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그 사람은 신이 장난 삼아 날려 보낸 종이비행기 같은 재능을 가졌어. 하늘 저 높은 곳에서 어느 순간 홀연히 나타나 똑바로 휘익 날면서 언제까지고 떨어지지 않는 종이비행기. ...그 궤적 자체가 아름다워.

요코는 밤이 올 때마다 어둠이 뒤덮어버리는, 반쯤 폐허가 된 거리 모습을 머릿속에 떠올렸다. 몇 시간 뒤에는 다시 아침 해와 함께 드러날, 벽으로 둘러싸인 쓰레기더미의 세계. 죽음 그 자체와도 같은 침묵의 어둠 밑바닥에서 폭력에 의해 연금된 사람들은 지금도 숨을 죽인 채 살아가고 있었다.

그건 자신의 능력이라기보다 인간의 능력 자체를 지나치게 과대평가하는 거야. 인류는 생물로서 기껏해야 걸어서 이동할 수 있을 정도의 환경 속에서 진화해왔어. 지구 전체가 실시간으로 링크된 이런 상황은 한 개인의 가능성을 진즉에 뛰어넘은 거야. 그렇다면 나 자신이 살아가기 위해 가장 최적의 환경을 선택하고 그것을 자신의 세계로 삼는 수밖에 없어. 그 안에서 행복을 바랄 수밖에 없다고. 그렇잖아? 당신은 결코 세계의 불행을 외면한 게 아니야. 이제 그 다음은 또 다른 사람이 그 책임을 완수하도록 넘겨주면 되는 거야.

아닌 게 아니라 사랑의 효능은 사람을 겸손하게 만드는 것이었다. 나이와 함께 인간이 연애에서 점점 멀어지는 것은, 사랑하고 싶은 열정의 고갈보다 ‘사랑받기에 자신에게 무엇이 부족한가‘라는, 10대 무렵이라면 누구나 알고 있을 그 맑은 자의식의 번뇌가 둔화되었기 때문이다. ... 그리하여 인간은 단지 그 사람에게 사랑받기 위해 아름다워지고 싶다, 쾌활해지고 싶다고 간절히 꿈꾸는 것을 잊어버린다. 하지만 그 사람에게 값할 만한 존재가 되고 싶다는 바람이 없다면 사랑이란 대체 무엇인가.








댓글(0) 먼댓글(0) 좋아요(1)
좋아요
공유하기 북마크하기찜하기 thankstoThanksTo
 
 
 

행복한 탐정 스기무라상의 전작이 여러모로 조금 실망이랄까 허했달까 그리고는 다음책 진도도 잘 안나가던 중이였는데 #희망장의 #희망장 을 읽고 소름.

인간에 대한 신랄한 통찰, 그럼에도 토닥거리는 따뜻한 위로, 모든 떡밥을 자연스레 뿌리고 재미나게 회수하신다!
화려하지만 정갈하고 단정하지만 유머러스해. 사랑해요 미미여사님 ㅜ

- 미키오, 왠지 짜증이 나서 그랬지?
˝바로 조금 전까지 그럴 생각이 전혀 없었는데 정신이 들어보면 나쁜 짓을 하고 있을 때가 있다고 했어요. 그런 거, 할아버지는 안다고.˝
- 하지만 두 번 다시 하지 마라. 아무리 짜증이 나도, 해서 안되는 일은 절대로 해선 안 돼. 너만 한 나이일 때 그런 걸 제대로 배워 둬야 하는 거란다.
˝그렇지 않으면 터무니없는 것에 씌어서 터무니없는 일을 저지르게 된단다, 라고.˝

아들에게 언젠가 반드시 읽혀야지...ㅋㅋ


댓글(0) 먼댓글(0) 좋아요(1)
좋아요
공유하기 북마크하기찜하기 thankstoThanksTo
 
 
 

안토니오 라우로의 기타를 들으며 읽기 시작.
1장까지 읽고 나니 웬지 나 마키노에 과몰입할 것 같다는 예감을 떨칠 수가 없네..


댓글(0) 먼댓글(0) 좋아요(2)
좋아요
공유하기 북마크하기찜하기 thankstoThanksTo
 
 
 
양과 강철의 숲
미야시타 나츠 지음, 이소담 옮김 / 위즈덤하우스 / 2016년 12월
평점 :
장바구니담기


봄엔 <축복>을 읽으며 아 아름답구나 했는데
이 여름엔 이 책으로 아름답고 선한 기운을 듬뿍 받는다.

산에서 자라고 숲이 키워준, 건실하게 자신의 소리와 빛을 찾는 도무라 청년이 사랑스럽고
구원자 이타도리씨, 모범선배 야나기씨, 비뚤어진 아키노씨, 강인하고 밝은 가즈네와 유나, 등장인물들도 참 사랑스럽다.

바닷마을다이어리 처럼 연작만화로도 어울릴 것 같은.

문장들도 다 아름다워서 밑줄 긋고 읽는다면 책의 첫페이지부터 마지막 페이지까지 아마 모두 형광펜으로 칠해져 있을 듯.

댓글(0) 먼댓글(0) 좋아요(5)
좋아요
공유하기 북마크하기찜하기 thankstoThanksTo
 
 
 
십자가와 반지의 초상 미야베 월드 (현대물)
미야베 미유키 지음, 김소연 옮김 / 북스피어 / 2015년 6월
평점 :
장바구니담기


내 사랑하는 ‘행복한 탐정‘ 스기무라상 캐릭터는 어디로 가는 겁니까...ㅜ

미미여사님의 글이야 기본은 보장되지만
사건도 너무 엮여서 이야기가 늘어지는 느낌에
그놈의 빨간자전거로 분위기 너무 잡는다 싶더니
이게 웬 대반전 대사건 대결말인가요!

쓸쓸해요 ㅜ

장인어른 그리울거예요 ㅜ


돌아온 스기무라상 어떤 모습인지 보러 가야지 ㅜ

댓글(0) 먼댓글(0) 좋아요(3)
좋아요
공유하기 북마크하기찜하기 thankstoThanksTo