워낙 유명하신 분인데 이번이 두번째의 만남이란 것이 믿기지 않는다. 이름은 알되, 작품은 모르는 그러면서 뭔가 아는듯 척을 하는 오류를 쉽게 범하게 하는 정말 누구나 아시는 분의 책을 들여다 보면서 친근함이 든다. <내가 너를 향해 흔들리는 순간>을 읽을때도 느끼고 공감가는 부분이 많았는데, <하악하악>은 잠시 잊었던 그 공감을 다시금 끄집어 내어 좀 더 내 가까이 흡수시켜 준다. 뭐 바쁜 세상에 꼭 길게 써서 설득을 시킬 수 있는 글만 대단하다 할 수 있을까? 짧지만, 길게 남도록 해주는 그분의 필체가 더없이 따사롭다. <여자도 여자를 모른다>라는 산문집을 내셨을때의 일을 잠시 언급하셨는데, 여자도 아니면서 여자에 대해 잘 하는 척 책까지 낸다는 어느분의 글을 보시고 하신말 그럼 파브르는 곤충이라서 곤충기를 썼냐? 하셨던 대목에서 나는 너무나 당연한 진리앞에서 큰소리로 한바탕 웃었다. 때론 내가 옳다고 소리 치는 것들 상대를 낮춰 나를 높이는 일들이 얼마나 우스운 일인지 작은 것에도 좀 더 배려하는 마음을 가져야 하겠다는 다짐이 내 웃음속에 스며든다. 이런 비슷한 얘기들이 몇 개 더 나오는데, 도인같은 외모에 해탈한 것 같은 글들과는 다르게 너무나 인간적인 모습에서 우리는 때론 나를 포장하는데 많은 시간을 보내고 있단 반성이 든다. 이렇게 나를 고스란히 보여줄 이가 어디 쉬이 찾아지는 세상인가? 그것만으로도 나는 위안을 받는다. 짧은 글 속에서 하악하악을 보여주셔서 감사한 책읽기가 되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