헤르만 헤세의 책이라는 세계
헤르만 헤세 지음, 김지선 옮김 / 뜨인돌 / 2022년 5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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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애정하는 작가, 헤세가 책을 월매나 사랑하시는지 느낄 수 있는 재밌는 에세이다. 약간 꼰대?스러우신 부분도 있고 . .(아래, 헤세님 독서하다가 소설 속 호텔방 호수 틀린부분 발견하고 극 대노 하심 ㅋㅋㅋㅋㅋ하지만 틀린말아님ㅋㅋ)

˝작가는 처음에 11이라고 썼다가 나중엔 12라고 고쳐놓고는 원고를 처음부터 다시 꼼꼼히 읽어보지 않은 것이다. 분명교정을 아예 보지 않았거나 아니면 대수롭지 않게 읽어 넘기면서 앞에 섰던 숫자에 신경을 쓰지 않았던 거다.˝ ㅡp .47

˝나는 이런 건망증과 대충주의가 작품 전체를 망가뜨렸다고 작가에게 편지를 써보냈다. . 나더러 쩨쩨한 훈장님이라며, 예술작품에는 그런 자잘한 일보다 더 중요한 다른 게 있다고 답장을 보내왔을 뿐이다. 편지를 보낸게 후회스러웠고 이후로 다시는 그런 편지를 쓰지 않았다. 그렇지만 예술작품에서, 다른 것도 아니고 예술작품에서 진실성과 신의, 정확성과 치밀함이 중요하지 않다니! ..
아무튼 나는 예술가의 윤리에 관한 한 트집쟁이요, 구닥다리 돈키호테 노릇을 하련다. 세상 모든 책의 90퍼센트는 작가도 독자도 대충 무책임하게 쓰고 읽는 판이며, 어차피 나의 투덜거림을 포함해 글이 인쇄된 종잇장들이 내일모레면 몽땅 쓰레기가 될 줄을 몰라서 하는 소리냐고? ˝-p.49

하지만 나는 이 문제에 관한 한 생각을 바꿀 수 없다. 큰일은 심각하게 받아들이고 사소한 일은 진지하게 생각하지 않는 걸 당연시하는 태도는 쇠퇴의 시작이다. 인류를 존중한다면서 자기가 부리는 하인은 괴롭히는 것, 조국이나 교회나 당은 신성하게 받들면서 그날그날 자기 할 일은 엉터리로 대충해치우는 데서 모든 타락이 시작된다. 이를 막는 교육적 방책은 오직 하나뿐이다. 즉 스스로에 대해서든 타인에 대해서든 신념이나 세계관이나  애국심 같은  이른바 거창하고  신성한 모든 것은  일단 제쳐두고, 대신 사소한 일, 당장에 맡은 일에 성심을 다하는 것이다. -p.50



♤서재 정리하기 핵공감!! ♤;; 나도 약간 옛날사람임 ㅋㅋ

 ‘내가 여기 이러고 서서, 내 교양의 창고가 혹시나 먼지에 파묻힐세라 좀이 슬세라 걱정하며 이 책에서 조심조심 먼지를 털어내는 모습을 우리 아들들이나 다른 젊은이들이 봐야 하는데!‘ p.34
우리의 원칙은, ‘가치가 없는 건 가급적 장서로 들여놓지 말고 일단 검증된 것은 절대 내버리지 않기!‘다. p.40
이 구닥다리 책들에서 먼지를 터는 모습을 젊은 사람들이 지켜보지 않아도 좋다!  상관없다. 그들도 언젠가 머리카락이 성글어지고 치아가 흔들거릴 즈음이면, 자기와 평생을 함께하며 신의를 지킨 것들을 새삼 되돌아보게 될 날이 있으리니.
(1931)p. 41


☆☆내가 헤세를 좋아하는 이유 중 하나..! 올해 갑자기 인도 고전에 꽂혀 산스크리트어 를 배우고 <바가바드 기타>를 읽기 시작했는데, 헤세도 이 책으로 처음 띵 받고 동양고전 시작하셨다고 한다. 나와 헤세의 접점이다 😂

˝ 문학에서도 피와 흙과 모국어가 전부는 아니어서 그것을 넘어 인류가 있으며,  또 가장 멀고 낯선 곳에서도 고향을 발견할 가능성, 너무나 굳게 닫혀있어 가까워질 수 없을듯하던 것과 마음이 통해 사랑하게 될 가능성은 늘 열려있으니 놀랍고도 즐거운 일이 아닌가? 나는 내 인생의 전반부에 인도와의 만남을 통해,  뒤에는 중국의 정신을 접하면서 이를 깨쳤다. ˝p.55



♧낭만주의 작가에 대한 비판에 속상해 하심♧

 ˝어찌 예쁜 것을 좇는 한때의 유행, 하찮은 양식에 불과하겠는가?  그것은 2천 년 서구문명 그리고 천 년독일역사와의 대결이자 인간다움의 개념을 다룬 문제였다.
그런데 그것이 어쩌다가 오늘날 이토록 천시되고, 대중의 지도층이라는 사람들이 앞장서서 하찮게 취급하기에 이른 것인가? 어째서 사람들은 신체단련이나 이성의 연마에는 돈과 노력을 아끼지 않고 퍼부으면서 유독 영혼의 도야를 위한 노력에 대해서는 성마른 태도와 조소를 보낼 뿐인가?
˝세상을 다 얻은들, 네 영혼을 해친다면 무슨 유익이 있겠는가?˝ 같은 말을 남긴 정신이 정녕 ‘낭만주의‘ 혹은 ‘비더마이어‘였을까? 그것이 시대에 뒤떨어지고 한물간, 우스꽝스러운 구시대의 유물이란 말인가? ˝ p.137

...모든 명성을 다 준다 해도, 만일 그걸 얻는 대신 나 자신의 생각과 고뇌를 조금이라도 내놓아야 한다면 내겐 일말의 의미도 없으리라. 또한비록 그 모든 역사적·사상적 논증이 나의 ‘낭만적‘ 추구의 가치를 조금도 인정해주지 않고, 모든 이성과 도덕과 지혜가 반대할지라도, 나는 내 일을 계속할 것이며 나의 주인공들을 만들어낼 것이다.
이러한 확신을 마음에 품고 나는 마치 거인처럼 당당하게잠자리에 들었다.
(1928) p.139


%%ㅋㅋㅋㅋ 재밌으셔!!
˝부잣집 구경을 하게 되면 ˝그런데 책은 어디 두셨나요?˝ 라고 묻곤 한다.  그리고 나보다 더 잘사는 사람들한테는 절대 책을 빌려주지 않는다.˝ -p.205
ㅋㅋㅋㅋ


♡♡♡헤세...제 머리에서 나가주세요♡ㅋㅋㅋ
개인의 최고 자유는 인류의 한 부분인 자신의 존재를 자각하여 
얽매이지 않는 정신으로 , 인류에 봉사하는 것이라고, 그런 자각이 없는 개인의 자유는 하찮고 사소할 따름이라고 말이다.
(1920)

이 세상 모든 책들이 그대에게 행복을 가져다주지는 않아
하지만 가만히 알려주지 그대 자신 속으로 돌아가는 길 그대에게 필요한 건 모두 거기에 있지
해와 달과 별 그대가 찾던 빛은 그대 자신 속에 깃들어있으니
그대가 오랫동안 책 속에 파묻혀 구하던 지혜
펼치는 곳마다 환히 빛나니 이제는 그대의 것이리

, 번역된 책이라든지 이런 조화롭고 온전하고 생리적인 언어와 감성이 전혀 담겨있지 않은 책을 집어들 때면 늘 충격이랄까 약간의 통증 같은 걸 느낀다...
... 요즘은 공공도서관이건 개인서재건 이런 멋지고 사랑스러운 책들을 두루 갖춘곳이 얼마 없다. 우리 시대가 얼마나 척박한지를 여실히 입증하는 너무나 끔찍하고 부끄러운 징후인 것 같다. - P54

 누구나 스스로 형편없는 시를지어보면 안 될까? 그렇게 해보라. 그러면 곧 알게 되리라. 최고로 아름다운 시를 읽는 것보다 형편없는 시를 짓는 것이 훨씬 더 행복하다는 사실을 말이다.
(1918) - P116

. 시인은 마치 두 집 살림 하듯 이편과 저편, 의식과 무의식 사이를 남몰래 넘나든다.
예술가가 이편, 즉 보통의 사람들이 살아가는 범속한 낮의세계에 머무를 때면, 그 모든 빈곤한 언어들이 그를 짓눌러 시인으로 산다는 것이 그야말로 형벌처럼 느껴진다. 그러나 영혼의 세계인 저편에 들어서면 말과 말이 마치 봇물 터지듯 온사방에서 마술처럼 흘러든다. 별들이 노래하고 산봉우리들은미소를 지으며, 세상은 흠잡을데 없이 완벽하여 단어 하나철자 하나도 모자람이 없고, 모든 것이 말로써 표현되고, 전체가 조화롭게 울려퍼지며, 전부 구원받으니 이것이 바로 신의 언어가 아니랴.
(1918) - P126

그리고 도스토예프스키와 니체를 선구자로 하여 프로이트가 첫 삽을 뜬 새로운 심리학이 젊은이들에게 가르쳐주는것은 이러한 것이리라. 개성의 해방과 본능적 충동을 신성시하는 것은 하나의 길의 초입에 불과하며, 
개인의 최고 자유는 인류의 한 부분인  자신의 존재를 자각하여  얽매이지 않는 정신으로 인류에 봉사하는 것이라고, 
그런 자각이 없는 개인의 자유는 하찮고 사소할 따름이라고 말이다.
(1920) - P31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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새파랑 2022-07-18 12:16   좋아요 1 | 댓글달기 | URL
저도 이책 읽으려고 침대옆에 놔뒀는데 아직 한장도 못읽었네요 ㅜㅜ 꼰대 헤세님이 기대가 됩니다 ㅋ 문장이 하나하나 의미있고 재미있는거 같아요~!!

alummii 2022-07-18 13:07   좋아요 1 | URL
진짜 소장하고 싶은 책이어요 ^^ 새파랑님 행복한 하루 되셔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