바늘
천운영 지음 / 창비 / 2001년 11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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하이퍼텍스트와 비가시적인 사이버의 범람은 어쩌면 문학의 토양을 잠식해 약속없는 세대를 우울하게 만들고 있는건 아닌지라는 생각이 듭니다. 진정한 리얼리즘의 구현만이 그리고, 살아있는 생명체와의 대화, 기득권에 대한 맹렬한 비판의식만이 우리가 그나마 문학에 대한 자존심을 지켜나갈 힘이 아닐까요? 힘있는 작가와의 만남은 처음부터 그렇게 신나고 즐겁습니다. 유년시절 첫사랑과의 풋풋한 무성영화같은 추억처럼 떨림과 설레임이 그득한 향내가 넘치니까요.

천웅영 그녀의 글을 읽었을 때 그녀의 힘을 느꼈습니다. 한땀한땀 육체에 그림을 그리는 문신가 소머리를 갈라내고 내장을 저며내는 사내, 곰장어의 분비물을 거두는 쇠락한 지식인, 천운영 그녀의 등장인물들은 어쩌면 우리곁에서 소외되어 있는듯 보이나 허상을 뚫고 보이는 사회의 기만에 대한 맹렬한 고발의식이 잠재되어 있음을 쉽사리 알 수 있습니다. 그녀의 과격한 리얼리즘은 아마도 그녀가 글을 쓰기 위해 삶의 고동치는 현장속에서 그 등장인물 모두에게 빙의해 들어간 인고의 시간들 때문이라 생각합니다.

여러분 역시 역량있는 새사람을 만나보시기를 바랍니다. 흡사 영화 바그다드까페 속에서 인디언과 흑인 그리고 이에 틈입해 들어오는 독일여자가 종래 소외된 인간군상들의 공동체를 형성하듯 천운영의 소설에 등장하는 모든 인물들은 그들을 소외시킨 사회 현실에 연대하여 궐기하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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