나는 정말 너를 사랑하는 걸까?
김혜남 지음 / 랜덤하우스코리아 / 2002년 5월
구판절판


내가 상대방과 사랑에 빠지게 된 데는 어떤 자명한 이유가 있다고 해도, 그 사랑의 의미마저 퇴색되는 건 결코 아니다. 모든 사랑의 감정은 진실하다. 다만 첫눈에 반한 사랑에 대한 과대포장은 당신에게 치명적인 독이 될 수 있다.-30쪽

사랑은 변한다. 사랑에 빠져 있는 것이 사랑의 전부는 아니다. 사랑은 사랑에 빠지는 것으로부터 시작하여, '사랑을 하는 것(being in love)'을 거쳐 '사랑에 머무는 것(staying in love)'이란 단계에 이르는 과정을 거친다.-80쪽

연인들에게는 밀착과 분리에 대한 묵시적인 상호 합의가 있어야 한다. 그렇지 않다면 사랑하는 관계는 자신을 침입하는 것으로 여겨지며, 짧은 순간의 이별도 견딜 수 없는 것이 되고 만다. 그래서 주기적으로 다른 사람들도 돌보고 싶은 욕구가 있음을 밝힐 수 있어야 하며, 상대방이 잠시 떠날 수 있도록 배려해야 한다. 사랑에 필요한 이러한 역설적인 거리를 가장 잘 유지할 수 있는 사람은 자율성이 흔들리지 않으면서도 결합을 달성할 수 있고, 자아의 붕괴 없이 고독을 견딜 수 있는 사람이다.-83쪽

어떤 사건이나 사물이 우리의 기억 속에 저장될 때, 그것은 그 본질과는 조금 다르게 변형되어 저장되는 경우가 많다. 그것은 우리가 그것들을 이해하고 해석하는 방향에 따라 변형되어 기억의 창고 속으로 들어오기 때문이다. 이렇게 변형된 기억은 훗날 그걸 회상할 때 또 한 번 변형될 가능성이 높다. 즉 회상하는 시점의 소망과 욕망, 감정, 느낌 등이 그 전 기억을 떠올리는 데 개입하는 것이다.-91쪽

진정한 사랑이란 서로의 영역을 지키면서 상대를 받아들이고, 서로를 맞추어 가며, 그 안에서 자신과 상대를 발견하고 같이 성장해 나가는 과정이다. 그러나 자신의 생존에 필요한 부분들을 상대의 사랑에서 찾으며 그것에 절대적으로 의존하는 경우는 진정한 사랑이라 할 수 없다. 그것은 사랑의 옷을 입은 의존이며, 자신을 소멸시켜 상대의 내부로 함입시키는 과정일 뿐이다.-105쪽

사랑하는 능력을 키우는 것은 뭔가 문제가 생겼을 때 모든 탓을 상대에게 돌리지 않고, 그 전에 나를 한 번 돌아보는 것으로부터 시작-174쪽

공감은 상대의 감정을 함께 공유하지만 다시 자기 자신을 되찾는다. 그래서 상대방의 감정에 같이 휩쓸리지 않고, 그 감정에 대해 상대방이 어떤 식으로든 정리할 수 있도록 도와준다.-184-185쪽

어떤 사람을 사랑한다는 것은 그 사람을 알지 못하면 불가능한 일이다. 특히 사랑에서 필요한 지식은 주변에서 머무르지 않고, 내면 속 핵심을 파고드는 고도의 지식이다. 이런 지식은 상대가 나와는 독립된 존재임을 받아들이고, 온전히 상대방의 입장으로 들어가 그 입장에서 생각해 볼 수 있어야만 가질 수 있다. -191쪽

인생은 시간의 경계에 의해 나뉜다. 그리고 각 단계마다 우리는 새로운 발단 과제와 새로운 사람을 만나게 된다. 그리고 사랑이란 이렇게 끊임없이 사랑하는 사람을 재발견해 가는 과정이다. 그 사람에 대해 다 안 것 같아도 살다 보면 그 사람의 내면 깊은 곳에 내가 미처 모르는 다른 모습들이 있음을 발견하게 된다. 그러한 새로운 발견이 때로는 실망을 가져다 주기도 하지만, 그러한 발견을 통해서 우리는 늘 사랑을 새롭고 풍부하게 만들어 나갈 수 있는 게 아닐까.
그러고 보면 그 사람에 대해 끊임없이 탐구할 수 있다는 것은 사랑하는 사람만의 특권이라는 생각이 든다. 그러니 사랑하는 이를 다 안다는 착각에 빠져 재발견할 기회를 놓치지 말라. 사랑이 식고, 그 사랑이 떠나 버리는 것, 그래서 사랑을 지키지 못하는 것은 어쩌면 사랑하는 이를 알려고 더 이상 노력하지 않는 데에 그 원인이 있는지도 모른다.-192쪽

프로이트는 정상의 기준을 '약간의 히스테리(a little histeric), 약간의 편집증(a little paranoid), 약간의 강박(a little obsessive)을 가진 것'이라고 했다. 이것은 곧 어떤 사람도 이런 것들에서 완벽하게 자유로울 수 없다는 사실을 의미한다. 그러므로 내 안에 콤플렉스나 갈등이 있다는 것 자체가 문제 되는 건 아니다. 이것을 자신이 어떻게 받아들이고 긍정적인 방향으로 이끌어 가느냐가 관건인 것이다.-211쪽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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