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름다운 세상을 기억하고 기록하고 상상하는 것, 아름답지 못한 세상을 만날 때 저항하고 치유하는 것, 모두 아름다움을 통해 가능하다. 키츠가
‘아름다움이 진리!"라고 선언했고, 니체가 ‘살기 위해 예술과 함께 산다‘고했다. 참된 아름다움은 세상을 제대로 살게 한다.
그래서 이 넓은 도시를 건너는 징검다리로 공공예술을 선택했다. ‘생산의 도시‘를 ‘생활의 도시‘로, ‘체계 중심의 도시‘를 ‘사람 중심의 도시‘로 바꾸기 위해 안간힘을 쓰는 요즘 도시들은 경쟁적으로 공공미술과 공공디자인을 끌어들여 ‘살만함 Livability‘ 의 새 지평을 열고 있다.
삶이 머무는 풍경 Life-Scape과 
거처 Place-Making, 
더불어 사는 공동체Community-Building, 
‘지금 여기‘를 향유하는 참여 Participatory Design 등을 
새롭게 창의하는 공공예술의 궤적을 따라가니 개체와 기능의 근대를 넘어 더불어 아름답게 살고자 하는 새로운 시대를 만날 수 있었다. 
비로소 도시에 아름다움이 살기 시작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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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 책은 공공예술, 도시담론, 마을지도 세 가지로 엮였다. 아름다움의 표상인 작품을 찾아 도시를 유람한다. 공짜로 누리는 안 운동까지 덤으로 해결하니 재미가 쏠쏠하다. 
그런데 이런 생각도 든다. 왜 작품만 아름답고 도시는 그렇지 못할까? 정작 아름다워야 할 게 삶인데. 그래서 도시를 작품으로 사는 조건을 상상하고 인간적이고 문화적인 도시담론을 엮는다. 담론은 현장을 부를 수밖에 없다 

보이지 않는 것을 보이게 하는 것이 꿈이고, 그 꿈을 지금 여기에 살게 불러내는 것이 예술이다. 
부재를 극복하는 의지 - 실재에의 의지가 꿈이라면 
그것의 실천 - 실재의 드러남, 현실 - 이 예술인 셈이다.

꿈과 현실은 반대말이 아니다. 꿈의 반대는 꿈꾸지 않음, 죽음이다. 
모든 살아 있는 것은 꿈을 꾼다. 아울러 모든 산 것은 지금 여기에 있고자 절박하게 몸부림을 친다. 꿈과 현실은 삶의 필수불가결한 현장들이다.
현실이 각박할수록 더욱 꿈으로 살아야 한다
.
 Live a Dream으로 Live aLife해야 한다. 

걸림돌을 디딤돌로 바꾸려면, 걸림돌을 새로 보는, 뛰어넘으려는 간절한 꿈이 있어야 한다.

"어린아이든 위대한 철학자든 보고 듣고 만질 수 없다면 아무것도 배울 수 없다."
아리스토텔레스

‘눈을 뜨게상을 바꾸고 싶다면 사랑하는 친구들을 보고 싶어요‘ ‘앞을 못 본다고 희망조차 못 볼쏘냐!‘ ‘대통령님 더불어 사는 사회를 위해 힘써 주세요‘ ‘세상 사람들이 눈으로 길을 볼 때, 난 마음으로 세상을 본다‘. 그 말들은 때로 유치하고 때로 의젓하고 귀여운 것이 보통 아이들과 똑같다. 
언어의 차이일 뿐 차별받아야할 근본의 차이는 없다. 
이것이 벽화에 새겨진 가장 큰 진리다.
예술가, 벽 앞에서 세 가지를 묻다참 아름다운 작품이라 고마운 마음이 절로 인다. 작가는 벽화를 통해 우리에게 세 가지를 진지하게 묻는다.

첫째, 수화와 점자 같은 장애인 언어는 장애를 안고 있는가? 수화와 점자는 예술성이 최고인 언어다. 제대로 보고 제대로 말할 수 없는 악조건 속의 언어는 꾸밈이나 군더더기를 허용치 않는다. 절박하고 절실한 마음만담을 수 있기에 소통의 본질을 찾고 그것을 형태화하는데 전력을 다한다.
수화나 점자는 예술작품이 표현하는 것과 같은 일을 한다.
가야금이나 거문고 재료 중 최고로 치는 것이 석상오동이라고 한다. 바위틈에서 모질게 자라다 고사한 오동나무를 말하는데, 힘겨운 삶과의고투를 촘촘한 나무결에 담고 있어 소리가 그윽하고 아름답단다. 당연하리라. 간난을 이긴 삶은 연주하지 않아도 이미 아름다운 곡절이 흐른다. 장애의 삶 자체가 아름다운 비상의 자원이다. 수화와 점자는 비상의 언어다.

둘째, 도시의 공간구조에 대한 질문이다. 도시 공간은 기능과 효율로만존재해야 하나? 도시 공간에 꿈과 희망,사랑, 소통을 담으면 비효율적으

우리 도시는 벅수 같아서 그 안에 사는 사람들의 마음에 가닿을 생각조차 하지 않는다.

 더럽고 지저분해서가 아니라, 그런 마음이 없는 것이 도시를 삭막하게 만드는 제일 큰 이유다. 사람이 공간을 만들지만 공간은 사람을 만든다. 사랑을 담는 공간이어야 사랑하는 사람을 만들 수있다.

셋째, 예술이 일방적으로 만든 가치에 대한 질문이다. 예술은 천재작가의 전유물인가? 보통 사람은 예술을 하면 안 되는가? 예술이 함께 만들고나누는 공동의 창의이고 희열이면 그 가치가 훼손되는가? 예술은 탁월한 결과로만 구성되지 않는다. 쌍방향 디지털이 연 참여와 나눔의 문화 이호함께하고 체험을 나누는 과정에서 예술의 위대함과 아름다움을 입증하는사례가 늘고 있다. 
동떨어진 수천 명의 일상인이 유튜브로 만나 노래한 에릭 휘태커의 <버추얼 합창단>을 보라. 참여와 나눔으로 재구성한 예술의 가치는 그 어떤 명작, 명품보다 더 아름답다. 장애인들과 함께해서 아름다운 것은 ‘장애‘ 때문이 아니라 ‘함께‘ 살려는 마음 때문이다. 그들과 함께 만든 수화·점자벽화는 세상에서 가장 아름다운 말이요, 작품이다.

"착한 것과 아름다운 것이 하나"라고 말하는 철학자는 욕먹어도 싸다. 그가 더 나아가 진리 또한 그와 하나"라고 말한다면, 마구 몽둥이질을 해줘도좋다. 진리는 추악하다. 진리 때문에 말라비틀어죽지 않기 위해 우리는 예술과 함께 산다.
"니체, 《권력에의 의지》

아름다움은 진리, 진리는 아름다움 - 이것이 전부,
당신이 이 땅에서 아는 것, 그리고 당신이 꼭 알아야하는 것.
_ 존 키츠, <그리스 항아리에 부치는 노래>

도시 읽기
안팎의 신화

추운 겨울을 맞는 고슴도치(정확하게는 ‘산미치광이 .. Porcupine). 서로 떨어져 있으면 얼어 죽는다. 온기를 찾아 서로 뭉친다. 이번에는 가시가 서로에게 상처를 준다. 멀어진다. 추워 죽겠다. 다시 모인다. 아프다. 다시 멀어지고 또 가까워지고………. 고슴도치들은 수많은 시도 끝에 이러지도 저러지도 못하는 딜레마를 넘어 동사와 형극둘 다를 이겨내는 공통의
‘사이‘를 찾아낸다.
쇼펜하우어가 제시한 ‘고슴도치의 딜레마‘를 다르게 읽으면, 자유와 연대에 대한 인간의 부조리한 욕구, 그리고 그 모순을 넘어서는 소통의 생명력을 낚을 수 있다. 혼자 있으면 외로워 같이 있고 싶고, 같이 있으면 지게워서 혼자 있고 싶다. 부조리하지만, 그게 인간의 본성이다. 하지만 사회의본성은 좀 다른 것 같다. 획일적인 전체주의나 낱개로 흩어지는 개인주의둘 중 하나를 선택하도록 끊임없이 강요한다. 국가나 회사, 학교, 동아리들모두 그렇다. 딜레마는 원천 봉쇄되고, 그에 따라 소통은 아예 필요 없는 것이 된다. ‘안‘과 ‘개체‘만 좇는 사회는 서로가 서로에게 가시가 되는 사회다.
‘밖‘과 ‘전체‘를 강요하는 사회는 동토의 왕국이다. 동사의 위험이 상존한다.
소통은 개체와 전체의 ‘사이‘를 만든다. ‘관계‘를 만든다. 추운 날 멀어지고 가까워지기를 숱하게 반복하는 고슴도치의 그것처럼 소통은 사느냐?
죽느냐?‘의 사이를 수없이 오가는 삶의 결정적인 여정을 만든다. 사이로

사이를 ‘철학‘하고, 사이로 ‘미학‘하자. <공간의 시학>에서 ‘철학+시‘의 공간론을 펼친 가스통 바슐라르가 좋은 본보기다. 그는 더불어살아가는 사이의 실존적 의미와 아름다움에 대해 유려한 사유의 마당을 물론 근대가 만든 안과 밖의 경계는 한없이 견고하고 단단하다. 근대는안과 밖의 사이에 베를린 장벽보다 더 단단한 물리적 경계를 세우는 한편,
월경을 야합으로 모는 도덕적 장치, 이솝우화의 ‘박쥐‘ 이야기 같은 미학장비도 마련해 놓았다. 
안과 밖의 분할통치가 안팎 사이의 철학과 미학을 압도할 수밖에 없었다. 하지만 경계가 단단하면 단단할수록 그 사이를 잇는 노력 또한 더욱 강화됐다. 누르는 힘이 세면 셀수록 반발하는 힘은 더큰 에너지를 얻는다. 
근대가 안과 밖의 장벽을 높고 견고하게 쌓으면 쌓을수록 안팎 사이의 문은 더욱 활짝 열릴 수 있다.

통하였느냐?" 영화 <스캔들>에서 남녀상열지사를 암시하는 광고 카피였지만, 제대로 살기 위해 우리가 진짜 물어야 하는 질문이다. 통하였느냐? 통하지 않으면 존재하지 않는다.
앉아 있지 않고서는 생각할 수도, 쓸 수도 없다. (플로베르) 허무주의자여, 나는 이것으로 그대의 정체를 알아차렸다. 끈기 있게 앉아서 일을 한다는 ㄱ 성스러운영혼을 거스르는 죄악이다. 걸으면서 얻은 사상만이 참된 가치를 가진다.
근대 사실주의 소설의 초석을 놓은 구스타브 플로베르는 《보바리 부인》과 같은 뛰어난 문학적 성취와는 대비되는 조용한 독신 칩거생활을 했다.
니체가 그런 플로베르를 《우상의 황혼》에 불러내 허무주의자라 쏘아붙였다. 일방적이기는 하지만, 곧잘 거리에서 철학하고 이성(안)을 몸 이성(안팎)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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