해가 지는 곳으로 오늘의 젊은 작가 16
최진영 지음 / 민음사 / 2017년 6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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코로나, 물가 인상, 부동산 등으로 모두가 힘든 요즘 같은 때. 고립과 차별 대신 연대와 사랑을 말하는 말들을 품고 싶은 마음입니다. 정체불명의 바이러스가 창궐한 세상을 배경으로 둔 포스트 아포칼립스 소재 소설인 <해가 지는 곳으로>는 요즘 시국과 맞물려 이야기의 몰입감과 메시지의 울림이 배가 되는 이야기였습니다.


정체불명의 질병이 창궐하는 바람에 암전처럼 죽음이 번진 세상. 그 틈으로 법과 윤리 대신 폭력이 메워지고 사람들은 황폐해진 터를 버리고 안전할 어딘가를 찾아 무작정 달려가기 시작합니다. 


이 소설은 여러 등장인물들의 시점을 거치며 서술됩니다. 각자가 자신의 삶을 고백하고, 안온했던 삶과 대비되는 현재를 말하고, 만남과 이별을 거듭하며 감정을 터놓습니다. 


도덕과 윤리를 상실한 인간군상에 대한 환멸감과 무수한 시련을 겪고 견디는 마음을 상상하자면 페이지가 넘어갈 때마다 턱턱 숨이 막히고 울컥 눈물이 터집니다. 


절망 속에서 삶을 찾아 허우적대는 모든 연약한 인물들에게 연민이 들었지만 저는 특히나 도리와 지나의 서사에 마음이 갔어요. 죽음에 억눌려 불행한 삶을 살고싶지는 않다던 지나. 동생을 지키려 생존에 골몰하면서도 언제든 삶을 놓아버릴듯 죽음을 응시하는 도리. 상처에 무감해지려는 노력을 하듯 불행을 준비하던 도리가 지나를 만나 생존이 아닌 삶을 살려는 모습이 위태롭고도 아름다웠어요. 위기 속에서도 두 사람의 무사와 사랑을 바라는 마음이 절로 생기더군요.


있는 그대로의 상대를 바라보고, 그리고, 닮아가는 도리와 지나. 결국 절망 속에서도 삶을 삶답게 만드는 것은 오로지 사랑이라는 생각이 들었어요. 


여담이지만 이 소설은 책의 물성이 감정을 오롯이 담을 수 있도록 잘 만들어져서 이북보다는 실물 책으로 보시는 게 더 좋을 것 같다는 생각이 들어요. 여백이 큰 부분에서의 장면은 정말 최고였어요. 때론 여백이 말 대신 감정을 담는 그릇이 되기도 하구나 느끼게 만들어줘서 참 좋았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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