자기 삶을 책임지는 어른처럼 보였다. 하루키는 모자수가 이끄는대로 따르고 싶었다.
작업장은 여전히 환하게 불이 켜져 있었고 아가씨들이 작업대에 까만 머리를 숙인 채 일하고 있었다. 모자수는 옷감 위로 날듯이 빠르게 움직이는 유미의 가느다란 손가락이 눈에 보이는 듯했다. 유미는 일에 집중하면 다른 데 정신을 팔지 않았다. 무슨 일에든 그렇게 집중했고 가만히 두면 몇 시간이라도 일을 할 수 있었다. 모자수는 자신이 종일 그렇게 조용히 있는 것을 상상도 할 수없었다. 파친코장의 웅성거림이 그리울 터였다. 모자수는 커다랗고 시끌벅적한 파친코장의 움직이는 모든 것들을 아주 좋아했다.

장로교 목사인 아버지는 하나님의 계획을 믿었고, 모자수는 인생이 파친코 게임과 같다고 믿었다. 
다이얼을 돌려서 조정할 수 있지만, 통제할 수 없는 요인들로 생긴 불확실성 또한 기대한다는점에서 비슷했다. 모자수는 고정돼 보이지만 무작위성과 희망의여지가 남아 있는 파친코를 왜 손님들이 계속 찾는지 이해할 수있었다.
"유미가 보여?" 모자수가 자랑스럽게 가리켰다. "저기! 네 번째책상에...."
유미상 만난적 있어. 훌륭한 재봉사야 아주 우아한 사람이지. 넌 행운아야." 하루키가 말했다. 
"일은 어때? 돈 많이 벌었어?"
"한번 들러 난 지금 파라다이스 세븐에 있어. 내일 와 유미를만나서 영어 수업에 데려다줄 때 빼고는 거의 밤낮으로 거기 있거든."

한수가 그렇게 대단하고 유명한 대학교에서 하는 경험이 어떤것인지 궁금해해서 보통 이들은 수업 이야기를 했다. 한수는 중등학교나 대학교를 다니지 않았다. 책을 보고 조선어와 일본어를읽고 쓰는 법을 혼자 익혔고, 형편이 되자마자 과외 교사들을 고용해서 어려운 일본어와 조선어 신문을 읽는 데 필요한 한자를배웠다. 한수는 부유한 사람들과 힘 있는 사람들, 용감한 사람들을 많이 알았지만 글을 잘 쓰는 교육받은 사람들에게 제일 감명을 받았다. 뛰어난 기자들과 친분을 유지하려고 노력했는데, 당면한 중요 사안에 대한 잘 정리된 생각과 관점이 존경스러웠기 때문이었다. 
한수는 민족주의나 종교나 심지어 사랑까지도 믿지 않았으나 교육은 믿었다. 무엇보다도 사람은 끊임없이 배워야 한다고 믿었다. 
어떤 종류의 낭비도 혐오했고, 세 딸 모두 쓸데없는 장신구나 소문 때문에 학교를 그만뒀을 때 그렇게 내버려둔 아내를경멸하는 마음이 커졌다. 딸들이 좋은 머리와 무한한 자원을 가지고 있었는데도 아내는 이런 것들을 쓰레기처럼 내던지게 했다.

딸들한테는 손쓸 길이 없었지만 이제 한수에게 노아가 있었다. 노아가 영어를 그토록 유창하게 읽고 쓸 수 있다니 가슴이 설렐 정도였다. 한수는 이제 영어가 필수적임을 알고 있었다. 노아는 한수에게 책들을 추천했고 한수는 아들이 알고 있는 것을 자기도알고 싶어서 그 책들을 모두 읽었다.
이 젊은이의 뛰어난 학문적 소양은 한수가 반드시 육성해야 하는 것이었다. 한수는 노아가 졸업한 후 무엇을 하면 좋을지 확신할 수 없었다. 그런 이야기를 너무 많이 하지 않으려고 주의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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