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그 사람은 신이 장난 삼아 날려 보낸 종이비행기 같은 재능을 가졌어. 하늘 저 높은 곳에서 어느 순간 홀연히 나타나 똑바로 휘익 날면서 언제까지고 떨어지지 않는 종이비행기. ...그 궤적 자체가 아름다워.

요코는 밤이 올 때마다 어둠이 뒤덮어버리는, 반쯤 폐허가 된 거리 모습을 머릿속에 떠올렸다. 몇 시간 뒤에는 다시 아침 해와 함께 드러날, 벽으로 둘러싸인 쓰레기더미의 세계. 죽음 그 자체와도 같은 침묵의 어둠 밑바닥에서 폭력에 의해 연금된 사람들은 지금도 숨을 죽인 채 살아가고 있었다.

그건 자신의 능력이라기보다 인간의 능력 자체를 지나치게 과대평가하는 거야. 인류는 생물로서 기껏해야 걸어서 이동할 수 있을 정도의 환경 속에서 진화해왔어. 지구 전체가 실시간으로 링크된 이런 상황은 한 개인의 가능성을 진즉에 뛰어넘은 거야. 그렇다면 나 자신이 살아가기 위해 가장 최적의 환경을 선택하고 그것을 자신의 세계로 삼는 수밖에 없어. 그 안에서 행복을 바랄 수밖에 없다고. 그렇잖아? 당신은 결코 세계의 불행을 외면한 게 아니야. 이제 그 다음은 또 다른 사람이 그 책임을 완수하도록 넘겨주면 되는 거야.

아닌 게 아니라 사랑의 효능은 사람을 겸손하게 만드는 것이었다. 나이와 함께 인간이 연애에서 점점 멀어지는 것은, 사랑하고 싶은 열정의 고갈보다 ‘사랑받기에 자신에게 무엇이 부족한가‘라는, 10대 무렵이라면 누구나 알고 있을 그 맑은 자의식의 번뇌가 둔화되었기 때문이다. ... 그리하여 인간은 단지 그 사람에게 사랑받기 위해 아름다워지고 싶다, 쾌활해지고 싶다고 간절히 꿈꾸는 것을 잊어버린다. 하지만 그 사람에게 값할 만한 존재가 되고 싶다는 바람이 없다면 사랑이란 대체 무엇인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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