붉은 방 책 먹는 고래 25
최미혜 지음, 어수현 그림 / 고래책빵 / 2021년 10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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붉은 방, 그 붉은빛을 뿜어낸 태양을 쏘고 싶었다.

붉은 방/최미혜 글/어수현 그림/고래책빵

 


언니는 하늘 향해 손가락을 겨누었다.

"탕! 탕! 탕!"

언니의 칼칼한 목소리에 태양이 움찔 몸을 떨었다.

 

나라 빼앗긴 설움은 아직도 가시지 않고 낙인처럼 그분들의 가슴에 남아 있다.

나라는 해방되고 세계에서 선진국으로 인정받는 국가로 일어섰지만, 그분들의 아픔은 아직도 현재진행형이다.

이 지독하고도 끔찍한 대비를 해결하기 위해서는 그분들의 고통을 치유하고자 부단히도 노력하고 있는 일부 의식 있는 사람들만의 노력으로는 부족할 듯싶다. 과거로 묻어두기에는 아물지 않은 상처이기에, 다시는 되풀이되지 않아야 할 비극이기에 현재의 우리가 그분들의 고통, 아픔에 응답해야 한다.

과거의 잘못을 진심으로 반성하기는커녕 국제적인 영향력을 과시하여 본인들의 입맛에 맞게 역사를 왜곡하고 있는 저 오만한 일본의 행태와 그에 동조하여 "일본군 위안부는 매춘부였다." 근거 없는 허무맹랑한 논문을 버젓이 세상에 내놓은 미국 하버드대 존 마크 램지어 교수를 생각하면 피가 거꾸로 솟구친다. 이것이 우리가 과거로 묻어둬서는 안되는 자명한 이유이다.

 

이제 초등학교 6학년인 혜주는 갑자기 왕할머니와 살게 되어 못마땅하다.

요양병원에 계시던 왕할머니는 재작년 겨울부터 단기기억장애로 이상해지셨다. 왕할머니의 병세에 대한 걱정과 경제적 상황의 변화로 혜주 아빠는 왕할머니를 집에 모시고자 한다.

혜주는 소녀 시절 왕할머니 사진을 서랍에 고이 모셔두었다. 사슴 같은 눈을 가진 어여쁜 소녀로 뭔가를 갈망하는 눈빛이 좋아서이다. 그런데 나와 살게 된 왕할머니는 심술궂은 백발마녀이다.

혜주는 왕할머니와 함께 하는 모든 시간이 고역이었다. 일거수일투족을 감시받는 기분이었다. 그리고 왕할머니는 본인을 언니라고 부르라고 한다. 자신을 증손녀 혜주가 아니라 여동생 영자로 알고 있는 것이다. 이대로는 살 수 없게 된 혜주는 전쟁을 선포했다.

 


 

왕할머니의 기억이 조금씩 돌아오고 있다. 가족, 친구 그리고 동자 불상 덕분이다.

동자 불상은 점집 하던 분이 사정이 있어 잠깐 두고 간 건데 왕할머니가 이야기를 털어놓는 존재이다.

 

귀가 있으면서 넌 들으려고도 안 하지?

동자의 눈빛이 나를 쏘아보았다.


위안부의 고통을 문학적으로 표현

 

혜주는 이렇게 왕할머니의 과거를 알게 된다.

왕할머니 박명자, 왕할머니 친구 아녜스 김순녀, 오봉팔 할아버지는 한마을에 살던 친구이다.

명자 왕할머니와 봉팔 할아버지는 서로 좋아하는 사이였으나, 일제 강점기 시대에 강제징용으로 위안부로 탄광 노동자로 끌려가 운명이 갈리게 되었다. 또 아녜스 김순녀 할머니는 그 당시 왕할머니의 인생을 꼬이게 해서 왕할머니를 매일 찾아와 용서를 구하고 있었다. 하지만 김순녀 할머니도 시대의 희생자였을 뿐이다.

 

혜주가 활동하고 있는 연극반 동아리 소쩍새 친구들과 옥탑방 완희 오빠에게 그 이야기를 털어놓자 완희 오빠는 특별한 제안 하나를 한다. 왕할머니와 아녜스, 오봉팔 할아버지의 아픔을 연극으로 무대에 올리자고 한다. 별똥별로 비유한 표현이 마음을 울린다. 과거의 아픔이 우리에게 제발 도와달라고 애원을 담아 보내는 게 별똥별이라고. 살날이 얼마 남지 않은 왕할머니 일행이 너희들에게 부탁하는 것이니 이제 현재를 사는 너희가 응답할 차례다.

이제 혜주, 주은, 재혁은 적극적으로 왕할머니, 아녜스, 파리 오빠(봉팔 할아버지 애칭)에 대해 알아가기 시작한다.

 

오래된 일기장에서 사슴 눈빛의 소녀가 튀어나왔다.

그 영롱한 눈빛이 겁에 질려 먹빛으로 변하고 차츰 빛을 잃어가는 과정을 숨죽이며 다시 읽었다.

나는 잊고 있었다.

할머니에게도 10대 시절이 있었다는걸.

할머니에게도 우리처럼 찬란한 시절이 있었다. 빛바랜 일기와 사진은 그걸 말해주었다. (p.81)

 


열여섯 살 찔레꽃 대본 & 연극


희나리 삼총사와 함께 한 연극 『열여설 살 찔레꽃』은 관객과 배우의 구분이 없이, 과거와 현재의 구분 없이 그분들의 아픔과 상처를 공감하고 치유하는 과정이다. 이제는 살날이 얼마 남지 않은 희나리 삼총사의 과거가 현재의 우리에게 닿아 우물 속에 갇힌 숨겨야 하는 비밀이 아니라, 함께 치유해가야 할 고통이 되었다.

 

지긋지긋한 시절이 끔찍해서 태양을 피해 눈을 꼭 감았건만 태양빛이 꿈속까지 따라와 뇌를 갉아먹었다는 왕할머니. 이제는 태양을 노려볼 수 있어.

혼자서 오롯이 감당해야 했던 고통을 아녜스와 파리 오빠, 혜주, 주은, 재혁, 완희 오빠와 나누면서 드디어 태양을 쏘았다. "탕! 탕! 탕!"

"어디에 있는 네가 무얼 하든 난 네 편이다." 이렇게 형성된 유대감, 연대감은 붉은 방에 갇힌 왕할머니를 구해냈다.

 

위안부에 대한 아픔을 알리는 데 그치지 않고 그 아픔을 현세대와 연대하여 치유하고자 하는 메시지를 전해주고 있는 최미혜 작가님의 <붉은 방>

왕할머니를 받아들이지 않고 외면하고자 했던 혜주가 중학생이 되면 오봉팔 할아버지가 속한 장애인 협회에 찾아가 외롭고 힘든 분들을 만난다는 계획을 얘기한다. 이렇게 이어지는 관심과 활동으로 시대의 아픔이 잊히지 않고 치유되기를 희망한다.

 

최미혜 작가님이 저자 글에서 밝힌 현재에도 존재하는 붉은 방, 그 아픔에도 응답하는 우리의 모습을 그려본다.

붉은 방은 개인의 문제가 아닌 더 나은 세상으로 나아가기 위한 우리 모두의 과제이다.

묵직하고 울림이 있는 그리고 따뜻한 연대를 말하고 있는 동화책 <붉은 방>을 많은 이들이 읽고 동참하길 바란다.

 

>> 책에서 만난 어여쁜 순우리말 <<

* 윤슬 : 햇빛이나 달빛에 비치어 반짝이는 잔물결

(동화책에서는 연극을 함께 하는 극단 이름)

* 희나리 : 덜 마른 장작

(동화책에서는 다 마르지도 않았는데 불속에 던지면 희나리가 소리를 내며 천지사방으로 튀어 오르는 모습처럼 왕할머니네들이 말할 수 있도록 기회를 주자는 의미로 희나리 삼총사로 부른다)

 

<출판사에서 제공받아 작성한 서평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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우리가 친구 맞니 책 먹는 고래 26
서가숙 지음, 유희경 그림 / 고래책빵 / 2021년 10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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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 책을 통해 3편의 동화를 만날 수 있다.

- 우리가 친구 맞니

- 못된 고양이

- 알 낳기 싫어

3편 모두 아이들에게 친근한 동물이 주인공으로, 그들이 들려주는 이야기는 아이들뿐만 아니라 어른들에게도 생각하게 만든다.

 

표제작인 <우리가 친구 맞니>은 위기를 맞은 토끼가 독수리, 바다거북과 친구가 되자는 꾀를 내는 걸로 시작한다. 토끼는 독수리의 검은 속내를 알고 경계하는데 바다거북은 독수리를 좋은 친구로 생각한다. 과연 독수리가 토끼와 바다거북을 진정 친구로 생각하는 걸까?

 


각자 걱정거리를 털어놓는 세 친구. 자식 걱정이 가장 크다.

 

"친구라, 어떤 친구? 친구란 서로 도와줘야 하는데, 서로에게 어떤 일을 도와줄 수 있지? 사는 곳도, 먹이도 다른데 친구가 되면 만나서 뭘 하지?"

 

독수리가 토끼에게 어떻게 친구가 될 수 있는지 물어보는 장면이다. 아이들과 같이 얘기 나눌 수 있는 포인트인 것 같다.

친구란 무엇인지,

이렇게 다른 종의 동물들이 친구가 될 수 있을지,

그러면 지구에 사는 다양한 사람들이 친구가 될 수 있을지.

만약 친구가 되었다면 만나서 무엇을 하고 싶은지에 대해서도 얘기 나눠보면 좋을 것 같다.

 

<못된 고양이>

고양이는 인간이 사는 마을에서도 쫓겨나고 동물의 왕국에서도 쫓겨난다.

고양이는 왜 쫓겨나게 되었을까? 거짓말을 하고 이간질을 하고 사고를 쳤기 때문이다.

하지만 가장 큰 잘못은 따로 있다. 아이들이 읽으면서 고양이의 가장 큰 잘못이 무엇인지 생각해 보길 바란다.

 


 

<알 낳기 싫어>

빼빼, 혼자 있기 좋아하고 다른 닭과 병아리 모습을 관찰하는 이 작은 병아리는 "싫어"를 입에 달고 산다. 넓은 세상을 보고 싶었던 빼빼는 엄마와 살던 철조망이 둘러진 농장을 떠나 다른 세상으로 떠났다.

 


 

"아가, 철조망 바깥세상은 위험하단다. 우리는 보호받고 살고 있어서 이곳이 안전해. "

"여기는 자유롭게 마음대로 다닐 수 있어."

"내가 원하던 삶이야. 난 여러 곳을 돌아다니고 싶었거든."

 

자신이 원하는 삶을 살기 위해 엄마와 이별하고 다른 세상으로 나온 빼빼는 행복한 삶을 살았을까? 빼빼의 남은 이야기는 책을 통해 직접 들어보면 좋겠다. 죽어도 좋다며 자유로운 삶을 찾아 나선 빼빼의 도전에 큰 박수를 보낸다.

인생을 살아가면서 수많은 선택을 하게 된다. 그 선택이 옳고 그른지 알 수 있는 건 무엇일까? 결과가 좋아야 선택이 옳은 걸까? 아니면 자신의 신념, 꿈대로 나아가는 선택 그 자체가 옳은 것일까?

자유를 찾아 떠난 빼빼는 다른 닭과 똑같은 평범한 삶을 살았다고 말한다. 알을 낳고 새끼를 키우고 사랑과 보람을 느끼며 사는 것. 하지만 나는 자유를 찾아 떠난 순간, 빼빼는 이미 다른 삶을 살았다고 본다.

 

책을 읽기 전 <작가의 말>을,

책을 읽은 후 <쓰고 나서>를 통해 생각하는 독서를 실천해 보면 좋겠다.


 

중요한 가치들에 대해 아이의 시선에 맞게 잘 풀어쓴 동화책으로, 아이들이 작가님의 질문에 자신만의 답을 찾기를 바란다. ♡

 

<출판사에서 제공받아 작성한 서평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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마음 홈트로 내 몸이 편해졌습니다 - 있는 그대로의 나를 만나는 마음챙김의 시작
안미라 지음 / 더난출판사 / 2021년 11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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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있는 그대로의 나를 만나는 마음 챙김의 시작

마음 홈트로 내 몸이 편해졌습니다/안미라/더난출판사

 


코로나19로 인해 사회활동이 어려워지면서 홈트레이닝에 대한 관심이 많아지고 있습니다.

헬스장, 도장 등 각종 운동시설들이 문을 닫을 수밖에 없는 상황에 처하자 사람들은 집에서 할 수 있는 간단하고 단순한 운동을 중심으로 트레이닝을 시작하더군요. 참 대단하다는 생각이 들었어요.

저도 코로나19로 확찐자가 되어서 올해 중반부터는 운동의 필요성을 절실히 느꼈습니다.

그래서 유튜브, 책을 통해 집에서 할 수 있는 운동을 하고 있습니다.

우리는 이렇게 신체의 변화나 운동에는 민감하게 반응하면서 대처하고 있는데 막상 마음의 상처나 병, 고통은 유연하게 대처하지 못하는 것 같아요. '다들 그럴 거야. 뭐, 이렇게 사는 거지.' 자조 섞인 말로 위로 아닌 위로를 건네며 애써 외면하는 자신을 발견합니다.

 

하지만 몸과 마음은 결코 분리될 수 없는 본인 자신이기에 몸이 아프면 병원 가고, 운동하듯이 마음도 아프면 병원 가고, 치료받고, 살펴줘야 하겠죠. 저도 머리로는 그렇다고 생각하지만 선뜻 찾아가게 되지는 않네요. 그렇다면 마음 홈트레이닝을 해보면 어떨까 싶어요.

<마음 홈트로 내 몸이 편해졌습니다>

 


 

외국 항공사에서 6년간 스튜어디스로 일한 저자는 난기류로 인한 비행기 사고를 겪으면서 몸과 마음을 바라보는 계기를 가지게 되었습니다. 그러다가 재활운동인 필라테스를 만나게 되었고 진정 몸을 위한 운동이 무엇인지 깨닫고 운동 강사로 이직까지 했다고 합니다. 강사 일을 하면서 몸의 통증은 마음의 아픔과 연결되어 있다는 것을 알게 되어 명상을 배우게 되었습니다. 이는 회원분들의 마음을 치유하는 데 그치지 않고 저자의 마음까지 치유하게 되었다고 합니다.

 

8년간 자신의 몸과 마음을 치유하는 과정에서 느낀 점을 담은 이 책에는 진솔한 이야기가 가득합니다.

자신의 경험을 바탕으로 '마음 홈트레이닝'에 대해 부담 없이 시작할 수 있도록 마음을 담아 안내합니다.

본인 마음의 소리를 듣고 스스로 마음을 돌보는 그 모든 과정을 통해 바쁜 일상 속에서 지친 우리 현대인의 고질병인 번아웃과 무기력, 우울증에서 벗어날 수 있도록 인도합니다.

몸을 건강하게 만들기 위해서는 먼저 '마음을 먹는다', '생각을 바꾼다' 이렇게 마음을 들여다보고 아픈 곳을 치유하는 과정이 필요하니까요.

 

마음의 고통을 줄이기 해서는 생각하는 것을 바꾸어야 한다고 합니다. 자신의 타고난 성격을 바꾸기는 힘드니까요. 가소성에 의해 내가 생각하는 것에 따라 뇌가 변화하고 움직이는 습관에 따라 몸도 바뀔 수 있습니다. 저자가 1000일 수행을 한 것처럼 우리도 몸이 아프고 마음이 아픈 것을 당연하다 생각하지 말고 왜 그럴까? 자신의 마음과 몸을 살펴보면 처음에는 힘들겠지만 어느 순간에는 생각도 자연스레 변하지 않을까 싶네요.

 

'네가 그랬구나, 네가 지금 이렇게 하고 싶구나. 그러고 싶어서 마음이 요동을 치는구나.'

 

 


 

 

저자는 우리가 당연하다고 생각하거나 미처 살피지 못한 몸과 마음의 신호들을 확인할 수 있는 방법을 알려줍니다.

 


 

30개의 마음 챙김 중에서 마음에 와닿는 문구들을 모아보았습니다.

타인에게 예민하게 반응하는 자신이 아니라 본인에게 예민하게 반응하는, 본인을 살피는 데 진심인 저를 만들기 위한 과정이라는 생각이 들더군요.

 

타인을 대할 때 저의 약점을 건드릴까 봐 자격지심으로 날을 세우는 건 아닌지 돌아보게 되고 자격지심이 피해의식으로 이어지지 않도록 왜곡하지 않도록 가만히 들여다보는 시간을 가져야겠다고 느꼈습니다. 성격이 급한 저인지라 더 어렵게 다가오네요. 하지만 제 몸과 마음을 편안하게 할 수 있는 방법이 저에게 있으니 제가 변화하는 게 맞겠죠. 저자의 말씀처럼 포기해도 멈추지 않고 또다시 도전하다 보면 저만의 방법을 찾을 수 있을 거라는 긍정적인 바람을 가져봅니다.

 


 

저자가 자신의 몸과 마음을 치유한 마음 홈트 방법을 읽으면서 자신을 사랑하는 마음이 곳곳에 흘러넘쳐서 솔직히 부럽더군요. 하지만 책을 통해 알게 된 저자의 삶은 평탄치 않았기에 그 부러움은 곧 부끄러움이 되었고, 용기가 되었습니다.

'코로나 블루'라는 용어가 나올 정도로 몸과 마음을 피폐하게 만든 코로나19 팬데믹. 이제는 '위드 코로나'를 살아가고 있는 현대인들에게 마음 홈트는 필수! 아닌가요? 자신을 그대로 받아들이고 믿고 사랑할 수 있는 삶을 원하는 우리, 평온한 오늘이 되기를. <마음 홈트로 내 몸이 편해졌습니다> 추천합니다.

 

 

나야, 괜찮니?

나야, 많이 힘들었지?

나야, 잘하고 있어.

나야, 수고했어!

나야, 고마워.

나야, 사랑해.

 

<더난 출판사에서 제공받아 작성한 주관적인 서평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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나인 (양장) 소설Y
천선란 지음 / 창비 / 2021년 11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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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나인>을 만났다.


나인/천선란/창비/소설Y


한 번쯤 누구나 해봄직한 생각들이

지구에 우리 인간만 살까? 다른 외계 생명체들이 인간의 외형을 한 채 섞여서 살아가고 있는 건 아닐까?

<나인>을 통해 청아하면서도 단단한 느낌으로 펼쳐진다.

 

정의롭고 용감한 17살, 하지만 평범한 고등학생인 유나인의 일상이 갑자기 소란스러워진다.

식물들의 목소리가 들리기 시작하고, 처음 본 남학생이 우리는 같은 종족이며 인간이 아니라고 한다.

갑자기 열 손가락 손톱에서 싹이 나기 시작한다.

나인은 이 모든 상황이 혼란스럽기만 한데, 지모(유지 이모 -> 지모)는 차분하게 비밀을 알려준다. 그들은 리겔리 행성의 누브 종족이며, 수명이 다해 멸망한 행성에서 지구로 이주해왔다.

나인처럼 시기가 되면 손가락 끝에서 새싹이 나고 그 열 개의 새싹 중 세 개 미만의 새싹이 종자를 키워낸다. 그 종자가 나인처럼 아이로 자라는 거란다.

 

 

 

이런 나인에게는 절친 현재와 미래가 있다. 현재는 감수성이 풍부한 공감력 좋은 아이이고, 미래는 침착하고 똑부러지는 성격의 어른스러운 아이이다. 나인은 갑자기 밝혀진 탄생의 비밀을 친구들에게 털어놓을지 말지 털어놓는다면 어떻게 해야 하는지가 걱정인데 그보다 더 큰 사건과 추악한 비밀이 기다리고 있다.

 

2년 전 나인이 다니던 고등학교 학생 박원우가 실종된 사건이 있었다. 경찰은 수사 후 급하게 가출로 사건 종결지었다. 모두에게 그렇게 잊혀 가지만 오직 원우 아버지 원승만이 돌아오지 않는 아들을 찾기 위해 실종 전단지를 동네 곳곳에 붙이고 박카스를 들고 담당 형사를 찾는다. 나인은 본인의 정체를 깨닫고 능력을 확인하는 과정에서 박원우 사건의 전말을 알게 된다.

 

소수가 다수를 이기기 위한 가장 확실한 방법은 지겹고, 지긋지긋하고, 진절머리 나게 구는 것이라고. 지모는 나인에게 가장 못 견디겠는 것 하나만 지키며 살라고 했다. 나인이 위험해지지 않는 한에서.

 

잘 짜인 플롯이 감탄을 자아낸다. 식물의 소리를 듣는 외계인을 소재로 이야기가 시작되지만, 실상은 편협하고 오만한 어른들의 세상이 저지른 오류를 바로잡는 심지 있고 용감한 아이들의 이야기이다. 어른들의 그릇된 시선으로 한 아이를 배척하고 끝내는 그 아이를 살릴 수 있었음에도 비열한 방법으로 덮어버린다. 사회적 지위와 특권을 유지하기 위해.

 

 

 

 

실타래처럼 얽힌 등장인물들의 연결고리가 하나둘 밝혀지면서 맞춰지는 퍼즐 그림은 나인에게 각성의 계기가 된다. 나인은 누브 족이 가진 능력으로 상처받은 인간에게 베푼 호의와 친절이 가져온 결과에 책임감을 느꼈다.

하지만 과연 누브 족의 잘못일까? 만약 외계인을 봤다는 말을 하는 이가 원우가 아니었다면? 원우처럼 아버지와 단둘이 오래된 주택에서 사는 이가 아니라 목사 아버지와 입시학원 원장 어머니를 가진 도현이었다면 과연 어떻게 되었을까?

 

너희 가족도 본 적 없는 하느님 믿잖아. 근데 나는 봤어. 본 걸 믿는 게 도대체 뭐가 그렇게 문제냐. 왜 너희 아버지는 사람들한테 존경받고 돈도 많이 버는데 왜 나는 미친놈이 되냐. 믿으라고 한 적도 없는데. 나만 다시 보겠다는데. 할 말이 있어서 그 말만 좀 하겠다는데.

 

나인과 같은 해에 태어났다는 누브 족 해승택, 그의 아버지 해가한은 지구로 이주한 누브 족의 우두머리로 '종족을 위해'라는 말로 포장하여 이기적이고 끔찍한 일을 벌이려고 한다. 나인의 친구 미래는 너무 다른 성향의 엄마 아빠 사이에서 상처받고 힘들어하고 엄마보다는 엄마 애인인 요한과 더 스스럼없이 이야기 나눈다.

도현은 쇼윈도 가족 속에서 자존감이 점점 낮아지고 진정한 도움의 손길을 받지 못한 채 살아있지만 죽어가고 있다.

 

가장 가까운 존재인 가족에게 상처받거나 외면당하지만 그들은 다시금 앞으로 나아간다. 끔찍한 것을 끔찍하다고 느낄 수 있는 마음과 자신이 저지른 죄를 깨닫고 후회하고 죄스러워하고 시간을 되돌리고 싶어 할 수 있는 죄책감을 느낄 수 있는 마음으로 고통스럽지만 살아있기에 좀 더 나은 내일을 위해 나아간다.

 

집에는 그렇게 버려진 말이 많았다. 먼지처럼 뭉쳐 있다가 어느 순간 정말 먼지가 되어 버렸다. 닦아 내면 사라지고 마는.

 

누브 종족만이 타고난 힘이 있듯 인간에게도 인간만이 타고난 힘이 있지 않을까. 나인은 질문의 답을 찾지 않았지만 우리는 이 질문에 대한 답을 찾아야 할 것이다. 박원우 아버지 원승을 보면 그 해답이 보이지 않을까 싶다. 아들을 끝까지 놓지 않고 찾아다니던 그, 제 아들을 죽인 이에게 이제라도 말해줘서 고맙다고 벌 다 받고 죄지은 거 다 뉘우치면 밥 한 끼 먹자고 권하는 그, 2년 만에 뼛가루로 돌아와 엄마가 있던 납골당에 안치한 아들에게 돌아와서 다행이라고 하는 그.

아들을 떠올리면 괴로웠던 과거를 이겨내게 해준 고마운 나인과 친구들에게 언제든 놀러 오라고 말하는 그에게서 인간만이 타고난 힘을 찾고 싶다.

 

카메오로 <어떤 물질의 사랑> 라현이 등장해서 반가움을 안겨준다. 우리 인간은 결코 몰랐을 것이다. 이 행성에 외계에서 온 수많은 방문객이 있다는걸. "그냥 놀고 떠들어" 이렇게 천선란 작가의 상상력 넘치는 이야기가 없었다면 말이다.

 

<소설Y 클럽 1기 자격으로 작성한 리뷰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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개가 있는 계절
이부키 유키 지음, 이희정 옮김 / ㈜소미미디어 / 2021년 11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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고돌모 초창기 멤버 유카를 기다리는 유기견 고시로가 전해주는, 풋풋하면서도 세상에 진심인 열여덟살 고등학생들의 이야기에 가슴이 따뜻해집니다. 어린시절 추억을 소환하는 어여쁜 청춘 이야기에 응답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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