구름 사람들
이유리 지음 / 문학동네 / 2026년 2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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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유리 작가의 첫 장편소설 구름 사람들은 지상 1.5킬로미터 상공, 오염물질로 만들어진 분홍빛 구름 위에 터를 잡은 이들의 이야기를 다룹니다. '분홍빛'이라는 낭만적인 색채와 오염물질이라는 비극적인 실체의 간극은, 이 소설이 가난을 다루는 방식과 닮아 있습니다. 겉보기엔 환상적인 우화 같지만, 한 겹만 들춰내면 그 안에는 벼랑 끝으로 내몰린 사람들의 서늘한 현실이 가득합니다.


소설 속 구름 사람들은 땅으로 내려가기 위해 매일 긴 사다리를 오르내리고, 물과 전기조차 부족한 열악한 환경에서 살아갑니다. 하지만 이들을 더 깊이 짓누르는 것은 물리적 결핍보다 '땅 사람들'의 시선입니다. 누군가에게 그들의 터전은 철거되어야 할 거지들의 요새이며, 누군가에게는 예술적 영감을 주는 불행으로 만든 솜사탕일 뿐입니다. 철저히 대상화된 시선 속에서 주인공 '하늘'은 자신의 가난이 대물림되는 지독한 굴레임을 자각합니다.


작가는 가난을 결코 아름답게 포장하거나 섣불리 위로하지 않습니다. 오히려 노력할수록 더 깊은 늪으로 빠져드는 자본주의의 비정한 논리를 정면으로 응시합니다. 1970년대 난장이가 쏘아올린 작은 공이 보여주었던 그 처절한 사투는, 2026년의 분홍빛 구름 위에서도 여전히 현재진행형입니다.


마지막 장을 덮으며 문득 명치끝이 뻐근해지는 이유는, 하늘이 선택한 자립의 방식이 결국 자신의 불행을 전시하는 것이었기 때문일지도 모릅니다. "불행하고 나쁜 것으로 가득 차 있다"는 세상에서, 그럼에도 불구하고 꼿꼿하게 자아를 지키려 했던 한 청춘의 속도가 이토록 아프게 다가옵니다. 반짝이는 상상력으로 빚어낸 가장 무겁고도 슬픈, 이 시대의 새로운 가난 서사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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저편에서 이리가 오늘의 젊은 작가 53
윤강은 지음 / 민음사 / 2025년 10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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윤강은의 장편소설 저편에서 이리가 는 종말 이후의 한반도를 배경으로, 우리가 너무도 당연하게 여겨 온 ‘국가’와 ‘민족’이라는 경계에 질문을 던지는 작품이다. 디스토피아와 판타지, 스릴러적 긴장감이 자연스럽게 엮인 이 소설은 장르적 재미에 머무르지 않고, 미래의 시선으로 한반도를 다시 사유하게 만든다. 특히 다섯 청년이 종말의 풍경 속을 가로지르며 보여 주는 선택과 연대는, 붕괴된 세계에서조차 ‘우리’가 무엇으로 성립될 수 있는지를 집요하게 묻는다.


이 소설에서 한반도는 고정된 국경이나 정치적 표상이 아니다. 인물들의 발걸음에 따라 끊임없이 변형되고 재정의되는, 살아 있는 공간이다. 작가는 익숙한 현재의 갈등을 직접적으로 재현하기보다, 미래라는 거리감을 통해 오히려 더 선명한 현실감을 만들어 낸다. 그 결과 독자는 허구의 세계를 읽고 있음에도 지금 우리가 서 있는 자리와 책임을 자연스럽게 떠올리게 된다.


저편에서 이리가 가 인상적인 이유는 종말을 그리면서도 냉소에 빠지지 않는다는 점이다. 기후 위기와 전쟁, 정치적 불안이 일상이 된 시대에 이 작품은 희망을 추상적인 구호가 아닌, 지금 여기에서의 선택과 움직임 속에서 발견한다. 멀리 있는 미래가 아니라 현재의 우리를 정면으로 응시하게 만드는 소설로, 새로운 세대의 목소리가 무엇을 말할 수 있는지 분명히 보여 주는 데뷔작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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자개장의 용도
함윤이 지음 / 문학과지성사 / 2025년 11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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함윤이의 첫 소설집 자개장의 용도는 독자를 현실과 환상 사이의 경계로 이끄는 매혹적인 작품이다. 표제작 자개장의 용도에서 인물 ‘나’는 분에 넘치는 자개장을 손에 쥐고 상경하며, 그 자개장은 단순한 가구를 넘어 원하는 곳으로 순간 이동할 수 있는 통로가 된다. 하지만 돌아오는 길은 스스로 걸어야 하는 규칙처럼, 모든 꿈과 욕망에는 대가가 따른다는 사실을 일깨운다. 이처럼 함윤이의 소설 속 인물들은 언제나 선택과 책임의 순간을 마주하며, 그 과정에서 자신만의 길과 내면을 탐색한다.


각 단편은 저마다 독특한 힘을 품고 있다. 강가의 ‘나’는 이국의 호텔 테라스에서 새로운 정체성을 탐색하고, 수호자의 아이들은 기절놀이를 통해 삶과 죽음의 경계에 서보며, 나쁜 물의 ‘나’는 물 속에서 자신과 타인의 이야기를 마주한다. 이러한 경험들은 단순한 모험을 넘어, 인간의 정서와 관계, 우정과 용기의 의미를 탐구하는 장치로 작동한다. 특히 친구의 마음과 우정이 서로를 지탱하는 방식은 소설 전반에 걸쳐 은연한 천사의 숨결처럼 배어 있어, 읽는 내내 따스한 공감을 불러일으킨다.


함윤이의 문장은 감각적이고 스타일리시하다. 매끄러운 문장 사이 갑자기 나타나는 긴장과 침묵은 독자를 작품 속으로 끌어들이며, 예상치 못한 순간에 감정을 흔든다. 자개장과 거울 같은 신비로운 사물들은 인물들의 내면과 결합해 이야기를 한층 풍부하게 만들며, 독자는 그 빛깔과 질감 속에서 새로운 세계를 경험하게 된다.


자개장의 용도는 삶의 불확실성과 인간 관계의 복잡성을 탐색하면서도, 미지의 여정 속에서 발견되는 용기와 연대, 그리고 섬세한 감정을 놓치지 않는다. 환상과 현실을 교차하며 펼쳐지는 다채로운 이야기와 함윤이 특유의 오묘한 문체는 독자를 단번에 사로잡는다. 이 소설집은 단순한 읽는 경험을 넘어, 마음 깊은 곳까지 울림을 남기는 작품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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빛과 사랑의 언어 - 한강의 문학을 읽는다
한기욱 엮음 / 창비 / 2025년 10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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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빛과 사랑의 언어: 한강의 문학을 읽는다" 는 노벨 문학상 수상 1주년을 맞아 한강의 문학 세계를 다각도로 조망한 평론집이다. 초기 단편부터 최근 장편에 이르기까지 그의 작품을 섬세히 분석한 여덟 편의 평론과 더불어 백낙청, 황정아의 대담, 그리고 수상 직후 진행된 인터뷰가 한 권에 담겼다. 


책은 한강 문학의 중심을 이루는 '빛'과 '사랑'이라는 화두가 어떻게 시대와 작품을 관통하는지 탐구한다. "소년이 온다", "작별하지 않는다"를 비롯한 주요 작품들은 역사적 트라우마와 인간의 고통을 그리되, 상투적 재현을 거부하고 새로운 형식과 목소리를 통해 응답한다. 또한 여성의 상처, 시적 문체, 세계 문학적 보편성 등 다양한 관점이 제시되어 읽는 즐거움이 크다. 특히 대담과 인터뷰는 평론적 논의를 넘어 생생한 사유의 현장을 보여준다. 


이 책은 한국 문학의 세계적 위상을 확인하게 할 뿐 아니라, 짙은 어둠 속에서도 빛과 사랑을 써온 한강 문학의 힘을 다시금 일깨우는 훌륭한 길잡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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두고 온 여름 소설Q
성해나 지음 / 창비 / 2023년 3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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성해나의 장편소설 두고 온 여름은 관계의 미묘한 틈과 그 틈 사이를 건너려는 시도에 대한 섬세한 기록이다. 이 소설은 부모의 재혼으로 잠시 형제처럼 지냈지만 끝내 마음을 나누지 못한 두 인물, 기하와 재하의 시선을 교차하며 전개된다. 형제라 부를 수 없던 사이, 형제가 되고 싶었던 순간들, 그리고 이미 남이 되어버린 현재가 겹겹이 포개지며, 독자는 ‘가족’이라는 이름의 허상과 진심 사이에서 흔들리는 두 인물의 서사를 따라가게 된다.


두고 온 여름이 특별한 이유는 관계의 실패를 단순히 회한이나 고통으로 그리지 않는다는 점이다. 소설은 오히려 그 실패를 통해 각 인물 내면의 결을 조심스레 살피고, 말로 다하지 못한 감정들이 어떻게 기억 속에서 희미한 빛으로 남을 수 있는지를 보여준다. 무언가를 건네려다 멈칫했던 손짓, 미안하다는 말 한마디조차 끝내 하지 못한 채 멀어졌던 순간들. 그런 장면들이 마치 오래된 사진처럼 되살아나고, 우리는 결국 모든 감정이 완벽하게 정리되지 않더라도 서로를 향한 다정이 존재했음을 깨닫게 된다.


기하와 재하가 십오 년 만에 다시 마주한 장면은 이 소설의 정수를 보여준다. 그들은 달라졌지만 여전히 어색하고, 다가서려다 주춤하는 마음은 여전하다. 그러나 이제는 그 마음을 받아들이는 법을 배운 듯하다. 비록 완벽한 화해는 아닐지라도, 그 과거를 더는 외면하지 않고 마주보려는 태도는 그 자체로 따뜻한 성장이다.


성해나의 문장은 감정을 억누르지 않으면서도 과잉으로 흐르지 않는다. 담담하고 절제된 문장들이 만들어내는 울림은 더 깊고 오래간다. 작가는 “두고 온 인물들이 행복하기를” 바라는 마음으로 이야기를 마무리했다고 했지만, 이 소설을 덮는 독자들 역시 그들의 앞날을, 그리고 자신이 두고 온 어떤 여름날들을 조심스레 떠올릴 것이다.


두고 온 여름은 누구나 품고 있는 ‘끝내 닿지 못한 진심’에 대한 이야기이며, 우리가 애써 묻어둔 기억의 조각들을 다시 꺼내보게 만드는 조용하지만 강력한 소설이다. 그리고 그 조각들 속엔, 여전히 말하지 못한 다정이 살아 숨 쉰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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