작가의 말 I<백만장자를 위한 공짜 음식》을 집필하면서부모님과 동생 그리고 나는 1976년 3월 뉴욕 퀸스로 이민했다.
IBM에서 컴퓨터 프로그래머로 일하던 존 삼촌이 우리 가족의 보증을 서주었다. 당시 나는 일곱 살, 주인공 케이시보다 두 살 많은나이에 미국에 온 것이다. 그녀와 마찬가지로 나는 엘름허스트의저소득층 동네에서 자랐다. 첫 5년 동안 초라한 셋집을 전전하고나서, 부모님은 매스페스에 세 가구가 살 수 있는 작은 집을 샀다.
우리 가족은 2층에 살고 다른 두 층은 임대를 주었다. 나는 퀸스의 엘름허스트와 매스페스의 공립학교에 다니면서 영어로 말하기와 읽고 쓰는 법을 배웠다. 동생과 나는 방과 후 알아서 노는 아이들이었다. 여름방학에는 부모님의 장신구 도매상에서 일하며엘름허스트 도서관에 틀어박혀 지냈다.
그때는 이런 방식으로, 글로 표현할 수 없었지만 내 어린 시절

은 이민과 계급, 인종, 젠더 문제에 끊임없는 영향을 받았다. 이 책에는 이민 1세대와 2세대 인물들이 등장하는데, 그렇기에 나는이 책이 미국의 이야기라는 정의에 부합한다고 믿는다. 세상 그어떤 나라와도 다르게 미국은 이민정책과 초기 식민지 역사라는태생적 특징을 지니고 있기 때문이다. 아메리칸 원주민과 노예의후손들을 제외하면 미국에 사는 모든 사람의 생애는 궁극적으로이민자의 여행기와 연결된다.
나는 대학에서 역사를 전공했는데, 졸업논문 주제는 ‘18세기미국 정신세계의 식민지화였다. 거창하기 짝이 없었다. 영국의 초기 식민지 개척자들과 그 이후 세대가 유럽인 및 고국에 사는 사람들에 대해 지적으로, 문화적으로 심대한 열등감을 지니고 있었다는 것이 나의 논지였다. 이런 관점은 미국에서 이민자로서 내가 겪는 문제를 바라보는 시각에도 영향을 미쳤다. 나는 법적으로 식민화된 사람이 아니지만 그런 개념과는 거리가 멀다-이민자는 초기 피식민자(요즘 잘 쓰지 않는 단어다)와 같다. 즉 다른 곳에서 온 사람, 새로운 ‘영토‘를 획득하려는 목적으로 각종 복잡한 규칙을 수반하는 새로운 땅에 적응하는 법을 익혀야 하는사람인 것이다. 나는 픽션이라는 형태로 문화를-내가 보는 것과 내 눈에 띄는 것을 크레용으로 그리듯ㅡ만들고자 하는 사람이기 때문인데, 생각해보면 흥미로운 위치다. 나는 이 나라가 돌아가는 방식을 비판적으로 바라보는 한편으로 강인한 개인주의의 이상과 프로테스탄트 노동윤리, 미국 개척자 정신을 존경한다.
미국을 비판하기는 쉽다. 그러나 전 세계적인 관점에서 볼 때 미

쿡은 어마어마한 개방성을 지닌 놀라운 나라다. 지식인들이 다른 곳에서 많이 했던 말이지만 나는 다음과 같은 말에 대해 생각해볼 가치가 있다고 생각한다. ‘미국을 비판하는 사람들도 다른 어떤 곳보다 여기서 살길 위한 것이다. 필리핀계 미국인 작가카를로스 볼로산은 자신의 다채로운 소설에 "미국은 가슴속에(America Is in the Heart)"라는 제목을 붙였다. 불로산 이후의 이민자 세대인 나 역시 가슴속에 복잡한 미국의 상을 지니고 있다.
그렇다고 해도 어떤 대상이나 주제를 정직하게 좋아한다면 이상화된 사랑을 위해서 궁극적으로 그 결함도 인정해야 한다. 온갓 문제로 얼룩진 미국의 역사를 돌아보자. 연구를 거의 멸절시키다시피 진행된 원주민 학살, 아프리카계 미국인에 대한 노예제도 짐 크로우 법, 센더 불평등 남유럽 이민 쿼터제 중국인 이민금지법, 일본계 미국인 강제수용, 제2차 세계대전 참전을 주지했던 정책, 히로시마 원폭 투하 매카시즘, 베트남 전쟁 등 한도 끝도없다. 이런 역사를 살펴보면, 우리는 미국이 모든 세대마다 그 불안감과 걱정을 새로 오는 사람들에게 진가했다는 사실을 충격과연민 속에 깨닫게 된다.
이 모든 점을 염두에 두고, 나는 뉴욕의 우리 동네에서 흔히 마주칠 수 있었던 인간형들과 문제들을 소설 형식으로 기록하고자했다. 나 자신에게, 또한 독자들에게 이런 이미지들과 생각들을드러내고 싶었기 때문이었다. 나는 어린 시절 읽은 19세기 유럽소설에 깊은 영향을 받았고, 대학에서는 싱클레어 루이스, 어니스트 헤밍웨이, 제임스 볼드윈, F. 스콧 피츠제럴드, 시어도어 드라

이제 더스매시 이디스 워튼 등 수많은 미국 작가들의 작품감정과 역사, 통찰력, 시차를 통합하는 시선으로 분화약품해 반영되어야 한다는 것을 깨닫게 해주었다.
이민자들의 유형은 다양하다. 퀸스에서 자랄 때, 우리 동네에는중국, 한국계, 인도계는 물론 독일계, 폴란드게, 아일랜드게리스케, 이탈리아계, 헝가리게 이민자들이 살고 있었다. 백인이 아년 이민자로 산다는 것에는 흥미롭고 어쩌면 너무나 명백한 사실이 있다. 아시아계 미국인의 외모적인 특징이 인종적으로 분류되는 한 그들이 결코 다수자 집단으로 ‘패싱‘ 될 수 없다는 점을 들수 있을 것이다. 간단히 말해 눈이나 코, 머리카락, 신체적인 특징이 다수자 집단의 그것과 구별되는 요소가 있다면, 좋든 나쁘든완전한 동질화가 가능하지 않을 수 있다는 것이다. 미국처럼 개방적인 사회에서도 이 사실로 인해 온갖 흥미로운 문제들이 고개를든다. 소수인종집단은 다수 집단과 절대 혼합될 수 없을 거라고 설득력 있는 논지를 펼치는 이도 있다. 당연히 이 이론은 특권과 책임감을 지니고 다수집단의 문화에 참여하고 싶은 사람들에게는실망스러울 것이다. 이 책에서 나는 등장인물들에게 온갖 장점들을 부여했다. 교육 수준, 외모, 재능, 강한 가족적 배경……… 그리고 나는 그들이 각자의 야심으로 무슨 일을 하는지 지켜보고 싶었다. 그들에게는 시련도 주어지고, 각자 문제도 일으킨다. 인종과* Kasing 자신과 다른 집단의 구성원으로 보여지는 상황.

계급 이민, 젠더 정치하여 그들에게 영향을 줄까? 혹은 이렇게 물어볼 수도 있을 것이다. 어떻게 영향을 주지 않을 수가 있을까? 나역시 어떤 일이 벌어질지 매우 궁금했다.
나는 언론에서 정확하게 재현되는 이시아 미국인의 삶이 무하다는 사실이 그들에 대한 왜곡을 낳는다고 믿는다. 매우 자주 아시아계 미국인은 긍정적일 경우 대단히 유능하고 근면하고 호전적이지 않은 사람 혹은 기만적이고 속을 할 수 없고 과대망상을 지닌 사람으로 인식된다. 어느 쪽이든 이런 상은 내가아는 아시하게 미국인을 완전하게 재현하지 않는다. 아시아계 미국인이든 그 어떤 사람이든 마찬가지지만, 명확한 표현과 감정이깃은 목소리와 언어가 주어지지 않는다면 그의 인간 자체가 부정된 것이다. 인간을 기계나 짐승과 구분하는 것은 감정을 느끼는 능력, 표현하고, 의문을 갖고 갈망하고, 후회하는 능력. 이런것들이다. 나는 정확한 재현의 부재가 소수자를 사실상 사회적으로 지워버리며 심대한 심리적 문제를 낳는다고 믿는다. 그러나 눈에 보이지 않는 것을 논한다는 것은 어렵다. 나는 내가 아는 한국게 미국인들이 얼마나 복잡다단한 인물인지 너무나 보여주고 싶었다. 작가로서 나는 비한국계 미국인 등장인물 역시 같은 기준으로 그려내고 싶었다.
많은 독자에게 당연한 사실이겠지만, 미안함을 무릅쓰고 굳이적는다. 한국계 미국인 남성도 낭만적이고, 연징적이고, 사랑하는마음이 풍부하고, 재미있는 인물일 수 있으며, 그들 역시 문제가있고, 슬프고, 좌절을 겪을 수 있다. 한국계 남성은 이 모든 것뿐

아니라 그 외의 수많은 특징을 지닌 존재 한국계 여성도 가두려울 수 있다. 한국 여성도 가슴이 아볼 수 있다. 내가 배우쉽고 사랑하는 한국에 미국인 남성과 여성에게 복잡한 특징이 공행하게 주어져야 한다는 것은 내게 정말로 중요했다. 나는 오리라를 듣고 시를 쓰고 머리카락이 빠지는 것을 두려워하고, 주머니에 있는 동전 한 푼까지 친구들에게 줄 수 있는 한국인 남성들알고 있다. 나는 지나친 희생과 자기 부정으로 인생을 망치는 한국인 여성들을 보았다. 나는 내 이야기에 등장하는 남녀가 그런모습이기를 바랐다. 미국에서 성공하고 통화하고자 하는 집단적인 소망으로 인해 우리 한국계 미국인들이 자기가 생각하거나 느끼는 것을 입 밖에 내지 않거나 문제를 일으키려 하지 않는다는점이 나는 늘 신경 쓰인다. 안전하다고 여겨질 때까지 침묵을 지키거나 표현을 유보하는 이런 특징 때문에 타인이 우리의 성격이나 인생을 대신 해석하게 되기 때문이다. 내가 모든 한국계 미국인을 정확히 대변할 수는 없다. 이 책은 분명 한 인간의 한정된 시각을 통해 쓰인 작품이기 때문이다. 그럼에도 나는 내가 한국계미국인이라는 것이 좋고, 내 가족과 나의 커뮤니티 내 역사를 사랑한다. 이 사람은 일종의 필터이고 일종의 편견일 것이다. 나는내가 알고 있는 것을 최대한 진실되게 말함으로써, 그 결함과 그모든 아름다움을 숨기지 않음으로써 존경심을 표현하고 싶었다.
이 소설에서 내가 세운 목표는 민망할 정도로 고매했지만, 최소한나는 등장인물들이 불완전하며 재능 있기를 바랐다. 우리 모두가

그런 인간이라고 믿기 때문이다.
마지막으로 픽션 작가로서 가장 중요한 점이겠지만 나는기억에 남아 있는 일평생 읽는 것을 너무나 좋아하는 사람이었다는 점을 여러분에게 말하고 싶다. 작가는 언제나 먼저 독자가되어야 한다. 내 평생을 통틀어 읽을 수 있다는 것은 내게 크나큰 위안을 주었다. 픽션을 더 잘 쓰는 법을 연구할 때 내 본보기는 언제나 내가 읽고 또 읽고 싶었던 책들이었다.
여러분이 이 책에서 즐거움을 얻기를 바란다. 읽어주어서 감사하다. 여러분의 관심과 시간이야말로 내게는 커다란 의미다.

2007년 일본 도쿄에서이민진

주의 조소와 마찬가지로 엄격한 자기 규율과 장인정신이 필요한 일이라는 것을 깨닫게 되었다. 전문적인 훈련을 받고 싶었다.
하지만 로스쿨 학비를 다 써버린 뒤라 예술석사학위(MFA) 비용까지 치르는 모험을 감행할 수는 없었다. 그래서 나는 서툴게 나
‘자신만의 창작 프로그램을 만들었다.
우선 언제나 즐겨 읽던 19세기 거장들의 소설을 더욱 폭넓게읽었다. 좋은 장편과 단편을 손에 잡히는 대로 읽었고, 진정으로탁월한 작품들을 연구했다. 아름답게 쓰인 문단이 눈에 띄면, 예를 들어 줄리아 글래스의 <세 번의 유원(Three Junes) 같은 책을만나면 나는 공책에 글을 그대로 필사했다. 그런 뒤 자리에 앉아싸구려 모슬린 위에 핀으로 고정한 희귀한 나비를 보듯 조잡한공책에 적은 우아한 문장들을 숙독했다. 작가의 감정과 생각을단단하게 표현해주는 것은 기술이었다. 주노 디아스의 《드라운》을 읽고 또 읽으면 작가의 용기와 천재성에 감탄을 금할 수 없었다. 화자의 완벽한 서사적 목소리는 정교하고 거대한 플롯의 설계와 조응했다. 위대한 픽션은 단순히 아름다운 언어나 좋은 느낌뿐만 아니라 감정과 구조, 이상, 용기를 요구한다. 거장의 회화나황혼 녘의 바다, 아이의 얼굴을 마주할 때 그렇듯, 훌륭한 픽션 작품은 나를 기쁘게 했다.
뉴욕에서는 돈이 없어도 얼마든지 위대한 작가를 연구할 수 있다. 여기서 사는 생활비를 감당할 수만 있다면, 예술가들이 거의돈을 받지 않고도 일하려고 할 정도로 풍요로운 문화가 있는 도시다. 일주일에 한 번 크리스토퍼가 퇴근 후 샘을 봐줄 수 있는

스와니에 모인 사람들은 죄다 아이오와 대학 같은 곳에서 명망높은 예술석사학위 과정을 마치고 출판 계약도 따놓은 것 같았다.
당시 컨퍼런스 참석자들은 모두 이름표를 달았는데, 내 이름표는 장학금을 받고 있지 않다는 뜻으로 그냥 이름만 적혀 있었다.
어느 점심시간, 나는 자기 이름과 장학금 명이 적힌 이름표를 단젊은 여자 한 사람을 만났다. 출판사에서 장학금을 지원해주기 때문에 그녀는 개인적으로 학비를 내지 않았다. 같은 식탁에 둘러앉은 사람들은 대부분 장학금을 받고 있었는데, 그 젊은 여자는 학비를 다 내고 컨퍼런스에 참석한 가정주부들을 가볍게 조롱했다.
나는 미처 깨닫지도 못했다. 그녀는 나에 대해 이야기하고 있었다.
그해 여름 나는 서른 살이었고, 갓 엄마가 되었으며, 재능 있는 젊은 여자 예술가 한 사람이 가정주부 작가들을 멸시한다는 것을알게 되었다. 식사를 할 수가 없어서 나는 방으로 돌아갔다. 남은컨퍼런스 기간 내내 나는 그녀를 피했다. 그녀의 말이 맞다고 느짧기 때문이었다. 수업 하나 들으려고 이렇게 멀리까지 온 것이 실수있다. 컨퍼런스 마지막 날, 앨리스 맥더모트는 새로운 미국의목소리 2000) 선집 수록작 후보로 내가 워크숍에서 제출한 단편이 선정되었다고 공표했다. 편집부는 내 소설을 선택하지 않았지만,
나는 어쩌면 내가 계속 노력해도 괜찮지 않을까 하고 생각했다.
몇 달 뒤 좋은 소식이 들려왔다. 뉴욕예술재단 픽션 부문에서예술지원금을 받게 된 것이었다. 상금은 7,000달러였다. 나는 그돈의 일부로 캘리포니아에서 열리는 유명 편집자 겸 작가인 톰크스와 작가 캐릭 에드가리언의 5일짜리 문예창작 과정 학비

고 싶었다. 어떻게 당신은 그렇게 했지? 당신이 창조한 이 온전한하나의 다른 세상 속으로 어떻게 나를 끌고 들어갔지? 이 새로운느낌, 오래된 느낌들을 어떻게 내게 느끼게 했지? 어떻게 이 모든것들에 의미가 있다고 계속 믿을 수 있었지? 하지만 나는 이런 질품들을 문장으로 만들어서 입 밖에 낼 수가 없었다. 아마 그럴 필요가 없었을 거라고 생각한다. 내게는 그들의 작품이 있었기 때문에, 내가 작품에 대해 뭔가 증명할 필요가 없고 작품도 내게 뭔가 증명할 필요가 없는 사적인 방식으로 작품이 내게 말을 걸고내 곁에 머물렀기 때문에,
나는 습관적으로 지하철에서 책을 읽었다. 어느 날 나는 V, S.
나이폰의 비스와스 씨를 위한 집>을 2호선 지하철에서 다 읽고책을 덮다가 그의 찬란한 문학적 성취에 감동해서 눈물을 터뜨렸다. 그의 정치적인 입장에 논란이 많다는 것은 알고 있었지만(한로 그는 여성 작가가 중요하지 않다고 생각했다. 그래도 나는이 작품 속에서 작가가 비범한 무엇인가를 픽션으로 성취했다는것을 알 수 있었다. 자신의 소망을 이루기 위하여 서툴게, 하지만너무나 악착같이 발버둥치는 겸손하고 호기심 많은 인물에 대해내가 깊은 관심을 가질 수 있었던 것은 등장인물의 형상화와 공감 때문이었다. 이후 나는 소설의 배경인 가상의 공간 아르와카스가 나이폼이 자라난 동인도-트리니다드계 이민자들이 사는 마을 차구아나스를 모델로 했다는 것을 알게 되었다. 퀸스의 내 고향동네 엘름허스트에 대해 써도 된다고 허락한 것은 나이폴이었다.
문예창작 수업과 독서 모임들을 거치며 수많은 습작들을 폐

기한 뒤, 나는 저널리스트처럼 소설을 쓰기 위한 자료조사를 지작했다. 등장인물인 투자금유가 테드 김에 대해 더 많이 알고 싶을 매는 하버드 경영대학원 졸업한 남자들을 인터뷰했다. 그런데 그중 한 사람이 실감하고 싶다면 직접 봐야 한다면서 지원 회망자로서 그곳 수업을 들어보는 게 어떠냐고 했다. 그래서 그렇게했다. 웹사이트에 접속해서 방문자 등록양식을 작성하니 하루 청강 허가가 나왔다.
나는 수업에 들어갔다. 교실에는 스물다섯 명 정도 남짓 되는학생들이 있었고, 각자 앞에 이름표가 붙어 있었다. 그 공간에서숨는 것은 불가능했다. 하지만 숨으려는 사람이 아무도 없는 것은 확실했다. 고등학교나 대학 시절, 심지어 법대에서 내가 경험한그 어떤 수업과도 달랐다. 교실에 있는 모든 학생이 숙제를 다 했는지, 강의 내용과 화이트보드에 적힌 복잡한 스프레드시트를 완벽히 이해하는지 알 수는 없었지만, 나는 매력적인 젊은이들에 대해 뭔가 배울 수 있었다. 나는 하버드 경영대학원 학생들이남다른 점은 스스로의 능력에 대한 자신감이라고 생각한다. 무엇이든지 할 수 있을 것처럼 보이는 젊은이들 매우 어려운 문제를해결하고자 하는 젊은이들이 그렇게 가득 찬 건물에 있어본 것은처임이었다. 몇 시간 뒤, 나는 정말로 경영대학원에 지원해볼까 생각하기 시작했다. 정말로 활기찬 에너지었다. 하버드 경영대학원에 우울하거나 초조한 사람, 확신이 없는 사람이 있다면 그날만큼은 집에서 나오지 않은 것이 분명했다. 내가 하버드 경영대학원에 지원하는 일은 일어나지 않았지만, 그날 나는 바뀌었다. 나는

그때부터 자료조사를 높이 평가하기 시작했다. 세세한 묘사나 현장감 있는 매끄러운 대사를 원해서가 아니라 새로운 정보를 통해받는 느낌 때문이었다. 에너지 넘치는 사람들과 한자리에 있는 것단으로 덩달아 나도 자신감을 느낄 수 있었다. 가짜 지원자이자저서 한 권 없는 작가 입장에서 청강하고 있는 내게도 이렇게 긍정적인 기분이 느껴지는데, 그런 곳에서 2년이라는 시간을 보낸다는 것은 어떤 기분일지 궁금했다. 나는 테드에게 문제가 있거나 두려울 때조차 자신이 옳다고 믿는 남자에게 그 느낌을 고스란히 옮겼다. 테드의 자신감은 커다란 경제적 성공을 그에게 안긴다. 그러나 성욕 앞에서, 동류의 인간에 대한 내적 갈망 앞에서그 자신감은 약해진다. 테드는 신한 사람이 아니지만 나는 자료조사를 통해 그의 약한 면을 포착할 수 있었다. 그것이 테드라는인간 전체를 하나의 개체로 사랑하는 것을 가능하게 해주었다.
그 시기에 멋진 일이 생겼다. <미주리리뷰>에 내가 열일곱 번인가 열여덟 번 고쳐 쓴 단편이 실린 것이다. 그 이야기 하나를 고쳐쓴 원고만 종이 상자 하나를 가득 채울 정도였다. 아마 그 정도가필요했던 모양이었다.
그 이후 얼마 지나지 않아 손목이 아프기 시작했다. 커피 잔을드는 것도 힘들어졌다. 그때 아들은 어린이집에 다니고 있었는데,
아이를 데려다주고 데려올 때 몇 블록 걷는 길조차 힘겨웠다. 발목이 퉁퉁 부었고, 길을 건너기 위해 아들의 손을 잡는 것도 힘들었다. 쉽게 문고리를 돌릴 수도, 계단을 올라갈 수도 없었다.
몇 번의 오진 끝에 한 류머티즘 전문의를 만났는데, 그는 내 지

병인 간질환이 원인이라고 정확한 진단을 내렸다. 와인 한 방울마시지 않는 내게 이미 간경변이 진행되어 있었던 것이다.
나누었다많은 의사가 치료에 참여했고 그들은 내 상태를 놓고 의견을소화기 전문의는 내가 아직 젊고 간이식 수술은 쉽게 시도할 수 없으니 인터페론으로 치료해보자고 했다. 석달동안 나는 매일 허벅지에 직접 약을 주사했다. 샤워를 하면 머리가락이 뭉텅이로 빠졌다. 바닥청소를 하려고 허리를 굽히면 얼굴의철판이 터져 멍이 들기도 했다. 설사가 있거나 구토가 멈추지 않아서 집 밖으로 나갈 수 없을 때도 있었다. 나는 하루 몇 시간 정도만 에너지가 있었고, 세 살배기 샘에게 쓰려고 그 힘을 비축했다. 엄마가 건강하다고 아이가 믿도록 해주고 싶었다. 치료가 끝난 뒤 검사에서 간 기능이 상당히 향상되었다고 했다. 그래도 의사는 신중하게 감사를 계속했다. 나는 ‘백만장자를 위한 공짜 음식 첫 원고를 어떻게든 마치기 위해 작업을 계속했다. 치료가 끝나고 1년 뒤, 의사는 내가 완치되었다고 선언했다. 100만 명 중에한 명 정도라며 그는 놀라워했다. 그날 오후 나는 좋은 소식을 안고 돌아가서 침대에 누웠다. 예상치 못한 삶이었다. 비판이 두려워시 움츠러들지 말자고 다짐했었다. 나는 그리지 않았다.
2006년 여름 출판 계약을 했을 때, 나는 습작 11년째였다. 서른일곱 살이었다.
2016년 8월이민진

옮긴이의 말주인공 케이시 한은 세탁소를 운영하는 이민 1세대 부모의 희생을 딛고 아이비리그 대학을 졸업해서 주류 사회의 번듯한 일원으로 기회를 보장받는다. 하지만 단순한 성공만으로는 부족하다.
서툰 영어로 평생 이민자의 굴레에서 벗어나지 못한 아버지의 눈에는 법대에 진학해서 변호사가 되는 것 이상이 보이지 않지만,
케이시에게는 멋진 패션과 화려함에 대한 욕망이 있다. 마음껏 사랑도 즐기고 싶다. 그녀는 막무가내로 집을 뛰쳐나온다. 명문대라는 안전한 울타리마저 걷어차고 화려한 뉴욕의 거리로 나선 케이시의 앞을 막아서는 것은 인종이라는 벽과 계급의 사다리가 사회 곳곳에 쳐놓은 정교한 거미줄이다.
미국이라는 자유의 땅, 그중에서도 특히 화려함과 성공의 정점에 있는 뉴욕을 무대로 하는 이야기들은 언제나 우리의 시선을

사로잡는다. 성과 본을 물려받아 한반도에 뿌리내리고 살아온 우리의 이야기도 당연히 한국인의 역사이겠지만, 각자의 사연을 안고이 땅을 떠나 세계 각지에 퍼져 살고 있는 이민 1세대, 2세대, 3세대의 역사 역시 넓게 보아 한국인의 이야기라고 할 수 있을 것이다. 한국 전쟁이라는 공통의 역사적 배경을 갖고 있다는 데에서우러나는 진한 감정적 공감, 자신이 살아가는 땅에 동화되려는 노력, 이질적인 땅에서 그들이 흘리는 눈물과 좌절, 계급적 인종적격차로 인한 불화, 그들이 이룬 크고 작은 성취.
미국이라는 기회의 땅에서 자신의 영역을 확보하고 더 나은 삶을 살기 위해 분투하는 한민족의 이야기에 넋을 잃다가도 문득생각하게 된다. 주류 미국인이 아닌 미국인, 아니, 주류 한국인이아닌 한국인이 만들어가는 이야기는 바로 우리 옆에 있을 것이다. 그들의 이야기도 들어보고 싶다.
누가 우리, ‘한국인‘이라는 집단을 구성하는가.
한국에서 형성된 다문화가족의 시초는 역시 한국 전쟁, 미군병사와 한국인 여성을 중심으로 구성된 가족이다. 이후 외국인노동자를 통해 차츰 그 수가 늘어났고, 2000년대에 접어들면서한국인 남성과 아시아인 여성의 결혼 이민이 급증했다고 알려져있다. 2020년에는 국내 거주 외국인 주민 인구가 200만 명이 넘었다. 혼인 열 쌍 중 한 쌍은 다문화 결혼이며, 출생아 100명 중 여섯 명은 다문화가정 자녀다. 코리안 드림을 품고 한국으로 넘어와

서 성실하게 살아가는 피부색이 다른 이주민과 그들의 2세는 지금 이 순간에도 늘어나고 있다. 이런 숫자를 놓고 생각하면 궁금해진다. 앞으로 0.5세대가 지난 뒤, 1세대가 지난 뒤 한국에 사는한국인이라는 집단은 과연 어떤 사람들의 집합일까.
이민자의 역사가 곧 국가의 역사인 미국에서 주류에 편입하려는 노력은 한국에 이주한 사람들의 경우와 결이 다를 것이다. 백인, 황인, 흑인, 온갖 피부색이 섞인 인종의 전시장 같은 땅에서소수자가 다수자로 패싱되려는 노력과 관련된 논의는 흥미롭게보이기도 한다. 하지만 한국 사회는 다르다. 조금이라도 다르면 사람들의 시선이 집중된다. 이런 곳에서 남과 다른 얼굴 윤곽, 다른피부색으로 정착하고 한국인임을 주장해야 하는 이민자의 삶이란 어떤 것일까. 흑인 외의 다른 이름으로 불리기 힘든 아프리카게 한국인 앞에는 어떤 선택지가 놓일까. 그들의 문제는 한 세대만 지나도 쉽게 주류 인종으로 패싱될 수 있는 아시아계 한국인이민자와 그 가족들이 안은 숙제와 어떻게 다를까.
전쟁과 현대사의 소용돌이에서 한국과 인연을 맺은 사람들, 코리안 드림을 꿈꾼 이민자들, 그들의 2세들이 이 땅과 타협하며,
혹은 불화하며 써내려가는 이야기 역시 우리가 소중하게 보듬고우리의 것으로 여겨야 하는 ‘한국인‘의 이야기임은 분명할 것이다.
그런데 우리 사회에서 아직 이런 궁금증들에 대한 답변을 들을수 있는 곳은 잘 보이지 않는다.
어쩌면 이민진 작가의 <백만장자를 위한 공짜 음식》은 한국 땅에서 전혀 위협을 느끼지 않고 편안하게 사는 다수의 한국인보

다. 피부색이 더 어두운 한국인, 아프리카 한국인, 필리핀 마닐라나 베트남 어딘가에서 삼대 위 할아버지를 찾아야 하는 한국인에게 더욱 절실하게 말을 거는 이야기일지도 모른다. 지금도 표면 아래에서 부글부글 끓고 있는 목소리들이 있을 것이다. 농촌에 시집와서 시어머니한테 구박받는 며느리, 종일 공장에 처박혀서 일하고 주말에도 밖으로 나오기 힘든 노동자 등 ‘리아와 조셉부부는 이 땅 어딘가에서 엄연히 살아가고 있다. 말이 어눌해서걸핏하면 바보 취급받는 부모의 모습을 보면서 저렇게 살지 않겠다고 결심하는 케이시 한도, 계급과 인종의 한계를 뛰어넘어 한국사회의 엘리트로 도약하겠다고 이를 악문 ‘테드 김‘도 어딘가에우리와 매우 비슷한 모습으로 살고 있을지도 모른다. <백만장자를위한 공짜 음식》은 그 어떤 한국인들보다 이런 한국인들에게 목소리를 내라고 권유하는 이야기일 것이다. 대한민국이 제대로 가고 있다면, 그런 사람들이 미디어에 훨씬 더 많이 등장하고 조금이라도 목소리를 키우기 위해 노력하는 땅일 것이다.
앞으로 10년, 20년 후 한국인이라는 집단이 어떤 모습일지 상상해본다. 한국이 다양한 목소리들에게 가시화의 기회를 주고 우리의 것으로, 한국인의 목소리로 품을 수 있는 나라가 되기를 바란다. 전 세계로 퍼져나간 K의 물결처럼 ‘우리‘와 ‘한국인‘이라는개념 자체도 조금이나마 확장될 수 있기를 바란다.
<백만장자를 위한 공짜 음식》을 번역할 기회를 준 인플루엔셜출판사와 원고를 다듬으며 함께 땀을 흘린 편집부에 감사한다. 번

역 과정에서 작가와 소통할 수 있었는데, 좋은 경험이었다. 이민진 작가에게 감사의 마음을 전한다.

2022년 11월유소영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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준은 잠깐 뜸을 들이더니 그냥 알게 되었다고 했다. 처음엔 어릴 때부터 키우던 꿩을 만나 반가워서 그런가 싶었는데, 꿩들이모두 지나가고 나서도 장희 씨는 계속 울었다. 준은 장희 씨 곁으로 다가서서 손을 잡았다. 준이 잡은 손을 장희 씨가 마주 잡았다.
그런데 장희 씨와 손을 꼭 쥔 순간 준은 자기도 모르게 울음이 터져 나왔다고 했다. 울 기분도 아니고, 울 만한 이유가 있는 것도아닌데 울음이 나서 결국 어깨를 들썩이며 흐느끼기까지 했다.
나는 어렴풋이나마 준의 심정을 이해했다. 

아무렇지 않은 척하고 있었지만 예전과 달라진 환경에 겁을 먹었을 것이다. 한 번도 상상해 보지 못한 결정을 아버지 혼자서 하고 결행해 버렸다. 
우리는 엄마와 아버지 사이에서 눈치를 보면서 숨죽였다. 갑자기닥친 상황을 받아들이려면 시간이 필요했다. 두려운 마음을 다잡을 시간. 하지만 마음을 겉으로 드러내기란 쉽지 않았다. 숨기고있던 두려움이 어제 그 산속에서 터져 나온 것이라고 나는 생각했다.

준이 울음을 그치지 않자 종려와 자작도 따라서 울고 달래던 장희 씨도 울음을 터뜨리게 되었다. 결국에는 넷이 서로를 끌어안고 주저앉아서 울었다고 했다.

준은 남의 이야기를 하듯 말하고 나서 약간 멍해진 표정으로엄마와 나를 번갈아 보았다. 엄마가 나직하게 중얼거렸다.
"우리 아들이 제대로 속을 텄네."

엄마는 의아하다는 표정으로 나를 빤히 보았다. 내가 다른 걸 물어보려다가 말을 바꾼 걸 알아차렸을지도 몰랐다.
그때 나는 엄마도 아버지처럼 속았다고 생각하는지 묻고 싶었다. 하지만 그 말을 입 밖으로 꺼내지 않았다. 나는 아버지의 ‘속았다‘는 말이 간단하게 설명할 수 있는 게 아니라는 것을 알게 된지도 몰랐다.

그 전까지만 해도 나는 세상이 정말로 아버지를 속였다고 생각했다. 적어도 세상이 아버지 계획을 방해했다고 믿었다. 아버지는오래전부터 생각하고 계획해 왔다. 성실하게 살며 차근차근 아버지가 원하는 방식대로 살려는 계획을 마음에 품고 있었다. 그리고 그게 가능하다고 여겼을 것이다. 그런데 사고를 계기로 그 모든 것이 허상이라는 것을 알았을지 모른다. 그래서 속았다고 했을지도 모른다.
‘속았다.‘
아버지가 울분에 차서 뱉은 말은 고스란히 내 어깨에 얹혔다.
그건 나를 짓누르는 것 같았다. 아버지의 울분을 건네받은 짐이었다. 아버지가 장원으로 내려갈 때 나는 함께 갈 수도 있었다. 함께 가자고 엄마와 동생을 설득할 수도 있었다. 
내가 아버지를 따라가겠다고 했으면, 엄마는 더 쉽게 선택했을 수도 있다. 그걸 알면서도 나는 그렇게 하지 않았다. 도리어 나는 혼자서라도이곳에 남겠다고 우겼다. 나한테 울분에 찬 목소리를 들려준 아

감당하기 힘든 짐을 얹어 준 아버지와 함께하고 싶지 않았다. 나는 입시를 핑계로 방학에도 장원에 가는 일을 되도록 피했고, 내려가도 아버지를 가까이하지 않았다. 나는 장원이 아니라아버지를 거부했던 것이다.

‘속았다‘ 외치던 아버지를 피하고 싶었던 건 ‘그럼 아버지는 왜속았어요?‘라는 말이 터져 나올까 봐서였다.
왜 속았어요?
바보같이 왜 속았어요?
나한테서 그 말이 칼날처럼 튀어나와 아버지를 해칠까 봐 두려웠던 것이다. 
그 두려움이 사라지지 않는 한 나는 아버지와 전처럼 친밀해질 수 없었다. 어쩌면 앞으로도 결코 예전처럼 친밀해질 수 없다고 생각했다.
그런 내 마음속에 용기가 싹튼 날이 바로 서백자 할머니 가족과 저녁 만찬을 하던 날이었다. 

그때 할머니는 인생을 두고 너무 아름다운 꿈은 꾸지 말아야 한다고 했다. 

아름다운 인생이 분명히 있을 테지만, 계획한 대로 이루어지는 게 아름다운 인생은 아니라고 했다. 그 말을 듣고 나는 불쑥 물었다.
"그럼 어떤 게 아름다운 건데요?"

마치 아버지를 향해 왜 속았어요?라고 묻는 투였다. 할머니가잠시 생각하더니 이렇게 말했다.
"맘먹은대로 되지 않았을 때 어떤 선택을 하는지에 달렸지. 암,

거기에 달렸지."
할머니가 자신에게 하는 것처럼 중얼거린 그 소리 끝에서 어떤 기운이 나오는 것만 같았다. 

바로 그 순간을 나는 알고 있다. 
마음속에 웅크리고 있던 덩어리가 점차 풀리고 따듯한 바람이 부는것만 같던 그 순간 그 순간을 만난 다음부터 나는 아버지와 다시 전처럼 친해질 수 있을 것 같다고 느꼈다.
언제부터인지 모르지만 아버지는 계획이 잘못되었다는 사실을 알았을 것이다. 이게 아니라고 생각해 왔을 것이다. 
그걸 알면서도 억지를 써왔던 자신을 받아들이는 말이 바로 ‘속았다‘였을 것이다. 아버지를 가장 많이 속인 건 아버지 자신이라는 걸 인정하는 말. 그 말을 하고 나서야 아버지는 지평선을 넘을 수 있었을 것이다.

먼저 경계를 넘어가 나를 기다리고 있던 아버지 그리고 나와함께 경계를 넘으려고 기다린 엄마, 나보다 먼저 용기를 낸 동생.
평생을 살 거라 여겼던 집에서 호쾌하게 떠난 서백자 할머니. 그들의 마음이 나한테 전해진 게 그날이었다.

*
이 집에서 보내는 마지막 밤이었다. 잠자리에 누웠다가 다시 일어나서 미닫이문을 열었다. 미닫이문을 여는 것과 같은 순간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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교사의 월급 사정은 교사가 더 잘 안다
세상 어디에도 없는 ‘교사 맞춤형‘ 재무 상담서

복리라서 나중에는 이득이라고무조건 많이 넣으라던데요?

우리 때는 연금이 어떻게 될지 몰라요.
후회하기 전에 개인 연금을 더 들어야 해요.

어? 그러게요・・・・.

교직원 공제회에얼마를 넣어야 할까요?

개인 연금도 따로 가입해야 할까요?

그럼 둘 중 어디에 더 비중을 두고저축하는 것이 더 좋을까요?


교무실에 전설처럼 전해지는 해법은 이제 그만!
경제금융교육연구회 ‘재무 읽어 주는 교사‘ 선생님들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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해지하면 손해가될 수 있는 보험

오래전 가입했던 보험의 혜택이 좋으니 가입을 유지하라는이야기를 종종 들어 보셨을 겁니다. 
물론 사람마다 유리한 특약사항은 다를 수 있기에 누군가에게는 그렇게까지 유용하지 않을 수 있고, 사람들이 잘 선택하지 않는 특약사항이 또 누군가에게는 필요할 수 있습니다.

본인이 가입한 보험에 다음과 같은 사항이 있는지 살펴보고
보험에 대한 고민들을 해결하는 데 도움이 되었으면 합니다.

1. 가입한 암보험 중에 갑상선암이 일반암에 포함되어 있는경우
2007년 4월 이전에 가입한 암보험은 대체로 갑상선암이 일반암에 포함되어 암진단비 전액을 수령할 수 있습니다. 이경우는 오늘날 소액암, 유사암으로 분류되어 있는 다른 암들도 일반암으로 포함되어 있을 것입니다.

2. 실비보험에 일반 상해의료비가 있는 경우이와 같은 약관이 있다면, 상해로 치과나 한의원[보신용 투약 제외)에 가는 경우에도 보상이 됩니다. 진료비와 유관한의료보조기, 재료도 보상됩니다.

가입 금액도 1사고당 한도가 적용되어 매 사고마다 적용이 되기 때문에 자기부담금이 없고 심지어 산업재해사고나 교통사고가 났을 때도 의료비의 50%까지 보장이 됩니다.

3. 가족 일상생활배상 책임 담보 특약 중 자기부담금이 2만 원인 경우
가족 일상생활배상 책임 담보 특약은 본인 자신과 가족의 일상생활에서 주택의 소유, 사용 관리 중 발생하는 사고나 일상생활 중에 우연한 사고로 벌어진 타인의 신체나 재물의 손해에 대한 배상 책임을 부담하는 특약입니다.

예를 들어 거주하고 있는 집에서 누수가 발생해 아랫집에 피해를 입힌 경우, 자전거를 타고 가다가 실수로 사람을 다치게 한 경우, 개를 산책시키는 도중에 갑자기 행인을 물어버린 경우 등 일상생활 중 누구에게나 발생할 수 있는 사고에 대해 고의가 없다면 배상금에 대한 보상을 받을 수있습니다. 1사고당 자기부담금이 2만 원으로 설정되어 있는 경우입니다.


원래 일반 상해의료비 특약은 사고가 나서 내가 상해를 입은 경우에 그 치료비를 보장해 주는것입니다. 그런데 예전 1세대 실손보험 중 이 특약에 가입되어 있는 경우는 국민건강보험을 적용받지 않는 자동차사고나 산업재해보상사고 등 내가 치료비를 내지 않는 사고에도 의료비의 일부 금액을 지급한다고 되어 있습니다.

4. 그외 유용한 특약
생명보험사의 수술비 특약[2004년 이전] 3종으로 분류되어 있는 경우, 
수술비 특약 중에 레이저 백내장 수술을 같은날에 해도 각각 보상이 되는 경우, 
골절진단비 중 치아파절이 보상되는 경우, 
실비보험 중에 동원 한도가 하루 50만원이나 100만 원인 경우
[MRI 촬영을 하거나 입원을 하지 않아도 보상되는 것] 암 진단이나 심혈관질환 시 납입이 면제되는 실비보험, 
상해후유장해3~100%) 시 5억이 보장되는 경우 등이 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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누가 이 세상을 공평하다 했는가?
나는 김병종 선생을 글쟁이로 먼저 만났다. <김병종의 화첩기행>을 펼쳐 들고때론 장터국수 같은 담백함에, 때론 삼겹살에 막걸리 같은 걸쭉함에또 때론 바지락 된장찌개 같은 농익음에 취해 읽고 또 읽었다.
그야말로 말을 가지고 채를 썰고 버무리고 지지는 언어 요리의 마술사다.
환쟁이 김병종은 좀 뒤늦게 만났다. ‘생명의 노래‘ 시리즈를 접하며 세상천지에 어쩌면 이렇게환하게 대담한 환쟁이가 있나 싶었다. 죽다 살아나 가까스로 만난 눈 속의 꽃이니 오죽했으랴?
그는 서화의 천재를 두루 타고난 이 시대에 몇 안 남은 선비다.
세상은 결코 공평하지 않다. 오래전 어딘가에 내가 쓴 글을 여기 다시 옮겨 적는다.
"김병종은 그림처럼 글을 그리고 글처럼 그림을 쓴다."
최재천

그는 학문 간 칸막이가 심한 대학의 오래된 흙담을 무너뜨리고 싶었을 것이다.
각 분야 전문가들이 저마다의 골목을 걸어 나와 광장에서 만나기를 원했을 것이다.
한 우물만 파는 것은 더 이상 미덕일 수 없다.
그러니 만나기 어렵고 껄끄러운 영역들도 서로 손을 내밀어보자.
어쩌면 그 맞잡은 손에서 제3의 에너지가 창출될 수도 있지 않겠는가.
이것이 최 교수의 믿음이었던 것 같다.
서로의 영역에서 각자 달려온 우리 두 사람도 그런 의미에서 오늘 손을 내민다.
이로써 너무도 오랜 세월 가까이 하기엔 너무 먼 당신이었던과학과 예술이 동행자가 되는 것이다.
김병종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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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름다운 세상을 기억하고 기록하고 상상하는 것, 아름답지 못한 세상을 만날 때 저항하고 치유하는 것, 모두 아름다움을 통해 가능하다. 키츠가
‘아름다움이 진리!"라고 선언했고, 니체가 ‘살기 위해 예술과 함께 산다‘고했다. 참된 아름다움은 세상을 제대로 살게 한다.
그래서 이 넓은 도시를 건너는 징검다리로 공공예술을 선택했다. ‘생산의 도시‘를 ‘생활의 도시‘로, ‘체계 중심의 도시‘를 ‘사람 중심의 도시‘로 바꾸기 위해 안간힘을 쓰는 요즘 도시들은 경쟁적으로 공공미술과 공공디자인을 끌어들여 ‘살만함 Livability‘ 의 새 지평을 열고 있다.
삶이 머무는 풍경 Life-Scape과 
거처 Place-Making, 
더불어 사는 공동체Community-Building, 
‘지금 여기‘를 향유하는 참여 Participatory Design 등을 
새롭게 창의하는 공공예술의 궤적을 따라가니 개체와 기능의 근대를 넘어 더불어 아름답게 살고자 하는 새로운 시대를 만날 수 있었다. 
비로소 도시에 아름다움이 살기 시작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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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 책은 공공예술, 도시담론, 마을지도 세 가지로 엮였다. 아름다움의 표상인 작품을 찾아 도시를 유람한다. 공짜로 누리는 안 운동까지 덤으로 해결하니 재미가 쏠쏠하다. 
그런데 이런 생각도 든다. 왜 작품만 아름답고 도시는 그렇지 못할까? 정작 아름다워야 할 게 삶인데. 그래서 도시를 작품으로 사는 조건을 상상하고 인간적이고 문화적인 도시담론을 엮는다. 담론은 현장을 부를 수밖에 없다 

보이지 않는 것을 보이게 하는 것이 꿈이고, 그 꿈을 지금 여기에 살게 불러내는 것이 예술이다. 
부재를 극복하는 의지 - 실재에의 의지가 꿈이라면 
그것의 실천 - 실재의 드러남, 현실 - 이 예술인 셈이다.

꿈과 현실은 반대말이 아니다. 꿈의 반대는 꿈꾸지 않음, 죽음이다. 
모든 살아 있는 것은 꿈을 꾼다. 아울러 모든 산 것은 지금 여기에 있고자 절박하게 몸부림을 친다. 꿈과 현실은 삶의 필수불가결한 현장들이다.
현실이 각박할수록 더욱 꿈으로 살아야 한다
.
 Live a Dream으로 Live aLife해야 한다. 

걸림돌을 디딤돌로 바꾸려면, 걸림돌을 새로 보는, 뛰어넘으려는 간절한 꿈이 있어야 한다.

"어린아이든 위대한 철학자든 보고 듣고 만질 수 없다면 아무것도 배울 수 없다."
아리스토텔레스

‘눈을 뜨게상을 바꾸고 싶다면 사랑하는 친구들을 보고 싶어요‘ ‘앞을 못 본다고 희망조차 못 볼쏘냐!‘ ‘대통령님 더불어 사는 사회를 위해 힘써 주세요‘ ‘세상 사람들이 눈으로 길을 볼 때, 난 마음으로 세상을 본다‘. 그 말들은 때로 유치하고 때로 의젓하고 귀여운 것이 보통 아이들과 똑같다. 
언어의 차이일 뿐 차별받아야할 근본의 차이는 없다. 
이것이 벽화에 새겨진 가장 큰 진리다.
예술가, 벽 앞에서 세 가지를 묻다참 아름다운 작품이라 고마운 마음이 절로 인다. 작가는 벽화를 통해 우리에게 세 가지를 진지하게 묻는다.

첫째, 수화와 점자 같은 장애인 언어는 장애를 안고 있는가? 수화와 점자는 예술성이 최고인 언어다. 제대로 보고 제대로 말할 수 없는 악조건 속의 언어는 꾸밈이나 군더더기를 허용치 않는다. 절박하고 절실한 마음만담을 수 있기에 소통의 본질을 찾고 그것을 형태화하는데 전력을 다한다.
수화나 점자는 예술작품이 표현하는 것과 같은 일을 한다.
가야금이나 거문고 재료 중 최고로 치는 것이 석상오동이라고 한다. 바위틈에서 모질게 자라다 고사한 오동나무를 말하는데, 힘겨운 삶과의고투를 촘촘한 나무결에 담고 있어 소리가 그윽하고 아름답단다. 당연하리라. 간난을 이긴 삶은 연주하지 않아도 이미 아름다운 곡절이 흐른다. 장애의 삶 자체가 아름다운 비상의 자원이다. 수화와 점자는 비상의 언어다.

둘째, 도시의 공간구조에 대한 질문이다. 도시 공간은 기능과 효율로만존재해야 하나? 도시 공간에 꿈과 희망,사랑, 소통을 담으면 비효율적으

우리 도시는 벅수 같아서 그 안에 사는 사람들의 마음에 가닿을 생각조차 하지 않는다.

 더럽고 지저분해서가 아니라, 그런 마음이 없는 것이 도시를 삭막하게 만드는 제일 큰 이유다. 사람이 공간을 만들지만 공간은 사람을 만든다. 사랑을 담는 공간이어야 사랑하는 사람을 만들 수있다.

셋째, 예술이 일방적으로 만든 가치에 대한 질문이다. 예술은 천재작가의 전유물인가? 보통 사람은 예술을 하면 안 되는가? 예술이 함께 만들고나누는 공동의 창의이고 희열이면 그 가치가 훼손되는가? 예술은 탁월한 결과로만 구성되지 않는다. 쌍방향 디지털이 연 참여와 나눔의 문화 이호함께하고 체험을 나누는 과정에서 예술의 위대함과 아름다움을 입증하는사례가 늘고 있다. 
동떨어진 수천 명의 일상인이 유튜브로 만나 노래한 에릭 휘태커의 <버추얼 합창단>을 보라. 참여와 나눔으로 재구성한 예술의 가치는 그 어떤 명작, 명품보다 더 아름답다. 장애인들과 함께해서 아름다운 것은 ‘장애‘ 때문이 아니라 ‘함께‘ 살려는 마음 때문이다. 그들과 함께 만든 수화·점자벽화는 세상에서 가장 아름다운 말이요, 작품이다.

"착한 것과 아름다운 것이 하나"라고 말하는 철학자는 욕먹어도 싸다. 그가 더 나아가 진리 또한 그와 하나"라고 말한다면, 마구 몽둥이질을 해줘도좋다. 진리는 추악하다. 진리 때문에 말라비틀어죽지 않기 위해 우리는 예술과 함께 산다.
"니체, 《권력에의 의지》

아름다움은 진리, 진리는 아름다움 - 이것이 전부,
당신이 이 땅에서 아는 것, 그리고 당신이 꼭 알아야하는 것.
_ 존 키츠, <그리스 항아리에 부치는 노래>

도시 읽기
안팎의 신화

추운 겨울을 맞는 고슴도치(정확하게는 ‘산미치광이 .. Porcupine). 서로 떨어져 있으면 얼어 죽는다. 온기를 찾아 서로 뭉친다. 이번에는 가시가 서로에게 상처를 준다. 멀어진다. 추워 죽겠다. 다시 모인다. 아프다. 다시 멀어지고 또 가까워지고………. 고슴도치들은 수많은 시도 끝에 이러지도 저러지도 못하는 딜레마를 넘어 동사와 형극둘 다를 이겨내는 공통의
‘사이‘를 찾아낸다.
쇼펜하우어가 제시한 ‘고슴도치의 딜레마‘를 다르게 읽으면, 자유와 연대에 대한 인간의 부조리한 욕구, 그리고 그 모순을 넘어서는 소통의 생명력을 낚을 수 있다. 혼자 있으면 외로워 같이 있고 싶고, 같이 있으면 지게워서 혼자 있고 싶다. 부조리하지만, 그게 인간의 본성이다. 하지만 사회의본성은 좀 다른 것 같다. 획일적인 전체주의나 낱개로 흩어지는 개인주의둘 중 하나를 선택하도록 끊임없이 강요한다. 국가나 회사, 학교, 동아리들모두 그렇다. 딜레마는 원천 봉쇄되고, 그에 따라 소통은 아예 필요 없는 것이 된다. ‘안‘과 ‘개체‘만 좇는 사회는 서로가 서로에게 가시가 되는 사회다.
‘밖‘과 ‘전체‘를 강요하는 사회는 동토의 왕국이다. 동사의 위험이 상존한다.
소통은 개체와 전체의 ‘사이‘를 만든다. ‘관계‘를 만든다. 추운 날 멀어지고 가까워지기를 숱하게 반복하는 고슴도치의 그것처럼 소통은 사느냐?
죽느냐?‘의 사이를 수없이 오가는 삶의 결정적인 여정을 만든다. 사이로

사이를 ‘철학‘하고, 사이로 ‘미학‘하자. <공간의 시학>에서 ‘철학+시‘의 공간론을 펼친 가스통 바슐라르가 좋은 본보기다. 그는 더불어살아가는 사이의 실존적 의미와 아름다움에 대해 유려한 사유의 마당을 물론 근대가 만든 안과 밖의 경계는 한없이 견고하고 단단하다. 근대는안과 밖의 사이에 베를린 장벽보다 더 단단한 물리적 경계를 세우는 한편,
월경을 야합으로 모는 도덕적 장치, 이솝우화의 ‘박쥐‘ 이야기 같은 미학장비도 마련해 놓았다. 
안과 밖의 분할통치가 안팎 사이의 철학과 미학을 압도할 수밖에 없었다. 하지만 경계가 단단하면 단단할수록 그 사이를 잇는 노력 또한 더욱 강화됐다. 누르는 힘이 세면 셀수록 반발하는 힘은 더큰 에너지를 얻는다. 
근대가 안과 밖의 장벽을 높고 견고하게 쌓으면 쌓을수록 안팎 사이의 문은 더욱 활짝 열릴 수 있다.

통하였느냐?" 영화 <스캔들>에서 남녀상열지사를 암시하는 광고 카피였지만, 제대로 살기 위해 우리가 진짜 물어야 하는 질문이다. 통하였느냐? 통하지 않으면 존재하지 않는다.
앉아 있지 않고서는 생각할 수도, 쓸 수도 없다. (플로베르) 허무주의자여, 나는 이것으로 그대의 정체를 알아차렸다. 끈기 있게 앉아서 일을 한다는 ㄱ 성스러운영혼을 거스르는 죄악이다. 걸으면서 얻은 사상만이 참된 가치를 가진다.
근대 사실주의 소설의 초석을 놓은 구스타브 플로베르는 《보바리 부인》과 같은 뛰어난 문학적 성취와는 대비되는 조용한 독신 칩거생활을 했다.
니체가 그런 플로베르를 《우상의 황혼》에 불러내 허무주의자라 쏘아붙였다. 일방적이기는 하지만, 곧잘 거리에서 철학하고 이성(안)을 몸 이성(안팎)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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