누가 이 세상을 공평하다 했는가?
나는 김병종 선생을 글쟁이로 먼저 만났다. <김병종의 화첩기행>을 펼쳐 들고때론 장터국수 같은 담백함에, 때론 삼겹살에 막걸리 같은 걸쭉함에또 때론 바지락 된장찌개 같은 농익음에 취해 읽고 또 읽었다.
그야말로 말을 가지고 채를 썰고 버무리고 지지는 언어 요리의 마술사다.
환쟁이 김병종은 좀 뒤늦게 만났다. ‘생명의 노래‘ 시리즈를 접하며 세상천지에 어쩌면 이렇게환하게 대담한 환쟁이가 있나 싶었다. 죽다 살아나 가까스로 만난 눈 속의 꽃이니 오죽했으랴?
그는 서화의 천재를 두루 타고난 이 시대에 몇 안 남은 선비다.
세상은 결코 공평하지 않다. 오래전 어딘가에 내가 쓴 글을 여기 다시 옮겨 적는다.
"김병종은 그림처럼 글을 그리고 글처럼 그림을 쓴다."
최재천
그는 학문 간 칸막이가 심한 대학의 오래된 흙담을 무너뜨리고 싶었을 것이다.
각 분야 전문가들이 저마다의 골목을 걸어 나와 광장에서 만나기를 원했을 것이다.
한 우물만 파는 것은 더 이상 미덕일 수 없다.
그러니 만나기 어렵고 껄끄러운 영역들도 서로 손을 내밀어보자.
어쩌면 그 맞잡은 손에서 제3의 에너지가 창출될 수도 있지 않겠는가.
이것이 최 교수의 믿음이었던 것 같다.
서로의 영역에서 각자 달려온 우리 두 사람도 그런 의미에서 오늘 손을 내민다.
이로써 너무도 오랜 세월 가까이 하기엔 너무 먼 당신이었던과학과 예술이 동행자가 되는 것이다.
김병종