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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eBook] 사신의 7일 ㅣ 이사카 코타로 사신 시리즈
이사카 고타로 지음, 김소영 옮김 / 웅진지식하우스 / 2014년 8월
평점 :
판매중지
인간이 인간으로써 살면서 한 짓들 중에 가장 잘한 짓이 뭔지 아십니까?
이 질문에 대답하실 수 있다면,
당신은 아마도 이 책을 보신 걸 겁니다.
사신 치바가 재미라는 이름의 비를 몰고 돌아왔다.
『사신의 7일』
이사카 코타로의 사신 치바. 그는 비를 몰고 다니는 사내입니다. 흠, 정확히 말하자면 사내라는 표현이 마뜩치 않습니다. 그 사내는 말 그대로 ‘신’이니까요.
이 사신이 속한 그룹, 그러니까 조금 세련되게 말하자면 사신 컴퍼니의 사신 사원들은 좋아하는 게 떨렁 하나 있습니다. 그것은 바로, 인간이 만든 최고의 아름다움인 ‘음악’입니다.
전에 어디서 봤더라, 커피에 대한 표현 중에 이런 표현이 나오더군요. 커피는 뭐든 맛있다. 쓴 커피도, 싱거운 커피도, 아이스 커피도, 떫은 커피도, 그냥 커피면 무조건 맛있다. 그게 바로 진정한 커피 마니아다, 라고.
이 소설을 보다 보면 생각하게 됩니다. 아, 사신 치바는 진정한 음악 마니아구나. 락이건 클라식이건 팝이건 재즈건 가리지 않고 모두 들으니. 그리고 이런 잡식성 사신 치바는 하는 행동도 유쾌하기 짝이 없습니다. 앞뒤가 맞지 않으면서도 그 하는 행동은 섭리에 한 줌 어긋나는 일이 없으니 말 그대로 신이로구나! 생각이 든달까요.
여기, 사신이 있습니다. 사신이 하는 업무는 사람이 죽는가 안 죽는가를 고르는 것입니다. 그리고 그 고르기 위한 기간이 7일입니다. 많은 사신들은 대충 인간을 만나고 적당한 질문을 던진 후, 나머지 시간은 음악을 듣는 데에 쏟아붓습니다. 지상에 가는 첫째 까닭이 음악을 듣는 것이요, 둘째 까닭이 음악을 듣기 위해 움직이는 것이요, 셋째 까닭은 음악을 존재하기 위함이라고 하는 것만 같습니다. 그리고 이 많은 조건 후에 판권 페이지처럼 붙는 게 바로 인간의 수명을 판단하는 것이랄까요.
사신 치바는 이런 흔해 빠진 사신들과 비슷한 것도 같습니다만, 조금 다릅니다. ‘그 정도로까지 음악에 취해서 코카인에 헤롱거리는 셜록 홈즈 같은’ 꼬라지를 하지는 않는다는 이야깁니다. 사신 치바는 실제로 인간을 만나고, 그 인간과 대화를 하고, 함께 움직이며, 마지막에 가셔 결단을 내린다는 말씀.
때문에 사신 치바는 이 소설 『사신의 7일』에서 문제의 부부를 만날 수 밖에 없었던 것이 아닌가 생각이 들더군요. 왜냐하면 이 주인공의 운명은 결코, 쉽게 결단낼 수 없는 것이기 때문입니다. 그는 엄청난 범죄에 연류된 사람이거든요.
세월호 사건이나, 최근에 신해철의 별세를 볼 때면 세상이 무언가 잘못된 것이 아닌가, 신이 있다면 그 신이 이번에야말로 “큰 실수를 했다”고 느낍니다. 그리고 사신 치바도, 또 다른 사신 컴패니의 사원들도 그런 생각을 조금 하는 것도 같습니다. 혹시 우리가 고르는 죽을 인간은, 잘못 죽이는 것은 아닐까라는 걱정. 때문에 사신 치바가 출장을 왔건만, 자꾸만 전화가 옵니다. “좀 더 생각해도 돼. 더 살게 해도 돼.”라는 안부 아닌 안부 전화.
사신 치바는 이 이야기를 들으며 사내를 봅니다. 그 부인을 봅니다. 부부가 지금부터 하고자 하는, 사신이 아닌데도 인간의 목숨을 자지우지하려는 바람직하지 않지만 어딘지 모르게 바람직하다고 말해줘야 할 것 같은 행동을.
7일. 얼핏 생각하기엔 짧은 기간입니다. 하지만 천지창조에 따르면 신은 이 천지와 모든 생명체를 만드는데 고작 6일이 걸리고, 마지막인 7일째엔 쉬기까지 했습니다. 그러니 그렇게 짧은 기간은 아닐 것입니다. 실제로 사신 치바가 한 부부를 만나고, 그들을 지켜보았으며, 그들이 “일련의 살인 계획”을 세우고, 움직이기에는 충분한 시간이었으니.
여기, 상처받은 부부가 있습니다.
야마노베 부부입니다. 딸이 하나 있습니다. 그런데 그 딸이 죽었습니다. 살해당했습니다. 범인이 잡혔습니다. 재판을 받습니다. 그런데 그 범인이 무죄판결을 받아버렸습니다. 야마노베 부부는 분노합니다. 부부는 알고 있기 때문입니다. 그 범인이, 진범이 확실하다는 사실을. 그리고 야마노베 부부는 생각합니다.
복수하자.
야마노베 부부가 복수를 결심한 날, 그리고 행동에 옮기려고 생각한 날, 그 날은 비가 왔습니다. 그리고 그 비와 함께 한 사내가 나타났습니다.
치바.
그 사내는 지금부터, 야마노베 부부와 지리멸렬하도록 함께 행동합니다. 그리고 그 부부의 행동을 돕는 것도 같고, 안 돕는 것도 같은 묘한 행동을 반복합니다. 그리하여 야마노베 부부는 그 복수의 끝에……자, 어떻게 될까. 더불어, 사신 치바는 이 부부 중 한 명을 살릴 수도 죽일 수도 있습니다. 과연 사신 치바가 “이제 당신은 죽어 베이베”라고 상부에 올릴 사람은 누구일까.
그 모든 이야기는 이 책, 『사신의 7일』에 들어 있습니다. 7일, 하지만 단 하룻밤이면 모두 읽어버릴 책 한 권에.
언젠가 우리는 죽는다.
그건 결코 피할 수 없는 ‘절대적인’ 법칙이다.
다시 말해 어떤 인간이든,
어떤 아이든 반드시,
죽음을 맞이할 때가 온다.
어떠한 인생을 살건,
성공했건 실패했건 반드시 ‘가장 무서운 일’이 찾아온다.
“그래서 네 아버지, 그것 때문에 애썼어.”
“무엇 때문에?”
“언젠가 죽는 때가 찾아오지만, 그건 결코 무서운 게 아니라는 걸 가르쳐주기 위해서.” p.493