씨 유 어게인
서연주 지음 / 김영사 / 2024년 5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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낙마 사고로 한쪽 눈을 실명한 의사의 이야기인 <씨 유 어게인>에는 한국 의료 영역에서 전공의들의 위치와 문제에 대해서도 다루고 있다. 현재 한국의 상황에서 의사의 이야기는 제 편 감싸기처럼 느껴질 수도 있지만, 한국의 의사 증원의 필요 및 전공의 노동의 문제는 과장도 거짓도 아니기에 이 책을 통해서 함께 흡수될 수 있었고, 고민할 수 있었다. 사실 저자는 2020년 파업때 그 파업의 중심에 있던 사람이기도 했다(사실 그걸 모르고 이 책을 받았다가 알게 되니 좀 당혹스럽긴 했다). 그런 그가 전문의가 된 2024년에는 병원을 지키고 있다. 그 사이 그는 응급환자, 중환자, 지금도 치료를 받는 사람이 되었고, 그가 바라보는 관점 역시 변화되었다. 그 시간 속에서 그는 의사였을 때 이해하지 못했던 것을 이해하게 되었다. 본인이 그 행위들을 다 했기도 하고, 알고 있던 하나의 답에서 다른 답에 대해 고민하게 되었기 때문이다. 그렇기에 병원을 지키면서 동시에 전공의의 열악함이나 한국 의료 문제를 이야기할 수 있을 것이다. 나는 그의 말처럼 환자와 의사가 서로의 입장을 이해해야 할 것이라고만 생각하진 않는다. 지금의 정부가 의료를 이윤으로만 취급하는 것이 문제이며, 의료계 역시 그 문제에서 전혀 무방하다 보기 어려운 것이 문제라고 생각하는데, 그런 속에서는 환자와 의료인의 이해만으로 결코 문제가 해결되지 않을 것이기 때문이다. 지금 이러한 사태가 만들어진 데에는 하나의 이유나 짧은 시간만 존재하지 않다. 우리 사회에서 어떤 의사가 되고 싶은지에 대해서보다 이윤으로서 판단하는 것, 그리고 경쟁적이고 일률적인 교육과 그 결과값에 대한 것이 상관없다고 말할 수 있을까.

‘다행스럽게도’ 저자는 자신의 직군의 환경이나 관계면에서 두려움을 넘어 다시 자신을 찾아나가는데 큰 힘을 얻을 수 있었다. 원가족이 그러한 큰 관계이기도 했고, 주변인들도 그러했던 듯 싶다. 나도 그가 어떤 의사로 사람들을 만날지에 대해서는 기대되고, 응원하고 싶다. 그럼에도 인생에서 얼마나 중요한 것인가, 생각하면서도 나는 그것이 다행이라 말하지 않아도 되는 세상을 원한다. 누군가 그건 인적 자원이나 사적 자원이 있지 않더라도 안전할 수 있는, 그거니까 그 안전망과 힘이 이 사회에 존재하기를.

김영사 도서 제공 덕분에 잘 읽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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창문을 통과하는 빛과 같이 트리플 25
서이제 지음 / 자음과모음 / 2024년 6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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책 제목과 동명의 소설은 영화가 소재인 소설이어서 더 그랬는지는 모르겠으나, 영화와 같았다. 영화를 보듯 소설이 내게 이어지고 흘렀다. 이 소설을 읽으며 오랜만에 인디 음악을 들었다. 왜인지는 모르겠지만 그러면 좋겠단 마음이 들었다. 에세이에서 서이제 작가는 재즈를 좋아하는 이를 좋아해서 그와 대화를 나누려고 재즈를 정말 열심히 들었다고 했다. 그러다가 나중에는 그만큼 재즈를 진심으로 좋아하게 되었다고 했다. 나도 그런 경험이 있다. 아주 어릴 적 버섯이란 식재료도 그랬고, 20대 초반의 레나의 음악도 그랬다. 온전히 나만으로 지금의 나의 취향이 만들어지지 않았단 생각을 하면서도 그런 이유로 시작되어 좋아함이 된 것들도 타인과 다르니 어떤 면에선 그 이유부터 온전히 나의 것이겠단 생각이 들었다. ‘이렇게 좋은 것들을 알게 되다니, 그를 좋아하길 참 잘했다는 생각을 오래 했다’는 작가의 글을 읽으며 김사월이 말한 만두를 빚는 마음에 대해 다시금 생각했다. 그래, 지난 삶의 그들을 좋아하길 참 잘했었다. 나도 내게 말해주고 싶으네. 그것이 연애로 진입하지 못하더라도, 누군가의 사랑이 스스로만 알다가 휘발되지 않기를 바라는 마음을 가져보게 되었다. 마지막 단편에서처럼 이루어지는 사랑은 반드시 결혼의 모양만은 아닐 테니까, 그런 생각도 하다가.

작고 얇고 책 한 권이 ‘창문을 통과하는 빛과 같이’ 조용하게 반짝였다가 나타났다가 사라졌다가 비추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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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럼에도 불구하고 나는 내가 좋았어
박채린 지음 / 북플레저 / 2024년 6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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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금도 많은 구독자의 유투버이고 이전에도 100만이 넘은 구독자가 있던 유튜브 계정을 운영하던 크리에이터인 저자의 책 <그럼에도 불구하고 나는 내가 좋았어>에는 많은 부분 내 자신이 ’나‘와 친해지기, ’나‘를 사랑하기에 대해 이야기하고 있다. 저자가 말했듯 우리가 삶에서 손절할 수 없는 관계가 있다면 그것은 바로 나 자신이기 때문이다. 공개적일 수밖에 없는 유튜브 활동은 저자가 겪게된 어려움에서도 멈춤 없이 저자를 공격하기도 하고 판단내렸다. 그 속에서 그는 그럼에도 살아가기를, 살아내기를 선택했고 이 책은 그 과정 및 나와 나의 삶을 꽤 좋아하며 살 수 있는 다정한 제안들을 하고 있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나도 내가 좋았어, 라고 말하며 앞으로도 나는 이 지난한 삶을 잘 살아나가고 싶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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남자가 많은 곳에서 일합니다 - 생존이 곧 레퍼런스인 여자들의 남초 직군 분투기
박진희 지음 / 앤의서재 / 2024년 6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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남성이 주로 해온, 사람들 생각에 주로 남성으로 그려지는 직군에서 일하는 여성들의 이야기를 담은 <남자가 많은 곳에서 일합니다>. 항해사, 조종사 등 8명의 여성들의 서로 다른 직군의 이야기를 다루고 있는 이 책은 여성이란 이유로 배려란 이름의 배제를 당하곤 하는 여성들이 자신의 일을 프로로서 해나가고 인정받기 위해 어떤 노력을 해왔는지에 대함이고 동시에 어떤 노력을 해야만 했는지에 대한 이야기이기도 하다. 때론 그 속에서 오히려 역차별이 아닌가 생각되기도 하여 그러한 이야기를 한 이도 있었으나, 이 글의 마지막에 저자가 잘 정리해둔 내용을 보며 왜 배제였는지, 또 역차별이라 느꼈다면 왜 그러했을지 생각해볼 수 있으니 서로 상이한 생각을 했다면 이것을 징검다리 삼아 서로를 이해할 수 있기를 바라본다.

끝으로 토리 모리슨의 글을 같이 남겨둔다. 계속 들려주기 위해. 계속 듣기 위해.

“남성으로 사는 게 무엇인지 알 수 있도록, 여성으로 사는 게 무엇인지 들려주세요.
변두리에 무엇이 꿈틀대는지 들려주세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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당신의 계절이 지나가면
주얼 지음 / 이스트엔드 / 2024년 5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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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반복되는 계절을 보내며 마주하는 수많은 기쁨과 슬픔, 그리고 평범한 일상 속애서 발견해낸‘ 열 두개의 단편 소설이 모인 <당신의 계절이 지나가면>. 연속되어 이야기가 이어지는 하나의 긴 세계보다 드라마 스폐셜 같은 여운의 책이었다. 악함보단 선함이라고 부르고 싶은 이들이 저마다의 세계를 일궈가는, 그 평범한 일상을 지켜본 듯한 느낌.

<당신의 계절이 지나가면>, 주얼 단편소설, 이스트엔드

p27 하지만 이제는 그 어떤 것도 알 수 없었고, 설령 알게 된다 해도 달라지는 건 아무것도 없었다. 이미 지나가 버린 계절을 다시 되돌릴 수는 없는 일이었다.

p38 “많이 쓰셨나요?"
“아니요, 생각만큼 잘 써지진 않네요. 머릿속으로 구상 할 때만 해도 금방 그럴듯한 글이 써질 거 같았는데 막상 글로 쓰려고 하면 한 줄 쓰는 것도 힘들어요. 어쩌면 그게 당연하죠. 제대로 써본 적이 없었으니. 그래도 여기 와서 한 줄씩이라도 쓰고 있을 때가 요새는 가장 평온하고, 뭐랄까, 내가 숨 쉬고 있다는 게 느껴지기도 하고 그래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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