바늘
천운영 지음 / 창비 / 2001년 11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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하이퍼텍스트와 비가시적인 사이버의 범람은 어쩌면 문학의 토양을 잠식해 약속없는 세대를 우울하게 만들고 있는건 아닌지라는 생각이 듭니다. 진정한 리얼리즘의 구현만이 그리고, 살아있는 생명체와의 대화, 기득권에 대한 맹렬한 비판의식만이 우리가 그나마 문학에 대한 자존심을 지켜나갈 힘이 아닐까요? 힘있는 작가와의 만남은 처음부터 그렇게 신나고 즐겁습니다. 유년시절 첫사랑과의 풋풋한 무성영화같은 추억처럼 떨림과 설레임이 그득한 향내가 넘치니까요.

천웅영 그녀의 글을 읽었을 때 그녀의 힘을 느꼈습니다. 한땀한땀 육체에 그림을 그리는 문신가 소머리를 갈라내고 내장을 저며내는 사내, 곰장어의 분비물을 거두는 쇠락한 지식인, 천운영 그녀의 등장인물들은 어쩌면 우리곁에서 소외되어 있는듯 보이나 허상을 뚫고 보이는 사회의 기만에 대한 맹렬한 고발의식이 잠재되어 있음을 쉽사리 알 수 있습니다. 그녀의 과격한 리얼리즘은 아마도 그녀가 글을 쓰기 위해 삶의 고동치는 현장속에서 그 등장인물 모두에게 빙의해 들어간 인고의 시간들 때문이라 생각합니다.

여러분 역시 역량있는 새사람을 만나보시기를 바랍니다. 흡사 영화 바그다드까페 속에서 인디언과 흑인 그리고 이에 틈입해 들어오는 독일여자가 종래 소외된 인간군상들의 공동체를 형성하듯 천운영의 소설에 등장하는 모든 인물들은 그들을 소외시킨 사회 현실에 연대하여 궐기하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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괭이부리말 아이들 - MBC 느낌표 선정도서. 양장본
김중미 지음, 송진헌 그림 / 창비 / 2001년 11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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책을 읽어 가면서 정말 놀랐다. 책에서 소개한 배경들을 실감했기 때문인 것이다. 난 작년 2월에 인천중구청으로 발령받아 현재 까지 이곳에서 근무하고 있고 배경이 되었던 곳을 출장다녔기 때문이다. 사실 그렇지 않을 수도 있지만 넘 흡사하기 때문이다. 만석동 만석부두, 화수부두, 똥마장(북성부두) 이며 밀가루 공장과 제철소, 현재 신축중인 아파트며, 아직도 즐비한 판자집이 고스란 자리하고 있기 때문이다. 앞에서 읽었던 책들의 한결 같은 내용이 분단의 아픔에서 겪었던 노동자의 삶과 민주를 위해 젊음을 불태웠던 젊은날의 모습, 군사정권시대의 암울한 그림자에 눌려 살았던 아픔이 있었다면 괭이부리말 아이들은 그시대 우리생활의 일정부분을 차지 했던 부분을 도려내어 표현했다고 생각되었다.

어쩌면 이런 삶은 지금도 계속되고 있으며 우린 그것들을 잊고 살아가고 있는 것이 아닌가 한다. 부두를 다녀오며 철길에 앉아 아버지와 숙자와 나눈 대화부분과 돌아온 어머니에 대한 숙자의 언행은 어쩌면 그 시대를 경험하지 못한 이에게는 전혀 생각조차 해낼수 없을 것이다. 이부분을 읽으면서 여러번 눈물을 훔치기도 했다. 결국 희망을 얻고 삶의 의지를 찾게되고 진정한 스승의 모습을 그려낸 글이지만 과연 지금 현재 우리주변에서 일어나고 있는 이보다 더한 모습들을 어떻게 감당해 나가야 할지 고민스럽다. 이 글을 통해서 조금 이나마 세상을 보는 모습과 자신에 대한 가치관이 달라질 수 있으면 하는 바램을 갖게된다. 이책을 정말 많은 이가 접했으면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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인연
피천득 지음 / 샘터사 / 1996년 5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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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마도 4년 전쯤이었을 겁니다. 갓 대학을 입학하고 '수필론'이라는 전공강의를 통해 피천득님의 '인연'을 읽게 되었습니다. 그 책을 읽기 전에는 사랑하는 사람은 다시 만나야 한다고 생각을 했습니다. 그 사랑이 한낱 짝사랑에 불과할지라도.....좋아하고 사랑하는 사람을 한번쯤 다시 만나고 싶은 마음은 당연한 것이라고 생각했었습니다. 그러나 제가 피천득님의 '인연'이라는 수필을 읽고 나서는 생각이 좀 바뀌었습니다. 어쩌면 예전의 아름답고 예쁜 추억을 간직하고 있는 것이 더 나은 일인지도 모른다는 것을 그때서야 깨닫게 되었습니다.

적어도 기억 속에 간직된 사람은 아름다운 사람으로 남아있을테니까요.한 때 좋아한다고 고백을 했던 사람이 잘 지낼 수도 있지만 우연한 만남의 과정에서 다시 부딪혔을 때 실망하거나 그 사람이 잘 살지 못해 가슴 아파하는 쪽보다는 나을 거라 생각이 듭니다.
다시 만나지 못할 인연이 더 아름다운지도 모른다는 삶의 이면을 깨닫게 하는 책이 바로 인연이라는 수필집입니다. 마음에 잔잔한 파문을 일으키며 사색을 통하여 인생의 진실을 알아가도록 유도하는 좋은 책이었는데 다시 한번 더 읽고 싶은 마음까지 주네요. 시간이 되면 다시 읽어야겠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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모리와 함께한 화요일
미치 앨봄 지음, 공경희 옮김 / 세종(세종서적) / 1999년 12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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모리와 함께한 화요일이 실화라는 사실에 놀랐다. 요즘 같은 세상에 그것도 비행기를 타고다니며 생명이 얼마남지 않은 스승을 찾아 이야기를 나누는것으로 이야기가 나와있다. 더 놀라운것은 자신의 생명이 얼마 안남았다는것을 알았음에도 불구하고 여유있는 모리가 너무 인상적이었다. 죽음도 인생중에 일부분이라면서 죽는 날까지 이야기를 나누는 모습이 놀라웠다. 그의 몸은 하나 둘씩 굳어갔지만 그가 말하는 인생의 철학은 가면 갈수록 더 열기를 더해갔다. 나는 철학이라면 좀 딱딱하고 우리 생활과는 조금 동떨어진 것이라고 생각했다.

하지만 이 책을 읽고나서는 철학은 우리 생활 속에 한부분이라는것을 알게되었다. 가까운곳에 있지만 그 고마움과 소중함을 몰랐던것들에 대해 새삼 깨닫게 되었다. 가족이 그랬고, 친구들이 그랬다. 그리고 내가 이렇게 정상적으로 살아갈수 있다는 점에서 너무 행복하다는것을 느꼈다. 루게릭병이라는것은 이책을 접하기전부터 조금 알고 있었다. 러브하우스라는 코너에서 동미네 아버지를 보았기때문이다.

점점 몸이 굳어가면서 자신이 할 수 있는일이 줄어든다는 것이 그렇게 슬픈일인지도 몰랐다. 생리적인 행동조차도 남에게 의지해야하는 그 마음은 정말 자신이 미울것 같다는 생각이 들었다. 나는 모리같은 사람이 있다면 내가 도와줘야 겠다. 나는 아직 건강하고 나도 언젠가는 그렇게 되어 있을지도 모르니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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죄와 벌 삼성 어린이 세계명작 30
표도르 도스토예프스키 지음, 일레나 자루비나 그림, 안희웅 옮김 / 삼성출판사 / 2001년 7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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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편으로 라스콜리니코프가 부러웠다. 고민을 툭 털어놓을 수 있는 상대가 있기 때문이다. 나한테도 그런 상대가 있을까? 있으면 몇 명이나 될까? 소냐는 라스콜리니코프를 이해해주었다. 그리고 자수를 권한다. 포르피리도 이제는 라스콜리니코프가 범인이라는데 굳히고 그도 라스콜리니코프에게 자수 할 수 있는 기회를 준다. 라스콜리니코프는 자신을, 자족을, 니콜라이를 위해서, 그리고 소냐를 위해서 자수를 한다. 거짓 없는 증언으로 그는 8년 징역을 받았다.

'잘한 거야! 라스콜리니코프! 정말 잘 선택한 거야!' 역시 라스콜리니코프다. 자신의 죄를 인정할 줄 알고 당당한 모습! 나의 성격은 끈질긴 추격으로 야속하다고 느낀 포르피리와 닮은 것 같다. 진상을 밝혀야만 하는 것.. 이런 모습들이 정말 나를 보는 듯 했다. 현재 우리 사회에서 경제적으로 매우 힘들어하는 사람이 많다. 이 사람들에게 도스토예프스키가 쓴 '죄와 벌'을 권해보고 싶다. '정말 가장 아름다운 것은 진실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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