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리코, 여신의 영원
시바타 요시키 지음, 박춘상 옮김 / 한즈미디어(한스미디어) / 2014년 8월
평점 :
절판
커피숍에서 책읽기를 무척 좋아합니다. 그래서 가끔 집에서 잘 있다가도 무작정 아무 책이나 빼들고 커피숍에 갑니다. 자리를 잡고 책을 읽습니다. 그런데 이 책은 읽다가 그만 깜짝 놀라 책을 덮어버렸습니다. 왜냐하면 이 책은…….
진정 야한 소설을 원하는 그대에게 권하는 『리코, 여신의 영원』
시바타 요시키를 아시는지. 우리나라에 일전 고양이 탐정 쇼타로 시리즈로 알려졌던 작가입니다. 굉장히 아기자기한 풍모의 작품이라 저는 무척 좋아해서 모아뒀습니다.
그런데 이 작가의 데뷔작이 발간이 된다는 이야기를 들었습니다. 바로 이 작품 『리코, 여신의 영원』입니다. 그래서 관심을 가졌는데……헉?! 카피문구가 어마무시하게 강렬했습니다. 동성애에 양성애에 어어어어??? 이러고 이걸 사 말아, 이걸 읽어 말아, 엄청나게 고민하는데 한스미디어에서 감사하게도 선물로 주셨습니다. 그래서 전 또 멋모르고 이 책을 읽겠다고(에이 말로만 그러지 설마 그렇게 야하겠어 하는 마음) 가지고 나갔다가 그만 당황해 덮어버렸습니다. 진정하고 보자, 적응하고 보자는 생각으로(일단 내용은 흥미로웠거든요 ;;;) 한 이틀 덮었다가 음험한 밤에 홀로 이불을 덮고 보기 시작했는데……
정. 말. 야. 합. 니. 다.
그냥 야한 것도 아니고, 정말이지, 적. 나. 라. 하. 게. 야. 합. 니 다.
야한 소설 읽으시는 분들은 꼭 읽으셔야 할 정도로, 추. 리. 마. 저. 야. 하. 게. 해. 결. 합. 니. 다.
아, 놀라워라 시바타 요시키!
줄거리를 간단하게 설명해 봅니다. 남자가 남자를 윤간(여러 명이 한 명을 강간)하는 사건이 일어납니다. 그 윤간당한 모습을 담은 비디오테이프가 시중에 돌면서 경찰청이 말 그대로 뒤집힙니다. 어떻게 이런 끔찍한 일이 일어났는가, 따지다 보니 여러 사람의 뒷이야기가 굴비꿰듯 엮입니다.
이 사건을 해결하기 위해 나선 야하기 짝이 없는 우리의 주인공이 바로 리코입니다.
리코는 야한 여자입니다. 모든 것을 야하게 풀이합니다. 자신의 삶도, 추리도, 그리고 사내 그 자체도. 때문에 처음 이 책을 보았을 때엔 모든 것이 혼란스러울 정도.
하지만 사실, 엄밀히 따지자면 이 이야기 속에 나오는 리코의 ‘야함’은 사실 우리 주변에서 평범하게 일어나기도 합니다. 구체적으로 사례를 말한다면 곤란해지기 때문에 입을 열 수는 없지만, 아마 이 책을 읽은 분들은 제 말에 조용히 공감할 겁니다. 이 여자의 야함은 결코 이상하지 않다, 오히려 ‘평범한’ 수준이다, 그리고 이 소설은 그 평범한 야함을, 있는 그대로 드러냈을 뿐이다, 라고.
그리하여 그 야함에 적응을 하고, 야한 추리를 보다, 야하게 끝을 맺은 마지막 장을 넘기고 나면 조금 다른 '야함'이 보입니다. 이 ‘야함’은 일종의 ‘분노의 외침’, 그야 말로 “야!” 였다는 결말.
“참지 않아도 돼. 참지 마.”
아키히코는 나지막하게, 그리고 차분하게 말했다.
“나도 이제 참을 수 없으니까.”
리코의 눈동자에 노을이 드리운 도청의 실루엣이 비쳤다.
괴이한 경관과 기묘한 애처로움이 감도는 고층 빌딩 숲 사이에서 미아가 된 아이처럼 리코는 불안과 흥분을 꾹 누르며 필사적으로 무언가를 찾아 헤맸다.
그토록 찾았던 무언가가 바로 눈앞에 있는데도 손을 뻗을 용기가 없었다. (p.96)