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죄송합니다. 죄송합니다." 떠나기 전에 하루키가 말했다.
저녁 8시의 파라다이스 요코하마는 북적북적했다. 양철 종들의강렬한 울림, 작은 망치들이 소형 쇠 사발에 부딪치는 땡그랑 소리, 삐 소리와 다채로운 불빛의 번쩍거림, 알랑거리는 종업원들이 목이쉬도록 외치는 환영 인사로 번잡했다. 덕분에 하루키는 머릿속 고통스러운 침묵에서 잠시 벗어날 수 있었다. 줄줄이 늘어선 생동감넘치는 수직형 기계들 앞에 앉아 파친코를 하는 사람들의 머리위에 부연 안개처럼 자욱한 담배 연기의 소용돌이도 신경 쓰이지 않았다. 하루키가 파친코장으로 들어서자마자 일본인 지배인이 서둘러 다가와 차를 마시겠냐고 물었다. 보쿠 상이 지금 사무실에서 기계 영업사원을 만나고 있고 곧 내려올 거라고 했다. 매주목요일 하루키는 모자수를 데리러 와 함께 저녁을 먹었다.
파친코장에 있는 사람들 대부분은 도박으로 돈을 좀 따고 싶어서 오는 것이 맞았다. 하지만 사람들은 다양한 이유로 이곳을 찾았다. 인사를 건네는 이 하나 없는 으스스할 정도로 조용한 거리에서 도망치고 싶은 사람들, 아내가 아이들과 잠드는 애정 없는 집에서 달아나고 싶은 남편들도 있었다. 낯선 사람을 밀치는 건 허락돼도 말 거는 건 금지된 지나치게 덥고 혼잡한 퇴근 시간의 전철을 피하러 오는 사람들도 있었다. 하루키는 더 젊었을 때는파친코를 별로 하지 않았지만 요코하마로 온 후로는 이곳에서위안을 찾았다.
감사의 말
나는 1989년에 이 이야기의 착상을 얻었다. 대학교 3학년이었고 졸업 후에 무엇을 해야 할지 몰랐다. 미래를 곰곰이 생각하기보다는 관심을 돌릴 거리를 찾아다녔다. 어느날 오후, 마스터스티(Master‘s Tea)라는 예일대학교의 초청 강연시리즈에 참석했다. 한 번도 들어본 적 없던 강연이었다. 일본에사는 한 미국인 선교사가 식민지 시대에 이주한 조선계 일본인들과 그들의 후손을 일컫는 ‘자이니치]‘라는 용어를 설명했다. 일본에 사는 일부 조선인들은 자이니치라고 불리는 것을 싫어했다. 자이니치는 말 그대로 ‘일본에 머무르고 있는 외국인 거주자라는 뜻이어서, 일본에서 3, 4, 5대째 살아남은 세대들에게는 이치에 맞지 않는 용어였다. 이제는 일본 국적이 된 재일조선인들도많지만, 귀화는 쉽지 않은 선택이었다. 일본인과 결혼하거나 부분
적으로 조선인 혈통인 사람들도 많다. 안타깝게도 일본에 사는조선인들과 조선인 혈통을 일부 물려받은 사람들을 법적으로나 사회적으로 차별해온 역사가 기나길고 파란만장하다. 어떤 사람들은 자신이 조선인 혈통이라는 사실을 결코 밝히지 않는다고 한다. 신분증명서와 정부 기록을 거슬러 올라가면 민족 정체성이 드러나는데도 말이다.
선교사는 이런 역사를 이야기하며 조선계라는 이유로 졸업 앨범으로 괴롭힘을 당한 어느 중학생 남자아이의 이야기를 들려주었다.
그 남자아이는 건물에서 뛰어내려 죽었다. 나는 이 이야기를 잊을 수 없었다. 1990년 역사학과를 졸업한 나는 로스쿨에 다녔고, 두 해 동안 변호사로 활동했다. 변호사 일을 그만둔 후, 일본에 사는 조선인들의 이야기를 쓰기로 이미 1996년에 마음먹었다. 그리고 많은 단편소설과 장편소설 초고를 썼지만 출판되지는 않았다. 나는 낙담했다.
그러다가 2002년에 생일날 지문날인을 하고 외국인등록증을받는 조선계 일본인 아이를 다룬 단편소설 <모국Motherland〉이 <미주리 리뷰>에 실렸고, 후에 이 작품으로 페덴 상(Peden Prize)을받았다. 그리고 대학 시절 들은 이야기를 소설화해서 뉴욕예술재단 지원금을 받았다. 그 지원금으로 강의를 듣고 베이비시터를 구해서 글을 쓸 수 있었다. 책을 출판하기까지는 아주 오랜 시간이걸렸기 때문에 초창기에 인정을 받았던 것이 내게는 무척 중요했다.
게다가 뉴욕예술재단 지원금을 받으면서 대부분의 삶에서 무시와 거부, 말살을 당했던 재일조선인들의 이야기를 어떻게든 알
려야 한다는 내 고집스러운 믿음이 통했다고 확신했다. 나는 이 이야기를 올바르게 풀어내고 싶은 마음이 간절했다. 하지만 제대로 해낼 지식이나 기술이 부족하다고 느꼈다. 불안한마음에 방대한 조사를 했고 조선계 일본인 공동체에 대한 소설의 초안을 썼다. 여전히 적절하지 않다는 느낌이 들었다.
그러던2007년, 남편이 도쿄의 일자리를 제안받았고 우리는 8월에 그곳으로 옮겨 갔다. 일본에 사는 조선인 수십 명을 현장에서 인터뷰할 기회를 얻었고, 나는 소설의 방향을 잘못 잡았다는 사실을 깨달았다. 조선계 일본인들이 역사의 피해자일지도 모르지만 개인적으로 그들을 만났을 때 누구의 삶도 그렇게 단순하지 않았다. 일본에서 만난 사람들의 폭넓고 복잡한 인생사에 절로 고개가 숙여져서 2008년에 기존 원고를 치우고 다시 쓰기 시작했다. 그뒤로 책이 출판될 때까지 쓰고 고치기를 반복했다.
나는 거의 30여 년 동안 이 이야기를 품고 있었다. 따라서 감사해야 할 사람들이 많다.
《미주리 리뷰>의 스피어 모건과 에벌린 서머스는 가장 먼저 이이야기가 가치가 있다고 믿어준 이들이다. 뉴욕예술재단은 내가포기하고 싶었을 때 소설 지원금을 주었다. 감사한다. 도쿄에 살 때 많은 사람이 나를 만나 일본에 사는 조선인들에대한 수많은 질문에 답을 해주었다. 이뿐만 아니라 국외 거주자의삶, 국제금융, 야쿠자, 식민지 시대의 기독교 역사, 경찰 업무, 이민, 가부키초, 포커, 오사카, 도쿄 부동산 거래, 월스트리트 리더십, 유흥업, 그리고 당연하게도 파친코 산업에 대해서도 많은 이야기를
들려주었다. 직접 만날 수 없을 때는 전화 통화를 하거나 이메일로 질문에 답해준 사람들도 많았다. 나는 다음의 사람들에게 많은빚을 졌다. 수전 메나듀 천, 천종문, 천지수, 정행자, 정강자, 정연원목사, 스콧 밸런, 에마 후지바야시, 스테퍼니 가이엣과 그레그 가이옛 메리 하우트, 대니 헤글린, 히데모리 겐, 팀 혼야크, 린다 리 김김명구, 알렉산더 킨몬트, 마쓰나가 다미에, 미야모토 나오키, 나카지마 리카, 박소희, 알베르토 다무라, 피터 태스커, 제인 퀸과 케빈퀸 양향, 폴 양, 사이먼 유, 윤종란에게 감사의 마음을 전한다.
많은 저자의 중요한 저술이 없었다면 이 책을 쓸 수 없었을 것이다. 여기에 그 저자들을 소개한다. 데이비드 채프먼, 정행자, 하루코 타야 쿡, 시어도어 F. 쿡, 에린 정, 조지 드 보스, 후쿠오카 야스노리, 한해영, 힐디강,강상준, 세라 사카에 카샤니, 재키 J. 김, 이창수, 이수임, 존 리에, 리처드 로이드 패리, 새뮤얼 페리, 소니아량, 테사 모리스-스즈키, 스티븐 머피-시게마쓰, 메리 기모토 도미타에게 깊이 감사한다. 이들의 저술에 크게 의존했지만 사실에맞지 않는 오류가 있다면 모두 내 책임이다.
일본과 한국, 미국에 있는 친구들과 가족들의 사랑과 믿음과 친절에 고맙다고 말하고 싶다. 그들이 없었다면 이 책을 쓰고 수정하고 다시 쓸 수 없었을 것이다. 해리 애덤스 목사, 린 애런스, 해럴드 아우겐브라움, 캐런 그릭스비 베이츠, 디온 베넷, 스테파나바텀, 로버트 보인턴, 키티버크, 저넬 앤더버그 밸런스 캘런로런 케런드, 켄 첸, 앤드리아킹 콜리어, 제이코스그로브, 엘리자베스 커스럴, 주노 디아스, 찰스 더피, 데이비드 L. 엥, 셸리 피셔
<파친코>에 쏟아진 압도적인 찬사
회복과 연민에 대한 강력한 이야기 버락 오바마(미국 전 대통령)
올해(2017년) 최고의 책 록산 게이(<헝거) 작가)
20세기를 견뎌내고 번영을 이룬 재일한국인 가족의 깊고광대한 역사, 데이비드 미첼(<클라우드 아틀라스) 작가)
다정함과 지혜로움을 보여주는 잊히지 않는 작품 사이먼 윈체스터 (교수와 광인) 작가)
터전을 찾고자 애쓰는 이민자들의 희생에 관한 강력한 명상 주노 디아스(오스카 와오의 짧고 놀라운 삶》 작가)
잊히지 않는 대서사시 <뉴욕타임스>
역사가 의도적으로 지우려 했던 사람들에게 바치는 풍부한현사, <가디언>
야심 차다. 찰스 디킨스의 맥을 잇는 사회 소설. 《USA투데이》
계급, 종교, 소외당한 역사와 문화 등 거대한 이슈들을 담아낸 역작 <내셔널북리뷰)
사랑, 상실, 투지, 행운, 인내에 대한 아름다운 이야기. (라이브러리저널)
진정한 집을 꾸리고자 하는 여러 세대에 걸친 본성을 정교하고 아름답게 그려낸 방대하고 몰입감 넘치는 역사 소설 (퍼블리셔스위클리>
다큐멘터리의 디테일과 뛰어난 픽션의 공감이 어우러진<작품, <데일리메일)
계급과 문화 차이로 씨름하는 한 가족의 다채로운 태피스트리를 능숙하게 엮어낸 걸작 전미도서상 심사평
"이 책은 역사적 재앙에 맞선 개개인의 이야기이다"
세계를 뜨겁게 울린 한 가족의 대서사극 삶의 회복력과 존엄성, 경계인으로서의 정체성을 담아낸 문화와 세대를 가로지르는 새로운 고전의 탄생!
전 세계 33개국 번역 출간 <뉴욕타임스> 베스트셀러《뉴욕타임스》, 《USA투데이》, 아마존, BBC ‘올해의 책‘
2017년 전미도서상 최종후보작
그들은 모두 가능성과 두려움, 외로움을 이용해 돈을 벌었다. 매일 아침, 모자수와 직원들은 당첨 결과를 조작하려고 기계를 살짝 손봐서 돈을 따는 사람은 적고 잃는 사람은 많게 했다.
사람들은 자신이 행운아일 거라는 희망을 품고 게임을 계속했다.
어떻게 성공하고 싶어 하는 사람들에게 화를 내겠는가 파친코는 바보 같은 게임이지만, 인생은 그렇지 않았다. -----‐-------------------------본문 중에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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