계절은 짧고 기억은 영영
이주혜 지음 / 창비 / 2023년 11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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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주혜의 두 번째 장편소설인 『계절은 짧고 기억은 영영』은 섬세하게 벼린 언어로 우리 사회의 유별난 젠더불평등과 불감증의 벽을 탐험하는 작품이다. 작가는 이번 소설에서도 치밀한 구성과 유려한 문장을 통해 여성 현실의 복잡한 문제들을 깊이 파헤치며, 그로 인해 평단과 독자의 높은 신뢰를 얻었다.


이 소설은 한 여자가 어려운 현실을 딛고 나가기 위해 글쓰기를 선택하는 과정을 그린다. 작가는 원체험이라 할 수 있는 기억을 통해 내면의 상처를 드러내는데, 해상도 높은 문장을 통해 고통과 기쁨을 모두 다루며 독자에게 깊은 여운을 남긴다.


특히 작가는 과거의 아픈 기억이 희미해질 수 없는 순간을 섬세하게 그려내어 독자에게 감동을 전한다. 소설 속에서 나타나는 시절의 아픔과 갈등은 기억의 힘과 삶에 분분히 자리한 고통과 기쁨을 보여주며, 삶의 복잡한 면면을 보여준다.


소설은 여러 부분으로 나뉘어 있으며, 각 부분은 봄의 변화와 관련된 주제로 풀어져 있다. 에필로그에서는 봄이 복수라는 주제로 마무리되어 전체적인 구성이 흥미로운 점이다.


작가는 강렬하고 매혹적인 서사적 역량을 통해 이주혜문학상 수상 이후에도 더욱 견고하고 탁월해진 작품을 선보였다. 책 안에서 작가의 말과 함께 등장하는 일부 구절들은 독자에게 깊은 생각을 안겨주며, 작가의 소설에 대한 진심과 열정을 엿볼 수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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벽사아씨전 안전가옥 오리지널 29
박에스더 지음 / 안전가옥 / 2023년 10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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영매 소녀는 박에스더 작가의 신작으로, 조선 시대를 배경으로 한 오컬트 판타지 로맨스 장르의 소설이다. 소설은 귀를 보는 체질을 가진 남장의 벽사 서문빈과 동부승지이자 조선 팔도 일등 신랑감으로 불리는 현은호의 이야기로 시작된다. 이 두 인물은 영의정의 벌장 사곡정에서 운명적으로 마주치면서 시작되는데, 은호는 빈에게 끌리는 느낌을 지속적으로 느끼고, 빈은 어떤 이유로 은호를 피하려 하지만 계속해서 마주치게 된다.


작품은 복잡한 운명의 실타래를 풀어나가는 과정에서 흥미로운 전개를 보여준다. 소설은 여러 목차로 구성되어 있으며, 각 장면에서 주인공들이 진행되는 이야기가 풍부한 상상력과 오컬트적인 요소를 더해져 독자를 끌어들인다.


또한, 책속에서는 두 주인공 간의 대화와 상호작용을 중심으로 한 장면들이 삽화와 함께 펼쳐지는데, 이를 통해 독자는 이들의 감정과 심경에 더 가까이 다가갈 수 있다. 빈과 은호의 마주침으로 인해 펼쳐지는 이야기는 예측할 수 없는 방향으로 흘러가며 독자를 끊임없이 궁금하게 만든다.


작가의 글에서는 다양한 인물들의 관점에서 이야기가 전개되므로, 독자는 각 인물의 내면과 욕망에 대해 깊이 이해할 수 있다. 또한, 소설 속에서는 조선 시대의 역사적 배경과 오컬트한 판타지 세계가 유기적으로 어우러져 독특하면서도 흥미진진한 분위기를 조성한다.


이 소설은 특히 청소년 독자들을 대상으로 한 청소년 문학으로, 감성적인 로맨스와 동시에 오컬트적인 판타지를 선사하여 다양한 독자들의 입맛을 사로잡을 것으로 기대된다. 전체적으로 《영매 소녀》는 박에스더 작가의 새로운 도전과 창의적인 스토리텔링으로 독자들에게 새로운 즐거움을 선사할 것으로 기대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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어쩌면 가장 보통의 인간 - SF 작가 최의택의 낯설고 익숙한 장애 체험기
최의택 지음 / 교양인 / 2023년 10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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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어쩌면 가장 보통의 인간" 은 SF 작가 최의택의 묵직하면서도 유쾌한 장애 체험기로, 배제와 소외를 주제로 다룬 작품이다. 저자는 자신의 선천성 근위축증으로 오랜 시간을 세상과 단절하며 겪은 경험을 정직하게 담아냈다.


최의택의 문장은 경쾌하면서도 단단하다. 그의 작가 지망생 시절부터 시작하여 음모론에 빠져들고, 미적분까지 공부하는 이야기는 독자를 웃게 만들지만, 그 안에는 서툴고도 간절한 진심이 느껴진다. 그의 삶을 긍정적으로 이끌어가는 것은 글쓰기였으며, 그것이 고등학교 중퇴 후의 빛나는 대안이 되었다.


장애 경험자로서의 저자는 자신의 삶을 통해 장애를 다루고 있다. 그는 '장애인' 대신 '장애 경험자'로서의 정체성을 찾아가며, 자신을 포함한 모든 순간을 자신으로 살고자 한다. 그 결과, 우리는 그의 눈을 통해 장애를 이해하고 공감할 수 있다.


특히 SF 작가로서 최의택은 '비정상적' 존재의 외로움을 다루며, 작가로서의 책임감을 느낀다. 그의 작품은 독자를 소외시키지 않고 그 가상의 세계로 초대하며, 우리에게 새로운 시각을 제공한다.


이 책은 최의택의 성장과 탐험을 담은 평범하지 않은 에세이로, 그의 개성 넘치는 글쓰기 스타일은 독자에게 새로운 시선을 선사한다. "어쩌면 가장 보통의 인간"은 우리 모두에게 희망과 용기를 주는 작품으로, 오직 '최의택'의 글임을 고양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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세계는 이렇게 바뀐다 - 제3회 박지리문학상 수상작
단요 지음 / 사계절 / 2023년 9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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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세계는 이렇게 바뀐다》는 수레바퀴 모양의 원판이 등장해 인간들의 행위를 실시간으로 점수화하는 이야기를 풀어냅니다. 이것으로 인해 천국과 지옥의 가능성이 열리며, 사람들은 그에 따라 청색과 적색 영역을 향해 행동합니다. 이 소설은 코로나 시대의 안티백서와도 공감되며, 저자는 그들이 무력감과 두려움에 떨고 있는 이들이라고 설명합니다. 이 책은 현실과 상상이 교차하는 지점에서 다양한 주제들을 다루었는데, 양극화와 사회적 문제에 대한 생각을 불러일으키며, 우리에게 천국의 열쇠가 주어질지에 대한 의문을 던집니다. 또한, 작가의 대화 형식은 독특한 관점을 전달하며 르포 기사를 읽는 느낌을 줍니다. 이 책은 현재의 우리에게 큰 고민거리를 제시하며, 어떤 방향으로 나아갈지를 생각하게 합니다.


먼저, 작가는 현실과 상상이 교차하는 지점에서 우리의 삶을 다양한 시각으로 조명합니다. 안티백서와 안티휠의 존재는 현실에서 겪는 불안과 불신을 떠올리게 합니다. 이런 상황에서 어떻게 행동해야 할지 막막함을 느낀다면, 이 책은 고민의 시작점이 될 것입니다.


뿐만 아니라, 소설은 우리가 현재의 세계를 어떻게 인식하고 바라보는지를 의문지게 합니다. 우리는 어느 방향으로 나아가고 있는지, 어떤 가치를 중시하고 있는지를 다시 한번 생각하게 됩니다. 청색 영역과 적색 영역, 수레바퀴의 도입은 우리가 선택하는 가치와 방향에 대한 의문을 제기합니다.


마지막으로, 이 책은 르포 기사를 읽는 듯한 느낌을 주며, 작가의 대화 형식은 독자들에게 독특한 관점을 제시합니다. 이를 통해 우리는 자신의 삶을 다시 한번 돌아보게 되며, 어떤 선택을 하는 것이 올바른 길인지에 대한 고민을 하게 될 것입니다. 


현대 사회의 가치와 이념에 대한 고찰을 이끌어내며, 더 나아가 어떤 세계를 향해 나아가야 하는지에 대한 깊은 생각을 불러일으키게 만드는 매력이 이 소설에 있다고 말씀드릴 수 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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해가 지는 곳으로 오늘의 젊은 작가 16
최진영 지음 / 민음사 / 2017년 6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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코로나, 물가 인상, 부동산 등으로 모두가 힘든 요즘 같은 때. 고립과 차별 대신 연대와 사랑을 말하는 말들을 품고 싶은 마음입니다. 정체불명의 바이러스가 창궐한 세상을 배경으로 둔 포스트 아포칼립스 소재 소설인 <해가 지는 곳으로>는 요즘 시국과 맞물려 이야기의 몰입감과 메시지의 울림이 배가 되는 이야기였습니다.


정체불명의 질병이 창궐하는 바람에 암전처럼 죽음이 번진 세상. 그 틈으로 법과 윤리 대신 폭력이 메워지고 사람들은 황폐해진 터를 버리고 안전할 어딘가를 찾아 무작정 달려가기 시작합니다. 


이 소설은 여러 등장인물들의 시점을 거치며 서술됩니다. 각자가 자신의 삶을 고백하고, 안온했던 삶과 대비되는 현재를 말하고, 만남과 이별을 거듭하며 감정을 터놓습니다. 


도덕과 윤리를 상실한 인간군상에 대한 환멸감과 무수한 시련을 겪고 견디는 마음을 상상하자면 페이지가 넘어갈 때마다 턱턱 숨이 막히고 울컥 눈물이 터집니다. 


절망 속에서 삶을 찾아 허우적대는 모든 연약한 인물들에게 연민이 들었지만 저는 특히나 도리와 지나의 서사에 마음이 갔어요. 죽음에 억눌려 불행한 삶을 살고싶지는 않다던 지나. 동생을 지키려 생존에 골몰하면서도 언제든 삶을 놓아버릴듯 죽음을 응시하는 도리. 상처에 무감해지려는 노력을 하듯 불행을 준비하던 도리가 지나를 만나 생존이 아닌 삶을 살려는 모습이 위태롭고도 아름다웠어요. 위기 속에서도 두 사람의 무사와 사랑을 바라는 마음이 절로 생기더군요.


있는 그대로의 상대를 바라보고, 그리고, 닮아가는 도리와 지나. 결국 절망 속에서도 삶을 삶답게 만드는 것은 오로지 사랑이라는 생각이 들었어요. 


여담이지만 이 소설은 책의 물성이 감정을 오롯이 담을 수 있도록 잘 만들어져서 이북보다는 실물 책으로 보시는 게 더 좋을 것 같다는 생각이 들어요. 여백이 큰 부분에서의 장면은 정말 최고였어요. 때론 여백이 말 대신 감정을 담는 그릇이 되기도 하구나 느끼게 만들어줘서 참 좋았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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