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여름을 건너다 - 핼리팩스에서 생긴 일
남혜영 지음 / 강 / 2008년 11월
평점 :
품절
핼리팩스에서 생긴 일 여름을 건너다 남혜영
핼리팩스도 낯설고 남혜영도 낯설다. 이 낯설음으로 그녀에게 건너간다.
내게 여름은 그저 신나고 왠지 활기차고 에너지 넘치는 그런 느낌으로
다가온다. 막상 그 여름이 되면 더운날씨 탓으로 생각보다 활기차게
보낸적이 많지는 않지만...어쨌든 나의 여름안으로 그녀의 여름이
다른 모습으로 들어오는걸 마음 한자락이 데이지 않게 조심스럽게
받아들이면서 이 책을 읽었다.
이 책을 소개하시면서 교수님이 전문적으로 글을 쓰는 사람이 아님에도
글을 참 잘 썼다는 말씀에 내용보다 그녀의 문체가 더 궁금하기도 했다.
27살의 젊은 여자가 담아낸 얘기치고는 그 여름은 고단해 보였다.
힘든 얘기를 다 토해낸 지금의 저자는 스스로 마음을 치유하는 과정을
멋지게 해낸것 같아 그녀에게 박수를 보내본다.
모든 이에게 닥치는 고통은 저마다 이겨낼 수 있는 만큼 주시는 거라고
그래서 이겨내지 못할 게 없다고 시간 앞에서 더욱 더 작아지는게
지금 당장의 고통, 걱정이라는 말 참 부질없는 말이구나 싶었는데
멋지게 이겨낸 저자를 보면서 정말 그런가 싶기도 하다.
다시금 차를 몰고 다시금 여행을 하고 아 글쎄 나라면 부릴수 없는
용기를 부리는 그녀가 부럽기도 하고 대견스럽기 까지 하다.
나는 살면서 다행이도 그닥 병원 찾을 일이 없었다. 그런데
첫 애를 낳을때 아이가 뱃속에서 나오려 하지 않아 부득이 제왕절개로
아이를 낳을 수 밖에 없었는데, 그 때마다 다른 산모보다 더 긴
병원생활을 해야만 했던 기억이 전부다.
너무나 두려움에 떨고 있는 내게 먼저 경험이 있던 사람들은
수술후에 올 고통에 대해서 너무나 가볍게 얘기들을 했었다.
막상 내 몸인데 내가 마음대로 움직일 수도 없게 되고 기본적인
생리현상마저 내 의지로 할 수 없다는 수치심이 내 몸을 가르던 칼날보다
더 날카로웠다는 얘기들을 누구도 해주지 않았었다.
너무나 쉽게 며칠만 고생하면 되는데 뭐 금방 아물어 별거 아냐
너혼자만 애 낳냐 누가 수술하고 싶어서 했나..순산하지 못한 죄책감마저
껴안고 누워 있어야 했던 병실. 나역시 그 때 나와는 무관하게
웃던 사람들 갈증에 목말라 하는 내 앞에서 벌컥벌컥 시원한 음료수를
들이키는 모습들을 겉으로는 미소 지어주면서 고스란히 지켜보아야
했을때 몸과 마음이 동시에 아파왔더랬다.
그 경험 덕분 이였을까? 나는 주위에 애 낳는 사람들에게 고생했다는
말이 먼저 나온다. 몇시간 진통에 순산을 했다고 해도 그것이 결코
쉬운일이 아님을 안다. 빨리 낳았네 쉽게 낳았네 이런 말 가볍게
할 수가 없다. 모든 엄마들이 다 겪는 일이고 새생명을 맞이 하는일이니
고통이라고 생각지도 않을 엄마의 마음이지만, 그건 시간이 지났을때
회상이지 그 당장에는 누구도 피해갈 수 없는 육체가 느껴야 할 고통에서
벗어날 수 있는 사람은 아무도 없다.
어쩌면 나에게 이런 경험이 없었다면 내 몸이 기억하는 언어로
그들에게 말할 수 없었을지도 모른다. 더 따뜻한 말이 나오는건 순전히
상상의 언어가 아니라 내 몸이 말하는 언어이니까..
저자가 뜻하지 않게 겪어야만 했던 일에 내 이런 경험담이
터무니없지만, 저자가 필립에게 보낸 메일 내용이 강하게 남아서다.
대부분 너무나 쉽게 이해한다고 다 안다는듯이 가볍게 대충 얘기한다.
저자가 필립에게 메일을 보낸건 짐심으로 이해하고 위로해주지 못해서
미안하다고 이제야 알 것 같아진 마음을 보이기 위해서였다.
모든걸 다 경험할 수도 없고 경험하지 못한 사람의 위로가 진실하지
못하다고 말할 수는 없지만, 매순간 경험에 동반된 동질감 같은 진심이
아니라도 매사에 가벼이 취급하는 어리석은 내가 되지 말자고 다짐하는
차원에서 그녀의 사과메일과 내 작은 경험을 동시에 꺼내놓고
이 책을 읽고 난 지금 그녀의 여름과 내 여름을 보낸다.
그리고 이 겨울 내가 좀더 따뜻한 사람으로 거듭나길 바라본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