남자가 많은 곳에서 일합니다 - 생존이 곧 레퍼런스인 여자들의 남초 직군 분투기
박진희 지음 / 앤의서재 / 2024년 6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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남성이 주로 해온, 사람들 생각에 주로 남성으로 그려지는 직군에서 일하는 여성들의 이야기를 담은 <남자가 많은 곳에서 일합니다>. 항해사, 조종사 등 8명의 여성들의 서로 다른 직군의 이야기를 다루고 있는 이 책은 여성이란 이유로 배려란 이름의 배제를 당하곤 하는 여성들이 자신의 일을 프로로서 해나가고 인정받기 위해 어떤 노력을 해왔는지에 대함이고 동시에 어떤 노력을 해야만 했는지에 대한 이야기이기도 하다. 때론 그 속에서 오히려 역차별이 아닌가 생각되기도 하여 그러한 이야기를 한 이도 있었으나, 이 글의 마지막에 저자가 잘 정리해둔 내용을 보며 왜 배제였는지, 또 역차별이라 느꼈다면 왜 그러했을지 생각해볼 수 있으니 서로 상이한 생각을 했다면 이것을 징검다리 삼아 서로를 이해할 수 있기를 바라본다.

끝으로 토리 모리슨의 글을 같이 남겨둔다. 계속 들려주기 위해. 계속 듣기 위해.

“남성으로 사는 게 무엇인지 알 수 있도록, 여성으로 사는 게 무엇인지 들려주세요.
변두리에 무엇이 꿈틀대는지 들려주세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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당신의 계절이 지나가면
주얼 지음 / 이스트엔드 / 2024년 5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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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반복되는 계절을 보내며 마주하는 수많은 기쁨과 슬픔, 그리고 평범한 일상 속애서 발견해낸‘ 열 두개의 단편 소설이 모인 <당신의 계절이 지나가면>. 연속되어 이야기가 이어지는 하나의 긴 세계보다 드라마 스폐셜 같은 여운의 책이었다. 악함보단 선함이라고 부르고 싶은 이들이 저마다의 세계를 일궈가는, 그 평범한 일상을 지켜본 듯한 느낌.

<당신의 계절이 지나가면>, 주얼 단편소설, 이스트엔드

p27 하지만 이제는 그 어떤 것도 알 수 없었고, 설령 알게 된다 해도 달라지는 건 아무것도 없었다. 이미 지나가 버린 계절을 다시 되돌릴 수는 없는 일이었다.

p38 “많이 쓰셨나요?"
“아니요, 생각만큼 잘 써지진 않네요. 머릿속으로 구상 할 때만 해도 금방 그럴듯한 글이 써질 거 같았는데 막상 글로 쓰려고 하면 한 줄 쓰는 것도 힘들어요. 어쩌면 그게 당연하죠. 제대로 써본 적이 없었으니. 그래도 여기 와서 한 줄씩이라도 쓰고 있을 때가 요새는 가장 평온하고, 뭐랄까, 내가 숨 쉬고 있다는 게 느껴지기도 하고 그래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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알려지지 않은 밤과 하루
배수아 지음 / 자음과모음 / 2024년 5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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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랜만에 읽은 배수아 작가의 소설은 오랜만임에도 변함없이 미로와 같이 헤매이는 듯 하다가 또 뒤통수를 치는 것 같기도 했다가 멈추지 않고 흐르는 강물과 같이 흐르는 것 같기도 했다. 이 책은 어떤 내용이야? 어떤 이야기야? 요약 금지. 아니 할 수가 없다. 이 책을 읽으며 어디로 도달할지 몰랐던 목적지에 당신은 도착했는가? 우리는 그 도착지는 과연 알 수 있는걸까? 알려지지 않은 밤과 하루의 도착지 역시 알려지지 않았다.

<알려지지 않은 밤과 하루>, 배수아 장편소설, 자음과모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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스톤 매트리스
마거릿 애트우드 지음, 양미래 옮김 / 황금가지 / 2024년 5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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머거릿 애트우드의 <스톤 매트리스>에 담긴 소설들에는 노년의 여성들이 나온다. 물론 남성도 나온다. 그때는 그게 가능했으나, 지금은 달라진 시대에서도 여전히 성차별적 사고에 묻힌 이들이. 그리고 그때는 사랑이란 이름 안에서 헌신했으나 이제는 ‘알게 된’ 현명한 노년의 여성들이. ‘스스로가 천재라고 생각하는 남자들의 허황된 생각을 떠받’치며 ‘자기 몸이 녹초가 되도록 일’했던 시절도 있었지만, 그 시절을 잘 안녕하고 자신의 삶을 살아가는 여성들, 그리고 비록 고통에 차 있기도 했으나 서로를 연민하고 위로할 수 있는 여성들이 이 소설에 담겨 있다.

<스톤 매트리스>에는 풍자와 위트가 담겨 있다. 가부장적 성별화되어 있는 사회에서 그간 여성이 감당해야 왔던 것들에 대해서 어퍼컷! 다른 노년의 삶으로, 자신으로 살아가고자 하는 이들을 만나 기쁘기도 했고 유쾌한 면도 있었다. 마거릿 애트우드라는 작가가 끊임없이 글을 써내려가고 그 글이 여전히 이렇게 잘 읽히고 공감할 수 있다는 것 역시도 놀라운 지점이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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젠더를 바꾼다는 것 - 트랜스젠더 모델 먼로 버그도프의 목소리
먼로 버그도프 지음, 송섬별 옮김 / 북하우스 / 2024년 5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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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언제부터 자신을 남성/여성이라고 생각했어?”
“언제부터 자신을 게이/레즈비언이라고 생각했어?”

많은 사람들은 마치 태어날 때부터 당연한 것처럼 생각하여 한 번도 진지하게 고민해보거나 탐구해본 적 없는 것들을 질문이란 포장으로 너무나 쉽게 말한다. 이성애 규범 사회에서 당연하다는 전제로 의심하지 않는 것들 사이로 수많은 균열이 일어나고, 다름이 존재하는데도 언제나 그것이 소수의 일처럼, 쉽게 지워도 된다는 듯이, 혹은 안타까워해야 하는 듯이.

<젠더를 바꾼다는 것>에서 먼로 버그도프는 트랜지션이 인생의 어느 한 결정적인 순간에 이루어지는 것이 아니라고 말한다. 그러니 도대체 언제부터 너를 남성이나 여성이라고 생각했니? 라는 말을 ‘만족’시킬만한 어떤 일이 있을 수도 있지만, 그러지 않을 수도 있고, 우리의 삶이 생애 전반에 걸쳐 변화하고 만들어가는 것처럼 트랜지션 역시 그렇다는 것을 이야기 한다. 먼로에게 ‘트랜지션이라는 결정은 삶을 바꾸는 것이 아니라 바로 잡는 것’이었고, 그것은 ‘트랜스라는 사실을 알아차리자마자 별안간 딴사람으로 변해버리는 게’ 아니라 ‘나’를 찾아가는 과정이고, 나를 편안하게 잘 맞게 만들어가는 과정이다. 이 과정이 낯설지 않다. 왜냐하면 우리 모두 살아가면서 겪는 과정이고, 지금도 경험 중이기 때문이다. “자기발견”이란 우리 삶에서 얼마나 중요한가. 그리고 우리는 그 과정을 계속해서 찾아가며 살아가고 있지 않은가. 그렇기 때문에 먼로는 말한다. ‘트랜지션은 보편적이다. 우리 모두가 하는 일’이라고. 그러니 트랜스젠더 이슈는 우리 모두의 이슈가 아니겠는가. 나는 이 트랜지션의 보편성에 무릎을 치며 공감했고, 탁월한 설명이라고 생각했다.

이 책은 먼로의 삶에 존재해왔던 트랜지션 과정에 대해 다루고 있는데, 특히 청소년 시기에 대해 다루는 챕터에 대해 많은 이들과 나누고 싶다. 그는 ‘우리를 둘러싼 세계에서 우리를 자연스레 인정하는 목소리가 보이지도, 들리지도 않을 때, 청소년기 경험은 우리에게 극도의 고립감을 느끼게 한다’고 썼다. 그의 글처럼 많은 경우 청소년기 성소수자란 인식을 해나갈 때, 정보도 없고 주변에선 나를 이상하게 취급하거나 나를 비정상이라고 하는 경험들이 청소년 시기에만 존재하고 사라지는 것이 아니라 생의 많은 시간에 영향을 미친다. 그 영향력은 긍정적일 때도 있지만, 적지 않은 경우 스스로를 고통스럽게 하거나 부정적일 때가 많기 때문에 그 시기에 일어나는 일의 중요성에 대해 나누고 싶은 마음이다. 먼로 역시 괴로운 청소년 시절을 보냈다. 자신에 대해 어렴풋이 알아가는 과정이기도 했지만 원치 않는 섹스를 하거나 관계를 맺고, 자신을 수치스러워하고, 가족들에게 외면당하고 불안에 둘러싸인 시간을 보냈다. ‘나’를 찾아가는 과정에 조력자를 만나고, 지지받을 수 있고, 사랑과 우정을 나눌 수 있다면, 우리는 얼마나 더 다정한 동료시민과 친구들이 될 수 있을까.

또한, 그는 ‘시스젠더’로 ‘패싱’되어야 하는, 불안이 끊이지 않는 노동 현장의 차별에 대해서도 이야기하며 페미니즘을 통해 많은 여성들이 나눠온 사랑과 자기애 회복에 대해서도 중요하게 다룬다. 이 책은 트랜스젠더 정체화에 대한 이야기뿐 아니라 페미니스트로서의 배워나간 이야기이기도 하고, 자기애를 어떻게 회복해나갔는지에 대한 치유기이기도 하다. 그래서 책을 덮으며 조금 놀라운 마음이었다. 책을 읽기 전에는 트랜스젠더 모델의 이야기로 트랜지션 과정이 주된 내용일 줄 알았는데, 읽고보니 이 책은 그보다 훨씬 전방위적이고 포괄적인 이야기를 담고 있었다. 성별이분법 세상에서 자신을 미끄러진 존재로 수치스러워했던 이가 어떻게 퀴어페미니스트로서 자신을 사랑하고, 나아가 혐오차별 사회를 바꾸고자 노력했는지! 아, 연대와 지지의 마음을 표하고 싶다.

젠더뿐 아니라 섹슈얼리티, 사랑, 관계 인종 등 다양한 정체성과 우리를 둘러싼 다양한 관계에서 사실 어렵지 않게 경험하는 (데이트 등의)위계나, (가족의) 억압에서 로레알과 같은 대기업의 차별 문제에 대해 멈추지 않고 지금/오늘까지 살아온/살아내 온 먼로 버그도프의 이야기를 많은 이들이 만나면 좋겠다.

이 책을 다 읽고 이 글을 쓰는데, 연락을 하나 받았다. 성별정정 과정에 있다는 그의 소식에 축하하는 마음과 함께 그간 얼마나 고생하고 수고했을지, 지금의 한국 사회를 함께 생각하게 된다. 자기를 찾아가는 여정을 놓지 않고 이어가는 그가 외롭지 않도록 함께 싸우고, 춤을 추고, 다정을 나누는 사람이 되고 싶다.

이 글의 마무리로 이 책의 추천사에서 김결희 선생님이 쓴 글의 마지막 문장을 남겨두고 싶다.

”우리에게는 끊임없는 자기발견, 트랜지션이 필요하다. 변하지 않는 유일한 것은 ‘변한다’는 사실뿐이기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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