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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의 기원
정유정 지음 / 은행나무 / 2016년 5월
평점 :
한편의 몰입도 좋은 사이코패스 영화를 보고 난 느낌이다.
앉은 자리에서 책을 놓지 못하고 정신없이 다 읽었다.
볼때는 뒤가 궁금하고 조마조마하고 그래서 정신없이 보다가
다 보고 나면 에이~ 스토리는 별꺼 없네~ 하는 스릴러 영화같다.
하지만 여타 스릴러 영화와는 급이 다르다.
책을 덮고 난 후 ,내 가슴 속을 점점 크게 파고드는 찜찜함과 잔상의 여운은
해소되지 못한 채 아직도 나를 짓누르고 있다.
이유를 생각해 보았다.
화자인 "나"가 범인이라서 그렇다...
철저히 "나"의 시각과 심리로 풀어낸 사건이기에,
사건 자체보다는 "나"의 생각과 심리에 몰입하며 플롯을 따라갔기에 이렇게 뒤가 구린 것이다.
왜냐하면 나(유진이)의 말투나 생각의 흐름은 우리가 보통 상상하는 사이코패스치고는 너무 평범한 정상인에 가깝다. 살인을 침착하게 행동에 옮기는 부분에서만 보통 사람과 다르다는 느낌?
누군가를 죽이고 싶도록 미워했던 순간이 있는 가. ..
내 생존을 위협하거나, 내가 죽도록 하고 싶어하는 일을 못 하게 하거나...그것이 설령 가족이라고 해도 말이다..."나"는 본인도 모르는 사이..아니, 자각을 했던 안 했던 간에 행동으로 옮겼다.
내 생각이 맞았다. '악'에 집착했다던 정유정 작가, 인간 본성의 정체를 궁금해하다가 프로이트에게서 미약한 실마리를 찾았다고 했다.
"도덕적이고 고결한 사람이라도 자신의 깊은 무의식 속에서는 금지된 행위에 대한 환상, 잔인한 욕망과 원초적 폭력성에 대한 환상이 숨어있다. 사악한 인간과 보통 인간의 차이는 음침한 욕망을 행동에 옮기는지, 아닌지의 여부에 달려있다. "
제목이 왜 '종의 기원'일까 참으로 궁금했었는 데 ,작가는 인류는 살인을 저지르며 진화했다며 사이코패스를 포식자라고 했다. 사이코패스는 인류의 2%정도된다는 데 (생각보다 많다!) 우리의 유전자 속에도 살인자의 코드가 조금씩은 있겠지....다윈의 말처럼, 생존 본능에 더욱 충실한 "종"이 우리가 악인으로 표현하는 사이코패스인 것이고..
작가가 그동안 '악' 에 대해 얘기하고 싶었던 말이 , 전작들의 주인공 "그"에서 이번엔 "나"로 옮겨오면서 ,독자에게 보다 잘 전달될 수 있었던 것 같다.
"웃기지마, 살아남는 자가 이기는 거야."