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돼지꿈 - 오정희 우화소설
오정희 지음 / 랜덤하우스코리아 / 2008년 10월
평점 :
절판
한 송이 꽃이길 바랐으나 속절없이 드세져버린 우리 시대 여성들에게
바치는 인생우화라는 띠지에 글이 두고두고 눈여겨 봐진다.
삶이 뭐 그리 남다를까 나 자랄때 지켜보던 엄마의 모습이 한 송이
꽃 같지 않아 나는 이 다음에 한 송이 꽃 같아야지 다짐했다고
내 지금이 한 송이 꽃이 되지 못하고 속절없이 낡아가는 삶인것처럼
다 그렇고 그런가보다. 그래도 어루만져지는 작은 위안 같은 것들이
있어 비록 꽃은 아닐지라도 녹록치 않은 내 삶이, 이 책에 나오는 삶들이
낯설지 않고 그저 반갑고 고맙다.
누구는 별다르게 살까 싶어 나를 못살게 굴기도 하고, 지레 주눅들고
때론 나는 별다르게 사는것 같아 우쭐대기도 하고, 안도하기도 하고
그런 일상과 참 잘 어울리는 책을 읽으면서 드세진게 억울하고 나쁘지
않은 것 같아 피식피식 웃음이 새어 나온다.
내 일상도 이렇게 글로 담아내면 나쁘지 않을 것 같다.
그저 사는것이 이런거지 잘 하고 있다고 내게 위안을 준다.
이 책을 읽고 있는 중에 다른 이가 이 책을 읽은 소감을 전하는데
재밌지만, 약간 심심하단다. 너무 짧게 끝나버리는 이야기라
아쉬움도 있다고 했다.
짧은 글들은 나에게도 많은 아쉬움을 줬지만, 심심하다는 말에는
책을 다 읽고 난 자의 두둔이랄까? 원래 사는게 심심한거라고
그 심심함 속에 기쁨,슬픔,행복,불행 그런것들이 침투해 때때로 심심하지
않게 만드는 거라고 심심하지 않음의 연속만 있다면
정말 그 때는 사는게 전투적으로 드세지지 않겠느냐고 그러니 작은 위안이
되고자 했던 작가의 마음이니 심심해서 나는 더 위안이 되었고
좋았다고 자격은 없지만, 대신 변명을 해본다.
'떠 있는 방' 편에 보면 어린아이와 아빠가 불 밝힌 아파트를 보며
나누는 대화가 있는데, 아빠 꼭 별빛 같다라고 말하는 아이에게 아빠는
아냐, 떠 있는 방들이야 공중에 둥둥 떠 있는....무서울거야라고 말한다.
결코 심심하지만은 않을 내 앞으로의 삶들도 둥둥 떠 있는 것 같다.
무섭다. 그렇지만, 별빛 같다고 바라보던 시선이 내게도 있었음을
그리고 무서울거라고 염려하는 아빠의 모습이 다가오고 있음을 나는
이 책을 빌어 알아간다. 돼지꿈도 꿨으니 가끔은 꽃도 돼어 보련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