고 함으로써, 우리는 그런 감정을 경험할 수 있고, 또 이를 의미 있는 감정으로 변화시킬 수 있다.-178-180쪽
전통적인 도덕, 종교적인 계율, 특히 정신분석학의 많은 이론들도, 어린이 심리요법 전문가들이 부모의 책임을 명확하게 인지하고 지적하는 것을 망설이게 하는 데 일조하는 경우가 종종 있다. 그들은 그것이 어린이에게 해를 끼칠 수 있다는 견해를 내세우지만, 이는 사실 부모에게 죄책감을 안겨주는 것을 두려워하는 데 그 이유가 있다고 할 수 있다. (중략) 감정을 갖더라도 파국을 두려워할 필요가 없으며 (중략) 진정한 의사소통은 사실에 바탕을 두고 이루어진다. 그것은 자신의 감정과 생각을 전달할 수 있게 해준다.-186-188쪽
자기가 속한 학파의 도그마에 대해 충분히 의문을 제기하지 못한 정신분석학파의 포로 (중략) 자기가 받은 교육이 주입한 관점에 종속-215-216쪽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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