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개인)으로서 주로 대상화된다. ‘아들‘과 ‘남아‘를 제외하고 ‘학도‘, ‘건아‘, ‘젊은이‘, ‘청년‘ 등으로 비유되는 것이다.
특히 여성은 여러 종류의 ‘향기로운 꽃‘에 비유되는데, 무궁화, 백합, 수선화, 진달래, 꽃봉오리 등이다. 우리가 흔히 ‘아름답다‘, ‘예쁘다‘는 감정을 떠올리는 것들이다.
반면 남성은 그에 대응하는 ‘우뚝솟은) 기둥‘으로 비유된다. 실제로 기둥이라는 단어 앞에는 대개 ‘솟다‘라는 형용사가 수식되어 있다. 이것은 건강한 남성의 상징처럼 자주 등장하는 단어인데, 이 역시 학생들을 성적으로 대상화한다는점에서 문제적이다.
다만 꽃이라든가 기둥이라든가 하는 단어들 자체에는 별다른 문제가 없다. 그러나 여학생도 남학생도 상대편이 자신들 같은 언어로 규정되지 않는다는 사실을 잘 알고 있다.
만약 그것이남고나 여고 모두에서 비슷한 빈도로 등장하거나 섬세한 맥락에서 사
름 아닌 선배 동문들, 같은 공간에서 학창 시절을 보낸 평범한 개인들이라는 데서는 절망적이기까지 했다. 사실 많은 경우에 ‘을‘을 막아서는 것은 갑이라기보다는, ‘갑‘을 위한 대리전쟁을 수행하는 을들이다.
개인이 자신을 둘러싼 언어를 전복하는 일은 과연 가능할까, 제도와문화에 작은 균열이라도 내는 것이 가능한 일일까, 나는 자신이 없어졌다. 이러한 감정은 나뿐 아니라 그 당시의 학생들에게 더욱 절실히찾아왔겠다.
팔순이 넘은 초기 졸업생들은 착한 딸로서, 어진 어머니로서, 참된일꾼으로서 자신의 삶과 삶의 태도를 형성해 왔을 것이다. 모교의 이전 소식에 찾아와 교정을 거닐며 눈물지을 만큼, 그들은 공간과 자신을, 특히 그 공간의 언어와 자신을 동일시하고 있었다. 그 언어에 익숙해진 몸은, 그것을 쉽게 ‘전통‘이라고 부르게 된다. 외부의 눈으로보았을 때는 우선 무엇이든 비판적으로 사유할 수 있지만, 내부자가되고 나면, 그 언어를 부정하는 것은 곧 자기 자신을 부정하는 일이되기에, 개인은 그 수호자가 되기 쉽다. 그 훈을 만든 사람은 이미 그공간에 없지만 그것을 지켜내기 위한 역할을 자임하는 것이다. 개인은 계속해서 자신과 자신이 속한 공간에 물음표를 보내지 않으면 누구나 보수화될 수밖에 없다. 나를 비롯해 모두가 그런 나약한몸을 가지고 살아간다. 자신에게 익숙한 언어를 지켜내고 싶어 하고,
익숙하지 않은 언어를 거부하고 싶어 한다. 진보를 자처하는 이들도 자신이 속한 조직에서는 오히려 더욱 보수화되는 경향을 보인다. 언어를 수호하려는 개인은 보수화된 개인이다.
한 공간의 훈을 바꾼다는 것은 어쩌면 가장 어려운 일이겠다. 그 언어에 익숙해진 이들이 그 가치를 지키기 위해 나서기 때문이다. 그러나 원주여고의 동문들 모두가 반대한 것은 아니었다. 자신에게 익숙한 언어가 아님에도 불구하고 다음 세대를 위한 변화를 주장한 이들도 분명히 있었다. 특히 학교 내부에서는 의욕적으로 추진했던 일이라고 한다. 유의미한 결과는 없었지만 그 자체로 멋진 일이다. 여기에 참여한 학생과 교직원, 학부모들은 내부의 균열을 목도하고 그것을 바로잡기 위해 나선, 특별한 개인들이다. 물음표가 새겨진 몸은 쉽게 돌이킬 수 없게 된다. 당연하고 익숙한 것들의 균열이 눈에 들어오게 되고, 그러한 몸이 후배들에게도 전해진다. 그들은 이제 졸업을 하고, 전근을 가고, 모두가 우리 사회 어디에서 한 개인으로 존재하겠지만 어디에서든 그 공간의 제도와 문화를, 무엇보다도 언어를 변화시킬 수 있는 주체로서 살아갈 수 있을 것이다.
개인의 변화만큼 원주여고의 변화 역시 계속되기를 바란다.
이 글을 쓰기로 마음먹지 않았다면, 나로서는 평생 대기업이 어느정도 규모의 기업을 의미하는지 알 수 없었을 것이다. 어차피 공개되어 있는 자료이기는 하지만, 그 집단을 자산총액의 순위대로 나열하면 다음과 같다.
삼성, 현대자동차, 에스케이, 엘지, 롯데, 포스코, 지에스, 한화, 농협, 현대중공업, 신세계, 케이티, 두산, 한진, 씨제이, 부영, 엘에스, 대림, 에쓰-오일, 미래에셋, 현대백화점, 영풍, 대우조선해양, 한국투자금융, 금호아시아나, 효성, 오씨아이, 케이티앤지, 케이씨씨, 교보생명보험, 코오롱, 하림, 대우건설, 중흥건설, 한국타이어, 태광, SM, 셀트리온, 카카오, 세아, 한라, 이랜드, DB, 호반건설, 동원, 현대산업개발, 태영, 아모레퍼시픽, 네이버, 동국제강, 메리츠금융, 넥슨, 삼천리, 한국지엠, 금호석유화학, 한진중공업, 넷마블, 하이트진로, 유진, 한솔.
15삼성이 재계 서열 1위에 있고, 그 뒤로 우리가 이름을 익히 아는 대
한 방향으로 가자》 (1993)에서는 한 조직의 용어가 어떠한 의미를 갖는지를 다음과 같이 설명해 두었다.
한 조직의 용어를 통일하는 것은 그 구성원의 사고와 행동을 하나로 하는데 매우 중요한 역할을 합니다. 그 조직이 추구하는 방향이나 가치관을 언어를 통해 서로 전달하기 때문입니다.
특히 기업의 용어 통일은 기업의 비전을 실현하는 데 필수적인 기능을 합니다.
회장께서도 기회 있을 때마다 용어 통일의 필요성을 강조하십니다. 구체적으로 첫째, 그룹의 용어를 명확히 통일하고, 둘째, 삼성 특유의 용어를 만들고, 셋째, 용어의 질을 한 차원 높이자는 특유의 용을 말씀하신 바 있습니다.
이 책자는 삼성이 21세기 세계 초일류기업을 실현하기 위해 전 삼성인의 사고와 행동을 한 방향으로 통일하는 데 필수적인 삼성용어 해설집입니다. (......) 삼성인이면 누구나 이 용어 하나하나의 뜻을 알고 있어야 하고 일상적으로 사용할 수 있어야 합니다. 그렇게 되면, 신경영의 참뜻을 쉽게 이해할 수 있을 뿐만 아니라 의사소통이 빨라지고 단결력을 높이는 데도 큰 도움이 될 것입니다. 아무쪼록 이 용어집이 우리 모두를 한마음으로 만들고 한 방향으로 가게 하는 징검다리임을 마음에새겨서 삼성인의 용어만 연결해도 대화가 될 수 있는 수준까지 일상 업무에 적극적으로 활용해 주시기 바랍니다."
고객이라는 단어는 기업으로부터 선택되어 완전히 우리 곁에자리 잡았다. 고객은 이미 소비자의 높임말이지만 현장에서는 ‘님‘을붙여 고객님으로 부르는 문법 파괴를 이루어냈다. 나는 ‘고객‘이라는단어의 어원이 어떠하든, 그리고 그 문법이 맞는 것이든 틀린 것이든그 수용자가 자신을 높여 부르는 것으로 오해하지 않았다면 굳이 사용되지 않았을 단어였다고 믿는다. 소비자를 현혹시켜 더 많은 매출을 올리고자 하는 회사의 욕망이 소비자를 왕으로 격상시키는 왜곡된 위계 관계를 만들어낸 것이다. ‘고객/고객님‘이라는 단어는 우리 시대가 만들어낸 잘못된 훈이다.
단어 자체에는 문제가 없더라도 거기에 시대의 욕망이 덧씌워지고 나편한 시대를 망가뜨리는 데 일조하게 되고 만다. 고객이라는 훈을 전면에 내세운 회사는, 그것을 수행한 일하는 개인들에게 새로운 훈을 부여한다. 다음의 그림은 각 회사에서 제시한 ‘인재상‘을 나타낸 것이다. 각 단어의 빈도에 따라 그 크기가 다르게표시되었다.
회사가 ‘고객만족‘이라는 훈을 달성하기 위해 개인(회사원)들에게보내는 훈은 우선 ‘도전‘이고, 그 외에도 ‘일정‘, ‘창조(창의)‘, ‘적극‘ 등이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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