천 개의 찬란한 태양
할레드 호세이니 지음, 왕은철 옮김 / 현대문학 / 2007년 11월
평점 :
구판절판


'할레드 호세이니'그의 두번째 작품
이 작가를 알게 된 건 아는 동생이 재밌게 읽었다면서 소개해준
'연을 쫓는 아이'를 만나면서 그 때 처음 알게 되었다.
나는 그렇게 두꺼운 책을 한 번에 빠져들어 단시간에 읽었다는데
스스로 놀랐으며 그의 쉽지만 무거운 문장연결에 매료되어 그의 두번째
작품이 있다는 말에 너무나 기다렸던 책읽기였다.
역시나 '천 개의 찬란한 태양'도 나를 실망시키지 않았으며 한 번 잡으니
그 길로 끝까지 읽어내리도록 했다.
어느새 나는 시간 가는줄도 몰랐고, 다 읽고 났을때는 이미 어두울 때로
어두운 깊은 새벽이였다. 꼭 아프카니스탄의 암울한 상황을 그 어둠이
말해주듯 그렇게 어두운 깊은 밤이였다. 그러나 그 어둠도 책장을 덮고
여운을 느끼는 사이 조금씩 조금씩 푸른빛으로 변해가고 있었고,
이 리뷰를 쓰는 지금은 오래 지속될 것만 같았던 그 짙은 어둠은 온데 간데
없고 밝아져 있다. 꼭 책의 내용처럼 불행에서 희망으로 가듯이
나는 이 책을 빛과 함께 발 맞춰 함께 읽어낸 기분이다.

 
가슴 먹먹해져 오는 암담함이 이럴까? 한 번씩 가슴이 숨쉬기 힘들만큼
뭔가에 콱 막혀 있는 것만 같았다.
두여자의 걸쳐 긴 얘기를 담다 보니 시간이 얼마나 지나 있는지
지금 그 상황이 얼마큼의 공백을 뛰어 넘었는지 연도표기가 되어 있다.
마리암의 나이가 나오고 시대적 배경이 연도로 표기되고, 그리고 그 때
그 시간의 나를 보게 된다. 그 끔직한 상황들이 2000년전 얘기라
생각하면 그나마 이해하기라도 쉬웠는데, 타이타닉 영화가 나오고
2002년이 나오고 마리암의 나이 33이 나오니 내가 같은 세상을
살아가고 있는게 맞는건지..꼭 먼 미래가 먼 과거 같은 심지어 판타지
소설 같은 느낌마저 든다. 어쩌면 이렇게 다를수 있을까?
타이타닉을 보면서 사랑을 떠들고 있을때 그들은 배고픔에 절망하고 있었고
붉은악마가 되어 축구에 열광하고 있을때 그녀들은 숱한 발길질에
숨죽여야 했고, 작은 고민으로 갈등할때 그녀는 억울하게 쓸쓸하게
그렇게 모든걸 놓아야만 했다. 어떻게 이렇게 다른 세상일까?
우리가 정녕 같은 시대를 살아가고 있는게 맞는걸까?
'매번 힘들다'라고 말하는 라일라..나야 다름에 놀라울 뿐이겠지..
그녀가 매번 힘들어 할 그 시간들에 나는 그저 한순간 목이 메이는게
고작이겠지..내가 가진 것에 감사하며 거기가 아닌 이곳에 내가
있음에 안도하며 그렇게 나는 내가 가진 시간들에 익숙해져 어느순간
그녀들을 기억조차 못하게 될 지도 모르겠다..
가끔 떠오르고 또 이런 책들을 읽게 된다면 '그 때만' 힘들어 할 나를
생각하니 썩 기분좋은 일만은 아닌 것 같아 씁쓸함마저 든다.

 
정녕 싸움이 전쟁이 사라질 수는 없는걸까? 욕심. 욕심 조금만 아주 조금만 버리면 될 것 같은데.
나역시 약간의 욕심을 덜어 내는데는 소질이 없지만, 같은 시대에
다른 삶을 들여다 보고 나니 답답함이 내 몸에 있는 수분을 빼앗아 간다.
속상해서 눈물이 먼저 나오는게 아니고 나는 그냥 화가 난다.
미치도록 화가 난다. 닦아내도 닦아내도 그 자리에 계속해서 맺히는
이 눈물마저 호사스러워 보일만큼 아까울만큼 화가 나서 환장하겠다.
그럼에도 '할레드 호세이니'는 사랑을 들춰내 감동을 주고 희망으로
나아간다. 어디에나 그 끝이 희망이길 행복이길 나역시 바라본다.
지금 흘릴수 있는 눈물이 차갑지 않고 따뜻함이길 정말이지 간절히
바라고 바란다.

 
'연을 쫓는 아이'는 남자를 주인공으로 다룬 이야기라 박진감이 있었다면,
'천 개의 찬란한 태양'은 여자를 주인공으로 해서 그런지 더 포근하고
조금은 잔잔했다고 할까? 따뜻하다는 표현을 해도 된다면 그런 느낌이였다
남자들의 우정이 대담했다면 여자들의 우정은 가랑비 같았다고나 할까?

 
"라일라는...남자들이 여자들과 다르다는 걸 알았다. 그들은 우정을
내보이지 않았다. 그들은 이러한 말을 하고 싶은 충동도, 필요도 느끼지
않았다. 라일라는 남자들이 태양을 대하는 것처럼 우정을 대한다는 걸
알게 되었다. 똑바로 바라보지 않을 때, 그것의 광채를 최대한 즐길 수 있는,
의심의 여지가 없는 존재. 태양. "

 그녀는 남 달랐다..그녀야 말로 누구보다 더 태양의 광채를 최대한
즐기고 있으니까...누구라도 의심할 수 없는 그런 우정을 보여준 라일라.
천 개의 찬란한 태양은 벽 뒤에 숨은 것이 아니라 그녀들의 마음속에
그리고 그녀들을 만난 모든 사람들의 마음속에 숨은 거라고 생각한다.
그리고 그것이 끝까지 빛나주길 바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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