상처에 대한 두려움을 극복하고 사랑을 유지하려면 나와 타인을 신뢰하고 배려할 수 있는 능력이 꼭 필요하다. 신뢰란 내 마음 안에 어떤 위험한 것이 있든 나는 그것들을 통제할 수 있으며, 비록 그런 요소들이 있다해도 기본적으로 나는 괜찮은 사람이라고 생각하는 것이다. 그리고 때로 사랑하는 사람에게서 실망스러운 면을 발견해도 그 사람의 기본적인 인격과 사랑에서 변하지 않는 감정을 확신하는 것이다. 배려란 상대가 나와 다른 인간임을 인정하고, 상대에게 상처를 주지 않도록 조심하는 마음을 말한다. 상대를 배려하면 우리는 내 안의 공격성이 상대에게 직접적으로 치닫는 것을 조절하게 된다. 그래서 도저히 회복될 수 없을 정도로 치명적인 상처는 입히지 않게 된다. -41-42(1)쪽
사랑은 서로 존중하고 배려하는 가운데 수많은 시련을 이겨내고 점점 더 깊어진다. 그리고 그 사랑은 우리를 진정한 어른으로 거듭나게 만든다. 프로이트는 일찍이 어른이 되기 위한 조건 중의 하나로 사랑할 수 있는 능력을 꼽았다. 이때 사랑은 누군가를 좋아하고 원하며 배려할 수 있고 서로 신뢰하며 친밀한 관계를 맺을 수 있는 상태를 말한다. 그러므로 상처가 두려워 사랑에 빠져들지 않으려는 사람, 그는 고통과 슬픔을 피할 수 있을지는 모른다. 그러나 그는 배울 수 없고, 느낄 수 없고, 달라질 수 없으며, 성장할 수 없다. 기억하라. 상처 없는 사랑은 없다. 중요한 건 사랑의 치명적인 상처를 어떻게 피해 가며, 상처를 입었을 때 어떻게 치유해 나가느냐다.-41-42(2)쪽
어떤 사람들은 이미 지나간 과거를 기억해내는 것이 과거에 사로잡혀 사는 것이라고 비판하기도 한다. 그러나 과거의 상처나 고통, 원한 등을 씻어내야 자신을 관찰하고 비평할 수 있는 능력을 되찾을 수 있다. 수치스럽고 무력했던 자신과 마주함으로써 자신의 실체를 이해하고 그것으로부터 배우고 나아갈 수 있다. 과거를 온전히 돌아보지 않고는 우리의 내적인 삶은 발달하지 못한다.-90쪽
우리는 현재를 살고 있다. 그러나 현재는 과거로부터 파생되며, 그것은 미래를 결정짓는다. 그렇기에 나의 현재와 미래는 내가 지나온 과거로부터 자유로울 수 없다. 하지만 과거에 받은 정신적 충격에서 벗어나지 못하면 그 고통이 지금의 나를 지배하게 된다.-91쪽
만일 불합리한 사회에 대해 화가 날 때는, 합리적이고 마땅한 분노와 자신의 불행했던 어린 시절에서 오는 분노를 구별해야 한다. 왜냐하면 과거의 기억에서 오는 분노는 만족을 모르고 끝없이 파괴하려 드는 속성이 있기 때문이다. -133쪽
어른이 된다는 것은 결국, 세상은 내가 바라는 대로 움직인다는 어린 시절의 전지전능함을 포기해 가는 과정이다. 그리고 무엇이든 가능할 것만 같았던 어린 시절의 꿈을 떠나보내는 과정이다. -146쪽
잃어버린다는 것을 받아들이는 일은 무척이나 힘들다. 그러나 다시 찾을 수 없는 일에 매달리다 보면 결국 더 많은 것을 잃게 된다. 내가 의미 있게 써야 할 시간, 내가 더 사랑해야 할 사람들 그리고 나 자신까지도.-191쪽
좋은 부모란 아이의 필요를 언제 어디서나 항상 충족시켜 주는 부모가 아니다. 사람이 성장하려면 어느 정도의 결핍과 좌절을 경험해야 한다. 결핍되고 상실한 것을 스스로 찾아 메우려는 노력이 바로 사람이 성장하는 과정이다. 부모가 모든 것을 다 충족시켜 주면 아이는 성장할 필요를 느끼지 못하게 된다. 그러나 부모가 아이에게 감당할 수 있을 정도의 좌절을 주면 아이는 서서히 좌절을 견디는 법을 배워 나가고, 현실감을 얻게 되며, 스스로 필요한 것을 찾아가는 법을 배우게 된다. 그러면서 한 사람의 건강한 어른으로 성장하는 것이다.-195-196쪽
분노나 화는 자신을 보호하려는 감정이다. 하지만 심한 분노에 사로잡히면 끝없이 되풀이되는 과거의 기억과 감정 때문에 더 이상 앞으로 나아가지 못한다. 그저 손상된 자존심을 회복하고 자신이 받은 상처를 되갚아주려는 마음이 앞서서 정말 중요한 것들을 잃게 된다. 분노에 휩싸인 사람에게는 현재와 미래는 없고 오직 상처 입었던 과거만 있을 뿐이다. (중략) 분노가 통제되지 않으면 주변 사람들뿐 아니라 결국 자신마저 무참히 파괴해 버린다.-235-236쪽
혼자 있는 것이 두려워 슬픔을 충분히 경험하지 못하고, 금방 새로운 사람을 찾아 나서거나 재빨리 다른 일에 몰두해 버리면 오히려 슬픔은 더 길어진다. 실연의 아픔이 있는 여자가 슬픔을 제대로 추스르지 않은 상태에서 다른 사람을 만났다고 해보자. 그녀는 내면에 쌓인 분노나 우울을 그에게 무의식적으로 뿜어내게 될 테고, 그러면 그와 자신을 파괴하려는 자신의 모습에 실망해 더 깊은 슬픔에 빠지게 될 것이다.-258쪽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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