경비원 일을 시작한 지 넉 달이 되어갈 무렵 고대 이집트 전시관 뒤편에 있는 옷장이라 해도 믿을 만한 크기의 노동조합 사무실로 소환됐다. 
허튼짓은 용납하지 않는 조합장 카터 씨가 들어오라 손짓하며 드물게 
성이 아니라 이름으로 나를 부른다.

"축하하네, 어, 음, 패트릭" 그가 말한다. "수습기간이 끝났으니까 이제 자네는 정식으로 DC37 (뉴욕에서 가장 큰 공무원 노조-옮긴이), 1503지부의 회원이 됐네. 
이 양식을 작성해주게. 좋아,
좋아. 새로운 병가와 연차 수당 기준은 바로 반영될 거고 급여는1년간 근속을 해야 인상될 거야. 
내년 봄쯤 첫 휴가 일정을 잡을 무렵에 자네를 다시 부를 텐데, 휴가는 그다음 겨울, 2월 정도로 계획하고 있으면 될 거야. 
휴가 주간은 선임자가 무조건 우선 선택권을 가지니까 후임들에게 돌아가는 건 보통 그 정도야. 하지만 이제 배치 사무실이 자네를 온갖 구역으로 보낼 테니 최소한 그런 식으로라도 여행을 다닐 수 있겠군... 좋아. 아주 좋아.

 혹시라도 주소가 변경되면 우리에게 알려주고, 조합원 카드는 우편으로 받게 될 거야. 

근무복 제작실에서 신발을 찾으러 오라니

까 이제 그쪽으로 가보게. 

아, 그리고 다음 월급을 받으면 첫 양말수당이 포함되어 있는지 확인해봐. 매년 80달러씩이니까."

"감사합니다. 조합장님." 
명세서의 어디를 봐야 양말 수당이라고 적힌 것을 찾을 수 있을지 고민하며 사무실을 나섰다.

평범한 아침이면 
이스트 82번가를 따라 장엄한 보자르 Beaux-Arts 양식(19세기 중후반 프랑스에서 유행한 신고전주의 건축 양식-옮긴이)으로 지어진 건물과 기둥 그리고 우아하게 펼쳐진 치맛자락 같은 대리석 계단을 정면으로 바라보며 미술관으로 향한다. 

물론 경비원은 대리석 계단 같은 건 오르지 않는다. 대신 나는 84번가에 있는 경비 초소로 방향을 틀어 미술관 외관 구석구석을 벤치 삼아 델리에서 산 커피를 마시고, 수다를 떨고, 담배를 피우고, 명상을 하고, 《타임스》와 《데일리뉴스>를 읽고 있는 일찍 도착한 동료들을 지나친다. 

M1 버스 한 대가 맨해튼 북부에서 통근하는 경비원 몇을 내려주자 누군가 "차 좀 잡아줘!"라고 소리치고, 야간 근무조 경비원들이 집으로 향하는 그 버스를 타려고 내가 가던 길을 전속력으로 가로지른다. 

초소에 가까워지자 흰색 트럭 하나가 하역장 출입 심사를 통과하는 모습이 보인다. 루브르 박물관에서 대여한 예술품을 싣고 있는지 아니면 키즈밀에 들어갈 핫도그 빵을 나르는 건지는 알 수 없다. 

이윽고두 번째 부스로 가서 출입증을 대자 모니터에 내 얼굴이 번쩍거리며 나타난다. "좋은 아침이야." 이제 얼굴만 봐도 나를 알아보는 고참 동료가 부스 안에서 인사를 건넨다.


메트는 매년 거의 7백만 명의 방문객들을 맞이한다. 이건 양키스, 메츠, 자이언츠, 제츠, 닉스 그리고 네츠의 관중을 모두 합친것보다 더 많은 수다. 자유의 여신상이나 엠파이어 스테이트 빌딩의 방문객보다도 많다. 루브르 박물관이나 중국 국립 박물관

보다는 덜하지만 박물관 중에서는 3위다. 
방문객의 절반 정도는 해외에서 오고 나머지 절반을 차지하는 내국인 방문객 중 다시 절반은 뉴욕시 밖에서 온다. 메트는 원하는 만큼 내라는 입장료 방침을 갖고 있기 때문에 많은 사람들이 돈 걱정할 필요 없이 공원에 소풍을 온 기분으로 미술관에서 하루를 보낸다(슬프게도,
2018년 이후 이 방침은 뉴욕주 거주자에게만 해당한다). 

전반적으로메트로폴리탄 미술관은 그 이름에 걸맞은 관중을 끌어모으고 있다고 말할 수 있다. 다채로운 이유로 이 위대한 도시를 찾아온 다양한 사람들이 뉴욕에서 가장 매력적인 장소 중 하나로 모여들고 있으니 말이다.

이곳 출신이 아닌 뉴요커인 나는 다른 곳과 비교할 수조차 없는 차원의 사람 구경을 처음으로 경험하던 때를 기억한다. 서민들과 멋쟁이들과 동네 괴짜들이 같은 거리를 활보하고 있었고그 누구도 머뭇거리지 않았다. 아무도 두려워 보이지 않았다. 기분 상해 보이거나 피곤해 보이거나 짜증나 보이는 사람은 있어도 아무도 스스로를 너무 의식하거나 움츠러들거나 소심해 보이지 않았다. 그들은 남의 이목 따위 신경 쓰지 않는 것처럼 보였고, 이런 군중 속에 홀로 있는 듯한 모습이야말로 사람 구경의대상이 되기에 이상적인 뉴요커들의 특성이다. 대학교 때는 이따금 메트의 돌계단에 앉아서 5번가를 따라 끝없이 흐르는 행렬을 관찰하면서 생각보다 더 오랜 시간을 보내곤 했다. 그러다 싫증이 나면 뒤로 돌아 메트의 커다란 입구로 들어가 내가 관찰하

던것만큼 빽빽하고 남의 시선을 의식하지 않는 군중에 합류했다. 혼자였다가 섞여들었다가, 혼자였다가 섞여들었다가 하는도시인의 호흡.

경비 근무 중 나는 내 옆을 지나가는 군중 속으로 섞여들지않는다. 가구에 녹아들지언정 절대 군중에는 그럴 수 없다. 

이 화려한 퍼레이드에서 관객의 자리를 지킬 뿐이다. 공원 벤치에 한두 시간동안 앉아 있는 것과 내 존재를 알아차리지 못하는 낯선 사람들과 고요한 공간을 공유하며 매일 시간을 보내는 것은 차원이 다른 일이다. 

손에 든 은쟁반 말고는 눈에 띄지 않도록 존재감을 숨기는 집사들에겐 익숙한 일일 테지만, 나는 눈과 귀만 가진 존재는 아니지만 어쨌든 그것이 내 주된 임무다.

방문객들이 미술관을 관람하는 방법이 정해져 있는 건 아니지만 몇 가지 대표적인 유형은 있다. 모든 일이 그렇듯이 사람구경도 할수록 는다. 이러한 ‘기예‘에 통달하기로 마음먹은 나는매일 보는 수천 명의 사람 중에서 선형적인 인물들을 골라내는법을 터득했다. 첫 번째는 ‘관광객‘ 유형이다. 대개 사는 지역 고등학교의 바람막이 점퍼를 입고 카메라를 목에 건 채 무조건 가장 유명한 작품을 찾아다니는 아버지들이다. 이들은 예술에 특별한 관심은 없지만 보는 눈까지 없는 것은 아니다. 사실 옛 거장전시관의 솜씨들을 관람하며 큰 소리로 이렇게 말하기도 한다. "뭐, 액자를 본 것만으로도!" 그들은 초등학교 저학년 자녀가세계사 시간에 배운 내용을 작품에 접목할 때면 열심히 귀를 기


시선을 사로잡는 보기 드문 사람들도 있다. 한 노인이 감상에지쳐서 보행기에 몸을 엎드리면 그의 아내는 고개를 숙여 그의귀에 속삭인다. 몇 분 동안 그녀는 그가 체력이 모자라 놓치게될 중세의 유물들을 자세히 묘사해준다. 설명이 끝나면 그녀는그를 일으켜 세우고 그들은 다시 조금씩 나아간다.


아메리카 전시관의 분수대 앞에서 
한 어머니가 아이에게 동전 두닢을 건네며 말한다. 

"하나는 네 소원을 위해서, 
다른 하나는 네 소원만큼 간절한 다른 누군가의 소원을 위해서." 

이런 말은 한 번도 들어본 적이 없는데 나는 듣자마자 언젠가 내 아이들에게 똑같이 말해주리라 결심한다.

머리가 하얗게 센 두 나이 든 숙녀가 똑같은 차림을 하고 있어서 자세히 보니 일란성 쌍둥이다. 더욱 자세히 살펴보면 한가지 차이점이 있다. 한 사람은 나비넥타이를 착용하고 다른 사람은 착용하지 않았다는 점이다.
이런 사람들을 몇 분간 바라보고 있다 보면 묘한 일이 일어날때도 있다. 갑자기 방향을 튼 그 관람객이 이쪽으로 걸어와 나에게 질문을 건네는 것이다.


내가 갈팡질팡하며 설명하는 동안 남자는 그런 이야기에 굶주린 듯 귀를 기울인다. 보기 드문 사람이다. 
아는 척을 하거나 비웃음을 두려워하지 않고 마음의 문을 활짝 열어 수많은 새로운 아이디어들의 충돌을 반기는 사람. 

나는 온종일 감탄했던 다른 어떤 것보다도 이 남자의 개방적인 태도에 더 탄복한다. 남자는 나에게 감사를 표한 후 떠났고 그때부터 나는 그와 비슷한 사람들을 찾아 나서는 습관이 생겼다.

그는 듣는 사람이었다. 

대부분은 말하는 사람들이다. 

간혹 말을 하면서 생각하는 사람들도 있다.

 나를 향해 엄청나게 천천히독백을 하는 한 여자가 있었는데 노력이 하도 정성스럽고 진지해서 그 마법의 힘이 풀릴까 두려워 감히 움직일 수조차 없었다.
"이 재능 있는 예술가들..." 그녀는 <안데스의 오지 Heart of theAnales>(프레더릭 에드윈 처치Frederic Edwin Church의 대형 풍경화. 1857년

어의 의미는 ‘분리되어 있는‘이었다) 지루하고 평범한 세속의 영역을 분리하는 액자가 둘러져 있다. 때때로 우리에게는 멈춰 서서무언가를 흠모할 명분이 필요하다. 예술 작품은 바로 그것을 허락한다.

몇 발짝 떨어진 곳에서 한 관람객이 미동도 하지 않는 조지아의 얼굴 사진을 사진으로 남기기 위해 카메라를 갖다 대고 있다.

목격하는 순간에는 이것이 초현실적인 일처럼 느껴지지만, 
왜그런 일이 일어나는지 이해할 수 있다. 

카메라 뒤의 남자는 그가현실을 더 꽉 움켜쥐고 있는 기분이 들 것이다. 손 틈새로 금세빠져나가버릴 순간을 온전히 경험하는 건 어려운 일이니까. 우리는 소유, 이를테면 주머니에 넣어갈 수 있는 무언가를 원한다.
하지만 아름다운 것은 주머니에 들어가지 않고, 우리가 보고 경험하는 것 중에서 아주 작은 부분만 소유할 수 있다면?
이런 생각에 이르자 갑자기 전시실 안의 낯선 사람들이 엄청나게 아름다워 보인다. 선한 얼굴, 매끄러운 걸음걸이, 감정의높낮이, 생생한 표정들. 그들은 어머니의 과거를 닮은 딸이고,
아들의 미래를 닮은 아버지다. 그들은 어리고, 늙고, 청춘이고,
시들어가고, 모든 면에서 실존한다. 나는 눈을 관찰 도구로 삼기위해 부릅뜬다. 눈이 연필이고 마음은 공책이다. 이런 일에 그다지 능숙하지 않다는 건 더 나아질 수 있다는 뜻이다. 나는 사람들이 입고 돌아다니는 옷과, 남자친구나 여자친구와 손을 잡거나 혹은 잡지 않는 몸짓에서, 머리를 다듬고, 면도를 하고, 내 눈

을 마주하거나 피하고, 얼굴과 자세에서 기쁨이나 조급함, 지루힘이나 산만함을 보이는 방식들 속에서 의미를 찾는다. 
그리고 내가 보는 대부분의 것에서 말로 표현할 수 있는 확실한 의미를 찾을 수 없다는 것을 알게 되면서, 그저 이 장면에 깃든 눈부심과 반짝임을 바라보며 기쁨을 만끽한다.

하루가 끝난 후 86번가에서 지하철을 탄 나는 우물처럼 샘솟는 연민의 마음으로 동승자들을 둘러본다. 평범한 날이면 낯선사람들을 힐끗 보며 그들에 관한 가장 근본적인 사실을 잊어버리기 일쑤다. 그들이 나만큼이나 실존적이고 승리하고 또 고통받았으며 나처럼 힘들고 풍요롭고 짧은 삶에 몰두해 있다는 사실을. 입원해 있는 톰을 방문한 후 집으로 가는 지하철을 타던때를 기억한다. 누구라도 심술을 부리거나, 실수로 부딪힌 다른승객에게 쏘아붙이면 그게 그렇게 믿을 수 없을 정도로 편협하고 무지해 보였다. 우리 모두 그럴 때가 있는데도 말이다. 오늘밤은 운이 좋다. 낯선 사람들의 피곤하거나 어떤 생각에 빠져 있는 얼굴들을 애정을 갖고 바라볼 수 있다.
반 시간이 지나고 유니언 스퀘어에서 환승한 후, 내가 탄 전철은 맨해튼 다리를 건너 브루클린으로 빨려 들어간다. 지금 내가향하고 있는 사람을 떠올리며, 더 큰 사랑을 느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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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너 그 상처 어렸을 때 영웅이가 문 거라고 했잖아. 처음만나는 날 보육원에서 영웅이가 널 물었지 뭐니. 엄마를 선택한 게 아니라 널 선택한 거지. 그것도 참 영웅이다워."
어이가 없었지만 태웅은 엄마의 해석이 이해되었다. 사자에게도 덤벼드는 벌꿀오소리라면, 똑똑한 영웅이었다면 사랑으로 돌봐줄 부모님보다 자신과 티격태격 재미있게 자랄 형제를 먼저 선택했을 것이다.

‘내가 마음에 들었다니 다행이다, 벌꿀오소리 동생아‘
마음을 간질간질하게 한 그 이야기는 태웅이 궁금했던 동물화의 큰 비밀을 알려준 듯했다.

제각각의 동물화를 겪는 것은 우리가 인간이라는 걸 다시금 깨닫게 함이다. 역설적으로 사람의 태에 어울리는 속마음을 키우도록 그런 인고의 시간이 필요했으리라.

몸 곳곳에 분홍색 털이 남아 있어 가끔 자신을 부끄럽게 만들었지만, 오랜 시간이 흘러도 동물화 기간의 기억은 누구에게나 강력한 흔적을 남길 듯했다. 
다만 기린이었어도, 비둘기였어도, 뒷다리가 짧은 하이에나였어도 우리는 태어난 존재이고자라나는 힘든 과정도 축복이라 그 힘든 시기를 겪는 것이다.

엄마가 우리를 고통 속에 낳았듯 우리도 우리 자신을 다시태어나게 하는 것이라고, 태웅은 혼자만의 답을 찾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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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인간은 본질적으로 외로운 존재다. 미래 생각하고 살았지. 그래도 나스스로 한 약속만은 친구처럼 어디든 같이 다녔어."

"미래 살아오다가 뒤돌아보니 내 배를 따라서 파도가 하얗게 되었어나도 많이 부서졌고 많이 일어섰어. 내 경험이 내 배 뒤를 쫓아서 쭉따라오는 것 같았어.‘

‘내가 이제 살면 얼마나 더 살겠어. 내가 지금 듣는 것은 다시는못듣겠지. 다시는 이야기도 못 나누겠지. 그런 걸 생각하면 아주열성적으로 듣게 돼, 귀가 배지근해지지..

"인생에 쓸데없는 것은 없어요. 그걸 모아서 선물을 하려고 마음만먹으면요."

"나를 좋아했던 사람이 준 찻잔을 손에 들고 그렇게 몇 그루 나무에불과하지만 그래도 자연 속에 있으면 이상한 존재감이 생겨요.
누군가에게 좋은 사람이었던 니, 그런 게 조금씩 보여요."

"아무리 서러워도 메디 기념 데가 있으면 눈물은 그치게 돼 있어

‘나의 깊은 ‘마지막 슬픈 사람이 되는 거예요. 나의 선택은 언제나세상의 슬픔을 줄이는 것이에요. 나에게 위안은 세상에 다시는 그런일이 벌어지지 않는 것이에요."

‘세상은 우리 맞고 변하는데 우리는 그 일에 갇혀 있어요. 그런데우리가 겪은 이야기들을 나누면서 우리는 외롭지 않았어요."

"우리가 다시 만나면 우선 안아주고 그다음엔 서로 어떻게 살아왔는지많은 이야기를 할 거예요. 그날을 위해서 뭘 해야 할지 알아야 할 게 있다면 알려주세요."

당신을 당신으로 만든 이야기를 들려달라
나는 살아 있는 자의 귀로 듣겠다

이제 인류가 지속되는 한 인간의 기억 속에 영원히 좋은것으로 남을 자신만의 이야기를 나에게 들려준 사람들의 이야기를 함께 나누려고 한다. 
조용히 빛을 발하는 사람들의 이야기다. 

이 사람들은 자신에게 중요한 단어가 무엇인지알고 있었고 자신이 말하려고 하는 것을 정확히 말하는기쁨을 누려봤다. 
소박한 이야기도 있고 무겁고도 가벼운-현실에 뿌리를 깊숙이 박고 있다는 점에서 무겁지만 영혼을 높이 올려준다는 점에서 가볍다-이야기도 있다.
이 사람들이 없다면 세계는 훨씬 더 황량해질 것이다.

이런 이야기가 있는 현실을 다른 현실보다 신뢰하기 때문에,
더 가치를 두기 때문에 나는 사랑과 희망을 포기하지 않고 우리 모두 행복할 가능성에 내기를 걸고 싶다. 
내가 지금부터 들려주는 이야기들이 ‘나‘라는 단어에서 나온 이야기가 이 슬픈 세상에 어떤 기쁨을 만들 수 있는지에 대한 하나의 대답이 되길 바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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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똑똑한 사람들은 자신을 속이는 데 더 능숙하다. 연구에 따르면 지능은 ‘헛소리‘ 능력과 관련이 있으며, 똑똑한 사람은 거짓말을 할 가능성이 더 크고,
창의적인 사고를 하는 사람은 자신이 하는 일을 정당화하는 데 능하므로 사기를 칠 가능성이 크다는 사실 등이 밝혀졌다. 

사람들은 살면서 자신이 도달하고 싶은 결론에 도달하지만, 똑똑한 사람은 그에 대한 명분을 잘 찾아낸다.

과학적 두뇌 신뢰자정치 철학자이자 홀로코스트 생존자이며 전체주의의 기원 The Origins of Totalitarianism』이라는 책을 쓴 한나 아렌트 Hannah Arendr는 지식인들을 불신했다. 
그녀는 홀로코스트 기간 동안 지적능력이 뛰어난 많은 친구가 자신의 가담을 합리화하는 것을 보고 충격을 받았다. 아렌트는 사실을 이론에 맞게 조정해서 현실과 단절된 삶을 살 수 있는 지적 능력을 인식하게 되었다. 
그녀는 "정부 평의회에서 과학적 사고력을 지닌 두뇌를 신뢰하는

운정보에 접근할 수 있다고 말했다. "그들은 항상 진짜 정보를 제공하는 것은 아니다. 
실제 생일도 알려주지 않는다. 플랫폼이 자신을 정해진 상자 안에 집어넣는 걸 어렵게 만들려고 한다."

사회공학 전문가인 제니 래드클리프 Jommy Raddlife에게 
조작으로부터 자신을 보호할 수 있는 방법에 대해 물어보자 분명하게 이렇게 답했다. 

"자기 삶의 모든 부분을 온라인상에 공유해서는 안 된다! 온라인에서 해당 게시물을 볼 수 있는 대상을 선택하자. 사기꾼은 누군가의 안경이나 와인 잔에 반사된 정보를 이용할 수도 있다. 매년 9월이면 사람들은 교복을 입은 아이들이 학교 밖에서 찍은 사진을 인터넷에 올리곤 한다. 그럼 나는 당신 아이가 다니는 학교와 당신이 사는 곳이 어딘지 알게 된다. 근처 가게도 알 수 있다. 이런 모든 정보가 친숙하고 개인적인 접근을 가능하게 하며, 이로 인해 우리는 사기꾼에게 속아 넘어갈 가능성이 훨씬 커진다."

계정을 여러 개 만들라는 조언을 따르는 건 그 자체로도흥미로운 활동이지만, 개인 계정과 업무 계정을 따로 만들어 소셜 미디어 활동을 관리하면 플랫폼의 예측 능력보다 한발 앞서 나갈 수 있다.

이 책을 쓰기 위해 조사를 진행하는 동안 인스타그램에서 어떤 데이트 전문가를 팔로우했다(순수하게 조사 목적이었음을 다시말해둔다). 그러자 우리 활동을 알아차린 플랫폼이 다른 데이트전문가 계정을 제안하기 시작했다. 그리고 수염이 까칠하게 자

은 항상 쉽지만은 않지만 이것은 심각한 문제다. 전체 트위터계정의 9-15퍼센트가 꽃인 것으로 추정된다.

2017년에 진행된 ‘중국 정부가 논쟁에 개입하지 않고 전략적인 주의 분산을 위해 소셜 미디어 게시물을 조작하는 방법‘
연구에 따르면 25만~200만 명에 달하는 중국인이 정부에 고용되어 1년에 약 4억 4,800만 개의 ‘가짜‘ 소셜 미디어 게시물을 올리는 것으로 추정된다. 

"비밀리에 활동하는 이 친정부 논객들이 일반 시민인 척하면서 중국 공산당을 위한 방향으로 대화를 이끌어 나간다. 이들은 게시물 하나당 50위안을 받는 것으로알려져 있어 ‘50위안 군대‘라고도 불린다.

프로퍼블리카 Propublica가 트위터 가짜 계정과 해킹당한 계정을 분석한 결과 홍콩에 대한 프로파간다를 추진하는 가짜 계정을 1만 개 이상 발견했다. 이후 이 계정들은 홍콩 문제에서 코로나19로 초점을 전환했다. 트위터는 만리방화벽 Great Firewall에 의해 차단되어 있기 때문에 이 트윗은 중국에 거주하는 중국인들을 겨냥한 게 아니다. 일부 트윗은 해외에 거주하는 화교를 겨냥해 중국어로 작성되었지만, 대부분은 영어로 작성되어 있다. 이것은 우리를 겨냥한 것이다. 그리고 그들은 중국 정부의 코로나19 대응을 지지하는 비공식 홍보 캠페인을 벌였다.

학계에서는 10년 넘게 봇을 연구해 왔지만, 봇은 소셜 미디어의 재앙 중 하나다. 일론 머스크의 트위터 인수 시도가 이 플랫폼의 봇 계정 수에 대한 분쟁 때문에 보류되기도 했다. 봇

"사람들에게 최면을 걸어 지적인 구경꾼으로 만든다." 그 효과는 정말 최면에 가깝다. 같은 기사에 등장하는 신경외과 의사 애덤 립먼Adam Lipman은 텔레비전이 뇌에 알파파 상태를 유도해서 헛된 공상이 늘고 비판적 사고가 감소한다는 사실이 EEG (뇌파검사) 연구를 통해 증명되었다고 설명했다.

아마 이것은 텔레비전 시청자들이 그렇게 잘 속아 넘어가는 이유를 부분적으로나마 설명할 것이다. 
1957년 만우절에BBC 시사 프로그램인 「파노라마 Panorama」는 나무에서 스파게티가 자란다는 거짓 영상을 방송했다. 
그 후 일부 시청자들이 BBC에 전화를 걸어 스파게티를 직접 재배하는 방법을 물어봤다고 한다. 

1992년에 BBC는 마이클 파킨슨 Michael Parkinson 이라는신뢰도 높은 방송인이 진행하는 「고스트워치 Ghostwatch」라는 ‘실시간‘ 유령 사냥 프로그램을 방송했는데, 이 프로그램은 허구적인 상황을 실제처럼 보이도록 만든 모큐멘터리 mockumentary 였다." 하지만 이를 본 많은 시청자가 그것이 진짜라고 믿었고,
한 심약한 청년은 두려움에 자살까지 했다. 그의 어머니는 아들이 그 프로그램 때문에 "최면에 걸린 듯 집착하게 되었다"고 말했다.

누구나 텔레비전에 사로잡힐 수 있지만 아마 가장 취약한사람은 어린아이들일 것이다. 「텔레토비 Telerubbies」는 어린이용텔레비전 프로그램의 매력과 성공을 대표한다. 전 세계로 수출된 이 프로그램은 미취학 아동을 대상으로 한 영국의 이동용

점점 더 정교해지고 널리 실행되어 현대 사회의 일부로 받아들여지는 데 기여했다. 복잡한 미디어 생태계와 시청자의 세분화에도 불구하고, 사람들은 여전히 텔레비전을 권위 있는 정보소스이자 엔터테인먼트의 원천으로 여긴다. 

오프킴 Ofcom (영국 방송과 통신을 통합한 규제 기구)에 따르면 텔레비전은 여전히 영국에서 가장 인기 있는 뉴스 원천이다.

텔레비전은 정권이 ‘부드러운 독재‘를 이용해 통치를 강화할 수 있게 한다. 마약처럼 엔터테인먼트 매체도 교양미를 무너뜨리고 선전에 더 취약하게 만든다. 다시 말해, 텔레비전과 엔터테인먼트 매체의 출현으로 독재 정권은 회복력을 유지하고 비용이 많이 드는 강압적인 접근 방식을 피할 수 있게 되었다. 

중국 청중을 대상으로 한 연구에 따르면, 엔터테인먼트 매체에 대한 사람들의 관심 증가는 현 정권에 대한 만족도와 서방에 대한 적개심이 모두 증가한 것과 관련이 있는 것으로 나타났다. 선전 및 커뮤니케이션 전문가인 노팅엄트렌트 대학의 정치 커뮤니케이션 부교수인 콜린 알렉산더 Colin Alexander 박사는이 상황을 다음과 같이 설명했다.

좋아하는 프로그램만 골라서 보면 마음이 편해진다. 그렇게 마음이 편해진 사람은 프로그래밍하기가 더 쉽다. 

어떤 의사소통이든 항상 전달자의 목적이 무엇인지 고려하자. 
콘텐츠를 만들려면 시간.

레비전은 ‘시간 낭비이고 지나치게 자극적이기 때문이다. 그는 과도한 텔레비전 시청은 ‘즐겁고 재미있고 흥미로운 대안적 존재‘를 제시하여 현재에 대한 주의력을 약화한다고 생각한다.

직자인 그는 "우리는 지금 이 순간에만 신을 만날 수 있기"
문에 과도한 텔레비전 시청으로 신앙심이 줄어드는 것을 우려하지만, 한편으로 세속적인 등가물을 생각해 보면 우리 자신도 지금 이 순간에만 만날 수 있다"고 말했다.
그의 조언은 간단하다.

저항해야 한다. 
즐거움을 원한다는 이유로 텔레비전을 보는 걸 거부해야 한다. 
자기 삶에 더 주의를 기울이려면 텔레비전을 너무 많이 보지 않는 게 좋다. 
항상 텔레비전을 보거나 항상 트위터를 사용이용하고 있으면 다른 사람의 생각에 영향을 받기 때문에 자기 인생의 올바른 행동 방침에 대한 분별력을 느끼기 어렵다. 
다른 이들의 생각에 폭격당하는 걸 피하려면 텔레비전과 휴대폰을 꺼야 한다. 

콜린신부의 예리한 관찰 내용은 축복이면서 동시에 저주다. 드라마, 예술, 다큐멘터리는 다른 사람들에게서 비롯되고 스토리텔링은 언어 자체만큼이나 오래되었다. 이야기꾼은 우리에게 영향을 미치고 싶어 한다. 이번 장에서 설명했듯이, 때로 그들은

만들 것입니다. 그리고 우리는 힘을 합쳐서 미국을 다시 위대한나라로 만들 것입니다."
이는 예전의 정치가들과 극명한 대조를 이룬다. 

죽도록 즐기기는 1850년대에 대통령 후보였던 에이브러햄 링컨Abraham Lincoln과 스티븐 A. 더글라스Stephen A. Douglas 사이의 논쟁을 예시로 보여준다. 

한 번은 더글라스가 3시간짜리 연설을 한 적이 있다. 링컨이 이에 응할 시간이 되자, 그는 청중들에게 이미 오후 5시인데 자기가 연설하는 데 3시간쯤 걸릴 테고 더글러스도 이에 반박할 예정이라는 걸 상기시켰다. 
그러면서 청중들에게 집에 가서 좀 쉬었다가 다시 돌아와서 4시간 동안 토론하자고 제안했고 실제로 그렇게 했다. 
대화 자체도 역설, 은유, 세밀한 세부 묘사 같은 복잡한 수사적 기법을 사용했고 글을 쓸 때와 유사한 형식의 구분도 등장했다. 

이성이 아닌 감정에 호소하는 긴 사제했다.

 더글라스는 이렇게 말했다. "친구 여러분,
이런 문제를 토론할 때는 박수보다 침묵이 더 적합할 것입니다. 여러분의 열성이나 열광이 아니라 판단력과 이해력, 양심에 호소하고 싶습니다."
덕 영상을 볼 때도 "끝까지 시청하세요!"라고 말해야 하는 2020년대 시민의 심중력이 이런 산문체 토론을 7시간 동안 견딜 수 있을까? 1850년대의 청중은 오늘날의 청중에 비해 추론 능력이 탁월했던 게 분명하다. 실제로 일부 연구에 따르면 미국인들의 수학 점수, 언어 능력, 독해력이 떨어지고 있다."

따라서 이미지를 통한 세뇌 가능성이 그 어느 때보다 커졌다.
빠르게 진행되는 시각적 콘텐츠가 합리적 사고를 방해하는 건 아닐까? 올더스 헉슬리가 다시 찾아본 멋진 신세계에서 말한 것처럼, "텔레비전과 라디오에 익숙해진 청중은 주의가 산만한 상태가 일상화되어서 집중하라거나 장시간 지적인 노력을 기울이라는 요청을 받는 걸 좋아하지 않는 것은 아닐까? 여러분도 개인적으로 긴 형식의 콘텐츠에 집중하거나 생각의 흐름을 유지하는 게 점점 더 어려워지고 있는가?
다양한 유형의 텔레비전 프로그램이 어린이의 실행 기능에 미치는 즉각적인 영향 연구에서 연구진은 빠르게 진행되는 텔레비전 프로그램이 4세 어린이의 집중 및 충동 억제 능력(실행 기능‘이라고 하는 과정)에 영향을 미치는지 조사했다. 아이들은 9분 동안 크레용을 가지고 놀거나, 평균 34초마다 한 번씩 장면이 바뀌는 공영 방송 다큐멘터리를 보거나, 11초마다 한 번씩 장면이 바뀌는 ‘바다 밑에 사는 움직이는 스폰지에 대한 매우인기 있고 환상적인 만화를 시청했다. 빠르게 진행되는 만화는 크레용이나 다큐멘터리에 비해 실행 기능에 상당히 부정적인 영향을 미쳤다.

이 연구에서는 단기적인 영향만 조사했지만, 다른 연구에서는 어린아이의 텔레비전 시청과 실행 기능 결함 및 언어 지연 사이의 연관성을 발견했다. 

"다시 말해, 주의 집중 시간이줄어들 수 있다. 화면에 다양한 이벤트가 빠르게 표시되면 감

사진이 ‘나무‘의 원래 본질이 아닌 겉모습만 포착할 수 있는 것처럼 이미지는 ‘신‘과 같은 추상적인 개념을 포착할 수 없다.
이미지의 얄팍한 특성과 다르게 독서에는 더 깊은 사고방식이 필요하다. 독서는 내면의 생각과 감정의 세계와 깊이 연관되어 있다. 지속적인 집중, 충동 억제, 방해 요소를 무시하는 힘이 필요하다. 이 모든 것이 우리의 실행 기능을 강화한다. 
다시 말해 독서는 우리를 더 사려 깊고 합리적인 존재로 만든다.
이미지와 다르게 독서는 속도가 느리다. 

그래서 숨을 쉬며 정보를 소화할 수 있는 여지가 생긴다. 
심리학자들은 ‘샤워 효과‘의 힘을 입증했다. 즉 휴식을 취하면 무의식적으로 문제를 해결하는 데 필요한 시간이 생겨서 결과적으로 더 나은 결정을 내릴 수 있게 된다. 

속사포 같은 콘텐츠를 접하면 우리의 의식적인 뇌가 텔레비전 세트처럼 변해서 매 순간 들어오는 신호를 포착하기는 하지만 이를 심층적으로 처리하거나 장기 기억에 저장하지는 않는다. 그래서 금세 사라지고 다음 것으로 대체된다. 

반면 독서는 장기 기억에 통합될 수 있는 작지만 꾸준한 정보를 제공한다.
우리는 강렬한 이미지를 접하면 감정에 영향을 미치지만,
시간을 들여 그와 관련된 뉘앙스나 맥락을 깊이 고려하는 경우는 거의 없다. 예를 들어, 사담 후세인 Saddam Hussein의 군인들이 인큐베이터에서 아기를 꺼내 죽게 했다는 이야기가 불러일으킨 충격적인 정신적 이미지가 없었다면 우리가 그렇게 쉽게

1차 걸프전에 참전했을까?" (이것은 나중에 홍보 회사 힐 앤드 놀튼HillKnowlton에서 중폭시켜 퍼뜨린 날조된 이야기라는 사실이 밝혀졌다.) 아니면 실제로 발견된 적도 없는 대량 살상무기를 시연하기 위해 콜린 파월 Colin Powell이 UN 안전보장이사회에서 탄저균 약병을들고 있는 사진이 없었다면 우리가 그렇게 쉽게 2차 걸프전에 끌려들어 갔을까? 아마 아닐 것이다.

규칙■ 지나치게 자극적인 콘텐츠는 집중력을 저하하고 합리성을 감소시킬 수 있으므로 피해야 한다.
• 독서 습관을 기르면 비판적 사고력이 강화되고 정보를 소화할수 있는 여지가 생긴다.
■ 이미지나 정신적 이미지를 조작해서 사용하지 않도록 주의하자. 어떤 이야기를 시각화하는 게 매우 쉽다면 그 뒤에 어떤 의도가 숨어 있을 수 있다.

전쟁, 자연재해, 사회적 격변(예: 구소련 붕괴, 현재 붕괴한 시리아나 소말리아 국가 등)은 가족과 공동체의 유대를 약화시켜서 사회적 분열과 고림이 증가할 수 있다. 이웃 간의 유대가 적고 가족들이 뿔뿔이 흩어져 있는 현대의 선진국에 산다는 것은 곧 우리 대부분이 점점 더 취약해지는 사회적 네트워크 안에서 살고 있음을 뜻한다.
사회가 전쟁, 전염병, 경제 붕괴 같은 충격을 받거나 브렉시트 같은 규제 완화 지진으로 힘들어지면 전보다 외부의 영향을 잘 받게 된다. 나오미 클라인은 동명의 책에서 이를 ‘쇼크 독트린‘이라고 불렀다.
처음에 발생한 재난(쿠데타, 테러 공격, 시장 붕괴, 전쟁, 쓰나미, 허리케인)은 전 국민을 집단 충격 상태에 빠뜨린다. 
고문실의 시끄러운 음악과 타격이 죄수들을 약화시키는 것처럼 떨어지는 폭탄, 사방에서 터지는 공포, 세찬 바람이 사회 전체를 약화시킨다. 공포에 질린 수감자가 동지의 이름을 말하고 자기 신앙을 포기하는 것처럼, 충격을 받은 사회는 평소 같으면 맹렬히 보호했을 것들을 포기하곤 한다.

이라크 전쟁이 좋은 예다. 클라인은 미군이 이라크를 변화시키고 착취하기 위해 ‘충격과 공포‘ 기술을 사용했다고 말한다. 전직 CIA 요원의 말에 따르면, "공포와 무질서가 진정한 가능성을 제공했다." 그가 설립한 사설 보안 회사는 1억 달러 규

모의 계약을 체결했다. 클라인은 "공포와 무질서는 새로운 도약을 위한 촉매제"라고 설명한다.

네 번째 전환기 이것이 우리를 현재로 데려왔다. 현대의 생활은 세분화되고 외로우며 무엇보다도 혼란스럽다. 
기술과 미디어는 감각,
감정, 정보를 통해 매일 우리를 압도한다. 

풀팩트의 팩트 체크담당자인 윌 모이는 "우리는 허위 정보 캠페인의 목표 중 하나가 어떤 행위자 또는 행위자 집단이 허위 정보를 사용해서 혼란을 야기하고 확산시키는 것임을 알고 있다. 사람들에게 사실이 아닌 것을 납득시키는 게 목표가 아니라 혼란을 일으키는 게 목표인 것이다"라고 설명했다.

지난 몇 년은 충격적인 사건과 혼란으로 얼룩졌다. 학술연구에 따르면 사람들은 코로나19 기간에 거짓말, 사기, 피싱에 더 취약했는데, 이는 공포가 비판적 사고를 약화시켰기 때문인 것으로 나타났다. 그러나 우리가 휘말린 허리케인은 코로나19 사태뿐만이 아니다. 우크라이나 전쟁과 경제 불황 등도 있다.

세상의 고난을 상징적으로 홍수로 여길 수도 있다. 홍수는 주변을 황폐화시키지만, 한편으로는 낡은 것을 쓸어버리고 토

양을 비옥하게 만들어 새로운 것이 자랄 수 있게 한다. 파블로프에게 기존에 조건화된 행동 패턴이 뇌에서 깨끗이 지워질 수도 있다는 깨달음을 안겨준 것은 레닌그라드 홍수였다. 
예전부터 많은 학자가 사회가 죽음과 재탄생의 주기를 거치는 동안 새로운 것이 자리를 잡을 수 있도록 낡은 삶의 방식을 없애는 파괴적인 위기 지점이 존재한다고 주장했다. 

닐 하우 Nell Howe와 윌리엄 스트라우스 William Strauss는 자신들의 책 네번째 전환기 The Fourth Turning에서 이 이론에 세부사항을 추가했다." 그들의 가설은 사회가 80~100년(인간의 평균 수명)마다 계절이 바뀌듯이 4단계 주기를 거친다는 것이다. 사회가 ‘겨울‘에 도달하면 기존 가치관과 습관이 붕괴되어 새로운 패러다임이 자리 잡기 전까지 무질서해지는 게 특징이다. 
경제, 제도에 대한믿음, 공동체의 결속력 등 여러 지점에 압박이 가해지다가 결국 혼돈에 빠지게 된다.
이 이론에 따르면 마지막 ‘겨울‘은 약 80~100년 전으로, 세계는 두 차례의 세계대전과 금융 붕괴, 독감 유행을 겪었다. 나치가 등장하기 전 바이마르 독일의 상황(초인플레이션, 생계비 위기,
전염병, 산업혁명, 부도덕, 집단 간 갈등, 정치인과 언론에 대한 신뢰 붕괴 등)도 이상할 정도로 비슷하다. 혁명 발발 전의 프랑스나 로마가멸망하기 직전에도 이와 비슷한 상황을 찾아볼 수 있다.
순환론이 사실이든 아니든, 서구 문명이 현재 위기를 겪고있다는 건 부정할 수 없다. 정치인, 언론, 기타 제도에 대한 신

뢰가 무너지고 있다. "많은 국가가 말 그대로 에너지 위기와더불어 심리적인 에너지 위기도 겪고 있다. 연이은 충격으로 인해 사람들의 결의가 약화된 것이다. 

유고브는 현재 영국인 8명 중 1명이 상시적으로 피로를 느낀다고 보고했다. 많은 국가의 경제 상황이 악화되었고, 영국의 푸드뱅크와 미국의 푸드팬트리 같은 식품 지원 프로그램을 이용하는 사람들이 늘었다.
굶주림, 스트레스, 탈진은 낡은 사고방식이 해체되고 새로운 생각이 자리 잡을 수 있는 완벽한 조건이다. 이들 전체주의 정권이 새로운 이데올로기를 구현하기 위해 조성한 조건이다.

중국의 ‘대약진 운동‘ 농업 개혁은 (고의든 아니든) 수백만 명을 굶어 죽게 만들었다. 이 정권은 4가지 낡은 것, 즉 낡은 사상, 낡은 문화, 낡은 관습, 낡은 습관을 파괴하려고 했다. 크메르루주의 혁명적인 농업 개혁도 사회를 재설정하려는 ‘영년 Year Zero‘ 시도로 수백만 명의 캄보디아인이 굶주렸다.

오늘날 서구 지도자들은 이런 혼란스러운 상태를 그레이트리셋 The Great Reser과 넷제로의 기치 아래 새로운 행동과 이상을 심을 수 있는 기회로 보고 있으며, 이것이 ‘쇼크 독트린‘의 유력한 후보다. 또 디지털 ID, 중앙은행 디지털 통화, 각종 환경및 사회적 의제가 자신의 차례를 기다리고 있다.

일단 멈추자

새로운 정책을 추진하는 정부 관료, 메일함의 피싱 사기메일, 소셜 미디어 피드에 등장한 허위 정보 봇 팜 등 요즘처럼 혼란스러운 환경에서는 누구나 세뇌, 조작, 다크 넛지의 대상이 되기 쉽다. 
심지어 상황이 괜찮을 때에도 영업사원과 광고주가 여러분을 속여서 자신들의 말을 따르게 할 수 있다. 
혼자힘으로 사회적 주기를 바꿀 수는 없지만 본인의 심리적 회복력을 높일 수는 있다. 일단, 멈춰야 한다 HALT.

알코올 중독자 갱생회는 분별력을 유지하고 유혹을 물리치는 데 전문가들이다. 우리도 물론 광고주나 동료의 조작을피하려고 노력하지만, 중독에서 회복 중인 사람들은 등에 업힌 원숭이가 술 한 잔, 담배 한개피, 내기 한 번만 하자고 꼬드겨도 넘어가지 않도록 끊임없이 경계해야 한다. 

이때 필요한 기술은 자신이 유혹에 약해질 수 있는 심리적 상태에 있는지 파악하는 것이다. 
구체적으로 4가지 유발 요인이 있는데, 바로 배고픔Hungry, 분노 Angry(또는 불안), 외로움 Lonely, 피곤함 Tired이다. 
그머리글자를 합쳐서 HALT라고 한다. 

다음에 중요한 결정을 내려야 할 때는 잠시 멈추고 지금이결정을 내리기에 최선의 상태인지 스스로에게 물어보자. 장거리 비행을 막 마쳤거나, 비행기 기내식만 먹었거나, 다음 목적지로 가는게 걱정된다면 지금은 렌터카 회사와 거래하기에 좋

은 때가 아닐 수도 있다. 그보다는 먼저 뭔가를 먹거나 낮잠을 자는 게 나을 수도 있다. 마찬가지로, 인생이 혼란스러울 때는 중요한 결정을 내리지 말아야 한다. 
최근에 이혼했다면 비싼 자기계발 강좌를 듣는 건 나중에 다시 생각해 보는 게 나을 수도 있다.

또 여러분을 속이거나 압박감을 주기 위해 고안된 기술을 조심해야 한다. 

FBI 인질 협상가로 일했던 게리 노스너는 "내가쓴 책 중에 『시간 끌기 stalling for Time」가 있다. 누군가 여러분에게 압력을 가하려고 하면 속도를 늦춰야 한다. 왜 그 일을 지금 당장해야 하는지 이해시켜 달라고 요청하자. 그렇게 하면 적어도 문제를 해결할 시간이 생길 것이다."

결국 ‘흥분‘을 가라앉히고 ‘냉정한‘ 상태에서 결정하려고 노력하는 게 중요하다. 즉 압력을 제거하고 천천히 마음을 가라앉혀야 한다.

 소셜 미디어 기업이 사용자에게 정말 그 내용을 게시하고 싶은지 물어볼 때도 이런 효과가 생긴다. 
행동과학컨설팅 회사인 이레이셔닐 랩스Irrational Labs는 이런 프롬프트(말 이 동영상을 공유하시겠습니까? 이 동영상은 검증되지 않은 콘텐츠로 신고되었습니다)를 도입함으로써 틱톡에서 공유되는 문제성 콘텐츠수를 24퍼센트나 줄였다." 
이 업체 보고서에는 "틱독은 사용자가 종종 흥분한 상태에서 행동하는 패스트 플랫폼이다. 우리는 사람들이 행동하는 속도를 늦추면 압도적인 감정의 힘을 줄일수 있다는 가설을 세웠다"고 적혀 있다.

「매트릭스 The Matrix」의 주인공 네오N는 자기 의지로 빨간약을 골랐을 때만 가상현실에서 나갈 수 있었다. 나중에 네오는 시뮬레이션 세계의 설계자를 만났는데 설계자는 이렇게 말했다. 

"모든 피험자에게 선택권을 주면, 거의 무의식적인 상태에서 선택권을 인식했음에도 99퍼센트가 프로그램을 받아들인다."
여기서 중요한 원칙은 ‘통제의 환상‘이다. 

즉 사람들은 세계와 자신의 결정에 대해 어느 정도 주체성을 갖고 있다고 믿을 때만 행복하다는 얘기다. 
이런 자율성이 없으면 정신이 괴롭다. 

탈출할 수 없는 우리 안에 갇혀서 전기 충격을 받는 개를 상상해 보자. 연구 결과에 따르면 개를 탈출 가능한 우리로 옮겨도 이미 무기력함을 학습한 탓에 계속 누워서 전기 충격을 받아들인다는 사실이 밝혀졌다. 반면, 심리학 연구에서는 통제감을 소득 증가부터 수명 연장에 이르기까지 여러 가지 긍정적인 삶의 결과와 지속적으로 연결했다.
하지만 통제의 환상은 실제로 환상일 뿐임을 시사하는 중거가 많이 있다(이론의 여지가 있긴 하지만). 우리가 의식적인 선택이라고 믿는 것이 사실은 사후 합리화에 불과할 수도 있다. 
이 착각은 너무 중요해서 사람들은 자유 의지를 박탈당했다고 느끼면 반항적이 되어 소위 ‘반발심‘을 드러낸다. 
이는 뭔가를 강요당했다고 느낄 때 고의적으로 순종하지 않을 수도 있다는 뜻

이다. 담배를 피우지 말라는 꾸지람을 들은 십대 청소년이 "엄마 아빠, 이미 늦었어요. 난 지금 내가 구할 수 있는 가장 큰 쿠바산 시기를 피우고 있다고요!"라고 말할 때 벌어지는 일이다.
사실 금연 메시지에는 ‘아이러니한 과정‘이 존재할 수 있다. 사람들이 담배를 끊게 하려고 겁을 주거나 수치심을 느끼게 하면, 그들은 자신에게 자유 의지가 있다는 걸 느끼기 위해담배를 더 많이 피울 수도 있다. 그들은 광고, 특히 감정적으로 조작된 광고의 지시를 받고 싶어 하지 않는다.

「광고 저널에 발표된 한 실험에서 밝혀진 것처럼 우버 Ultr의 "마스크를 쓰지 않으면 탈 수 없습니다" 캠페인이 역효과를냈을지도 모르는 것도 이런 이유 때문이다. 연구에 따르면 이캠페인은 사람들의 자유의식을 위협했고 실제로 순응의 가능성을 낮췄다. 또 우버라는 브랜드에 대한 태도도 악화되었다.

조작자는 우리가 스스로 선택하고 있다는 느낌을 줌으로써 이익을 얻는다. 그들은 우리에게 불리한 방향으로 일을 꾸미면서도 결국 그것이 우리가 선택해서 받아들인 일처럼 느끼게 한다. 
42개 연구를 종합한 한 메타 분석에서는 "마음대로 하세요" 순응 기법("선택은 여러분이 하는 겁니다" 또는 "본인이 원하는 경우에반" 같은 문구로 요청을 종료하는 것)을 사용할 경우 순응하는 사람이 2배나 늘어나는 것으로 나타났다."
전 FBI 인질 협상가인 게리 노스너는 이 순웅 기법을 상대방이 내가 원하는 방향으로 움직이도록 만드는 핵심 원칙으로

꼽았다.

상대방에게 뭔가를 강요하려고 하지 말고 인내심을 갖고 시간을 투자하는 게 중요하다. 세게 밀어붙일수록 상대가 저항할 확률이높아진다. 그러면 사람들은 마음을 닫는다. 우리는 중고차 판매원이라고 하면 떠오르는 고정관념(고객을 심하게 압박해서 현장에서 거래를 끝내려고 하고 사람을 꼼짝달싹하지 못하게 만드는)에 대한 농담을 자주 한다. 하지만 그것은 뭔가를 판매할 때 좋은 방법이 아니다. 난 "여기저기 둘러보면서 천천히 고르세요"라고 말하는 직원을 원한다.

노새처럼 사람도 완고하다는 평판을 듣곤 한다. 그들을 잘 이끌면 원하는 방향으로 데리고 갈 수 있을지도 모른다. 하지만 뒤로 돌아서서 노새를 밀려고 하면 노새의 작은 뇌는 자기가 지금 강요당하고 있다고 느낄 것이다. 

솔직히 사람도 다르지 않다. 사람들은 자신을 너무 세게 몰아간다고 느끼면 여러분을 따르지 않을 것이다.

이것이 말 조련사인 몬티 로버츠 Monty Roberts가 쓴 『인간을위한 상식 Horse Sense for People」이라는 책의 핵심이다." 

야생마는 힘으로는 길들일 수 없다. 억지로 쫓아가면 도망가지만 그냥 왔던 길을 되돌아가면 말은 발길을 멈추고 위협받지 않는 상태에서 호기심을 품고 멀리서 따라오기 시작할 것이다.
우리도 자유가 위협받고 있다고 느끼면 겁을 먹을 수 있다. 따라서 세뇌자는 우리에게 여전히 통제권이 있다는 착각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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프랜시스 그리피스는 1985년 인터뷰에서 요정에 대한 사람들의 반응에 놀랐다고 말했다. "그냥 엘시와 함께 약간 장난을 쳤을 뿐인데, 왜 그걸 진짜라고 받아들였는지 지금도 이해할 수 없어요. 아마 그렇게 믿고 싶었나 봅니다.
심리적으로 채워야 하는 욕구가 깊었던 코난 도일은 속고 싶어 했다. 그의 뛰어난 지성은 그 이유를 제공했을 뿐이다. 이성적인 뇌는 합리화를 시도한다. 

사람들은 일반적으로 의식적인 뇌가 우리를 위해 모든 중요한 결정을 내리는 대통령 집무실 같다고 생각한다. 하지만 광고 전문가 로리 서덜랜드 RorySutherland의 말처럼 오늘날 심리학계에서는 정서적인 뇌가 결정을 내리는 집무실 역할을 하고, 의식적인 뇌는 사후에 설명을내놓는 공보실과 더 유사하다고 말한다. ‘

이 사실을 잘 보여주는 사례가 있다. 심리학자 라르스 할Lars Hall과 페터 요한슨Petter Johansson은 참가자들에게 도덕적 문제에 대한 동의 여부를 표시하는 설문지를 작성하게 했다." 참가자들은 클립보드에 첨부된 종이에 설문 답변을 작성했다. 그들은 페이지를 넘기면 클립보드 뒷면에 다른 내용의 진술이 적힌종이가 붙어 있다는 걸 알지 못했다. 결국 그들이 본 내용은 정반대되는 진술로 교체되었다. 예를 들어, ‘성매매는 도덕적으로옹호 가능하다‘라는 진술이 ‘성매매는 도덕적으로 비난받을 일이다‘로 바뀌었는데, 참가자의 답변은 그대로 유지되었다. 그런다음 참가자들은 그들이 작성한 것처럼 보이는 답변을 설명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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