화과자의 안
사카키 쓰카사 지음, 김난주 옮김 / 블루엘리펀트 / 2014년 8월
평점 :
절판


누구나 그렇겠지만 저도 20대엔 참 많은 일을 했습니다. 도전정신이 투철했기 때문에 여러 직업을 전전했었죠. 특히 그 중에서도 재밌던 일 중 하나는 장충동 태극당에서 일한 경험이었습니다. 태극당이라면 아는 분들은 아시겠지만, 일제 강점기 시절 생겨 지금까지 존재하는 베이커리숍입니다. 저는 이곳에서 모나카 아이스크림 만드는 법이라던가, 카스테라를 어떻게 포장하는가, 그리고 갓 구운 식빵 몰래 먹기(이건 사장님 아시면 혼남) 같은 일을 했더랬습니다. 아아, 참 재미난 시절이었어요. 돈은 심하게 짰지만.

 

 

 

화과자에 앙금이 없으면 아무 소용 없으니까.”

누구나 한번쯤 겪었을 법 한, 화과자의 안

 

 

 

빵집 아르바이트를 하다 보면 살이 토실토실 오릅니다. 자연스레 뺨도 통통해지고, 뭐랄까……나 자신이 슈크림 덩어리가 되어가는 기분이 될 때도 있습니다. , 가끔은 몽블랑 같기도 하고. 이 책, 화과자의 안에 나오는 역시 그러합니다.

 

 

세상에는 좋고 나쁘고를 떠나, 시간이 흐르지 않고서는 알 수 없는 일이 있다. 예를 들어, 내가 진학도 취직도 하지 않고 이 매장에 들어온 것만 해도 그렇다. 친구들이 요즘 뭐 하고 지내, 하고 물어봐도 아직 뭐라 대답할 말이 없다. 그저 앞으로 나아갈 뿐이다. p.67

 

 

안은 고등학교를 졸업했습니다. 그런데 다른 친구들과 달리 대학에 가지 않았어요. 때문에 으음, 뭘 할까 고민해봅니다. 하지만 딱히 하고 싶은 게 없네요. 그래서 어쩔까, 저쩔까 하다가 적당히 백화점에 취직하기로 마음 먹습니다. 그 때 안의 눈에 보인 가게가 바로 화과자 가게 입니다. 안은 이 화과자 가게 앞에서도 잠시 고민했습니다. 화과자 가게가 두 곳이 있었거든요. 한곳에 남자가 잔뜩, 앗 그렇다면 이 곳은 안 돼! 왜냐하면 안은 외모 콤플렉스가 있거든요.

 

 

안짱, 팔뚝살 몰랑몰랑한 게 진짜 기분 좋다!”

죽인다. 반드시 죽일 거다. p.119

 

 

150cm의 작은 키에 체중 57킬로그램, 초등학교 시절부터의 별명은 데굴이.’ 스스로를 볼 때에 재능도 애인도 없고, 군살은 팔아도 될 만큼 많다고 생각합니다. 때문에 남자들과 있는 건 싫습니다. 놀림 당할 게 뻔하니까요. 때문에 안은 이 가게가 아니라, 다른 가게에 취업하기로 마음 먹습니다. 그리고 이 가게에서 안은, 새로운 으로 태어나게 됩니다, 같은 이야기랄까요.

 

 

하지만 책을 읽다 보면 정말 안이 뭔가 바뀐 것일까? 궁금해집니다. 제가 볼 때 안은 딱히 바귄 게 없습니다. 외모나 그 생각도요. 여전히 안은 외모 콤플렉스가 있고, 남자들이 자길 안 좋아할 거라고 거의 단정을 짓고 있습니다. 하지만 그럼에도 불구하고 어딘지 모르게 안은 바뀐 것 같습니다.

 

그건 아마도, 안이 앞으로도 계속 백화점 안에 있는 이 작은 화과자점의 으로 살겠다고 생각한 덕분이 아닐는지.

 

 

진짜 있었던 일이었어. ‘그런 한류 드라마 같은 일이 현실에서 일어났던 것이 틀림없어. p.324

 

과연 내 안에는 어떤 사람이 살고 있을까. p.7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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