은명 소녀 분투기 자음과모음 청소년문학 96
신현수 지음 / 자음과모음 / 2022년 7월
평점 :
장바구니담기




책을 읽는다는 것은 세상을 넓혀가는 여러 길 중 하나이다. 이번에 읽은 <은명 소녀 분투기> 책 덕분에 미처 모르고 있던 역사 속 의미 있는 사건을 알게 되었다.

 

숙명여자고등보통학교 동맹 휴학

1927년에 일어난 이 항일 맹휴는 학교의 운영 주도권을 일본인들이 장악하여 독주하려는 것에 저항하여 전교생이 분연히 일어난 사건이다. 학생뿐만 아니라 학부모, 졸업생 그리고 타 학교 학생들까지 연대하여 사회적으로 큰 반향을 일으켰다. 사건의 시작부터 끝까지 신문에 보도되었을뿐더러 마침내 학생들의 요구가 대부분 관철되는 기염을 토했다. 이런 일련의 과정과 성과로 항일 학생 운동사에서 매우 중요한 위치를 차지하고 있다고 한다.



은명 소녀 분투기/신현수 지음/자음과모음




<은명 소녀 분투기>와 <작가의 말>을 통해 이제서야 알게 된 역사적 사실에 감동받고 고맙고 부끄럽기도 한 복합적인 감정에 한동안 휘둘렸다.

 

일제 강점기 문화통치 시대 은명 여자고등보통학교를 배경으로 벌어지는 불평등한 상황에 용기 내 목소리를 낸 십 대 소녀들의 이야기이다.

 

신혜인, 민애리, 최금선은 은명 여자고등보통학교 2학년 동무들이다. 달콤한 살구 꽃향기에 취하기도 하고, 몸매 다듬기에 열심이며, 이성에 대한 풋풋한 호감으로 설레는, 평범한 십 대 소녀들이다.

 

"뉘우스, 뉘우스! 언니들, 긴급 뉘우스여요! 이번 주에 새 학감 선생님이랑 재봉 선생님이 오신대요. 두 분 다 일본인 선생님이래요."

1학년 오귀남이 전한 이 '뉘우스'가 몰고 온 파장이 얼마나 클지 예상하지 못한 채 기숙사에서 평소와 다름없는 일상을 보냈다.

 

하지만 부임하자마자 새 학감과 새 사감(선생님이라 칭하기도 싫음)은 발톱을 세우고 조선인 여학생들을 몰아붙였다. 조선인에 대한 편견으로 가득 찬 막말을 서슴지 않고, 교육의 목적이 황국을 위한 충량한 부인이 되기 위해서라는 그들의 주장에 학생들의 눈빛이 달라지기 시작했다.

 

사실 삼총사는 특별히 민족의식이 높은 학생들이 아니었다. 하지만 재봉 시간에 배우던 조선 통치마 재봉 대신 기모노 재봉법을 가르치려 하거나 학생의 인권을 유린하는 기숙사 방을 뒤지는 행태들을 자행하는 안하무인 교사를 보면서 분통하고 원통한 마음이 커졌다. 이런 개인적인 울분뿐 아니라 융희 황제께서 서거하셔서 망곡하러 창덕궁 돈화문 앞까지 걸어가는 동안 그동안 느껴보지 못한 격한 슬픔과 함께 가슴 한구석에서부터 뜨거운 것이 솟구쳤다. 이는 삼총사를 비롯한 은명 소녀들을 한마음 한뜻으로 뭉치게 했다.

 

하나. 조선인을 폄하하는 요시다 학감과 리코 선생은 즉각 퇴진하라!

하나. 학교는 일본식 교육을 즉각 중단하고, 조선식 교육을 실시하라!

 

역사적 사실을 바탕으로 지어진 창작물이기에 더 주의를 기울인 흔적들이 느껴졌다. 그 시대에 사용됐던 언어로 표현하고, 사건들을 재배치하여 긴장을 팽팽하게 유지시켰다. 그리고 변화의 시기답게 다양한 처지의 사람들이 등장하여 갈등을 일으키고 번뇌하는 현실적인 고민을 잘 드러냈다. 특히 여자고등보통학교가 배경인 만큼 신분계급사회의 전통적인 여성의 모습과 능력과 실력을 갖춘 신여성의 모습이 교차 대비되면서 변화의 중심에 선 은명 소녀들의 분투기가 더 또렷해졌다.

 

"눈에 호롱불 단단히 켰어요."

 

단짝 친구지만 가정사만 보면 섞이지 않는 물과 기름처럼 제각각인 혜인과 애리, 금선이다. 그들은 동맹 휴학을 겪으면서 서로에 대해 그리고 자신에 대해 알아가고 깨우치면서 관계가 돈독해지고 애틋해졌다. 또 나라를 잃은 조선인으로서, 공부하는 학생으로서, 여성으로서, 인간으로서 한층 더 성숙해졌다.








역사는 현재를 비추는 거울

일제 강점기에 일본인 선생님의 일본식 교육과 불합리한 언사와 행동에 침묵하지 않고 떳떳이 고개를 들어 잘못을 바라잡는 목소리를 낸 그들이 있었다는 사실은 큰 울림과 깨우침으로 다가온다. 무엇이 기다리고 있는지 알면서도 혹은 알지 못하고 시작했더라도 끝까지 불의 앞에 고개 숙이지 않았던 청춘들의 눈빛과 목소리가 생생히 새겨진 글 앞에 마음이 먹먹해졌다. 잘못을 바로잡는 용기가 젊음의 특권이라 한 석준의 말이 이 시대 청춘들에게 큰 힘이자 마중물이 되어주기를 바란다. 스스로 외쳐 바꿔야 할 무언가를 외면하지 않는 젊음을 우리 모두 잃어버리지 말고 뚜벅뚜벅 걸어나가기를 염원한다.

 

<출판사에서 제공받아 주관적으로 작성한 서평입니다>


댓글(0) 먼댓글(0) 좋아요(1)
좋아요
북마크하기찜하기 thankstoThanksTo