달의 그림자 그림자의 바다 십이국기 1
오노 후유미 지음, 추지나 옮김 / 엘릭시르 / 2014년 11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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당신이라는 인생, 인생이라는 책을 만나다.

십이국기 그림자의 바다, 달의 그림자

 

 

인생. 그 단어에는 많은 의미가 담아 있습니다. 말 그대로 하자면 인간의 삶을 뜻하겠지만, 그 안을 가만히 들여다보자면 인간이라는 존재가 어떻게 살아가는가, 왜 살아가는가, 그리고 필멸자로써 어떤 죽음을 선택해야 하는가라는, 인간 자체에 대한 철학이 있습니다. 하지만 우리는 이 인생 자체를 느낄 경험을 거의 하지 못합니다. 때문에 책을, 사람을, 그리고 누군가의 죽음을 통해 이 인생 자체를 돌이킵니다.

 

최근 신해철이라고 하는 음악의 거성이 졌습니다. 갑작스레 나타나 갑작스레 사라진 그 인생은 누군가에겐 사소한 사건에 지나지 않을 것입니다. 하지만 또다른 누군가에겐 인생 자체일 수도 있습니다. 

 

단적으로 따지자면, 이런 것이 인생이 아닐까, 하고 잠시 생각해 봅니다. 다른 누군가에겐 아무것도 아닌 것만 같아 보이는 무언가, 그 무언가가 삶 그 자체가 되어버리는 것이 인생이다, 라고.

 

이 책, 십이국기는 그런 책입니다.

 

누군가에게는 하찮은 일부분일 수 있지만, 그 누군가에게는 인생 자체일 수도 있을, 아니 이 책 자체가 이미 인생 그 자체인 무언가인 이야기.

 

칠흑 같은 어둠이다. (p.5 이 이야기의 첫 줄) 여기, 한 명의 사람이 없습니다. 어디서나 볼 수 있는 평범한 라는 이름의 소녀입니다. 하지만 이 소녀는 조금 다른 점이 있습니다. 다른 여고생들과 달리 머리가 붉습니다. 타고난 체질입니다. 때문에 공부도 잘하고 학급에서는 반장을 맡고 있는데도 친구들에게 놀림을 받거나 선생님의 눈밖에 나기도 합니다. 그렇다고 하여 의 인생에 큰 문제가 생기지는 않습니다. 누구나 그런 일을 겪으며 어른이 되기 마련이니까요. 그런데, 이런 의 평범하기 짝이 없을 인생에 아주 묘한 사건이 찾아듭니다.……찾았다.” (p.21 1004 첫 줄) 한 사내가 를 찾아옵니다. 그러고는 당신을 찾고 있었다며, 함께 어딘가로 떠나자고 합니다. 그리고 소녀는 떠나게 됩니다. 자의 반, 타의 반, 어린 시절 읽었을지도 모를 동화 이상한 나라의 앨리스처럼 이상한 나라, 십이국기의 세상으로.

 

이 소설은 흔하디흔한 판타지 소설입니다. 주인공이 현실세계에 존재하지 않는 나라로 떠나고, 그곳에서 살아가는 이야기니까

. 하지만 이 소설엔 다른 판타지 소설과는 다른 이야기가 아주 조금 숨어 있습니다. 그것은 일반적인 판타지나 무협에서 선택하지 않는 세계관, 그리고 그 이야기의 전개방식에 있습니다.

 

첫 번째 편인 그림자의 바다, 달의 그림자의 경우에는 주인공 요코 자체에 치중합니다. 요코가 어떻게 이상한 나라, 십이국기의 한 곳에 빠지는가, 그곳에서 어떤 삶을 겪는가, 그리고 마침내 그녀는 어떤 사람이 되며, 이 이야기는 어떻게 흘러가는가.

 

하지만 이 요코가 몇 편 지나면 상당히 다른 모습으로 변합니다그 이야기는 어린 시절 정신을 잃고 빠져들었던 삼국지와 닮았습니다. 십이국기, 그 제목처럼 열두 개의 국가의 이야기가 펼쳐집니다. 각 나라마다 왕이 있고, 그가 다스리는 땅이 있으며, 그 왕을 보좌하는 어떠한 기이한 생물체가 있으며 그 십이국의 중심에는 신이 사는 곳이 있습니다. 그리고 작가 오노 후유미(다들 주상이라고 부르죠)는 이 소설의 진행방식으로 전지적 작가시점, 각기 다른 인물의 시점에서 이야기를 진행시킵니다.

 

더불어 각각의 에피소드는 여러 가지의 깨달음을 줍니다. ‘내가 나 자신이 되는 이야기를 들려주는가 하면, ‘책임과 선택, 그 무게가 무엇인가를 묻고, ‘한 나라의 왕이 되는 것왕이 되어 나라를 다스리는 것은 다르다는 사실을 이야기합니다.

 

우리는 그 모든 이야기를 알고 있습니다.

초등학교 시절부터 질리도록 들은, 도덕시간에 늘 들었던 이야기입니다.

하지만 우리는 그 모든 이야기를 모르고 있습니다.

 

오노 후유미의 이야기는 늘 그러합니다. 오노 후유미, 흔히 일컬어 오노 주상은 전혀 다른 방식으로 우리에게 그 모든 것을 이야기합니다. 단순한 단어가 아니라 피부에 와닿는 느낌으로, 이 몸 속에 흐르는 피로, 그리고 몸 자체가 설 수 있는, 나라는 인간이 존재할 수 밖에 없게 만드는 최소한의 조건인 뼈, 해골. 그 골조를 이루는 새하얀 무언가, 영혼과 같은 티끌처럼 가벼운 무게로, 우리를 꾸짖습니다. 그리고 새로운 삶으로 한 발짝 내딛어 진정한 인생을 살라고 일깨웁니다.

 

이 소설의 끝에는 우리 모두가 예상치 못할 결말이 기다리고 있습니다. 하지만 다르게 보면 그 결말은 우리가 모두 예상하고 있는 결말이기도 합니다. 그 결말에 대해서는, 그리고 그 예상한 결말에 대한 내용은 비밀에 붙이도록 합니다. 앞으로 이 이야기가 완결되려면 한참이 더 걸릴테니까요. 그리고 그 모든 결말을 상상하는 과정은 참으로 즐겁고 행복할테니.

 

이것으로 요코의 이야기가 시작되었다. (p.441 책의 마지막 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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