재뉴어리의 푸른 문
앨릭스 E. 해로우 지음, 노진선 옮김 / 밝은세상 / 2024년 6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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어느 날, 재뉴어리가 발견하게 된 “일만 개의 문”. 책 속 이야기는 창문 넘어 도망친 노인의 이야기도, 해리포터의 이야기도 아니었지만 그런 신기하고 놀라운 세계가 담긴 이야기였다. 그리고 그것은 실제의 일이었다. 재뉴어리의 아빠, 율이 기록해둔 애들레이드와 율 그리고 재뉴어리의 이야기. 다른 세상이 펼쳐지는 ‘문‘과 그 문으로의 모험을 하는 이야기가 담겨 있는 책을 통해 재뉴어리는 자신의 과거뿐 아니라 엄마•아빠의 역사를 알게 된다. 그들의 사랑과 그것이 이어져 자신이 존재하게 된 것도. 자신이 사랑하는 사람들은 다 떠나고 버린 줄 알았는데 그것 역시 아니었단 것도. 그러니까 혼자가 아니란 것을 말이다. 그에게는 애들레이드와 율의 사랑이 담긴 책도, 제인도, 배드도 그리고 그의 말을 의심하지 않고 믿는 친구 새뮤얼이 있다.

애들레이드가 자신이 떠날 수 있음을 자각한 뒤 망설이지 않고 떠나고 모험한 것처럼 제인 역시 그러했다. 딸이자 여자인 그녀들은 갇히기를, 안전이란 이름으로 닫히기를 원하지 않았다. 그리고 이제 재뉴어리. 백인들만이 우월하다 여겨진 곳에서 ‘유색인종’이자 ‘말괄량이’인 ’여성‘, 재뉴어리! 그리고 결국 문을 열고 모험을 하며 찾아내었다. 더 넓고 다른 세상을 만나며, 애들레이드와 율과 만났다. 그리고 새로이 자유를 선택하여 사랑의 마음을 안고 떠난다. 이제 그럴 수 있다, 재뉴어리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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소로의 일기 : 영원한 여름편 - 일상을 관찰하며 단단한 삶을 꾸려가는 법 소로의 일기
헨리 데이비드 소로우 지음, 윤규상 옮김 / 갈라파고스 / 2024년 6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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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소로의 일기>에는 매일 매일의 날씨와 동•식물의 이야기가 담겨있다. 단순히 어떤 동물이나 식물을 보았다, 가 아니라 매일의 일상에 존재하는 이들에 대한 관찰과 염려, 생각들 담겨 있다.

내가 살고 있는 도시 인근의 도시에 사는 친구들이 꽃이며 새에 대해 그저 꽃이고 새이다, 가 아니라 어떤 꽃이고 어떤 새인지 이름을 말할 때 새삼 놀라웠다. 이름을 명명하는 것은 매우 중요한 일이라고 늘 생각했으면서도 나는 그저 꽃이고 새였던 무심함에 대해 인식하는 시간이었고, 그들의 관찰과 관심에 인식하는 시간이었다.

그 뒤 만난 <소로의 일기: 영원한 여름편>은 적어도 그런 면에서 이미 인상적일 수밖에 없었다. 페이지를 넘기며 계절의 변화를 착실하게 만나기 때문이다. 나는 소로의 글과 같은 것을 쓸 수 없다. 그와 같이 매일 산책 하고 걷고 관찰하지 못하기에. 소로가 겨울에서 봄이 오는 그 시작의 순간을 알아채는 글귀를 읽으며 나는 걷다가 ‘어느새 이리 더워졌잖아!’ 매번 뒤늦게 깨닫는 삶에 대해 생각했다. 나라는 인간은 늘상 자연에 뒤늦고, 대체로 많은 인간동물들은 자연에 지각을 넘어 결석해버리고 만다. 우리의 기후위기란 우리가 만들어낸 우리의 것이다. 비록 아무도 갖고 싶지 않았겠지만. 어떤 면에서 ‘영원한 여름’이란 순환이 더 오지 못할 수 있고, 어떤 면에서 ‘영원한 여름’으로 살아가버릴 수도 있는 지금-여기에서 땅 딛고 선 자로서 많은 생각을 하게 했던, 소로의 일상.

<소로의 일기: 영원한 여름편>, 헨리 데이비드 소로, 갈라파고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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씨 유 어게인
서연주 지음 / 김영사 / 2024년 5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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낙마 사고로 한쪽 눈을 실명한 의사의 이야기인 <씨 유 어게인>에는 한국 의료 영역에서 전공의들의 위치와 문제에 대해서도 다루고 있다. 현재 한국의 상황에서 의사의 이야기는 제 편 감싸기처럼 느껴질 수도 있지만, 한국의 의사 증원의 필요 및 전공의 노동의 문제는 과장도 거짓도 아니기에 이 책을 통해서 함께 흡수될 수 있었고, 고민할 수 있었다. 사실 저자는 2020년 파업때 그 파업의 중심에 있던 사람이기도 했다(사실 그걸 모르고 이 책을 받았다가 알게 되니 좀 당혹스럽긴 했다). 그런 그가 전문의가 된 2024년에는 병원을 지키고 있다. 그 사이 그는 응급환자, 중환자, 지금도 치료를 받는 사람이 되었고, 그가 바라보는 관점 역시 변화되었다. 그 시간 속에서 그는 의사였을 때 이해하지 못했던 것을 이해하게 되었다. 본인이 그 행위들을 다 했기도 하고, 알고 있던 하나의 답에서 다른 답에 대해 고민하게 되었기 때문이다. 그렇기에 병원을 지키면서 동시에 전공의의 열악함이나 한국 의료 문제를 이야기할 수 있을 것이다. 나는 그의 말처럼 환자와 의사가 서로의 입장을 이해해야 할 것이라고만 생각하진 않는다. 지금의 정부가 의료를 이윤으로만 취급하는 것이 문제이며, 의료계 역시 그 문제에서 전혀 무방하다 보기 어려운 것이 문제라고 생각하는데, 그런 속에서는 환자와 의료인의 이해만으로 결코 문제가 해결되지 않을 것이기 때문이다. 지금 이러한 사태가 만들어진 데에는 하나의 이유나 짧은 시간만 존재하지 않다. 우리 사회에서 어떤 의사가 되고 싶은지에 대해서보다 이윤으로서 판단하는 것, 그리고 경쟁적이고 일률적인 교육과 그 결과값에 대한 것이 상관없다고 말할 수 있을까.

‘다행스럽게도’ 저자는 자신의 직군의 환경이나 관계면에서 두려움을 넘어 다시 자신을 찾아나가는데 큰 힘을 얻을 수 있었다. 원가족이 그러한 큰 관계이기도 했고, 주변인들도 그러했던 듯 싶다. 나도 그가 어떤 의사로 사람들을 만날지에 대해서는 기대되고, 응원하고 싶다. 그럼에도 인생에서 얼마나 중요한 것인가, 생각하면서도 나는 그것이 다행이라 말하지 않아도 되는 세상을 원한다. 누군가 그건 인적 자원이나 사적 자원이 있지 않더라도 안전할 수 있는, 그거니까 그 안전망과 힘이 이 사회에 존재하기를.

김영사 도서 제공 덕분에 잘 읽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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창문을 통과하는 빛과 같이 트리플 25
서이제 지음 / 자음과모음 / 2024년 6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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책 제목과 동명의 소설은 영화가 소재인 소설이어서 더 그랬는지는 모르겠으나, 영화와 같았다. 영화를 보듯 소설이 내게 이어지고 흘렀다. 이 소설을 읽으며 오랜만에 인디 음악을 들었다. 왜인지는 모르겠지만 그러면 좋겠단 마음이 들었다. 에세이에서 서이제 작가는 재즈를 좋아하는 이를 좋아해서 그와 대화를 나누려고 재즈를 정말 열심히 들었다고 했다. 그러다가 나중에는 그만큼 재즈를 진심으로 좋아하게 되었다고 했다. 나도 그런 경험이 있다. 아주 어릴 적 버섯이란 식재료도 그랬고, 20대 초반의 레나의 음악도 그랬다. 온전히 나만으로 지금의 나의 취향이 만들어지지 않았단 생각을 하면서도 그런 이유로 시작되어 좋아함이 된 것들도 타인과 다르니 어떤 면에선 그 이유부터 온전히 나의 것이겠단 생각이 들었다. ‘이렇게 좋은 것들을 알게 되다니, 그를 좋아하길 참 잘했다는 생각을 오래 했다’는 작가의 글을 읽으며 김사월이 말한 만두를 빚는 마음에 대해 다시금 생각했다. 그래, 지난 삶의 그들을 좋아하길 참 잘했었다. 나도 내게 말해주고 싶으네. 그것이 연애로 진입하지 못하더라도, 누군가의 사랑이 스스로만 알다가 휘발되지 않기를 바라는 마음을 가져보게 되었다. 마지막 단편에서처럼 이루어지는 사랑은 반드시 결혼의 모양만은 아닐 테니까, 그런 생각도 하다가.

작고 얇고 책 한 권이 ‘창문을 통과하는 빛과 같이’ 조용하게 반짝였다가 나타났다가 사라졌다가 비추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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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럼에도 불구하고 나는 내가 좋았어
박채린 지음 / 북플레저 / 2024년 6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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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금도 많은 구독자의 유투버이고 이전에도 100만이 넘은 구독자가 있던 유튜브 계정을 운영하던 크리에이터인 저자의 책 <그럼에도 불구하고 나는 내가 좋았어>에는 많은 부분 내 자신이 ’나‘와 친해지기, ’나‘를 사랑하기에 대해 이야기하고 있다. 저자가 말했듯 우리가 삶에서 손절할 수 없는 관계가 있다면 그것은 바로 나 자신이기 때문이다. 공개적일 수밖에 없는 유튜브 활동은 저자가 겪게된 어려움에서도 멈춤 없이 저자를 공격하기도 하고 판단내렸다. 그 속에서 그는 그럼에도 살아가기를, 살아내기를 선택했고 이 책은 그 과정 및 나와 나의 삶을 꽤 좋아하며 살 수 있는 다정한 제안들을 하고 있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나도 내가 좋았어, 라고 말하며 앞으로도 나는 이 지난한 삶을 잘 살아나가고 싶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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