부적격자의 차트 현대문학 핀 시리즈 장르 6
연여름 지음 / 현대문학 / 2024년 12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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바이러스에 취약하여 멸종의 위기까지 놓인 인간은 인공지능의 제안으로 그를 중재자로 받아들여 바이러스를 피해 ‘안전’하게 살아갈 수 있는 새로운 방식의 삶을 선택한다. 생존을 위하여 안전을 찾을 수 없었던 인간들이 인공지능 모세로 하여금 찾아낸 유일한 방법이었고, 삶은 안전하게 지속될 수 있었다. 그리고 그 삶은 인간의 욕구나 자유의지의 선택 없음의 선택이었다. 다른 선택지와 질문, 상상, 꿈이 없이 아니 그리하여 어쩌면 안전하게 흘러온 중재도시. 그러나 그곳에 아무도 의문이나 질문을 갖지 않았던 게 아니었다. 오류와 부적격으로 처리되었던 지난한 시간을 지나 도시 바깥으로 나가기를 선택한 이들이 있었다. 돔 안의 안전함을 포기하고 어쩌면 ‘나’를 찾는 여정일 그 걸음을 내딛는 이들이 있어 이제 그 이후가 계속될 수 있을 것이다. 적어도 그것은 더이상 없는 일이 아니니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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금지된 일기장
알바 데 세스페데스 지음, 김지우 옮김 / 한길사 / 2025년 1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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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국에 처음 출간된 알바 데 세스페데스의 <금지된 일기장>. 그는 엘레나 페란테에게도 영향이 컸던 사람이라고 한다. 엘레니 페란테를 좋아하기에 그의 책도 궁금했다. 금지된 일기라, 금지? 왜 금지된 걸까? 호기심을 불러일으킨다. 1950년대를 배경으로 하는 일기는 발레리아와 그의 가족들이 나온다. 담배 외 다른 것을 판매해선 안 되는 일요일에 몰래 사온 일기장을 쓰기 시작한 발레리아. 별 것 아닌 것 같은 이 행위가 이 소설 속에서 금지된 것, 비밀스러운 것, 들키지 말아야 하는 조심스러운 행위로 이야기되는 것은 그 사회가 여성에게 어떤 사회였고, 무엇을 요구했으며 또한 무엇을 허락하지 않았는가에 대해서 생각하게 한다. 불안해하면서 일기를 쓰지만 이내 일기 쓰는 시간을 기다리되는 발레리아. 그에게 그 시간은 숨죽이는 시간이지만, 솔직할 수 있는 본인일 수 있는 시간이기도 하다. 이탈리아의 페미니스트인 알바 데 세스페데스가 담은 한 여성이 자기를 찾는 여정. 자신을 들여다볼 시간 없이 응당 여성이라면 이래야 한다 의심 없이 살아온 여성이 글을 쓰며 알게 된다. 항상 하찮게 생각해 온 자신의 삶이 실은 그렇지 않다는 것을.

”결혼과 출산 빼고는 특별할 게 없다고 생각했다. 그런데 우연히 일기를 쓰기 시작한 후로, 사소한 말투나 단어 선택이 지금까지 중요하게 여겼던 일들만큼, 아니 때로는 그보다 더 중요하다는 사실을 깨달았다. 매일 같이 일어나는 소소한 일들을 이해하는 법을 배우는 것이야말로 가장 은밀한 삶의 의미를 이해하는 길일 것이다.”

<금지된 일기장>, 알바 데 세스페데스, 한길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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책임감 있게 사정하라
가브리엘르 블레어 지음, 성원 옮김 / 은행나무 / 2024년 11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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섹스를 하는 모든 이들이 임신을 목적으로 하는 것은 아니다. 물론 임신을 목적으로 하는 이들도 많을 것이다. 이후 파생될 수 있는 결과 중 하나인 ‘임신’에 대해 원치 않을 때 선택될 수 있는/있을 ‘임신중단’에 대해 우리 사회는 너무나 오랫동안 그리고 너무나 당연하게 ‘여성’에게만 주목해왔다. 이 책은 ‘원치 않는 임신’을 만든 ‘남성’에게 더 주목하고, 책임에 대해 이야기를 나누자고 말한다. 너무나 당연해야 한 것이 너무나 오랫동안 당연하지 않아서 너무 많은 고통과 문제가 만들어졌던 것에 대해 ‘사정’의 ‘책임’에 대해, “책임감 있게 사정하라”고. 남성만 쾌락을 위해 섹스를 하고, 향유하는 것이 아니다. 여성도 그렇다. 그런데 왜 한쪽만 피임을, 그것도 더 위험하고나 부작용이 큰 방식을 감당하고 임신 위험으로 불안해야 하는가. 남성이 피임을 하고(일단 제일 쉬운 콘돔!!), 함께 선택하고 논의한다면 적어도 지금과 같이 무책임의 결과로 고통받거나 힘든 이들의 경험이 줄어들 것이다.

이 책을 읽으며 지난 연애들을 생각해보았다. 동성 파트너를 제외하고 사정하며 정자를 내보낼 수 있었던 이성 파트너들과의 섹스에서 언제나 반드시 콘돔이 기본전제가 된 것만은 아니었단 것을 생각하면, 지금의 나는 과거형인데도 아찔해진다. 그때의 나는 운이 좋았다. 다행이었다, 고 말해야할까.. 그럼 누군가는 운이 좋지 않아서, 불행이어서 원치 않는 임신이나 임신중단을 경험하는 걸까? 나도 누군가도 이런 방식의 회오리에서 벗어나기 위해서 필요한 것, 책임감 있는 사정이다.

덧: 이 책의 저자는 본문에 들어가기 앞서 이 책이 시스젠더 이성애자의 관점이란 것을 밝혔다. LGBTQIA+ 경험을 지워내거나 알지 못해서가 아니라, “저는 결국 시스젠더 이성애자로서 성적인 관계를 맺는 사람들을 위해 시스젠더 이성애자의 관점에서 주장을 펼치기로 했”다고, 권력관계나 책임에 대해 나누고 싶었다고 덧붙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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두리안의 맛
김의경 지음 / 은행나무 / 2024년 11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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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목만 보고 택한 책이었다. 두리안을 처음 먹었을 때의 그 묘한 맛. 친구들이 불호일 때, 나에게 호였던 신기한 두리안을 생각하면서 말이다. 소설은 내 생각과 다른 이야기들이었고, 나는 이 속에서 나를 보고, 내 친구를 보고 동생을 보고 엄마를 보곤 했다. 나보다 먼저 이 책을 읽은 동생은 잘 읽혔지만 개인적으론 이런 소설은 잘 읽고 싶지 않다고 했다. 내용들이 좀 힘들었다고. 이어 책을 읽으며 동생의 말을 금방 이해하게 되었다. 지리멸렬한 삶의 이야기들을 누가 반기고 웃으며 맞이할까 싶기도 하여서. 그러나 나는 그런 삶의 이야기가 좋다. 그건 실재하기 때문이다. 내가 마지막으로 밑줄 그은 글귀는 “수현과 우정을 나누면서 나는 단순히 누군가와 같은 공간에서 시간을 견디는 것만으로도 치유받는 것이 가능하다는 것을 알게 되었다.”는 문장이다. 나는 이 소설집이 그러해서 좋았다. 징글징글한 삶은 어제에 이어 오늘도 이어지지만, 그럼에도 그것을 견디는데 우리가 갖는 관계, 우리가 맺는 관계라는 것이 존재한다는 것에 대해서 중요하게 다뤄주어서.

<두리안의 맛>, 김의경 소설, 은행나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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점거당한 집 - 제4회 박지리문학상 수상작
최수진 지음 / 사계절 / 2024년 8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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소설의 맨 첫 장을 읽고 잠시 책을 덮었던 것은 밀려오는 기억때문이었다. 광주 아시아문화전당 점거에 잠입하여 취재하는 기자가 화자인 이 소설의 첫 장에는 ‘최루액’ 이야기가 나온다. 이것은 무엇을 의미하는가? 이것은 명백한 국가폭력을 의미한다. 소설 속에서 아시아문화전당을 점거한 시위대를 쫓아내기 위해 ‘최루액’을 이용했다. 점거하는 자들의 이유에 대해 아무리 생각하지 않는다하더라도 이것은 앞으로도 존재해야할 방식인가? 하물며 이 소설은 약 10년뒤의 아직 오지 않은 미래의 시점인데도 말이다.

2015년 5월 1일 노동절로 머릿 속은 돌아간다. 경찰은 시민들의 행진을 막고 차벽을 만들고 캡사이신 최루액이 섞인 물대포를 시민들에게 뿌렸다. 세월호 사건 1년이 지나 유가족들과 함께 진상규명을 하던 저녁밤이 그렇게 새벽까지 이어졌다. 그날 경찰들과 대치하던 시민들이 경찰의 공격으로 밀리면 뒤에 있던 사람들이 한 발자국 앞으로 나아갔다. 마침내 내가 앞에 섰을 때, 나는 경찰 대오 안으로 밀려들어가 넘어졌다. 그 잠시의 시간동안 나는 경찰들의 방패를 막던 ‘밖’에서 방패 ‘안’으로 경계지어졌고, 익명의 경찰들에게 온몸을 맞았다. 내가 아무리 당신들과 대치하는 것이라고 해도 이렇게 나를 짓밟을 권리나 이유는 대체 어디서 오는가. 발로 걷어차이고, 손으로 머리카락을 뜯기고 많은 욕설을 듣고 쫓겨나 울면서 걸었고 친구들을 만나 다시 부둥켜 안고 울었고 물대표를 맞으며 울었다.

이 책은 사회적 재난을 겪은 사회 속 시민들의 특히 예술 작업, 기록 작업으로서 작동하는 모습들을 그려내고 있다. 10년 후의 시간이 현재 시점은 소설은 경주의 원전사고를 배경으로 가지고 있는데, 과연 이 설정은 우리가 소설 속 허구라도만 치부할 수 있을까. 작가와 같이 나 역시 빗나가고 말았으면 하는 이 재난의 설정은 안타깝게도 우리에게 들이닥칠지도 모르는 불안의 가능성이 있다. 나는 이러한 이야기를 담는 소설을 만나 반가웠고 슬펐다.

그리고 그 재난과 다른 재난, 사건, 폭력들도 우리가 살아가는 세계에 있다. 나는 소설 속 금일이 사망된 것에 이유가 없다고 생각하지 않는다. 그러니까 ‘금일을 비롯해 두 명의 여성을 더 살해한 남성’이 ‘하필 금일을 죽인 데 어떤 의도도 없었다는‘ 그 말 자체가 의도라고 생각하고 이유라고 생각한다. 아무렇지 않게 사회정치적 소수자에게 향해지는 재난, 사건, 폭력들의 이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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