불편한 시선 - 여성의 눈으로 파헤치는 그림 속 불편한 진실
이윤희 지음 / 아날로그(글담) / 2022년 7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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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여성의 눈으로 파헤치는 그림 속 불편한 진실

 

아이들과 미술관에 가거나 화집을 보다 보면 당황스럽거나 불편한 경우들이 있다.

그 오묘한 감정에 이름 붙이기가 어려웠는데 이 책을 통해 바깥으로 끄집어내 속 시원하게 대변해 주는 통쾌함을 느꼈다. 말로 정확히 집어낼 수 없는 무언가 그것은 명작이라 추앙받는 작품을 온전히 받아들일 수 없다는 불쾌하면서도 불편한 느낌이었다. 고전, 명화, 위대한 화가로 역사적 위엄과 명성이 쟁쟁한 실체에 반기를 든다는 것은 생각지도 못했고, 오히려 부족한 내 예술적 소양 탓을 했을 뿐이었다. 그래도 불편하고 싫은 나의 감상은 끈질기게 남아 미술에 투명한 벽을 쌓았다. 그 벽을 부셔줄 책 <불편한 시선>을 만났다. 



불편한 시선/이윤희 지음/아날로그




이 책은 얼 가지 키워드를 통해 미술사를 분석하고 있는 책이다.

의문, 시선, 누드, 악녀, 혐오, 허영, 모성, 소녀, 노화, 위반

 

각 챕터마다 키워드에 알맞은 작품들과 이야기로 차근차근 조목조목 미술사 속에 만연한 차별과 모순을 날카롭게 파헤치고 있다. 읽을수록 뜨거워지면서도 차분해지게 만드는 재기 넘치는 글 솜씨에 빠져들었다. 저자의 시선을 따라 미술사를 여행하다 보면 어느새 달리 보이는 미술의 세계를 경험할 수 있다. 그리고 예술 역시 시대의 산물이라는 자명한 사실이라는 부정할 수 없다. 예술이 시대를 선도하기도 하지만 시대적 요구가 적극 반영되기도 하는 것이 예술이다. 그래서 미술사 역시 여성이 겪어온 역사의 모습을 드러내고 있고 관객의 요구와 시선에 맞춰 진실을 왜곡·편집하기까지 했다. '예술'이라는 안전장치 안에서 뿌리내린 그들만의 '예술'을 다른 시선으로 읽어보는 색다른 시간을 가져보았다. 『불편한 시선』 누군가에는 인정하기 당황스럽거나 껄끄러울 수도 있지만 피할 수 없는 불편한 진실의 시간이 도래했다.

 

자, 이제 불편한 질문들을 하나씩 시작해 볼까?

의문 - 왜 위대한 여성 미술가는 존재하지 않았는가

시선 - 왜 여성은 언제나 구경거리가 되는가

누드 - 미술 작품에는 왜 벗은 여자들이 많을까

악녀 - 여성은 남성을 괴롭히는 악한 존재인가

혐오 - 여성에 대한 폭력이 영웅적 행위가 될 수 있는가

허영 - 거울 앞의 여성은 아름다움에 눈먼 존재인가

모성 - 현실의 어머니가 언제나 고요하며 아름다울 수 있는가

소녀 - 소아성애는 어떻게 정당화되는가

노화 - 노년의 이미지는 남성과 여성 모두에게 공평한가

위반 - 현실의 여성은 어떤 존재인가

 

 

'왜 위대한 여성 미술가는 존재하지 않았는가' 의문으로 시작한다.

타당한 질문이라고 생각한다. 인류 역사를 떠올려보면 '왜 존재하지 않았는가'에 대한 답은 이미 명확하다. 역시나 저자의 글도 예상처럼 흘러갔다. 씁쓸하면서도 이런 이야기를 할 수 있는 지금은 더 나아진 건가 자문하게 된다. 언론을 통해 접하는 첨예한 갈등의 현실 앞에 무너지지만, 예전에 비해 더디지만 변화하고 있는 여성의 지위와 인식, 자각이 조금이나마 위안이 된다.






'위대한 여성 미술가' 했을 때 뇌리를 스치는 인물은 프리다 칼로와 나혜석이었다. 앙겔리카 카우프만, 메리 모저, 소포니스바 안귀솔라, 라비니아 폰타나, 로살바 카리에라, 엘리자베스 비제 르브룅, 아델라이드 라비유기야르, 로자 보뇌르 등 다양한 여성 화가들을 저자가 소개해 주었을 때 기쁘면서도 안타깝고 분노했다. 분명 동시대를 살아간 남자 화가들은 후대에 널리 이름을 떨치는 대화가로 존경받고 있는데, 이들은 그 시대에는 자신의 위치를 지키기 위해 사회의 시선에 맞춰야 했고, 후대에는 미술사에서 잘 거론되지 않아 잊힌 존재가 되었다.





로자 보뇌르는 6개월에 한 번씩 경찰서에 주치의의 진단서를 들고 가 바지를 입어도 된다는 허가서를 받아야 했다는 사실과 바지가 작업복일 뿐 다른 의도가 없다고 말해야 했던 상황을 읽으면서 답답해졌다.





<시선> 편에서는 명화라 사랑받는 작품들에게 느끼는 거북하고 불편한 감정의 이유를 명확하게 지적하고 있다. 마네의 <올랭피아>와 카바넬의 <비너스의 탄생>을 비교 분석해서 이를 뒷받침하고 있다.

<올랭피아>가 전시될 19세기 중반에는 여자가 바지를 입기 위해 경찰의 허가를 받아야 했고, 남성의 에스코트 없이 길거리를 혼자 다니는 여성은 함부로 대해도 되는 사람 취급을 받았다. 그렇기 때문에 그림을 그리는 화가가 작품을 보리라고 상정하는 관객은 남성 일반이었을 가능성이 크다.

그렇다면 당대의 부르주아 남성 관객들은 <올랭피아>를 바라보며 왜 분노를 느꼈을까? 아름답지도 않은 벌거벗은 여성, 침대에서 장신구를 주렁주렁 달고 있는 매춘부 같은 여성이 눈을 똑바로 뜨고 화면 밖을 바라보고 있기 때문이라는 설명에 아찔해졌다. 관객은 자연스레 올랭피아와 눈이 마주칠 수밖에 없다. 그림을 보는 이는 나인데, 그림 속 여자가 자기를 바라보는 것 같은 황당함을 느꼈을 것이다. 벌거벗고 있지만 부끄러움을 타지도 않으면서 심드렁한 표정으로 정면을 바라보는 <올랭피아>는 당시 남성 관객에게 기분 나쁘고 충격적인 작품으로 여겨졌던 것이다.
 

시대적 관점에 의해 왜곡되고 변질된 여성에 대한 접근을 분석한 내용도 흥미로웠다.

이브와 릴리트, 유디트, 살로메 그리고 스핑크스까지 악녀로 그려내는 각색에 앞장선 것은 미술뿐만 아니라 문학, 연극 등에서 동시적으로 이루어졌다고 한다. 19세기 들어서면서 여성의 권리를 주장하는 신여성에 대한 생경함과 두려움을 이런 팜므파탈 이야기로 떨쳐내려고 한 게 아니었을까.

2009년 우리나라 5만 원권 지폐에 들어갈 요소로 신사임당의 얼굴과 작품이 확정되었다. 조선 시대 남성들만 존재했던 우리나라 화폐에 여성이 더해진 쾌거에 대부분 기쁘게 받아들였다. 하지만 의외로 여성계가 반발하였다. 그 이유는 한국은행이 '신사임당이 현모양처이기 때문에' 선정했다고 발표했기 때문이다. 사실 신사임당은 생전에 어머니이기 전에 화가로 높이 평가받았다고 한다. 그러나 유교적인 기틀이 확립된 17세기에 이르자 신사임당을 훌륭한 어머니로서 부각시켰다고 한다.





문제가 되는 미술관이나 전시행사에 고릴라 가면을 쓰고 나타나 현장의 운동가로 활동하기도 하고, 미술관이나 전시 제도 등에 문제를 제기하는 '게릴라 걸스' 단체를 주목한다. 현재까지도 현역으로 활동하고 있는 이 단체가 최초로 제기한 누드의 문제, 왜 여성 누드가 이렇게 많아야 하는가, 왜 여성 미술가는 미술계에서 제대로 대접받지 못하는가 하는 문제는 아직도 진행 중이다. 20세기에 제기한 문제가 21세기 현재에도 여전히 유효하다는 뼈아픈 사실을 이 책을 읽으면서 새삼 깨닫게 되었다.

 

"훔쳐보지 말라, 있는 그대로를 보여주겠다"

 

여성들에게 외모, 노화, 모성이 평가의 잣대로 더 강하게 적용되는지 이유를 알아보고 여성 미술가들의 작품 세계를 소개함으로써 사회가 바라보는 여성의 이미지를 깨부수고 성별을 떠나 인간으로서의 진정한 자아를 드러내고 있다.

박영숙 작가의 '미친년 프로젝트'처럼 획일화된 사회에 문제를 제기하고, 의심 없이 따라야 했던 관례와 질서에 의문을 품고, 세계의 비밀에 호기심을 갖는 여성, 그들이 '미친년'이라 부른다면 도리어 세상을 의심해야 하는 게 아닐까.




권위 있는 작품과 화가에 대항하는 위험을 감수하면서 불편한 진실을 소명하는 이윤희 작가의 <불편한 시선>

그 의미 있는 행보에 함께 할 수 있어서 가슴 벅찼다. 불편하였지만 침묵을 선택했던 과거와 불편하다고 소리 내는 현재. 우리는 달라질 미래를 꿈꾸고 있다. 왜곡과 혐오, 차별을 넘어 연대와 이해를 노래하는 내일을 말이다.

 

<출판사에서 제공받아 주관적으로 작성한 서평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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튜브
손원평 지음 / 창비 / 2022년 7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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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실패로 점철된 내 인생도 다시 떠오를 기회가 있을까?"


튜브/손원평 지음/창비



한 남자의 인생 이야기를 읽었다.

다난한 인생사를 훑으면서 그에 대해 알아갈수록 연민을 느끼기도 하고 화가 나기도 했다.

그러면서 자연스레 내 인생을 반추하게 되었다. 객관적으로 바라보는 내 인생 영화는 평점 몇 점일까?라는 생각이 들었다. 어느새 소설 속 '김성곤 안드레아'는 내가 되고, 우리가 되어 있었다. 그래서 프롤로그 속 글처럼 세상에 그렇고 그런 이야기, 실패한 이야기가 아닌 뭔가를 좋게 바꾸려는 김성곤 안드레아의 이야기를 간절히 원하게 되었다. 넘어져도 일어서서 나아가는 그 너머 나를, 우리를 보고 싶기 때문일 것이다.

 

'성공과 실패', 이런 이분법적인 결론으로 인생을 바라보지 않는 손원평 작가의 통찰 어린 시선을 사회에서 내쳐지고 삶까지 버리려고 한 '김성곤 안드레아'를 통해 그려내고 있다. 이 일련의 여정을 함께 하면서 손원평 작가의 문장에 대해 묘한 매력을 느꼈다. 냉소적이다가도 객관적으로 서술하기도 하고 더없이 다정한 위로를 건네는 듯하기도 했다. 이 문장들의 조합들이 모이고 쌓여 완성된 김성곤 안드레아의 이야기는 군더더기 없이 담백하게 다가왔다. 누구나 생각하고, 바라고, 시도하지만 포기하기 쉬운 '변화'에 대해 흡입력 강한 스토리텔링으로 독자인 우리를 사로잡는다. 김성곤 안드레아의 삶 속 잊고 있던 인연들과의 재회를 그리면서 '변화'의 가치와 '변화'에 대한 갈망과 의지가 삶을 어떻게 이끄는지 잘 보여주고 있다. 삶을 지탱하고 이끄는 것은 작은 씨앗에서 시작될지도 모른다.

 

뭔가를 좋게 바꾸려는 김성곤 안드레아의 이야기

이 어떤 삶에 대한 조명은 가슴 뭉클한 위로와 응원을 전하고 있다.

 

잘했다. 아주 잘했다. 잘 산 인생이다.

 

삶을 포기하려고 했던 순간에 '변화'를 이야기하는 사업가 굴렌 굴드의 이야기에 꽂히게 된다. 어떤 지겨운 상태의 영원한 연장일 뿐인 삶, 모든 빛이 꺼져버렸다. 죽음에 대한 이글거리는 열망까지 꺾여버린 순간, 김성곤은 삶 안으로 강제로 밀어넣어졌다. 죽음을 다시 꿈꾸게 될 때까지 버틸 것인지, 암흑 같던 삶에도 찾아온 기회를 잡을 것인지.

 

김성곤 안드레아는 인생을 살아가는 자세를 바꿨다. 끝없이 세웠던 목표 대신 행동 자체를 목표로 삼았다.

 

자세를 바르게 하겠다.

허리는 위로. 어깨는 아래로. 등은 그 사이에.

Back to the Basic!

 

 

이 목적 없는 단순함이 삶을 지탱해 준 경험은 또 다른 '변화'의 길로 이끌었다. 지금을 벗어나게 도와줄 무언가, 잡고 싶은 지푸라기는 우리가 지금을 살아가는 우리에게 스스로 내리는 처방전이다. 스스로 만든 지푸라기가 커다란 『튜브』가 될 때까지 바람을 넣어주는 프로젝트를 기획한다. 바뀌고 싶지만 지레 포기하는 나를 위해 바람을 넣어주는 이들이 있다는 사실은 어떤 변화를 가져올까?





지푸라기 프로젝트의 성공이 훈훈하게 그려지지만, 이 성공이 김성곤 안드레아의 이야기의 끝이 아니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포기하지 않고 '변화'를 말하고 있다. 계속 삶을 탐구하는 김성곤 안드레아를 보면서 살아있다는 의미에 대해 생각해 보게 되었다.

 

아영이의 생일날 일화처럼

생각은 바꿔야 한다. 못 하는 게 아니라 안 하는 거다. 그리고 행동까지 바꿔야 한다. 그러면 삶의 자세도 바뀐다.

일상 속 넘쳐나는 감각들을 온전히 느껴보는 것생각의 스위치는 끄고 세상을 그대로 바라보면 아름다움에 벅차오를 수 있다고 말하고 있다. 감각을 깨워 온몸으로 받아들이는 세상의 모든 것들을 느끼는 상상 만으로도 짜릿해지는 기분이다.





변화는 어렵고 더딜 수 있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우리는 '변화'하며 살아간다. 삶과 대적하거나 삶을 포기하지 말고 삶과 악수를 청해보자. 살아있음을 느낄 수 있는 작은 싹들이 자랄 수 있도록 마음을 키워보고픈 응원을 한가득 받았다. 스스로 수면 위로 당당하게 떠올라 힘찬 인사를 나누는 우리로 이끄는 소설 『튜브』이다.

"바뀌었다!"


<출판사에서 제공받아 주관적으로 작성한 서평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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구구 아저씨
김은주 지음 / 팩토리나인 / 2022년 7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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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 해만 반짝하는 선수가 되지 않겠습니다."

 

애니메이션에서 튀어나온 듯한 친구들을 만났다. 육상 선수인 다연이와 고민을 들어주는 구구 아저씨. 이 놀라운 조합은 우리에게 상식의 틀을 깨부수는 파격을 안겨주는 동시에 서로의 고민과 꿈을 공유하며 소통하고 교류하는 관계의 정수를 선보인다.



구구 아저씨/김은주 지음/팩토리나인




다연이는 작년 중학교 3학년 때, 혜성처럼 등장해 12초 03의 기록으로 전국 육상 선수권대회 여자 100m 전체 2위를 차지했다. 그리고 올해 전국 체전 예선전에서 5m를 남겨두고 트랙 위로 고꾸라졌다. 왼쪽 발목이 부러지고 무서워서 꼼짝도 할 수 없었다. 태어날 때부터 지금까지 어딘가에 숨어 있던 괴물들이 일제히 사방에서 튀어나와 아우성치며 달려들 것만 같았다.

 

처음 경험한 실패는 다연이를 뒤흔들어 놨다. 부러진 발목은 시간이 흘러 붙었지만, 금이 간 마음은 좀처럼 낫지 않았다. 달려야 할지 아니면 다른 길을 찾아야 할지 결정하지 못한 채 매일 한강 공원에 나갔다. 그리고 만났다. '구구 아저씨'를. "핫바 한 입만" 추운 겨울 한강의 벤치에 앉아 호기롭게 컵라면을 먹던 다연에게 들려오는 말이었다. "나 진짜 미쳤나 봐."

 

이렇게 이어진 인연으로 다연의 인생 상담을 해주는 구구 아저씨다. 상담료는 핫바, 컵라면, 삼각 김밥, 빙수용 인절미다. 진지한 말투로 조언을 건네기도 하고, 먹을 걸 달라 조르기도 하는 구구 아저씨에게 이제껏 혼자서 감당해야 했던 묵은 감정들을 토해내기 시작했다. 신기하게도 구구 아저씨와 대화를 나누다 보니 마음을 무겁게 했던 일들이 날아가는 듯했다. 자신의 이야기에 귀 기울여주는 존재가 있다는 것만으로도 위로가 되고 힘을 낼 수 있다는 사실을, 곁에 있어주는 누군가가 필요하다는 사실을 새삼 느꼈다.



"다행이네. 어떤 문제는 일단 입 밖에 내고 나면 별게 아닌 법이거든."

"누군가를 언제나 진심으로 대한다는 건 쉬운 일이 아니야. 그건 마음이 청춘인 사람만 할 수 있는 일이야."

"A Better Tomorrow. 내일은 더 괜찮을 거라는 거지. 내일 일은 내일의 나에게 맡기는 거야."



외할머니와 엄마. 이렇게 셋인 가족 구성원이 특별히 싫은 건 아니었던 다연이에게 갑자기 어렸을 때 헤어진 '아빠'라는 존재가 크게 다가오게 된다. 부상당하고 다시 달릴 수 없는 자신과 1군과 2군을 왔다 갔다 하다 결국에는 2군 코치를 하는 왕년 야구선수 아빠를 동일시하는 모습을 보인다. 힘들었던 아빠를 포기한 엄마에 대한 원망도 커지게 된다. 참 신기한 일이다. 어렸을 때부터 키워준 엄마한테는 서운하고 미운 감정이 들고, 양육비도 제대로 보내지 않고 다른 이와 결혼한 아빠한테는 유대감과 애착을 보인다.

 





발목은 나았지만 달리려고 하면 아픈 것은 이유가 있다. 이런 다연이의 고민과 걱정을 어떻게 해결할 수 있을까? 그런데 갑자기 멘붕이~ 소중한 전부가 담긴 휴대폰을 잃어버렸다. 찾아야만 한다. 이때부터는 소설 장르가 갑자기 바뀌었다. 하나에 꽂힌 열일곱 소녀와 비둘기라면 능히 벌일만한 행동이라 하기에는 엄청난 스케일의 사건이 펼쳐진다. 나 또한 정신 번쩍 차리고 긴장하고 글을 읽었다. 오~ 두근두근. 심장아, 그만 나대렴.

영화나 애니메이션에서 볼 수 있을 만큼 긴장되고 판타지스런 모험이 펼쳐진다. 다연이의 소중한 것을 지키고 찾고자 하는 마음을 응원하고, 구구 아저씨의 소원이 이루어지기를 간절히 바랬다. 나의 상상력 너머 펼쳐지는 이야기들이 재밌고 신기하게 다가왔다.

 

 


"나에게도 '구구 아저씨'가 있으면 좋겠다."





'발목 부상'은 다연이에게 큰 시련이자 성장통이었다. 육체적인 회복만이 아니라, 세상을 바라보는 눈을 넓고 깊어지게 했다. 그리고 소중한 인연을 이어주었다.

 

다연이의 성장 이야기를 통해 오히려 내가 힘을 얻게 되었다. 넘어졌다고 해서, 실패했다고 해서 무조건 새 출발 할 필요는 없는 거다. 충분히 잘 하고 있는 우리는 킵 고잉할 자격이 있다. 나답게 킵 고잉! 너답게 킵 고잉! 우리답게 킵 고잉!

 

유해조류이라고 우리가 터부시하는 비둘기를 특별한 존재로 당당히 등장시킨 김은주 작가의 상상력과 스토리텔링에 무한한 감사를 전한다. 그리고 알려준 대로 길가에서 만나는 비둘기들을 주의 깊게 살펴보고 있다.






<출판사에서 제공받아 주관적으로 작성한 서평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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철수 삼촌 - 우리 집에 살고 있는 연쇄살인범
김남윤 지음 / 팩토리나인 / 2022년 7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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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내가 읽고 싶고 독자들이 좋아하는 소설을 쓰고 싶다.'

 

<철수 삼촌>을 쓴 김남윤 작가의 포부이다. 이 문장을 보는 순간, 느낌이 파바박!!! 왔다.

그 느낌 그대로 책을 펼치자마자 빨려 들어갔다. 너무나도 매력적인 철수 삼촌에게 빠져들어 순식간에 완독했다. 강력반 형사 두일과 연쇄살인범 철수의 기묘한 동거에 동참하게 된 간 큰 하숙생으로서 하숙집 만족도 10000%다.



철수 삼촌/김남윤 지음/팩토리나인



"당신이 따라 한 10년 전 연쇄살인 사건의 범인, 그거 저예요."

한 통의 전화를 받은 강력반 형사 두일은 꼼짝없이 철수를 집에 들이고 말았다. 가족들을 캐나다로 유학 보내고 기러기 아빠로 살고 있어서 철수와 기묘한 동거를 할 수 있었다. 형사이지만 연쇄살인범과 같이 산다는 건 살 떨리게 무서운 일이기에 안방 문에 자물쇠를 종류별로 5개를 달았다. 과연 두일을 안심시킬 수 있을까? 두일은 밀고 당기면서 철수에 대해 알아가고 싶어 하지만 한수 위인 철수에게 매번 무너지고 만다.





사실 두일이 철수에게 꼼짝 못하고 끌려다니게 된 사건은 실수였고 유학한 가족들의 생활비 때문에 쪼들리던 두일이 사채까지 빌리게 되면서 벌어지게 된 비극이었다. 이런 해프닝에 연쇄살인범이 끼어들게 되었으니 답답하기만 한 두일이다. 헉;;; 그런데 골칫덩어리로만 생각했던 철수에게 놀라운 능력이 있었다. 전문가급 프로파일링. 오호라!!! 이제는 승진 밖에 답이 없는 형사 두일은 철수의 놀라운 능력을 십분 활용하기로 한다. 이렇게 강력반 형사와 연쇄살인범의 동거에 공조까지 일사천리로 이루어지니 독자인 우리는 신나게 따라가면 된다. 그들의 동행이 향하는 곳이 어디가 될지 흥미롭게 관전하다 보면 철수의 속마음이 보이고 두일의 인간성을 느끼게 된다. 어느새 날카로운 눈매의 철수에게 애잔한 마음이 들게 되고, 우락부락 우당탕탕 사고 치는 두일에게 정이 가게 되었다. 짜임새 있는 구조와 호소력 넘치는 이야기가 만들어낸 힘일 것이다. '연쇄살인'이라는 흔치 않는 소재를 이용해서 사회의 기본인 '가정'과 '가족'을 들여다보고, 살펴볼 수 있는 소설이라 읽는 내내 공감하면서 읽었다.





두일과 철수 둘만의 합도 좋았지만,

캐나다 조기 유학을 떠났던 두일의 가족들이 한국에 들어오게 되면서 이야기가 더 풍성해졌다. 긴 시간 분리되었던 가족이 만난다고 바로 융화되고 화합되지 않는다. 특히 사춘기에 접어든 십 대 자녀들과의 관계는 더 어렵고 휠씬 많은 노력이 필요하다. 아내 수진과 딸 예지, 아들 민기의 등장은 이야기가 가지를 쳐 색다른 재미와 긴장감을 선사하였다. 좋은 의도로 떠난 캐나다 유학이었으나 두일과 가족들에게 힘겨운 오늘을 가져다주었다. 하지만 경험해 봐야만 알 수 있는 것도 있으니까 직접 부딪쳐본 두일이네는 오늘의 문제와 고민도 해결해나가고 있다. 비록 우당탕탕 와글와글 시끌벅적하지만. 수진과 예지 그리고 민기가 두일에게 얼마나 소중하고 귀한 존재들인지 느낄 수 있었다.





화제성 있는 소재와 속도감 있는 전개, 매력적인 캐릭터들이 잘 버무려진 소설 <철수 삼촌>

소설뿐만 아니라 다양한 콘텐츠로 우리에게 보여줄 것이 많은 작품이다. 활자가 아닌 영상, 그림으로 표현될 <철수 삼촌>은 어떨지 기대된다. 그리고 <외전 - 허수아비> 만으로도 충분히 사회비판적인 작품이다. 날카롭게 관통하는 빈틈에 울분을 토했다. 그 안타까운 죽음 앞에 허수아비 마냥 아무것도 할 수 없었던 이의 고통이 절절하게 전해져 창자가 끊어지는 듯 슬펐다.

 

"네 말대로 여긴 치안 사각지대야. 어떤 의미에서는 부당함이 일상이 돼버린 곳이지.

이 동네에서 경찰은 그냥 잠깐 들러서 귀찮게 하는 방해꾼 역할밖에 못 해.

아니, 정확하게는 허수아비 수준이야."




살인 - 동거 - 가족 - 추적 - 범인 - 수사 - 매듭

차례를 훑은 것만으로도 소설의 전체적인 흐름을 파악할 수 있다. 강력반 형사 두일과 연쇄살인범 철수의 이야기가 어떻게 매듭지어질 것인지 아는 자만이 누릴 수 있는 여유로 여러분에게 과감히 추천한다. 무더위 속 최고의 휴식은 스릴러라고~ 바로 <철수 삼촌>이다!

 

<출판사에서 제공받아 주관적으로 작성한 서평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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은명 소녀 분투기 자음과모음 청소년문학 96
신현수 지음 / 자음과모음 / 2022년 7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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책을 읽는다는 것은 세상을 넓혀가는 여러 길 중 하나이다. 이번에 읽은 <은명 소녀 분투기> 책 덕분에 미처 모르고 있던 역사 속 의미 있는 사건을 알게 되었다.

 

숙명여자고등보통학교 동맹 휴학

1927년에 일어난 이 항일 맹휴는 학교의 운영 주도권을 일본인들이 장악하여 독주하려는 것에 저항하여 전교생이 분연히 일어난 사건이다. 학생뿐만 아니라 학부모, 졸업생 그리고 타 학교 학생들까지 연대하여 사회적으로 큰 반향을 일으켰다. 사건의 시작부터 끝까지 신문에 보도되었을뿐더러 마침내 학생들의 요구가 대부분 관철되는 기염을 토했다. 이런 일련의 과정과 성과로 항일 학생 운동사에서 매우 중요한 위치를 차지하고 있다고 한다.



은명 소녀 분투기/신현수 지음/자음과모음




<은명 소녀 분투기>와 <작가의 말>을 통해 이제서야 알게 된 역사적 사실에 감동받고 고맙고 부끄럽기도 한 복합적인 감정에 한동안 휘둘렸다.

 

일제 강점기 문화통치 시대 은명 여자고등보통학교를 배경으로 벌어지는 불평등한 상황에 용기 내 목소리를 낸 십 대 소녀들의 이야기이다.

 

신혜인, 민애리, 최금선은 은명 여자고등보통학교 2학년 동무들이다. 달콤한 살구 꽃향기에 취하기도 하고, 몸매 다듬기에 열심이며, 이성에 대한 풋풋한 호감으로 설레는, 평범한 십 대 소녀들이다.

 

"뉘우스, 뉘우스! 언니들, 긴급 뉘우스여요! 이번 주에 새 학감 선생님이랑 재봉 선생님이 오신대요. 두 분 다 일본인 선생님이래요."

1학년 오귀남이 전한 이 '뉘우스'가 몰고 온 파장이 얼마나 클지 예상하지 못한 채 기숙사에서 평소와 다름없는 일상을 보냈다.

 

하지만 부임하자마자 새 학감과 새 사감(선생님이라 칭하기도 싫음)은 발톱을 세우고 조선인 여학생들을 몰아붙였다. 조선인에 대한 편견으로 가득 찬 막말을 서슴지 않고, 교육의 목적이 황국을 위한 충량한 부인이 되기 위해서라는 그들의 주장에 학생들의 눈빛이 달라지기 시작했다.

 

사실 삼총사는 특별히 민족의식이 높은 학생들이 아니었다. 하지만 재봉 시간에 배우던 조선 통치마 재봉 대신 기모노 재봉법을 가르치려 하거나 학생의 인권을 유린하는 기숙사 방을 뒤지는 행태들을 자행하는 안하무인 교사를 보면서 분통하고 원통한 마음이 커졌다. 이런 개인적인 울분뿐 아니라 융희 황제께서 서거하셔서 망곡하러 창덕궁 돈화문 앞까지 걸어가는 동안 그동안 느껴보지 못한 격한 슬픔과 함께 가슴 한구석에서부터 뜨거운 것이 솟구쳤다. 이는 삼총사를 비롯한 은명 소녀들을 한마음 한뜻으로 뭉치게 했다.

 

하나. 조선인을 폄하하는 요시다 학감과 리코 선생은 즉각 퇴진하라!

하나. 학교는 일본식 교육을 즉각 중단하고, 조선식 교육을 실시하라!

 

역사적 사실을 바탕으로 지어진 창작물이기에 더 주의를 기울인 흔적들이 느껴졌다. 그 시대에 사용됐던 언어로 표현하고, 사건들을 재배치하여 긴장을 팽팽하게 유지시켰다. 그리고 변화의 시기답게 다양한 처지의 사람들이 등장하여 갈등을 일으키고 번뇌하는 현실적인 고민을 잘 드러냈다. 특히 여자고등보통학교가 배경인 만큼 신분계급사회의 전통적인 여성의 모습과 능력과 실력을 갖춘 신여성의 모습이 교차 대비되면서 변화의 중심에 선 은명 소녀들의 분투기가 더 또렷해졌다.

 

"눈에 호롱불 단단히 켰어요."

 

단짝 친구지만 가정사만 보면 섞이지 않는 물과 기름처럼 제각각인 혜인과 애리, 금선이다. 그들은 동맹 휴학을 겪으면서 서로에 대해 그리고 자신에 대해 알아가고 깨우치면서 관계가 돈독해지고 애틋해졌다. 또 나라를 잃은 조선인으로서, 공부하는 학생으로서, 여성으로서, 인간으로서 한층 더 성숙해졌다.








역사는 현재를 비추는 거울

일제 강점기에 일본인 선생님의 일본식 교육과 불합리한 언사와 행동에 침묵하지 않고 떳떳이 고개를 들어 잘못을 바라잡는 목소리를 낸 그들이 있었다는 사실은 큰 울림과 깨우침으로 다가온다. 무엇이 기다리고 있는지 알면서도 혹은 알지 못하고 시작했더라도 끝까지 불의 앞에 고개 숙이지 않았던 청춘들의 눈빛과 목소리가 생생히 새겨진 글 앞에 마음이 먹먹해졌다. 잘못을 바로잡는 용기가 젊음의 특권이라 한 석준의 말이 이 시대 청춘들에게 큰 힘이자 마중물이 되어주기를 바란다. 스스로 외쳐 바꿔야 할 무언가를 외면하지 않는 젊음을 우리 모두 잃어버리지 말고 뚜벅뚜벅 걸어나가기를 염원한다.

 

<출판사에서 제공받아 주관적으로 작성한 서평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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